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히 한국서 나쵸로 통하는 또띠야(Tortilla)칩은 햄버거와 감자튀김만큼이나 멕시칸 음식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이드이다. 또띠야는 타코, 부리또 등을 싸먹는 넓은 반죽인데, 노오란 옥수수 또띠야를 조각조각 잘라 튀기면 바로 또띠야칩이 된다. 

그냥 먹으면 약간 슴슴할 수 있는 또띠야칩은 다양한 딥(dip)에 찍어먹는 것이 묘미인데, 한국에서도 풋고추, 오이 등을 쌈장에 찍어먹는 문화는 있지만 또띠야는 생소한 편. 그러나 멕시코를 이웃으로 두고 있고 멕시칸 이민자도 많이 받는 미국의 경우, 또띠야칩은 절대 빠질 수 없는 스낵이다. 굉장히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심지어 떠먹고 찍어먹기 편하게 움푹한 모양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제품도 있다. 

그렇다면 또띠야칩과 잘 어울리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 대부분 영화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진득한 누런 치즈소스를 생각하실 듯.

그렇지만 또띠야는 바로 살사와 먹어야 제맛이다! 

살사(Salsa)는 스페인어로 소스라는 뜻이며, 종류는 한국의 김치처럼 다양하다. 때문에 살사라고만 하면 정확히 어떤 소스나 딥을 얘기하는지 알기가 불가능하다. 주원료는 토마토가 많은 편이고, 생토마토를 사용하기도 하며 익힌 토마토를 사용하기도 한다. 초록색인 경우도 있고, 심지어 마른 고추를 사용해 검붉은 색의 "블랙" 살사도 있다. 


이중에서 가장 손쉽게 만들고 대중적인 두가지는 바로 생토마토를 사용한 살사 크루다(Salsa Cruda). 그냥 생토마토 살사라고 생각하심 편하다. 뜻은 "생 소스"이며, Salsa Fresca, Salsa Picada 등 생토마토를 사용하고 입자가 있다는 뜻의 다양한 이름들이 있다. 


토마토 다진 것에 다진 양파, 할라피뇨, 고수가 조금씩 들어가며, 라임이나 레몬즙, 마늘 다진 것도 넣기도 한다. 소금으로 간. 토마토 씨와 점액등을 제거하고 과육만 잘 다져야 너무 물기가 생기지 않으며, 만들어서 바로 먹기보다는 냉장고에 차게 몇시간 보관하는 것이 재료들의 맛이 더 잘 어우러진다. 고수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아예 빼는 것이 상책이지만 살사에는 사실 중요한 재료. 뭐 취향대로!

생토마토 살사(Salsa Cruda)만들기(5-6인분): 토마토 5mm로 다진 것 3컵, 양파 중간사이즈 1/3개 다져 물에 담가 매운기를 약간 제거, 고수와 할라피뇨(풋고추 종류) 다진 것 각각 1/2컵씩, 레몬즙이나 라임즙 한큰술, 마늘 한톨 다진 것, 잘 버무린 후 소금으로 간. 너무 짜다면 토마토를 더 다져 넣는다. 

이 살사외에 또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것은 바로 아보카도로 만든 과카몰레(Guacamole)이다. 한국 메뉴에서 가끔 '구아카몰'이란 발음기호로 적힌 과카몰레는 푹~ 익은 말랑말랑한 아보카도를 으깨어 역시 양파, 고수 등과 버무린 살사의 한 종류이다. 


내가 미국에 있을 때 제일 사랑한 음식 중 하나. 한국에선 아보카도가 너무너무 비싸 엄두를 못내지만, 아보카도가 넘쳐나는 미국에서, 특히 멕시칸 이민자들이 많은 남부 캘리보니아에서는 엄청나게 먹어댔었다. 오랜만에 미국갔을 때는 칩이고 뭐고 그냥 과카몰레를 스푼으로 퍼먹는 위력을 발휘...진짜 마약같다. 얼마전 이마트에서 보니 두알에 6천원 가량의 가격으로 팔던데, 이제 가끔 해먹을 듯. 부드럽고 상큼한 맛이 잘 어우러져 주변에 있는 사람과 쟁탈전을 벌이게 하는 무서운 음식. 얼마전 차렸던 저녁파티에서도 제일 인기가 많았다. 

