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이전에 한 번 언급했듯이, 지금 저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새 둥지를 틀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아직 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고, 결이 맞는 글들은 같이 올려드리려 하고 있어요. 댓글이나 질문은 이 블로그에 남겨주셔도 좋고, 원문 포스팅에는 좀 더 자세한 내용들과 사진이 올라와 있으니 같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쿠킹 & 베이킹 하세요!

 

고기를 삶고 남는 국물에는 돼지고기 뿐만 아니라 된장, 간장, 야채, 향신료 등 여러가지 재료의 맛이 온전히 녹아있습니다. 뼈는 거의 없고 살코기만으로 낸 육수라 바디감은 좀 부족할 수 있어도, 고기의 맛이 풍성하죠. 이 자체로 완성도 높은 육수, 버리는 대신 맛있는 음식의 기반으로 잘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먼저, 육수 관리하는 방법입니다.

 

고기를 건지고 남은 육수를 고운 체에 걸러 양파, 통후추 등을 제거하고 깨끗한 통에 담습니다.

 

돼지고기 삶은 물에 기름기가 꽤 많이 녹아있기 때문에, 거른 육수를 통에 담아 냉장고에서 하룻밤 보관합니다. 다음 날 위로 떠올라 굳은 지방을 제거해 줍니다. 바로 다 사용하실 것이 아니면, 소분해서 얼려놓고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삼겹살이나 앞다리 쪽을 삶았으면 지방 제거가 필수입니다.

 

 

아주 깨끗해졌죠?

이제, 육수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1. 미역국

 

돼지와 궁합이 잘 어울리는 재료 중 한가지는 바로 해초입니다. 제주의 몸국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고기로 끓인 미역국도 맛있지만, 돼지육수에 뭉근히 끓여낸 미역국도 아주 별미입니다. 특히 미역귀, 줄기 등 조금 더 단단한 부분을 넣어서 푹 끓여먹으면 아주 맛있어요.

불린 미역을 참기름 살짝 두르고 달달 약불에 볶다가 육수를 넣어줍니다. 은근하게 푹 끓여 익힌 후 필요할 경우 국간장으로 추가 간을 하고 마늘을 조금 넣어 5분 정도 더 끓여줍니다. 다진 마늘보다는 얇은 마늘편이 더 향긋합니다.

익힌 수육을 썰어 고명으로 올려 먹어도 좋고, 미역을 볶을 때 추가 고기나 조개 등을 넣어 같이 끓이면 더 진한 미역국이 됩니다.

 

2. 라멘

된장과 간장, 돼지육수가 어우러지는 음식 중 우리가 제일 익숙한 한가지는 바로 일본 라멘입니다. 돼지 뼈를 넣어 진하게 우린 국물은 아니지만, 독특한 라면을 가볍게 한 그릇 즐기기에는 이만한 국물이 없습니다. 생라면, 중면, 라면사리 등 취향대로 면을 골라 사용하세요. 버미셀리 면과 고수를 넣고 쌀국수로 즐겨도 잘 어울립니다.

 

먼저 양파, 대파를 얇게 썰어 센불에 볶아줍니다. 육수를 넣고 야채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팔팔 끓이다 간을 봅니다. 부족한 간은 미소된장이나 국간장으로 해 주세요. 면에 따라 따로 삶거나 바로 국물에 삶습니다. 숙주 한 줌, 쪽파나 실파 다진 것, 그리고 반숙계란까지 올려주면 완성! 처음 야채 볶을 때 고춧가루와 같이 볶아줘도 칼칼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활용법은, 특히 삼겹살 수육을 삶고 난 후 수육 몇 점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됩니다.

 

*치트키*

아주 아주 간단 버전 라멘은, 바로 사리곰탕면을 스프 1/3에서 1/2만 넣고 이 육수에다 끓이는 겁니다. 3분만에 지이이인한 국물을 맛보실 수 있어요. ;)

 

3. 수육 다시 삶기

 

마지막 방법은, 이 육수에 다시 수육을 삶는 겁니다. 재료를 딱히 추가할 필요 없고, 고기 육수에 고기를 다시 삶게 되어 더 진한 육향을 즐기실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수육삶는 용도로 재탕하는 것은 딱 한번만 활용하세요~ 육수를 데웠다 식히는 과정을 너무 여러 번 반복하면 상하기 쉽습니다.

