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1. 주방에선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여러명이 움직이기 때문에 옆이나 뒤를 지나갈 때 끊임없이 서로 얘기를 해준다. 예를 들어 뜨거운 팬을 들고 이동할 때 HOT PAN!!! 이런 식으로. 그런데 제일 많이 하는 말은 바로 "Behind you"이다. 칼과 뜨거운 것들을 잡고 일을 하는 도중 서로 뒷걸음치거나 부딫히기라도 하면 다칠 위험이 크기에 지나가면서 미리 얘기를 해 주는 건데, 이게 습관이 되다보니...사람 붐비는 버스 정류장이나 거리를 지나다니면서도 Behind you Behind you 거린다 -_-;

2. 집에서 밥 해먹는데도 식기를 데우지 않으면 찜찜하다.

3. 집에 있는 스토브의 화력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답답하다. 아 밥해먹기가 점점 더 힘들다.

4. 집에 있는 냉장고를 매일 정리하고 청소해야 직성이 풀린다. 보통 미국 주방에서는 제일 상단부터 하단까지 정리 순서가 다음과 같다:
- 조리된 음식/소스/허브 -
- 과일/야채/채소 -
- 해산물/달걀(유제품들은 보통 다른 냉장고에 따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지만) -
- 가금류를 제외한 갈지 않은 육류 -
- 갈은 고기 -
- 닭 등의 가금류 -

집 냉장고도 대부분 이렇다 -_-; 물론 단백질이 종류별로 저렇게 다 있는 경우야 거의 없지만. 

5. 냉장고 한켠에는 육수를 만들기 위해 짜투리 야채들을 모아놓는 통이 따로 있다. 마늘 껍질 벗긴 거 모아두었다 육수낼 때 넣어주면 훌륭하다. 룸메이트가 요리하고 싸그리 쓰레기통으로 투하한 야채 짜투리들 보면 마음이 찢어진다.

ps. 오타 알려주신 미식의별님께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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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레스쁘아에서 스테이크를 다시 먹을 기회가 있었다. 반뼘은 되어보이는 정말 두툼한 안심. 잘라보니 겉은 거의 바삭할 정도의 진한 갈색이지만 중앙은 루비를 연상시키는 선홍빛. 멋진 그라데이션의 제대로 미디엄레어(개인적으로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굽기). 

<이미지 출처 - Google Image Search>

그런데 스테이크는 도대체 언제 원하는 상태가 되었는지 알까? 온도계를 찔러보자니 육즙이 새고(폼도 안나고) 시간을 재는 건 재료와 크기, 두께, 팬의 온도 등등등등 변수가 너무 많아 불가능하고. 제일 많이 이용되는 방법은 바로 핑거테스트(finger test). 한마디로 손으로 눌러 고기의 푹신함을 테스트하는 것. 그렇지만 사실 어느 정도 익은 후에는 그 차이가 매우 미세해 연습에 연습을 통해 정말 고기와 친해져야지만 미디엄레어와 미디엄의 차이를 날렵히 찝어낼 수가 있다. 

심지어 이런 차트도. 실제 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Google Image Search>

주방에서 기구보다는 사람의 감각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더 빠르기도 하고, 많은 변수들에 의해 그때그때 다른 온도나 간으로 맞춰야 할때도 있고. 무엇보다 고기의 푹신함의 정도, 소스가 흐르는 정도, 데친 숙주의 투명한 정도, 반죽의 말랑한 정도, 이걸 잴 수 있는 도구는 손가락 감각 외에는 없지 않는가? 매뉴얼을 만든다 하더라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약간 말랑, 살짝 말랑, 상당히 말랑, 꽤 말랑, 아주 말랑, 심하게 말랑, 너무 말랑..........이 정도. 거기다가 결국 추가 묘사가 들어간다 하더라도 잘 익은 토마토, 지점토 반죽 등 이전에 손으로 만져본 적이 있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심지어 미국 요리학교 CIA의 Pardus 셰프가 실제 클래스에서 새우를 삶는 것에 대해 강의하는 동영상을 보자. 새우를 너무 뜨거운 물에 삶으면 고무처럼 단단해지기 때문에 좀 더 낮은 온도의 물에서 포칭(poaching)을 시키는데, 이때 적절한 물 온도를 맞추는 방법은 온도계가 아닌 ouch-hot 방법. 손가락을 담갔을 때 화상을 입거나 으 뜨거운데가 아닌, 앗 뜨거!의 느낌이 와야 적절한 온도란다. 으핫.