과카몰레(Guacamole)만들기(5-6인분): 잘 익은 아보카도 두개 으깬 것, 마늘 한 톨 다진 것, 양파 1/4개 다져 매운맛 재거, 고수와 할라피뇨 다진 것 각각 두큰술씩, 레몬즙이나 라임즙 한큰술. 소금으로 간. 토마토 반개를 잘게 다져 물기 확실히 제거 후 넣어줘도 색이 이쁘다. 공기와 접촉하면 사과처럼 색이 변하니 랩으로 바로 밀착되게 덮어준다. 덮어줘도 제일 윗면은 색이 변하지만 섞으면 바로 환한 녹색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팁은 아보카도를 으깰 때 너무 곱게 으깨지 말고 약간 덩어리가 지게 멍울멍울 으깨는 것! 그래야 나중에 너무 곤죽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보카도는 밝은 초록색이 아닌, 손가락으로 눌러봤을 때 부드럽게 들어가는 짙은 검녹색이 좋다. 덜 익은 아보카도밖에 없을때는 바나나와 마찬가지로 실온에 두고 며칠 익힌다. 바나나와 함께 비닐에 싸두어도 빨리 익는다.

한국은 이상하리만치 다른 퀴진만큼 아직 멕시칸 음식이 많이 퍼져있지 않다. 매운맛부터 재료들도 양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말이다. 손쉽게 만들어 볼 수 있는 살사 두가지로 화려하고 신선한 멕시코의 맛을 집에서 느껴보시길!

ps. 5-6인분이라 써놓긴 했으나, 막상 해 놓으면 1인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커피 매장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기다린다. 매장안은 칙- 하는 증기소리와 더운 물의 열기로 가득하다. 받아든 커피에서는 수증기가 모락모락 난다. 

이 장면이 익숙한 이유는 커피는 보통 열을 사용해 커피의 맛과 성분 등을 원두에서 추출하기 때문. 뜨거운 물을 직접 부어주는 드립커피부터 증기와 압력으로 찐하게 뽑아내는 에스프레소까지. 이 모든 열을 생성하기 위해서 전기 등의 에너지가 꼭 필요한 작업이다. 그렇지만 역시 예외는 있다. 바로 더치커피(Dutch Coffee). 조용히, 중력만을 이용해 찬물로 뽑아낸 아주 부드러운 커피다. 


가끔 카페에서 마치 화학실험기구 같은 유리병들을 본 적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더치커피를 내리는 기구이다. 시스템은 아주 간단하다. 원두를 갈아 찬물을 아주 조금씩 흘려보내고, 그 밑으로 떨어지는 커피를 받는 것.  그러나 수분 이내로 내리는 일반적인 커피와는 달리, 더치커피는 평균 12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커피가루를 두텁게 쌓고, 물을 한방울씩 떨어뜨려 한방울 한방울에 깊은 맛이 배어나게 된다. 그렇지만 열이 있어야 추출되는 원두의 지방이나 카페인 등의 다른 성분들은 대부분 배제되어 몸에 부담이 덜 가는, 깔끔한 맛의 커피가 탄생된다.

더치커피는 브랜디 향이 강하다(한마디로 술맛이 난다 후후). 오랜 시간을 거쳐 내린 더치커피는 와인처럼 숙성기간을 거치는데, 이후 향이 더욱 더 깊어진다. 보통 1주일 안에 소비하는 것이 그 향과 맛을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

많은 로스터리 카페들이 이미 더치커피를 판매하고 있지만, 홍대의 미즈모렌이란 더치커피 전문점이 있다 하여 추석전날 놀러가 봤다. 그렇다. 바로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홍대입구역과 광화문역 침수된 그날. 덕분에 미즈모렌에 꼼짝없이 같혀(?) 더치커피 제대로 탐방.

미즈모렌에 들어가면 한켠에 놓여진 여러대의 큰 더치커피 기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보통 카페에 한대씩 있는데 이곳은 더치커피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는 것이 확 다가온다. 

우선 더치커피 주문!