 

보드랍고 진하게 보쌈 수육 삶아내는 노하우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 돼지고기 부위 고르는 것부터 삶는 방법을 자세하게 다뤘습니다.

 

김치,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배추김치일 것이다. 그래서 김치를 담근다 하면 으레 절임배추와 커다란 다라이, 몸빼바지, 진득하고 뻘건 양념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배추김치, 특히 포기로 절여 담그는 김치는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다. 배추마다 잎 두께나 밀도도 다르고, 발효되기 전 적절한 간은 짜게만 느껴지고, 배춧잎마다 양념을 얼마나 발라야 하는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이는 '감'이 계량된 레시피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


대부분 김장체험을 한번씩 한 후에 그 스케일과 난이도에 혀를 내두르며 김치는 역시 사 먹는 거, 혹은 엄마에게 받아먹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는 마치 밀가루를 다뤄본 적이 없는 제빵 초보가 식빵이 아닌 베이글부터 몇백개를 한 번에 만들어 보거나, 발로 만들어도 잘 나오는 바나나 브레드 레시피를 두고 생크림 케이크부터 도전했다가 베이킹은 역시 어렵다고 포기하는 것과 같다.



오래 발효해서 먹는 김치일수록, 조직이 두텁고 발효 후 맛 변화가 많은 야채일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짧게 절이거나 절이지 않고 바로 양념에 무치거나, 조직이 연한 야채일수록 난이도는 낮아진다. 그래서 절임, 양념 간, 발효과정을 기준으로 삼아 제일 쉬운 김치부터 어려운 김치까지 난이도를 정리해 보았다. 김장 김치에 겁먹지 말고, 아주 쉬운 김치부터 이것저것 담그다 보면 잘 절여진 정도나 익기 전 김치의 간, 그리고 적합한 발효 상태에 대해 점점 감이 쌓여가며 어느 새 시원한 백김치도 담글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동치미 제발 잘 담그고 싶습니다 엉엉...)

원문 출처는 요레카 블로그입니다. 난이도별 김치 종류와 상세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에서 더 접하실 수 있습니다 :)


바삭한 부침개 부치는 노하우.. 라는 글이 있길래 읽어봤더니 부침가루와 튀김가루의 비율이 중요하단다. 근데 둘다 밀가루 제품이긴 한데 뭐가 다르지, 하고 찾아봤다.


부침가루는 중력분에 설탕, 조미료 약간으로 이미 간이 되어있는 제품.

튀김가루는 박력분에 쌀가루나 전분 등을 첨가해 좀 더 바삭함을 노리고 역시 약간의 간이 되어있는 제품.


결국 간단히 정리하자면 부침가루 = 중력분, 튀김가루 = 박력분 (+ 전분/쌀가루).


수란(poached egg)

노하우들 l 2012. 5. 14. 07:01

사...사진 퀄리티가 -_-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걀 조리법은 달걀을 깨어 물에 익혀내는 (포칭) 수란이다. 수란을 매끈한 모양으로 야들야들하게 익혀내려면 중요한 것들:


- 달걀의 신선도: 달걀이 오래될수록 흰자가 퍼짐. 흰자가 신선해야 매끈하게 됨

- 적당한 물의 온도(섭씨 75-85도): 너무 뜨거우면 흰자가 뻐덕뻐덕..

- 식초와 소금: 식초는 계란 흰자가 퍼지지 않고 빨리 응고되게 하는 촉매역할.

- 냄비 물의 깊이: 너무 얕으면 흰자가 가라앉으면서 동그랗게 익을 새가 없어 바닥에 닿으며 납작하게 퍼진다.


야들야들 푸딩같은 느낌의 흰자와 따뜻하게 데워진 노른자... 쓰읍........




양파만큼의 드라마틱한 변신은 아니지만 피망을 그을리면 풍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밥과 누룽지의 차이 정도랄까? 

우선 피망을 씻어 가스불에서 직화로 굽기 시작한다.
곧 타닥타닥 물집 잡히고 터지는 소리가 나며 까맣게 그을리기 시작한다.
돌려가면서 전면을 골고루 그을린다. 울퉁불퉁한 표면의 파인 공간을 특히 신경써서...