이런 "감"이 필요한 요리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요리는 감각이 있어야만 한다는데, 여기서 말하는 "감"은 타고난 것이 아닌 무수한 반복을 통해서 몸에 쌓이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김연아가 태어났을 때부터 점프를 잘 뛴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적절한 타이밍과 파워 등의 "감"이 몸에 밴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감각은 놀랄만큼의 적응력과 발달능력이 있기 때문에 결국 훈련시키기 나름이다. 사실 이것은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쓰는 맛소금 대신 천일염을 사왔는데, 평소와 동량을 썼더니 싱거워 양을 늘려 간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재료와 음식에 내 몸이 반응하는 교감의 시작이다. 요리를 하면 할수록 이 "감"들이 몸에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데, 어느 순간 예전보다 작은 차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발전해가는 그 즐거움이란!

ps. 난 개인적으로 제일 오래한 작업이 빵 반죽인데, 처음 밀가루와 물을 섞을때 손가락을 꽉꽉 찔러주며 반죽 제일 내부의 습도를 체크하며 치대게 된다. 손가락 끝으로 마른 정도를 느끼며 밀가루와 교감(...)을 하게 되는데 이때 가끔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들이 새(?)를 탈때 서로 안테나(?)를 붙이는 장면이 생각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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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곧 추석이 다가오고 동생도 모처럼 때맞춰 휴가를 나오게 되면서 우리집은 벌써부터 음식준비에 바빠지고 있다. 명절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주인공은 고사리, 돼지고기, 김치 등을 넣어 바삭쫄깃하게 부친 녹두빈대떡. 요새는 백화점에 아예 빈대떡 반죽을 포장해 팔더만, 우리집은 변함없이 매년 생녹두를 사다 직접 갈아 반죽을 만든다. 대야 한 가득 담긴 녹두를 몇시간 내내 불리고, 껍질을 까고, 믹서기로 갈고, 들어가는 재료를 손질하고 섞으면 반죽 완성. 그러면 부엌바닥에 신문지를 쫙 깔고, 식용유 큼직한 병 하나를 갖다놓고 널찍한 팬에다 부치기 시작하는데, 온 집안이 곧 고소한 기름냄새로 진동하기 시작한다. 


나랑 내 동생이 어렸을 땐 옆에 앉아 입천장을 디어가며 팬에서 방금 지져낸 바삭한 빈대떡을 집어먹기 바빴다. 그 고소한 녹두의 맛이란! 거기다가 간간히 씹히는 곰곰하고 아삭한 김치와 부드러운 돼지고기까지. 그렇게 정신없이 몇개를 연달아 먹고 나면 배가 불러왔고, 욕심에 한 입 더 베어물고 남기는 만용까지. 잘 먹기만 해도 부모님이 기뻐하셨던 그 땐 이 맛있는 빈대떡이 얼마나 심각히 손이 가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절대 몰랐다.


한살두살 나이를 먹어가며 우리가 빈대떡에 기여하는 참여도는 조금씩 늘어갔다. 처음에는 집게, 키친타월 등 필요한 걸 나르는 심부름. 그 후에는 한 김 식은 빈대떡들을 한구석으로 정렬시키고 새로 부치는 뜨거운 녀석들을 위해 새로이 키친타월 깔아주기. 반죽 물이 위로 올라오면 잘 저어줘서 다시 농도 맞춰 주기. 그러다 어느 날, 녹두껍질을 까던 어머니가 부르심.

"자, 이 나머지 좀 까봐라. 손을 너무 쓰면 쉬어버리니까 살살 다루고."

까짓거, 하고 앉았는데 윽, 이게 보통일이 아닌 것이다. 녹두를 물에 담가 살살 저어가며 떠오르는 껍질들을 체로 건지고, 또 슬슬 비벼가며 껍질을 벗기고, 또 체로 건지고. 한시간 정도 하다보니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그렇게 삼십분이 흐르고, 또 한시간이 지나고. 식탁 위 전등 하나 키고 난 세시간째 벌건 눈을 하고 녹두껍질을 까고 있었다. 사실 껍질이 약간은 있어도 별 지장없고 푸르고 텁텁하지 않을 정도로 골라내면 되는데 한번 발동걸리면 멈출 줄 모르는 이 완벽주의 때문에 결국 100% 껍질 다 벗겨버림.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기절했다.