영롱한 갈색의 커피 한잔이 테이블에 놓여졌다. 기대를 갖고 한모금 입에 머금었는데......와,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방문하기 전에도 여러곳에서 더치커피를 마셔봤지만, 이곳의 커피는 정말 부드럽고 깔끔했다. 거기다 유난히 깊은 향. 상쾌함이 느껴졌다. 내가 잘 쓰는 비유인 바로 수돗물 마시다 생수 마시는 느낌!

시원하게 내리는 장대비 소리를 들으며 치즈케이크 한 조각과 서비스로 나온 생초코렛을 곁들여 여유로운 오후.


그나저나 더치커피라는 이름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궁금해 찾아봤는데, 정확한 기록은 없고 네덜란드 상인들이 뱃길을 오가면서 향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내렸다는 정도의 얘기만 있다. "Dutch Coffee"로 구글에서도 찾아봤는데 별 나오는 내용이 없고, 찬물로 내린다는 뜻의 "cold water brewing coffee" 기구는 파는 걸 보아하니 더치커피라는 명칭은 그리 공식적은 아닌 듯. 간단한 기구만 구비하면 집에서도 쉽게 내릴 수 있다는데, 언젠가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미즈모렌의 정확한 위치는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11-12이며, 상수역과 매우 가깝다. 특이한 커피맛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쯤 들려보시길!



ps. 커피는 맛있게 마셨으나 좀체 그치지 않는 비 덕분에 발목위까지 차는 물살을 헤치며 지하철역으로 가야했다. -.-


지중해와 중동지역을 아우르는 문화권의 음식은 아직 한국에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나마 이태원에 자리잡은 몇군데 식당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는 건 터키의 케밥 정도. 

보통 영어로 Mediterranean Cuisine이라고 하는 지중해 음식. 다양한 음식들과 함꼐 즐겨먹는 것 중에 바로 이 피타(Pita) 브레드가 있다. 보통 빵처럼 빵빵하게 부푼 형태보다는 피자도우처럼 납작한 편이고, 공갈빵처럼 안이 비어있어 반으로 가르면 여러가지 재료를 채울 수 있는 주머니 형태가 된다. 이 얼마나 훌륭한 아이디어?!

이렇게 찍어먹고 채워먹는 등의 다양하게 사용되는 피타 브레드. 왼쪽에 담긴 크리미한 것이 허머스.
<출처 : Google Image 검색>

사실 피타는 한번도 구워볼 생각을 못했었는데, 어느날 트위터에서 레스쁘아 임셰프님과 역시 이쪽과 음식인 허머스(hummus)에 대해 얘기중, 반농담식으로 허머스 만들어주시면 피타를 구워간다고 했다. 그런데 진짜 만들어 주셔서 월요일 저녁 급급급급피타 베이킹(이래서 항상 말을 조심해야 흐흐). 


다양한 레시피를 보면서 연구도중, 과연 어떻게 내부 전체 공기가 차도록 부풀게 하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잘 상상이. 과연 가운데가 빈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 에라 모르겠다, 우선 시작.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호밀을 좀 섞어주고 집에 있는대로 로즈마리와 타임을 약간씩 섞어주었다. 마침 추석때 들어온 좋은 퀄리티의 올리브 오일이 있어서 것도 좀 섞어주고.

반죽에 수분이 부족하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피타 반죽은 매우 진편. 덧가루를 아주 얇게 손에 덧칠해주면서 얼추 십여분간 손반죽(이럴떄마다 충동구매가 일어나는 키친에이드 믹서기).

아직은 날씨가 따뜻한 편이라 실온에서도 발효가 매우 잘 되었다. 그러나 원래 저온 발효해야 더 깊은 맛이 나는 피타 브레드. 시간이 아쉬울뿐.


손가락에 밀가루를 살짝 뭍혀 푹 찔러봤을 때 구멍이 그대로 있다면 발효가 완료된 것. 다른 여러가지 발효 확인하기 방법은 여기서 복습! 그 다음 8개로 분할해서 둥글리기.

충분히 벤치타임을 준 후(응? 벤치타임? 하시는 분들은 역시 여기서 복습) 이렇게 밀대와 손바닥을 이용해 납작하게 펴준다. 조금 도톰하니 씹히는 맛을 원하시는 분들은 좀 덜 얇게 밀어준다. 너무 얇으면 부풀어 오르기가 힘드니 5mm 전후로.