완전히 타서 아직 뜨거울 때 미리 준비해 놓은 비닐봉지나 그릇+랩 조합에 넣어 식힌다.

식힌 후 껍질 벗겨낸 피망. 


이렇게 그을려 껍질을 제거한 빨간 피망은 샐러드 드레싱부터 토핑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데, 오늘 저녁은 스프를 만들어보았다.

씨와 껍질 제거 후 다져서 준비한 그을린 피망.


그 후 올리브오일, 마늘, 양파, 흰 강낭콩, 토마토, 후추 조합을 끓인 후 체에 받쳐
크리미한 스프로 완성. 약간의 그러나 치즈를 곁들였다.
간만에 정말 정말 맘에 들었던 집밥!


뭐 이것저것 참 많지만 오늘 듣고 몸서리를 친 그 중 하나는...

이것은 칼갈이가 아니라고!!!


어릴적 항상 부모님은 knife steel을 사용하실 때 '칼간다'라고 하셨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표현. 이 "칼갈이"는 칼날을 날카롭게 다듬기보다는 똑바르게 세워주는 역할을 한다. 무슨 말이냐면, 쓰다보면 칼날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정도로 구부러지고 접히고 하는데, 이걸 다시 펴주는 작업이란 얘기다. 예를 들어 2mm 두께의 구겨진 종이를 쫙 펼수는 있으나 1mm로 더 얇게 만들지는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구겨진 종이 가장자리보다는 빳빳한 종이 가장자리에 벨 위험이 높은 것처럼 이 작업도 칼을 더 잘 들게 해준다. (그렇지만 사실상 이 "칼갈이"도 숙련된 솜씨로 매우 자주--요리하는 도중에도 여러번씩--사용하지 않으면 별 소용없다)

진짜 칼을 갈려면 칼날을 더 날카롭게 얇게 "갈아주는" 도구나 서비스를 이용하셔야 함. 요샌 집에서 사용하기에 편한 간편한 제품이나 휴대용 제품도 나오는 듯 하다. 그렇지만 요새 학교에서 사용하는 도구는...


기름칠을 해서 3단계로 (거친-중간-미세한) 나눠 너댓번씩 양쪽날을 갈아준다. 그리고 저 위에 knife steel로 몇번 슥슥해서 간 칼날을 곧추 세우고. 오늘 며칠만에 갈아줬더니 아주 쌩쌩한 내 칼 ^ㅁ^

지짐누름적. 도라지, 표고, 쪽파, 소고기, 당근.


혹독한 한파에 정신못차리고 어버버대고 있다보니 어느덧 2월이 찾아오고 구정이 찾아왔다. 명절이면 훈훈한 가족모임의 분위기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손가는 음식들을 대량생산해내야 하는 많은 어머니들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로 먼저 다가올터. 오죽하면 '명절 증후군'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말이다.

이번 해 설에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 중 하나인 전을 내가 맡아 하기로 했다. 사실 전은 손이 많이 갈 뿐만 아니라 텍스쳐과 색을 둘다 제대로 살려 맛있게 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고난이도의 아이템이다. 부침개류는 가장자리와 겉면은 바삭하되 속은 촉촉해야 일품이고, 생선전이나 호박전 등 일품전은 타지 않고 노릇하며 부드러워야 한다. 그렇지만 별 생각없이 중불에 기름 좀 두르고 대강 부치다 보면 퍽퍽해지고 갈색으로 그을리고 태우기 일쑤.  

전을 맛있게 부치려면 주의해야 할 점들이 여러가지 있지만, 제일 중요한 네가지는 확실히 물기 제거된 재료, 과다하지 않은 밀가루 옷과 달걀물, 적당량의 기름, 그리고 세심한 열 조절이다. 아, 물론 인내심도 필수.
 

통도라지. 신세계에서 겨우 구했다.


확실히 물기 제거된 재료 이건 대부분의 요리에 적용되는 중요한 룰이기도 하나, 재료의 물기가 남아있으면 전을 부칠 때 다음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빈대떡 등이나 김치전 등의 밀가루'물'과 재료를 섞어 부침개의 경우는 반죽이 묽어져 재료와 밀가루 물이 따로 놀게 되며, 눅눅하게 부쳐지게 된다. 물론 간도 맛질 않는다. 

