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베이글과 환상궁합이기도 하며 각종 베이킹에 쓰이는 크림치즈, 필요할 때마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구입해서 쓰고 있다 어느 날 구글링 도중, 크림치즈 직접 만드는 법 발견. 우와 크림치즈도 직접 만들 수 있네! 하면서 보는데.......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안 그래도 파는 크림치즈의 끈적한 느낌과 불쾌한 시큼함이 좀 거슬렸었는데, 이 기회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크림치즈는 소프트치즈의 한 종류로써 오랜 발효기간을 거치지 않아 약간 달달하고 마일드한 맛이다(블루치즈의 완전 반대). 소프트치즈는 비약하자면 물 뺀 우유다. 잘 융화되어 있는 물과 단백질을 분리후 수분을 제거해 농도를 더 되직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물과 단백질을 분리시키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우유를 가열후 레몬즙 등의 산(acid)를 넣어주는 것.

그럼 준비물은?

완전 간단.

스테인레스(stainless) 냄비 넉넉한 사이즈
거즈 큰 사이즈 (50cm x 50cm 정도)
믹싱보울(체를 받치는 용도)
온도계

그럼 재료는?

역시 완전 간단.
(이렇게 하면 두컵 정도 나오니 필요한만큼에 따라 양 조절)

우유 1리터(1,000ml 혹은 큰 거 한통)
휘핑크림(첨가물 없는 것으로 - 유크림 100%) 500ml
레몬즙이나 식초 세큰술
소금 약간

시큼한 맛을 좋아할 경우 플레인 요구르트 한통
(연아가 선전하는 퓨어 이런 거 말고 설탕 등 완전 무첨가인 덴마크 플레인 요구르트 같은 것)


그럼 방법은?

이 역시 간단 -ㅅ-

1 우유와 휘핑크림, 소금을 냄비에 담아 잘 저어준다.
2 약불로 가열해 섭씨 85도가 될때까지 가열한다. 절대 끓으면 안됨.
3 85도가 되면 바로 불에서 내리고 레몬즙이나 식초를 넣고 잘 저어준다.
4 그대로 두시간 정도 상온에 놓아둔다. 두시간 정도 지나면 아래와 같이 분리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http://alineaphile.com>

5 거즈 - 체 - 믹싱보울을 3단계로 받치고 조심스럽게 붓는다. 가능하면 물은 어느정도 미리 따라내버린다. 약간의 더 시큼함을 원하는 분들은 플레인 요구르트를 먼저 섞고 부어준다.

6 젓거나 누르지 말고 서서히 물이 빠지기를 기다린다. 냄새가 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어놓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보통 적당한 시간. 옆에 놓고 뚫어져라 쳐다봐도 더 빨리 빠지지 않으니...

빠진 물은 요런 색깔과 느낌. 젓거나 누르면 우유 단백질까지 같이 빠져버린다.


파와 마늘만 씹으며 동굴에서 웅녀처럼 -ㅅ- 인내의 시간을 견디고 다음날 꺼내보면..........

짜잔!


여기다가 꿀 + 시나몬 + 호두를 섞어도 맛있고, 베이컨 + 파의 조합도 매우 근사하다. 물론 파인애플, 딸기 등의 과일도 딜리셔스! 참고로 유통기한은 3주 정도.

사실 시중에서 파는 크림치즈를 만드는 방법은 산을 직접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유산균류를 투입해 산도를 조절한다. 요 균들이 발효를 하면서 산도가 변하며 분리가 되는데, 집에서 조절이 좀 어려우므로 레몬즙이나 식초로 간단히 할 수 있다. 다만 잠깐의 발효로 얻어지는 시큼함이 부족할 수 있는데, 약간의 요구르트 첨가가 바로 그 부족함을 채워준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크림치즈는 무려 400여년전 프랑스에서 사용된 걸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후 영국, 미국에서도 발견되었다. 미국에서는 1872년 처음으로 뉴욕주에서 만들어졌으며, 그 유명한 필라델피아의 이름은 단지 그 당시 필라델피아 주가 제일 좋은 퀄리티의 음식과 식재료의 센터였기때문에 따왔다고 한다. 이렇게 역사가 긴 크림치즈, 이제는 우리도 집에서 만들어 먹자구!