아침에 녹두를 보신 어머니는 감탄을 하셨고 그 다음부터 녹두껍질을 까는 것은 매년 내 몫이 되었다.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마나 힘들게 노릇한 색이 나오는지 알기 때문에 빈대떡의 후덜덜한 귀중함을 느끼며 더 맛있게 먹게 되는 건 사실이다. 몇시간째 껍질을 까다 보면 깐 녹두 한 알만 개수대로 흘려보내도 마치 금싸라기를 흘린 느낌(녹두알들이 정말 금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녹두로 만든 반죽이기에 굽다가 반죽을 흘리거나 명절손님이 식사중 빈대떡 한입을 남기기라도 하면 그 순간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확 뒷골이 땡김. 

커피 한 잔 내리는 원두를 얼마나 세심히 골라내는지, 파스타 소스에 들어가는 토마토 한 알 한 알의 껍질을 일일이 벗겨야 하는 사실 등을 알고 나면 정말 음식을 남길 때 가슴이 찢어진다. 매번 하는 얘기지만, 단말기처럼 완제품만 섭취하는 소비자로써 그 뒤에 숨겨진 긴 작업시간과 정성을 알기란 너무 어렵다. 그렇지만 그걸 조금이라도 경험해 보면 더 이상 그 음식이 같은 맛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접시에 담긴 음식의 사진 한 장이 아닌, 그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이 눈앞에 파노라마로 지나가며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그 만큼 더 깊어지는 그 음식의 가치와 맛. 

요리를 하는 건 물론 재미도 있고 어쩔 땐 절약도 된다. 물론 더 맛있을 수도 있고 원하는 재료를 좀 더 풍성히 넣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요리를 즐겨하는 이유는 바로 그 음식에 대한 나의 이해와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ps. 그러나 내 동생은 휴가나와서 부치기가 무섭게 우적우적 먹기만 할 것이 뻔하고, 녹두껍질을 까봐야, 아 이래서 우리 어무이가 빈대떡 먹고 싶다면 한숨부터 쉬시는구나,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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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곧 추석이 다가오고 동생도 모처럼 때맞춰 휴가를 나오게 되면서 우리집은 벌써부터 음식준비에 바빠지고 있다. 명절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주인공은 고사리, 돼지고기, 김치 등을 넣어 바삭쫄깃하게 부친 녹두빈대떡. 요새는 백화점에 아예 빈대떡 반죽을 포장해 팔더만, 우리집은 변함없이 매년 생녹두를 사다 직접 갈아 반죽을 만든다. 대야 한 가득 담긴 녹두를 몇시간 내내 불리고, 껍질을 까고, 믹서기로 갈고, 들어가는 재료를 손질하고 섞으면 반죽 완성. 그러면 부엌바닥에 신문지를 쫙 깔고, 식용유 큼직한 병 하나를 갖다놓고 널찍한 팬에다 부치기 시작하는데, 온 집안이 곧 고소한 기름냄새로 진동하기 시작한다. 


나랑 내 동생이 어렸을 땐 옆에 앉아 입천장을 디어가며 팬에서 방금 지져낸 바삭한 빈대떡을 집어먹기 바빴다. 그 고소한 녹두의 맛이란! 거기다가 간간히 씹히는 곰곰하고 아삭한 김치와 부드러운 돼지고기까지. 그렇게 정신없이 몇개를 연달아 먹고 나면 배가 불러왔고, 욕심에 한 입 더 베어물고 남기는 만용까지. 잘 먹기만 해도 부모님이 기뻐하셨던 그 땐 이 맛있는 빈대떡이 얼마나 심각히 손이 가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절대 몰랐다.


한살두살 나이를 먹어가며 우리가 빈대떡에 기여하는 참여도는 조금씩 늘어갔다. 처음에는 집게, 키친타월 등 필요한 걸 나르는 심부름. 그 후에는 한 김 식은 빈대떡들을 한구석으로 정렬시키고 새로 부치는 뜨거운 녀석들을 위해 새로이 키친타월 깔아주기. 반죽 물이 위로 올라오면 잘 저어줘서 다시 농도 맞춰 주기. 그러다 어느 날, 녹두껍질을 까던 어머니가 부르심.

"자, 이 나머지 좀 까봐라. 손을 너무 쓰면 쉬어버리니까 살살 다루고."