일품전의 경우를 보자. 호박전 같은 경우에는 호박을 미리 썰어놓으면 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데, 이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고 밀가루 옷을 뭍히려 하면 밀가루가 떡이 지고 호박에 제대로 뭍혀지지도 않는다. 밀가루의 용도는 달걀물을 골고루 잘 입히기 위한 것인데 이렇게 되면 달걀물 코팅도 망한다. 결과물은 너덜너덜거리는 달걀옷과 달걀물 부족으로 뻣뻣하게 구워진 재료다. 


과다하지 않은 밀가루 옷과 달걀물 위에서 말했듯이 밀가루옷을 입히는 작업은 재료에 달걀물이 얇게 착! 입혀지기 위한 밑준비다. 그렇지만 여기서 적당한 밀가루의 양은 재료가 얇게 비칠 정도이다. 그 이상의 밀가루가 입혀지게 되면 우선 맛이 텁텁하게 된다. 그리고 과다한 양의 달걀물이 입혀지게 되어 서로 떡이 지며 두툼한 달걀옷이 되버린다. 이는 재료가 제대로 익는 것을 방해하며(혹은 익히다가 달걀옷이 타거나) 본재료의 맛도 감춰버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밀가루 옷은 그때그때 입히는 것이 좋지, 미리 입혀놓으면 재료에서 나오는 수분으로 인해 물기가 돌게 된다.

밀가루는 잘 입혔는데 달걀물이 과다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재료를 달걀물에 담근 후 후라이팬에 가져갈 때에는 반드시 여분의 달걀물이 흘러내릴 수 있도록 그릇 가장자리나 젓가락으로 밑면을 한번 쓱 그어준다. 과다할 경우 물론 달걀옷이 두꺼워지는 것도 있지만 팬 여기저기에 달걀물이 뚝뚝 떨어져 쉽게 타고 부치는 전의 표면에 자꾸 묻게 되어 지저분해진다. 


적당량의 기름 전은 기름에 부쳐낸 음식이다. 때문에 기름양이 맘에 걸려 기름을 부족하게 사용하다 보면 퍽퍽한 전이 완성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빈대떡이나 김치전의 바삭한 겉면은 고온의 기름에 단시간에 지져내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름을 넉넉한 느낌으로 둘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단, 일품전은 좀 다르다.  저온에 오래 부드럽게 익혀야 하는 일품전은 기름을 많이 쓸 경우 뜨겁게 달궈진 기름에 달걀물이 쉽게 타버린다. 때문에 초반에는 기름코팅만 해서 모양을 잡고 웬만큼 익힌 후 마지막에 기름을 조금 넉넉하게 둘러 단시간에 반짝거리고 촉촉하게 익혀 낸다.

부침개던 일품전이던 기름은 매우 뜨거워지고 또 쉽사리 온도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량의 전을 부칠 경우 오래된 기름을 닦아내고 새 기름으로 보충해가며 지지면 겉면이 쉽게 타지 않는다. 오래된 기름을 닦아낼 때 부치는 전에서 묻어나오는 그을음도 같이 제거가 되어 새로 부치는 전들의 겉면이 깨끗하게 보존되는 효과도 있다.


세심한 열 조절 예전 달걀보기를 여자같이 하라라는 포스팅에서도 다뤘지만, 달걀은 열에 매우 민감하다. 달걀이 많이 쓰이는 전에 대한 열 조절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익힌 달걀이 그대로 겉면에 보이는 일품전의 경우에는 더욱 더 중요하다.

일품전에 적당한 온도는 처음 팬에 올려놓았을 때 전의 형태가 어느 정도 잡힐 정도의 온도이면서 달걀이 타지 않고 서서히 노릇하게 익을 수 있는 저온이다. 너무 온도가 높을 경우 달걀이 확 익어버려 뻣뻣한 식감이 되버리고 재료가 익기 전에 겉이 타버리게 된다. 너무 온도가 낮으면 전의 모양이 초반에 제대로 잡히지가 않으며 달걀이 보송하게 익지 않고 약간 꾸덕하면서 반투명으로 굳어지게 된다(제대로 익지 않은 상태). 보통 많이 볼 수 있는 경우는 빨리 부쳐내려고 중불 이상으로 불을 올리고 기름을 술술 둘러가며 팍팍 빠르게 지져내는 것인데, 일품전은 노릇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기 때문에 저온에서 서서히 인내심을 가지고 요리해내야 한다. 