베이글이 없어 아쉬운 대로 바게트에 푹~ 발라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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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글과 환상궁합이기도 하며 각종 베이킹에 쓰이는 크림치즈, 필요할 때마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구입해서 쓰고 있다 어느 날 구글링 도중, 크림치즈 직접 만드는 법 발견. 우와 크림치즈도 직접 만들 수 있네! 하면서 보는데.......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안 그래도 파는 크림치즈의 끈적한 느낌과 불쾌한 시큼함이 좀 거슬렸었는데, 이 기회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크림치즈는 소프트치즈의 한 종류로써 오랜 발효기간을 거치지 않아 약간 달달하고 마일드한 맛이다(블루치즈의 완전 반대). 소프트치즈는 비약하자면 물 뺀 우유다. 잘 융화되어 있는 물과 단백질을 분리후 수분을 제거해 농도를 더 되직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물과 단백질을 분리시키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우유를 가열후 레몬즙 등의 산(acid)를 넣어주는 것.

그럼 준비물은?

완전 간단.

스테인레스(stainless) 냄비 넉넉한 사이즈
거즈 큰 사이즈 (50cm x 50cm 정도)
믹싱보울(체를 받치는 용도)
온도계

그럼 재료는?

역시 완전 간단.
(이렇게 하면 두컵 정도 나오니 필요한만큼에 따라 양 조절)

우유 1리터(1,000ml 혹은 큰 거 한통)
휘핑크림(첨가물 없는 것으로 - 유크림 100%) 500ml
레몬즙이나 식초 세큰술
소금 약간

시큼한 맛을 좋아할 경우 플레인 요구르트 한통
(연아가 선전하는 퓨어 이런 거 말고 설탕 등 완전 무첨가인 덴마크 플레인 요구르트 같은 것)


그럼 방법은?

이 역시 간단 -ㅅ-

1 우유와 휘핑크림, 소금을 냄비에 담아 잘 저어준다.
2 약불로 가열해 섭씨 85도가 될때까지 가열한다. 절대 끓으면 안됨.
3 85도가 되면 바로 불에서 내리고 레몬즙이나 식초를 넣고 잘 저어준다.
4 그대로 두시간 정도 상온에 놓아둔다. 두시간 정도 지나면 아래와 같이 분리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http://alineaphile.com>

5 거즈 - 체 - 믹싱보울을 3단계로 받치고 조심스럽게 붓는다. 가능하면 물은 어느정도 미리 따라내버린다. 약간의 더 시큼함을 원하는 분들은 플레인 요구르트를 먼저 섞고 부어준다.

6 젓거나 누르지 말고 서서히 물이 빠지기를 기다린다. 냄새가 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어놓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보통 적당한 시간. 옆에 놓고 뚫어져라 쳐다봐도 더 빨리 빠지지 않으니...

빠진 물은 요런 색깔과 느낌. 젓거나 누르면 우유 단백질까지 같이 빠져버린다.


파와 마늘만 씹으며 동굴에서 웅녀처럼 -ㅅ- 인내의 시간을 견디고 다음날 꺼내보면..........

짜잔!


여기다가 꿀 + 시나몬 + 호두를 섞어도 맛있고, 베이컨 + 파의 조합도 매우 근사하다. 물론 파인애플, 딸기 등의 과일도 딜리셔스! 참고로 유통기한은 3주 정도.

사실 시중에서 파는 크림치즈를 만드는 방법은 산을 직접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유산균류를 투입해 산도를 조절한다. 요 균들이 발효를 하면서 산도가 변하며 분리가 되는데, 집에서 조절이 좀 어려우므로 레몬즙이나 식초로 간단히 할 수 있다. 다만 잠깐의 발효로 얻어지는 시큼함이 부족할 수 있는데, 약간의 요구르트 첨가가 바로 그 부족함을 채워준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크림치즈는 무려 400여년전 프랑스에서 사용된 걸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후 영국, 미국에서도 발견되었다. 미국에서는 1872년 처음으로 뉴욕주에서 만들어졌으며, 그 유명한 필라델피아의 이름은 단지 그 당시 필라델피아 주가 제일 좋은 퀄리티의 음식과 식재료의 센터였기때문에 따왔다고 한다. 이렇게 역사가 긴 크림치즈, 이제는 우리도 집에서 만들어 먹자구!