까짓거, 하고 앉았는데 윽, 이게 보통일이 아닌 것이다. 녹두를 물에 담가 살살 저어가며 떠오르는 껍질들을 체로 건지고, 또 슬슬 비벼가며 껍질을 벗기고, 또 체로 건지고. 한시간 정도 하다보니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그렇게 삼십분이 흐르고, 또 한시간이 지나고. 식탁 위 전등 하나 키고 난 세시간째 벌건 눈을 하고 녹두껍질을 까고 있었다. 사실 껍질이 약간은 있어도 별 지장없고 푸르고 텁텁하지 않을 정도로 골라내면 되는데 한번 발동걸리면 멈출 줄 모르는 이 완벽주의 때문에 결국 100% 껍질 다 벗겨버림.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기절했다.


아침에 녹두를 보신 어머니는 감탄을 하셨고 그 다음부터 녹두껍질을 까는 것은 매년 내 몫이 되었다.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마나 힘들게 노릇한 색이 나오는지 알기 때문에 빈대떡의 후덜덜한 귀중함을 느끼며 더 맛있게 먹게 되는 건 사실이다. 몇시간째 껍질을 까다 보면 깐 녹두 한 알만 개수대로 흘려보내도 마치 금싸라기를 흘린 느낌(녹두알들이 정말 금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녹두로 만든 반죽이기에 굽다가 반죽을 흘리거나 명절손님이 식사중 빈대떡 한입을 남기기라도 하면 그 순간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확 뒷골이 땡김. 

커피 한 잔 내리는 원두를 얼마나 세심히 골라내는지, 파스타 소스에 들어가는 토마토 한 알 한 알의 껍질을 일일이 벗겨야 하는 사실 등을 알고 나면 정말 음식을 남길 때 가슴이 찢어진다. 매번 하는 얘기지만, 단말기처럼 완제품만 섭취하는 소비자로써 그 뒤에 숨겨진 긴 작업시간과 정성을 알기란 너무 어렵다. 그렇지만 그걸 조금이라도 경험해 보면 더 이상 그 음식이 같은 맛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접시에 담긴 음식의 사진 한 장이 아닌, 그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이 눈앞에 파노라마로 지나가며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그 만큼 더 깊어지는 그 음식의 가치와 맛. 

요리를 하는 건 물론 재미도 있고 어쩔 땐 절약도 된다. 물론 더 맛있을 수도 있고 원하는 재료를 좀 더 풍성히 넣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요리를 즐겨하는 이유는 바로 그 음식에 대한 나의 이해와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ps. 그러나 내 동생은 휴가나와서 부치기가 무섭게 우적우적 먹기만 할 것이 뻔하고, 녹두껍질을 까봐야, 아 이래서 우리 어무이가 빈대떡 먹고 싶다면 한숨부터 쉬시는구나,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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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추석이 다가오고 동생도 모처럼 때맞춰 휴가를 나오게 되면서 우리집은 벌써부터 음식준비에 바빠지고 있다. 명절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주인공은 고사리, 돼지고기, 김치 등을 넣어 바삭쫄깃하게 부친 녹두빈대떡. 요새는 백화점에 아예 빈대떡 반죽을 포장해 팔더만, 우리집은 변함없이 매년 생녹두를 사다 직접 갈아 반죽을 만든다. 대야 한 가득 담긴 녹두를 몇시간 내내 불리고, 껍질을 까고, 믹서기로 갈고, 들어가는 재료를 손질하고 섞으면 반죽 완성. 그러면 부엌바닥에 신문지를 쫙 깔고, 식용유 큼직한 병 하나를 갖다놓고 널찍한 팬에다 부치기 시작하는데, 온 집안이 곧 고소한 기름냄새로 진동하기 시작한다. 


나랑 내 동생이 어렸을 땐 옆에 앉아 입천장을 디어가며 팬에서 방금 지져낸 바삭한 빈대떡을 집어먹기 바빴다. 그 고소한 녹두의 맛이란! 거기다가 간간히 씹히는 곰곰하고 아삭한 김치와 부드러운 돼지고기까지. 그렇게 정신없이 몇개를 연달아 먹고 나면 배가 불러왔고, 욕심에 한 입 더 베어물고 남기는 만용까지. 잘 먹기만 해도 부모님이 기뻐하셨던 그 땐 이 맛있는 빈대떡이 얼마나 심각히 손이 가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절대 몰랐다.


