요리단상


얼마전 백화점에 잠깐 들렀다가 블랙&오렌지에 온갖 초콜렛과 사탕, 해골로 장식된 식품 코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언제부터 한국에서 이렇게 할로윈을 챙겼을까나. 물론 미국에 있을 때도 코스튬과 파티가 주 포커스이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유료파티와 관련 상품 매출을 위한, 단순히 상업적인 문화로 순식간에 커진 느낌. 영 씁쓸하다. 

여튼 주로 미국,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에서 오랫동안 널리 챙겨온 할로윈은 종교적인 의미와 역사가 있으나 현재에는 단순한 축제이다. 악마, 유령, 마녀 등 무시무시(?)한 의상으로 차려입는 것은 All Saints Day, 즉 모든 성의 축제인 11월 1일 전날 나돌아다니는 나쁜 령들을 피하려는데서 시작된 것이다. 


할로윈에 많이 등장하는 둥그런 주황색 호박은 이런 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안을 파서 랜턴을 만드는 목적으로 미국에서 많이 사용되기 시작, 이제는 할로윈, 하면 호박을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게 되었다. 사실 먹는 것보단 호박 조각하는 것이 더 주된 풍습이지만, 어찌 호박 얘기를 하면서 먹거리 얘기를 하지 않을수 있겠나.

단호박은 그 특유의 부드러움과 달콤함, 그리고 다이어트에 좋다는 등의 웰빙 이미지까지 겹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단호박죽부터 호박앙금, 설기, 단호박해물찜은 물론, 케이크나 머핀 등의 제과류에도 훌륭한 주재료가 된다. 하지만 그 고운 주황빛과 맛을 진하게 음미하기에는 굽는 치즈케이크가 최고의 메뉴. 


호박 껍질까서 파는 제품도 있지만 그냥 하나 사서 쪼갠 다음 찜통에 찌면 십분 내외로 금방 익는다. 한김 식힌 후 초록색 부분이 많이 묻어나지 않게 잘 긁어 체에 한번 내려주면 곱디 고운 호박 앙금 완성. 사실 케이크 반죽 만들면서 너무 맛있어서 몇번이나 퍼먹었다. 이런 사태를 미리 예측하시고 반드시 호박 여유분 쪄 놓으시길...


호박과 잘 어울리는 향신료는 계피, 넛메그, 생강 등인데 크림치즈 내용물에다 섞어버리면 거뭇거뭇해지면서 호박 특유의 예쁜 색이 죽어버리기 때문에 크러스트에만 양념(?)을 해 주는 것이 좋다. 보통 이런 굽는 뉴욕치즈케이크는 다이제스티브등의 과자를 부셔서 간단히 만들어주는데, 색의 대비를 위하여 코코아가루를 섞어 갈색의 초콜렛 크러스트로 만들어 주었다. 여기에 다진 피칸 조금과 향신료 추가하면 좀 더 깊은 맛. 바로 이런 것이 응용의 재미! 


한손으론 반죽 그릇을 들고 한손으론 카메라를 들고 흘러내리는 반죽의 단아한 자태를 잡으려 했으나 역시 역량부족으로 이상하게 나와버림.


그래도 저 주황빛 자태는 너무너무 곱다. 아, 가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메뉴! 


부드럽고 달콤한 단호박 치즈케이크 
레시피 원출처는 린님의 싸이월드 클럽
20cm 원형틀 | 예열 섭씨 180도

크림치즈 220g
소금 1/4 작은술
설탕 150g
달걀 2개
호박 익힌 속살 500g
계피 1작은술
넛맥과 생강가루 1/2작은술씩

버터 녹인 것 90g
다이제스티브 등의 크래커 250g

크래커를 잘 가루화해서 버터 녹인 것과 섞은 후 틀에다 고루 편편히 깔아준다. 꽉꽉 눌러주어야 나중에 부서지지 않는다. 크러스트가 완성되면 크림치즈를 잘 풀어준 후 모든재료를 거품기로 잘 풀어가며 섞은 후 틀에 부어 50분에서 한시간 정도 넉넉히 굽는다. 


ps. 할로윈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매년 만드는 사악한 호박쿠키들.  표정이 남다르다. 옆은 화이트 초콜렛으로 짠 유령.