베이글이 없어 아쉬운 대로 바게트에 푹~ 발라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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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내심 백만컵과 노력 백만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가능은 없다는 걸 기억하며 동기부여용으로 돌덩이빵으로 시작해 제빵기능사 자격증까지 따게 된 필자의 일화를 잠시 감상하자. 지루하신 분은 바로 스킵해주시면 되겠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가 케익과 파이 등을 구우실 때마다 동경의 눈빛으로 쳐다봤던 나는 재료비를 충당할 재정적 능력이 생기면서 부엌을 밀가루 천지로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해 보이는 쿠키류부터 머핀, 스펀지 케익 등등. 레시피를 하나하나 시도해 볼 때마다 모양과 맛이 그런대로 괜찮게 나왔고, 베이킹 좀 한다, 라는 자만심이 약간씩 붙어갈 때쯤, 나를 좌절시킨 것이란 발로 발효빵.

파운드 케익이나 초콜렛칩 쿠키는 너무 쉬워서 재미없다, 라며 일부러 복잡한 레시피를 고르던 철없는 대학생이었던 난, 발효빵도 일부러 뭔가 더 있어보이는 베이글을 만들어보기로 결정했다.(지금 생각하면 참...) 열심히 레시피대로 치대고 둥글리고 구멍뚫고...그런데 하면서 잘 되고 있다, 라는 감이 통 오질 않는 것이다. 발효를 한시간 했는데 부풀지도 않고, 말랑한 느낌도 없고. 불안했지만 무식한 자신감으로 결국 오븐까지 골인. 오븐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버텨봤지만 허연 반죽덩이들은 베이글보다는 말라빠진 프렛즐에 더 가까운 모양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오븐에서 나온 녀석들은 밀가루 돌덩이라는 표현이 딱 적합했다. 얼굴을 붉히며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투하. 

그뒤로 대여섯번을 더 시도했지만 뽀송뽀송한 빵은 절대 나와주지 않았다. 돌덩이 같은 빵 두세번 굽고나니 이제는 약간 부풀어 오르긴 했는데 여전히 뻑뻑. 블로그들에 올라온 닭살같이 쭉쭉 찢어지는 빵결은 아예 꿈도 꾸지 못했다. 열심히 손으로 반죽을 치대느라 팔만 굵어질 뿐. 그 후 나는 아예 발효빵 자체를 포기하기로 생각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난 작년 여름, 불현듯 다시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는 모르겠고 그냥 막연히. 열씸히 반죽을 치대고 공을 들여 발효를 시키고...오호라, 감이 괜찮았다. 오븐에 넣고 몇 년전과 마찬가지로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어, 그런데 조금 지나니 뭔가 부풀어오르면서 빵빵해진다. 오호, 색깔도 노르스름 나름 빵스럽게 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20여분이 지난 후 두근두근 설레임을 안고 조심스럽게 꺼내 급한 마음에 얼른 빵을 썰어보았다. 오오, 빵스럽지 아니한가. 치아바타를 구웠는데 구멍 숭숭에 뽀송뽀송. 물론 간도 좀 안맞고 질긴 껍질에 빵결도 거칠었지만 나에게는 감동의 날이었다. 

<감격스런 첫 성공>

그 후 엄청난 탄력을 받은 나는 식빵에 베이글에 닥치는대로 시도하기 시작헀고, 곧 나름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오븐질>

그러나 계속되는 동생의 정직한 피드백. "그냥 먹을만 해." 

먹을만 해...먹을만 해...먹을만 해...먹을만 해...

내친김에 제대로 배워보자 생각을 하고 날씨가 선선해지기 시작한 늦여름, 집근처 제빵학원에 등록했다. 그것도 무려 자격증반. 토요일마다 대여섯시간씩 온갖 빵들을 구워보면서 혼자 인터넷 뒤져가며 할때는 상상도 못했던 소중한 노하우들과 팁들을 배우게 되었고, 결국 올해 2월, 감격스런 제빵기능사 자격증 시험에까지 합격했다. 이제 빵을 구워 먹이면 동생은 "아 또 먹으래!" 하면서도 "오 맛있네~"를 연발해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결국 결론은 하면 된다, 이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매뉴얼을 시작해보자. (백만년 걸려주시고)

버터와 설탕을 섞다가, 흰자 거품을 냈다가, 재료와 방법이 휙휙 바뀌는 머핀, 케익 등의 제과와 달리 제빵은 어떤 레시피던 대부분의 기본 절차가 똑같다. 그 절차는 크게 다음과 같다.