한살두살 나이를 먹어가며 우리가 빈대떡에 기여하는 참여도는 조금씩 늘어갔다. 처음에는 집게, 키친타월 등 필요한 걸 나르는 심부름. 그 후에는 한 김 식은 빈대떡들을 한구석으로 정렬시키고 새로 부치는 뜨거운 녀석들을 위해 새로이 키친타월 깔아주기. 반죽 물이 위로 올라오면 잘 저어줘서 다시 농도 맞춰 주기. 그러다 어느 날, 녹두껍질을 까던 어머니가 부르심.

"자, 이 나머지 좀 까봐라. 손을 너무 쓰면 쉬어버리니까 살살 다루고."

까짓거, 하고 앉았는데 윽, 이게 보통일이 아닌 것이다. 녹두를 물에 담가 살살 저어가며 떠오르는 껍질들을 체로 건지고, 또 슬슬 비벼가며 껍질을 벗기고, 또 체로 건지고. 한시간 정도 하다보니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그렇게 삼십분이 흐르고, 또 한시간이 지나고. 식탁 위 전등 하나 키고 난 세시간째 벌건 눈을 하고 녹두껍질을 까고 있었다. 사실 껍질이 약간은 있어도 별 지장없고 푸르고 텁텁하지 않을 정도로 골라내면 되는데 한번 발동걸리면 멈출 줄 모르는 이 완벽주의 때문에 결국 100% 껍질 다 벗겨버림.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기절했다.


아침에 녹두를 보신 어머니는 감탄을 하셨고 그 다음부터 녹두껍질을 까는 것은 매년 내 몫이 되었다.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마나 힘들게 노릇한 색이 나오는지 알기 때문에 빈대떡의 후덜덜한 귀중함을 느끼며 더 맛있게 먹게 되는 건 사실이다. 몇시간째 껍질을 까다 보면 깐 녹두 한 알만 개수대로 흘려보내도 마치 금싸라기를 흘린 느낌(녹두알들이 정말 금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녹두로 만든 반죽이기에 굽다가 반죽을 흘리거나 명절손님이 식사중 빈대떡 한입을 남기기라도 하면 그 순간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확 뒷골이 땡김. 

커피 한 잔 내리는 원두를 얼마나 세심히 골라내는지, 파스타 소스에 들어가는 토마토 한 알 한 알의 껍질을 일일이 벗겨야 하는 사실 등을 알고 나면 정말 음식을 남길 때 가슴이 찢어진다. 매번 하는 얘기지만, 단말기처럼 완제품만 섭취하는 소비자로써 그 뒤에 숨겨진 긴 작업시간과 정성을 알기란 너무 어렵다. 그렇지만 그걸 조금이라도 경험해 보면 더 이상 그 음식이 같은 맛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접시에 담긴 음식의 사진 한 장이 아닌, 그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이 눈앞에 파노라마로 지나가며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그 만큼 더 깊어지는 그 음식의 가치와 맛. 

요리를 하는 건 물론 재미도 있고 어쩔 땐 절약도 된다. 물론 더 맛있을 수도 있고 원하는 재료를 좀 더 풍성히 넣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요리를 즐겨하는 이유는 바로 그 음식에 대한 나의 이해와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ps. 그러나 내 동생은 휴가나와서 부치기가 무섭게 우적우적 먹기만 할 것이 뻔하고, 녹두껍질을 까봐야, 아 이래서 우리 어무이가 빈대떡 먹고 싶다면 한숨부터 쉬시는구나,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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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추석이 다가오고 동생도 모처럼 때맞춰 휴가를 나오게 되면서 우리집은 벌써부터 음식준비에 바빠지고 있다. 명절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주인공은 고사리, 돼지고기, 김치 등을 넣어 바삭쫄깃하게 부친 녹두빈대떡. 요새는 백화점에 아예 빈대떡 반죽을 포장해 팔더만, 우리집은 변함없이 매년 생녹두를 사다 직접 갈아 반죽을 만든다. 대야 한 가득 담긴 녹두를 몇시간 내내 불리고, 껍질을 까고, 믹서기로 갈고, 들어가는 재료를 손질하고 섞으면 반죽 완성. 그러면 부엌바닥에 신문지를 쫙 깔고, 식용유 큼직한 병 하나를 갖다놓고 널찍한 팬에다 부치기 시작하는데, 온 집안이 곧 고소한 기름냄새로 진동하기 시작한다. 