부침개는 초반에 기름을 넉넉히 둘러 팬을 꽤 뜨겁게 달구워 치직하고 바싹 겉면을 익힌 다음 온도를 살짝 낮추어 속은 부드럽게 익혀내는 것이 포인트이다. 

다들 떡국과 따땃한 전을 드시며 행복한 구정을 보내셨길!
버터. 설탕. 달걀. 밀가루. 바로 제과의 4대 기본 재료이다.  이 재료들은 비율의 변화와 추가재료에 따라 쿠키부터 파운드케이크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런데 베이킹을 하다보면, 들어가는 버터와 설탕의 양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이걸 설마 다...?라고 주저하길 여러번. 그리고 들어가는 양을 줄이거나 대체할만한 재료가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멋대로 버터의 양을 가감하기에는 단순히 칼로리 제공외에 버터가 하는 중요한 역할들이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mentalfloss.com>

우선 밀가루에 대해 복습해보자. 밀가루에 들어있는 단백질들은 수분을 만나게 되면 서로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식빵 등에서 볼 수 있는 닭살같은 빵결이 바로 그 네트워크. 발효빵에서는 이 글루텐이 잘 형성되어야 쫄깃하고 맛있는 빵이 나오는데, 반대로 머핀이나 케이크류에서는 이 글루텐 형성이 최소화 되어야 보슬보슬하고 부드러운 촉감을 즐길 수 있다. '떡진' 머핀을 자꾸 구워낸다면 글루텐 형성이 필요이상으로 되고 있단 얘기다.

포실포실 촉촉함이 생명인 파운드케이크. 버터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mittenkitchen.com>

밀가루의 단백질들은 꽤 민감하게 반응해, 미리 수분을 차단해주는 해결사가 필요한데, 버터가 바로 그역할을 해준다(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다고.....다 알지요? 응? ._.). 때문에 버터의 양을 줄여버리면 그만큼 밀가루가 수분에 노출되고, 반죽은 그만큼 더 떡지게 되기 쉬운 것이다. 

그럼 과연 대체할 수 있는 재료는 없을까? 


바로 버터와 비슷한 효과를 내주는 '펙틴'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재료중 사과와 당근에 많이 들어있다. 때문에 버터의 일부를 사과나 당근 갈은 것으로 대체해주면 버터의 양을 줄이고도 촉촉한 텍스쳐를 얻을 수 있는 것! 실제로 미국에서는 애플소스라고 사과 갈은 것을 병에 넣어 파는데, 버터 일부를 대체해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버터만큼의 부드러움 효과는 없기에 전량을 대체하기는 무리. 게다가 버터가 하는 역할은 글루텐 형성방지 외에도 맛 향상, 수분 공급 등 다양하니 대체분량을 버터량의 1/3정도에서 시작, 1/2정도까지 늘려보며 테스트 해 볼 것. 

참고로 바나나와 건자두(프룬) 갈은 것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식물성 기름도 비슷한 효과를 낼수는 있으나, 실온에서 고체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크림화된 버터보다는 효과가 많이 떨어지며, 질감도 달라지고, 결국 기름이기에 칼로리 면에서는 동일하다는 면에 비추천(동물성제품을 배제하려는 이유가 아닌 이상). 

마지막으로 버터 들어가지 않는 레시피 하나 공유드린다.

버터없이 굽는 촉촉하고 포실포실한 당근케이크/머핀

케익 20cm 원형틀 하나분(머핀 분량 12개)

박력분 1컵(120g)
베이킹소다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시나몬 1작은술
넛멕 1/2작은술
생강가루 1/2작은술
설탕 1컵(200g)
식용유 150ml(약 2/3컵)
달걀 2개
당근 곱게 간 것 1과1/2컵
호두 다진 것 1/2컵(옵션)

섭씨 180도로 오븐 예열. 가루류를 잘 체쳐놓는다(향신료는 옵션). 설탕/식용유/달걀을 한데 잘 섞어준 후 체쳐놓은 가루류를 넣고 마저 고루 섞어준다. 마지막으로 당근과 호두 다진 것을 넣고 섞은 후 구워준다. 케익은 약 35-40분, 머핀은 20-25분. 꼬치테스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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