이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오븐을 뜨겁게 예열해 놓는 것은 필수! 섭씨 240도로 뜨겁게 달구고, 제일 밑바닥에는 두께가 있는 철판이나 후라이팬을 같이 예열한다. 

얇게 민 반죽에 습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물뿌리개로 물을 고루 한번 뿌려준 후 습기가 스며들기를 기다린다. 10분 정도 지나면 이제 반죽을 밑의 뜨거운 철판에 던져 넣어야 하는데, 반죽이 얇고 진편이라 손에 들러붙거나 넣다가 구겨지고 접힐 수 있다. 때문에 넓은 뒤집개나 작은 나무 도마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마치 화덕피자에 피자 넣는 그 얇은 나무판같이).


첫 반죽을 오븐안에 훅 던져 넣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과연 부풀까?

1분이 지나도 별 기미가 없다. 헉 이런. 

2분이 지났을까. 뭐가 좀 기미가 보인다. 

갑자기 슈우우욱 부풀기 시작! 엇엇엇!


사실 이렇게 부풀어 오르지 않아도 빵 맛은 좋다. 특히 오븐에서 갓 꺼내어 뜯어먹을때의 느낌은 황홀. 호밀의 느낌이 약간은 거칠면서 허브와 올리브오일의 향과 함께 깔끔하고 구수한 맛으로 잘 어우러진다. 다 구워진 피타는 마른천에 잘 싸놓으면 좀 더 오래 따뜻하고 부드럽게 보관할 수 있다. 물론 중동, 지중해 쪽 음식과 잘 어울리지만 인도 커리와도 잘 어울리고 피넛버터와도 아침에 간단히 먹기 좋다.


부풀리는 재미, 고소하고 담백한 피타

강력분이나 중력분 450g
소금 2작은술
드라이 이스트 2작은술
올리브 오일 2큰술
미지근한 물 275ml 정도

1. 모든 재료를 한번에 넣고(소금과 직접 닿으면 이스트는 죽으니 밀가루와 먼저 섞는다) 고루 섞어준다.

2. 평소 발효빵 반죽하듯이, 믹서기던 손이던 매끄러워지고 반죽이 탄력이 될때가지 잘 치대준다. 반죽은 상당히 진 편이다. 너무 손에 붙는다면 덧가루 아주 약간씩 쓴다.

3. 두배 될때까지 1차발효한다. 

4. 8개로 분할해 둥글리기 한 후 벤치타임을 20분간 준다. 이때 마르지 않게 기름칠한 랩 등으로 덮어준다.

5. 밀대와 손을 사용해 5mm 정도의 두께로 둥그렇게 펴 준다. 그리고 아무것도 덮어놓지 않은 상태로 굽기 10분정도 실온에 놓아둔다.

6. 준비가 되었으면 오븐을 잽싸게 열고 철판이나 후라이팬에 피타 반죽을 올려놓는다. 온도가 떨어지면 제대로 부풀지 않으니 너무 오븐을 오래 열어둔다던가 한번에 많이 굽지 않는다. 3분이면 하나를 다 구우니 인내심을 갖고 한두개씩.

7. 피타가 빵빵히 부풀어 오르고 노르스름해짐 다 구워진 것이다. 이 때 부풀어오르지 않으면 오븐에 넣기 전에 물을 뿌려준다. 넣기 바로전에 뿌리거나 오븐에 넣고 재빨리 뿌려도 좋은데, 습기가 충분히 배어들지 않으면 양면의 두께가 일정하게 부풀어오르지 않는다.
 

여튼 부지런히 만들어 간 덕분에 임셰프님의 허머스와 팔라펠(falafel)과 내 피타가 한접시에 오르는 영광스런 경험을 할수 있었다. 아 저렇게 예쁘게 내 주실줄 알았으면 피타 좀 신경써서 잘라가는 건데 맨날 미국에서 수북히 담겨진 허머스와 피타 비쥬얼만 상상하다가 좀 당황했다 크크크


음식으로 얼마나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지, 그로 인해 나누는 교감과 유대감이 얼마나 즐거운지 다시 한번 깊이 느낀 날.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저녁이었다! Special thanks to Chef Lim and H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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