나랑 내 동생이 어렸을 땐 옆에 앉아 입천장을 디어가며 팬에서 방금 지져낸 바삭한 빈대떡을 집어먹기 바빴다. 그 고소한 녹두의 맛이란! 거기다가 간간히 씹히는 곰곰하고 아삭한 김치와 부드러운 돼지고기까지. 그렇게 정신없이 몇개를 연달아 먹고 나면 배가 불러왔고, 욕심에 한 입 더 베어물고 남기는 만용까지. 잘 먹기만 해도 부모님이 기뻐하셨던 그 땐 이 맛있는 빈대떡이 얼마나 심각히 손이 가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절대 몰랐다.


한살두살 나이를 먹어가며 우리가 빈대떡에 기여하는 참여도는 조금씩 늘어갔다. 처음에는 집게, 키친타월 등 필요한 걸 나르는 심부름. 그 후에는 한 김 식은 빈대떡들을 한구석으로 정렬시키고 새로 부치는 뜨거운 녀석들을 위해 새로이 키친타월 깔아주기. 반죽 물이 위로 올라오면 잘 저어줘서 다시 농도 맞춰 주기. 그러다 어느 날, 녹두껍질을 까던 어머니가 부르심.

"자, 이 나머지 좀 까봐라. 손을 너무 쓰면 쉬어버리니까 살살 다루고."

까짓거, 하고 앉았는데 윽, 이게 보통일이 아닌 것이다. 녹두를 물에 담가 살살 저어가며 떠오르는 껍질들을 체로 건지고, 또 슬슬 비벼가며 껍질을 벗기고, 또 체로 건지고. 한시간 정도 하다보니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그렇게 삼십분이 흐르고, 또 한시간이 지나고. 식탁 위 전등 하나 키고 난 세시간째 벌건 눈을 하고 녹두껍질을 까고 있었다. 사실 껍질이 약간은 있어도 별 지장없고 푸르고 텁텁하지 않을 정도로 골라내면 되는데 한번 발동걸리면 멈출 줄 모르는 이 완벽주의 때문에 결국 100% 껍질 다 벗겨버림.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기절했다.


아침에 녹두를 보신 어머니는 감탄을 하셨고 그 다음부터 녹두껍질을 까는 것은 매년 내 몫이 되었다.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마나 힘들게 노릇한 색이 나오는지 알기 때문에 빈대떡의 후덜덜한 귀중함을 느끼며 더 맛있게 먹게 되는 건 사실이다. 몇시간째 껍질을 까다 보면 깐 녹두 한 알만 개수대로 흘려보내도 마치 금싸라기를 흘린 느낌(녹두알들이 정말 금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녹두로 만든 반죽이기에 굽다가 반죽을 흘리거나 명절손님이 식사중 빈대떡 한입을 남기기라도 하면 그 순간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확 뒷골이 땡김. 

커피 한 잔 내리는 원두를 얼마나 세심히 골라내는지, 파스타 소스에 들어가는 토마토 한 알 한 알의 껍질을 일일이 벗겨야 하는 사실 등을 알고 나면 정말 음식을 남길 때 가슴이 찢어진다. 매번 하는 얘기지만, 단말기처럼 완제품만 섭취하는 소비자로써 그 뒤에 숨겨진 긴 작업시간과 정성을 알기란 너무 어렵다. 그렇지만 그걸 조금이라도 경험해 보면 더 이상 그 음식이 같은 맛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접시에 담긴 음식의 사진 한 장이 아닌, 그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이 눈앞에 파노라마로 지나가며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그 만큼 더 깊어지는 그 음식의 가치와 맛. 