어릴 적 초등학교 소풍날, 제일 기다려졌던건 동물원 견학도 아니고 보물찾기도 아닌, 바로 새벽부터 일어나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 까먹는 시간이었다. 따뜻한 상태로 배낭에 담겨져 참기름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있는 반질반질한 김밥들.

친구들의 생김새나 성격만큼 각자 싸온 도시락들도 가지각색이었다. 야채를 절대 먹지않는 준영군의 김밥은 햄, 맛살, 단무지, 어묵 사총사 김밥. 항상 아기자기한 문구들을 들고 다니는 선희양의 도시락은 그애의 필통을 연상케 하는 알록달록한 색감에 선희 어머니가 가위들고 엄청나게 공을 들이셨을 법한 헬로키티 생김새의 주먹밥. 밥보다는 햄버거와 핫도그를 좋아하는 동희군은 역시나 샌드위치와 절대 먹지않는 방울토마토 몇개. 우리집은 무려 설탕과 식초에 직접 담근 단무지에 시금치, 소고기, 우엉, 당근으로 무장한 정석 옛날 김밥. 


역시나 제일 주목을 받았던 건 뚜껑을 열었을 때 우와~ 하는 리액션을 받는 정성 이백프로의 도시락들이었다. 그렇게 주목을 받은 친구들은 매우 우쭐해했고, 다른 아이들은 다음 소풍때는 꼭 내가 주인공이 되리라 다짐하며 엄마들을 들볶는 현상이 발생. 나도 문어모양의 비엔나 소세지와 곰돌이 모양의 주먹밥으로 찬양을 받고 싶었지만, 이미 김밥 한 종류를 싸기 위해 어머니가 새벽 다섯시반부터 일어나는 걸 알기에 어린 마음에 차마 조를수가 없었다(사실 무서워서...).

도시락의 주된 주인공인 김밥은 사실 싸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메뉴인데, 몇년전에 우후죽순처럼 생긴 천원김밥 체인점들과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밥 80% 김밥들 덕분에 싸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물론 맨밥에다가 요새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김밥용 단무지, 우엉, 햄, 맛살 등으로 넣고 싸면 한 십분만에 둘둘 싸겠지만, 정말 맛있는 김밥을 싸려면 좀 더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김밥 업그레이드 하기 그 첫번째 : 김밥의 기초는 맛있는 밥! 우선 밥은 평소보다 물을 약간 줄여 고슬고슬하게 지어주기. 그리고 무심코 지나치거나 귀찮아서 스킵하기 쉬운 것이 바로 밥에 간을 하는 것인데, 확 달라지는 김밥을 경험하려면 단촛물로 간을 해준다. 식초, 설탕, 소금을 3:2:1의 비율로 혼합해 밥이 뜨거울 때 잘 섞어주면서 약간 새콤한 맛이 돌게 한다.

김밥 업그레이드 하기 그 두번째 : 가공재료는 최대한 자제하고 고기와 야채를 직접 조리해서 넣어보자. 그래, 단무지 직접 담그는 건 좀 오바이겠지만...햄 대신 다진 소고기나 표고버섯을 볶아서 넣고, 추가로 오이나 시금치를 슬쩍 데쳐 넣거나, 당근을 채쳐 살짝 볶아 넣으면 훨씬 더 깊은 맛의 김밥을 맛 볼 수 있다. 물론 각 재료에도 적절한 간을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밥 업그레이드 하기 그 세번째 : 재료는 풍성히, 밥은 조금만. 김밥을 싸다보면 나도 모르게 밥의 양이 많이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김의 한 3/2만 밥을 깔아준다. 이 때 김이 중간에 슬쩍슬쩍 보일 정도로얇게 펴주는 것이 포인트. 하얗게 꾹꾹 밥을 깔면 양이 너무 많아진다. 이렇게 밥을 깔고 재료를 엄지마디 정도 넓이와 높이로 넉넉히 얹어주면 딱 한번만 말리면서 좀 더 맛의 발란스가 맞는 김밥이 된다. 

김밥 업그레이드하기 그 마지막 : 달군 팬에 한번 굴려서 참기름을 살짝 발라준다. 김밥용 김은 조미가 되어있지 않고 좀 뻑뻑할 수 있으며, 꾹꾹 눌러가며 김밥을 말다보면 김이 좀 밀려서 구겨질 수 있다. 이때 다 말은 김밥을 살짝 가열한 후라이팬에 슬슬 굴려가며 데워주면 빠방해진다. 여기에 참기름을 살짝 발라주면 훨씬 더 고소한 김밥 완성!