반죽 → 1차발효 → 휴지&성형 → 2차발효 → 굽기

그러나 많은 분들이 반죽과 특히 발효를 어려워하시며, 두세번의 실패 후에는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예 포기를 하시는 경우가 많다. 이 빵 반죽이라는 녀석은 민감해 조금이라도 뭔가 부족하면 원하는 퀄리티가 나와주지 않는다. 그러나 각 단계를 마스터해 한 번 성공하고 나면 제과보다 훨씬 덜 복잡하고 재료도 간단하며, 오히려 더 쉽게 느껴질 수 있다.

시리즈로 진행할 이 매뉴얼은 각각의 단계를 좀 더 심도있게 다룰 예정이다. 본인이 조금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면 해당 파트를 골라 정독해주시면 되겠다. 우선 오늘 intro에서는 전체 흐름을 살펴보도록 하자.

반죽 

밀가루, 이스트, 달걀 등 빵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잘 섞어주는 단계이다. 반죽의 주 목적은 이스트가 생성하는 가스가 고루고루 반죽을 팽창시킬 수 있도록 말랑하고 탄탄한 조직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마치 불기 쉽고 튼튼한 풍선을 만드는 것처럼. 아무리 풍선을 열심히 불어도 바람이 샌다던가, 너무 질기다면 잘 부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더 자세히 보기


1차발효 

반죽내의 이스트가 가스생성을 하도록 습하고 따뜻한 환경에 내버려두는 단계이다. 1차발효의 주 목적은 반죽에 공기를 불어넣어 전체적으로 부피감을 늘려주고 조직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주는 단계이다. 풍선을 본격적으로 불기전에 바람을 한 번 불어넣어줘서 워밍업 한다 생각하자. 더 자세히 보기


휴지&성형

휴지는 말 그대로 반죽을 잠시 쉬게 두는 단계이다. 치대고 부풀었다 줄었다 한 반죽은 바로 성형에 들어가면 오그라들어 작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휴지 후에는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을 한다. 성형 후에 그 모양대로 가스를 더 불어넣을 것이기 때문에 완성품의 부피와 모양보다 좀 더 납작하고 얇게 작업이 들어간다. 왼쪽 일러스트레이션은 식빵 성형 예시이다. 더 자세히 보기

2차발효

1차발효와 마찬가지로 반죽내의 이스트가 가스새성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단계이다. 2차발효의 주 목적은 성형한 반죽안에 마지막으로 가스를 불어넣어 최종 부피와 모양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오븐에 넣은 후 열이 오르면서 이스트들이 마지막 발악을 할 때 순간 가스를 확 방출하기 때문에 최종 부피의 80% 정도로 잡는다. 더 자세히 보기


굽기

말 그대로 가열된 오븐에 부풀린 반죽을 넣어 굽는 단계이다. 정성을 들여 치대고 부풀린 반죽을 열을 가해 굳혀주고 먹음직스런 갈색을 내는 것이다. 위에 얘기한대로 이스트들이 죽기 전까지 가스를 생성하므로 최종 반죽보다 좀 더 커져서 구워진다. 풍선으로 말하자면 80% 정도 불어둔 것을 열을 가해 공기를 팽창시키고 마지막으로 꽉 묶어줘서 공기가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더 자세히 보기


