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며칠전 무사히 귀국해 이틀정도 뻗어있다가 짐도 정리하고 부엌도 환기시키며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워낙 많이 찍어온지라 정리를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충 훑어보다 보니 연말 느낌이 가득한 사진들이 좀 있어 연말인사겸 사진공유겸 짤막한 글을 올립니다.


2010년 한해는 개인적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어요. 특히 일쪽으로 정말 하고 싶었던 길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 내딛게 된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않았던 요리관련 자격증도 이제 세개나 생겼구요. 무엇보다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된 소중한 인연들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두달 가까이 떠났던 여행은 여러모로 중요한 재충전, 그리고 동기부여의 시간이었어요. 딱히 특별한 목표가 있지 않아도 새롭고 다양한 환경에 내 자신을 부딫혀보는 것이 얼마나 나에 대해,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경험인지 새삼 깨달았답니다. 물론 다양하고 맛있는 먹거리들도 잔뜩 먹고 돌아왔구요.(운동이 시급합니다 헉헉...)


2011년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한 해가 되겠지요. 이번 여행에서 보고 온 요리학교들에 원서를 넣었고, 몇 달후에는 결정을 내릴테고. 그 전에는 블로그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다양한 경험을 하나하나씩 태클해갈 예정입니다. 자격증들도 마저 도전해보구요. 앞으로 걸어가는 길, 함께 나누고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이곳에 들려주시는 모든 분들,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Foodie 올림
몇달전부터 계획해왔던 동남아 ㅡ 유럽 ㅡ 미국 여행을 오늘로써 시작합니다(생각만 몇달 하다 실제 계획세우기는 떠나기 이틀전 후다다다). 

큰 시간 제약없이, 여유있게 길게 여행을 잡은 적은 처음인데다가 두나라 이상을 가는 것도 처음이라 환전에다가 각기 다른 기후에 짐을 싸는 것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너무 편하게 안정적으로 지내왔던 탓인지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부딫쳐 가며 다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도 조금 있구요. 그렇지만 그만큼 나 자신을 넓히려 가는 여행이기에 무엇보다 설레고 행복합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새로운 문화에 제 자신을 풍덩 담그는 것입니다. 물론 제일 큰 관심사는 음식이지만 대중교통, 건물, 각 나라의 맥주, 각 나라의 고유음식 및 외래음식 트렌드, 냄새, 날씨, 모든 걸 조용히 구경하고 잘 관찰하고 오는 것이지요. 그리고 앞으로 제가 이 세상에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통해 좀 더 이바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좀 더 고민해보렵니다.

또 하나의 목표는 여태껏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너무 온라인 세계에 붙어 지내던 제 자신을 좀 디톡스시키는 겁니다. 여행일지는 아예 무조건 손으로 쓸 예정입니다. 그렇지만 두달간 나름 정기적으로 포스팅은 할 계획이니 가끔 들러주세요. :) 

혹시 아래 도시 중 추천해주실 곳이 있다면 아래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구멍가게부터 미슐랭스타 레스토랑까지 모두 다 받아요. 

일정 : 홍콩 → 호치민시 → 쿠알라룸프르 → 싱가포르 → 런던 → 파리 → 뉴욕 → 보스턴 → 워싱턴DC → 시애틀 → 밴쿠버 → 샌프란시스코

그럼 au revoir!


며칠 전 레스쁘아에서 스테이크를 다시 먹을 기회가 있었다. 반뼘은 되어보이는 정말 두툼한 안심. 잘라보니 겉은 거의 바삭할 정도의 진한 갈색이지만 중앙은 루비를 연상시키는 선홍빛. 멋진 그라데이션의 제대로 미디엄레어(개인적으로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굽기). 

<이미지 출처 - Google Image Search>

그런데 스테이크는 도대체 언제 원하는 상태가 되었는지 알까? 온도계를 찔러보자니 육즙이 새고(폼도 안나고) 시간을 재는 건 재료와 크기, 두께, 팬의 온도 등등등등 변수가 너무 많아 불가능하고. 제일 많이 이용되는 방법은 바로 핑거테스트(finger test). 한마디로 손으로 눌러 고기의 푹신함을 테스트하는 것. 그렇지만 사실 어느 정도 익은 후에는 그 차이가 매우 미세해 연습에 연습을 통해 정말 고기와 친해져야지만 미디엄레어와 미디엄의 차이를 날렵히 찝어낼 수가 있다. 

심지어 이런 차트도. 실제 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Google Image Search>

주방에서 기구보다는 사람의 감각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더 빠르기도 하고, 많은 변수들에 의해 그때그때 다른 온도나 간으로 맞춰야 할때도 있고. 무엇보다 고기의 푹신함의 정도, 소스가 흐르는 정도, 데친 숙주의 투명한 정도, 반죽의 말랑한 정도, 이걸 잴 수 있는 도구는 손가락 감각 외에는 없지 않는가? 매뉴얼을 만든다 하더라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약간 말랑, 살짝 말랑, 상당히 말랑, 꽤 말랑, 아주 말랑, 심하게 말랑, 너무 말랑..........이 정도. 거기다가 결국 추가 묘사가 들어간다 하더라도 잘 익은 토마토, 지점토 반죽 등 이전에 손으로 만져본 적이 있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심지어 미국 요리학교 CIA의 Pardus 셰프가 실제 클래스에서 새우를 삶는 것에 대해 강의하는 동영상을 보자. 새우를 너무 뜨거운 물에 삶으면 고무처럼 단단해지기 때문에 좀 더 낮은 온도의 물에서 포칭(poaching)을 시키는데, 이때 적절한 물 온도를 맞추는 방법은 온도계가 아닌 ouch-hot 방법. 손가락을 담갔을 때 화상을 입거나 으 뜨거운데가 아닌, 앗 뜨거!의 느낌이 와야 적절한 온도란다. 으핫.

이런 "감"이 필요한 요리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요리는 감각이 있어야만 한다는데, 여기서 말하는 "감"은 타고난 것이 아닌 무수한 반복을 통해서 몸에 쌓이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김연아가 태어났을 때부터 점프를 잘 뛴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적절한 타이밍과 파워 등의 "감"이 몸에 밴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감각은 놀랄만큼의 적응력과 발달능력이 있기 때문에 결국 훈련시키기 나름이다. 사실 이것은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쓰는 맛소금 대신 천일염을 사왔는데, 평소와 동량을 썼더니 싱거워 양을 늘려 간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재료와 음식에 내 몸이 반응하는 교감의 시작이다. 요리를 하면 할수록 이 "감"들이 몸에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데, 어느 순간 예전보다 작은 차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발전해가는 그 즐거움이란!

ps. 난 개인적으로 제일 오래한 작업이 빵 반죽인데, 처음 밀가루와 물을 섞을때 손가락을 꽉꽉 찔러주며 반죽 제일 내부의 습도를 체크하며 치대게 된다. 손가락 끝으로 마른 정도를 느끼며 밀가루와 교감(...)을 하게 되는데 이때 가끔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들이 새(?)를 탈때 서로 안테나(?)를 붙이는 장면이 생각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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