김밥과 같이 싸면 모양도 이쁘고 맛도 좋은 동그랑땡.

얼마전 화창한 날 여의도공원에서 도시락 까먹었더니 너무 환상적이었다. 몇번 더 하려 했는데 입돌아가게 추워진 날씨라니...
버터. 설탕. 달걀. 밀가루. 바로 제과의 4대 기본 재료이다.  이 재료들은 비율의 변화와 추가재료에 따라 쿠키부터 파운드케이크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런데 베이킹을 하다보면, 들어가는 버터와 설탕의 양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이걸 설마 다...?라고 주저하길 여러번. 그리고 들어가는 양을 줄이거나 대체할만한 재료가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멋대로 버터의 양을 가감하기에는 단순히 칼로리 제공외에 버터가 하는 중요한 역할들이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mentalfloss.com>

우선 밀가루에 대해 복습해보자. 밀가루에 들어있는 단백질들은 수분을 만나게 되면 서로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식빵 등에서 볼 수 있는 닭살같은 빵결이 바로 그 네트워크. 발효빵에서는 이 글루텐이 잘 형성되어야 쫄깃하고 맛있는 빵이 나오는데, 반대로 머핀이나 케이크류에서는 이 글루텐 형성이 최소화 되어야 보슬보슬하고 부드러운 촉감을 즐길 수 있다. '떡진' 머핀을 자꾸 구워낸다면 글루텐 형성이 필요이상으로 되고 있단 얘기다.

포실포실 촉촉함이 생명인 파운드케이크. 버터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mittenkitchen.com>

밀가루의 단백질들은 꽤 민감하게 반응해, 미리 수분을 차단해주는 해결사가 필요한데, 버터가 바로 그역할을 해준다(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다고.....다 알지요? 응? ._.). 때문에 버터의 양을 줄여버리면 그만큼 밀가루가 수분에 노출되고, 반죽은 그만큼 더 떡지게 되기 쉬운 것이다. 

그럼 과연 대체할 수 있는 재료는 없을까? 


바로 버터와 비슷한 효과를 내주는 '펙틴'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재료중 사과와 당근에 많이 들어있다. 때문에 버터의 일부를 사과나 당근 갈은 것으로 대체해주면 버터의 양을 줄이고도 촉촉한 텍스쳐를 얻을 수 있는 것! 실제로 미국에서는 애플소스라고 사과 갈은 것을 병에 넣어 파는데, 버터 일부를 대체해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버터만큼의 부드러움 효과는 없기에 전량을 대체하기는 무리. 게다가 버터가 하는 역할은 글루텐 형성방지 외에도 맛 향상, 수분 공급 등 다양하니 대체분량을 버터량의 1/3정도에서 시작, 1/2정도까지 늘려보며 테스트 해 볼 것. 

참고로 바나나와 건자두(프룬) 갈은 것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식물성 기름도 비슷한 효과를 낼수는 있으나, 실온에서 고체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크림화된 버터보다는 효과가 많이 떨어지며, 질감도 달라지고, 결국 기름이기에 칼로리 면에서는 동일하다는 면에 비추천(동물성제품을 배제하려는 이유가 아닌 이상). 

마지막으로 버터 들어가지 않는 레시피 하나 공유드린다.

버터없이 굽는 촉촉하고 포실포실한 당근케이크/머핀

케익 20cm 원형틀 하나분(머핀 분량 12개)

박력분 1컵(120g)
베이킹소다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시나몬 1작은술
넛멕 1/2작은술
생강가루 1/2작은술
설탕 1컵(200g)
식용유 150ml(약 2/3컵)
달걀 2개
당근 곱게 간 것 1과1/2컵
호두 다진 것 1/2컵(옵션)

섭씨 180도로 오븐 예열. 가루류를 잘 체쳐놓는다(향신료는 옵션). 설탕/식용유/달걀을 한데 잘 섞어준 후 체쳐놓은 가루류를 넣고 마저 고루 섞어준다. 마지막으로 당근과 호두 다진 것을 넣고 섞은 후 구워준다. 케익은 약 35-40분, 머핀은 20-25분. 꼬치테스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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