이제 차차 각 단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포스팅을 올릴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각 파트의 "더 자세히 보기" 링크를 클릭. 궁금한 점이나 수정/추가해야 할 내용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달아주시고, 다같이 닭살빵결을 위해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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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자신의 발 사진으로 유명한 발레리나 강수진의 갈라쇼를 보러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에 다녀와줬다. 공연 전 엘레강스한 옷차림에 좀 어울리지 않는 백년옥에서 두부비빔밥과 녹두전을 배불리 먹고 나니 공연중 졸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배에 힘을 주고 오랜만에 신어준 구두를 또각거리면서 오페라 극장으로 들어가니 그 안은 이미 수천명의 사람들로 웅성거림이 가득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아까 비빔밥의 고추장 기운이 입안에 맴돌았다. 젠장, 파스타를 먹을걸. 백을 뒤지며 껌을 열심히 찾고 있는데 종소리가 들리며 불이 어둑해지더니 순간 공연장 안은 암흑과 정적으로 가득찼다. 그 고요함 속에 부스럭대며 껌 종이따위를 깔 자신은 없어 그대로 껌을 손에 쥔채로 동작정지. 


공연 연출이 어둠을 너무 즐기시는지, 뭔가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오프닝이 터져주려는지, 기다림이 길어지자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터져나오고 사람들이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껌을 재빨리 입에 까서 넣어주고) 그 드라마틱함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해이해지는 집중력을 달래며 열심히 앞쪽을 응시하고 있던 찰나, 1층에서 반딧불떼처럼 하나 둘씩 켜지는 핸드폰 조명들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아래로 흘렀다. 순간 무대위에 무언가가 나타났고, 재빨리 고개를 들었으나 내가 기다리던 그 순간은 이미 놓쳐버렸고. 공연 내내 계속되는 핸드폰떼의 조명 테러 탓에 좀처럼 백프로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뭐가 그렇게 기다리는 급한 연락이 있으며, 뭐가 그렇게 급히 확인해야 하는 문자가 있단 말인가? 그래 없는데 그렇게 습관처럼 때와 장소 못가리고 열어보는 것 아닌가?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그 와중, 살짝 민망해지며 내 자신의 안 좋은 습관 하나가 생각났다. 바로 베이킹 도중 오븐을 계속해서 열어보는 나쁜 습관 말이다. 그래, 오븐에는 중간에 열지 않고 안을 볼 수 있게 작은 등이 하나 달려있긴 하지...그렇지만 작은 오븐 창으로는 오븐에 거의 뺨을 갖다붙혀도 전체가 잘 보이질 않고 답답하기 짝이 없으며, 자동차 유리처럼 어둡게 코팅되어 있어 색이 제대로 났는지 보이지가 않는단 말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흑흑흑...(아 이게 아니고.) 마치 받지 않는 남친 전화에 부재중 전화 이미 몇 통 찍어놓고, 그래 난 대인배니 한시간 넘게 하지 말아야지, 한 후 십분도 넘기질 못하고 다시 부재중 전화 한 통 찍는 것처럼. 5분전에는 안 받고 10분전에도 안 받았지만 지금 하면 받을테니까. 5분전에는 빵이 아직 허얬지만 지금 다시 열어보면 마술처럼 갈색으로 변해있을 테니까, 라는 이성으로 절대 설명 불가한 조급증 때문에 계속 열어보는 나쁜 습관 말이다.


자꾸 오븐을 열어보는 것이 좋지 않은 습관인 이유는 열고 닫기를 0.0001초내에 달성하지 않는 이상 열어볼때마다 오븐의 온도가 팍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게는 섭씨 2-30도씩 온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이는 촉촉하지 못한 쉬폰이나, 누르끼끼한 빵이나, 반죽 다 잘해놓고 무언가 상당히 맘에 들지 않는 실패감을 맛보기 딱 좋은 지름길인 것이다. 


공연 다음날, 브런치로 먹을 베이글 반죽을 하면서 이번에는 절대 중간에 오븐에 손도 안댈거야, 라고 머릿속에 각서를 썼다. 반죽을 오븐에 넣고 손톱을 깨물면서, 책을 읽으면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강아지랑 놀면서, 게임을 하면서, 동동거리면서 타이머가 울리기만을 기다렸다.(굽는 시간 20분도 안됨) 그러다 땡 치자마자 오븐 앞으로 달려가니 구수한 갈색의 둥그런 녀석들이 꺼내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강수진 언니 감사합니다!


ps. 베이글에 트위스트를 좀 주어봤다. 어떤가?

pps. 반대로 우리 강아지(사실 십년된 개님)는 하루종일 눈을 못 떴다. 뭘 했다고 피곤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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