요리를 하는 건 물론 재미도 있고 어쩔 땐 절약도 된다. 물론 더 맛있을 수도 있고 원하는 재료를 좀 더 풍성히 넣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요리를 즐겨하는 이유는 바로 그 음식에 대한 나의 이해와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ps. 그러나 내 동생은 휴가나와서 부치기가 무섭게 우적우적 먹기만 할 것이 뻔하고, 녹두껍질을 까봐야, 아 이래서 우리 어무이가 빈대떡 먹고 싶다면 한숨부터 쉬시는구나,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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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곧 추석이 다가오고 동생도 모처럼 때맞춰 휴가를 나오게 되면서 우리집은 벌써부터 음식준비에 바빠지고 있다. 명절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주인공은 고사리, 돼지고기, 김치 등을 넣어 바삭쫄깃하게 부친 녹두빈대떡. 요새는 백화점에 아예 빈대떡 반죽을 포장해 팔더만, 우리집은 변함없이 매년 생녹두를 사다 직접 갈아 반죽을 만든다. 대야 한 가득 담긴 녹두를 몇시간 내내 불리고, 껍질을 까고, 믹서기로 갈고, 들어가는 재료를 손질하고 섞으면 반죽 완성. 그러면 부엌바닥에 신문지를 쫙 깔고, 식용유 큼직한 병 하나를 갖다놓고 널찍한 팬에다 부치기 시작하는데, 온 집안이 곧 고소한 기름냄새로 진동하기 시작한다. 


나랑 내 동생이 어렸을 땐 옆에 앉아 입천장을 디어가며 팬에서 방금 지져낸 바삭한 빈대떡을 집어먹기 바빴다. 그 고소한 녹두의 맛이란! 거기다가 간간히 씹히는 곰곰하고 아삭한 김치와 부드러운 돼지고기까지. 그렇게 정신없이 몇개를 연달아 먹고 나면 배가 불러왔고, 욕심에 한 입 더 베어물고 남기는 만용까지. 잘 먹기만 해도 부모님이 기뻐하셨던 그 땐 이 맛있는 빈대떡이 얼마나 심각히 손이 가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절대 몰랐다.


한살두살 나이를 먹어가며 우리가 빈대떡에 기여하는 참여도는 조금씩 늘어갔다. 처음에는 집게, 키친타월 등 필요한 걸 나르는 심부름. 그 후에는 한 김 식은 빈대떡들을 한구석으로 정렬시키고 새로 부치는 뜨거운 녀석들을 위해 새로이 키친타월 깔아주기. 반죽 물이 위로 올라오면 잘 저어줘서 다시 농도 맞춰 주기. 그러다 어느 날, 녹두껍질을 까던 어머니가 부르심.

"자, 이 나머지 좀 까봐라. 손을 너무 쓰면 쉬어버리니까 살살 다루고."

까짓거, 하고 앉았는데 윽, 이게 보통일이 아닌 것이다. 녹두를 물에 담가 살살 저어가며 떠오르는 껍질들을 체로 건지고, 또 슬슬 비벼가며 껍질을 벗기고, 또 체로 건지고. 한시간 정도 하다보니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그렇게 삼십분이 흐르고, 또 한시간이 지나고. 식탁 위 전등 하나 키고 난 세시간째 벌건 눈을 하고 녹두껍질을 까고 있었다. 사실 껍질이 약간은 있어도 별 지장없고 푸르고 텁텁하지 않을 정도로 골라내면 되는데 한번 발동걸리면 멈출 줄 모르는 이 완벽주의 때문에 결국 100% 껍질 다 벗겨버림.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기절했다.


아침에 녹두를 보신 어머니는 감탄을 하셨고 그 다음부터 녹두껍질을 까는 것은 매년 내 몫이 되었다.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마나 힘들게 노릇한 색이 나오는지 알기 때문에 빈대떡의 후덜덜한 귀중함을 느끼며 더 맛있게 먹게 되는 건 사실이다. 몇시간째 껍질을 까다 보면 깐 녹두 한 알만 개수대로 흘려보내도 마치 금싸라기를 흘린 느낌(녹두알들이 정말 금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녹두로 만든 반죽이기에 굽다가 반죽을 흘리거나 명절손님이 식사중 빈대떡 한입을 남기기라도 하면 그 순간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확 뒷골이 땡김. 

커피 한 잔 내리는 원두를 얼마나 세심히 골라내는지, 파스타 소스에 들어가는 토마토 한 알 한 알의 껍질을 일일이 벗겨야 하는 사실 등을 알고 나면 정말 음식을 남길 때 가슴이 찢어진다. 매번 하는 얘기지만, 단말기처럼 완제품만 섭취하는 소비자로써 그 뒤에 숨겨진 긴 작업시간과 정성을 알기란 너무 어렵다. 그렇지만 그걸 조금이라도 경험해 보면 더 이상 그 음식이 같은 맛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접시에 담긴 음식의 사진 한 장이 아닌, 그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이 눈앞에 파노라마로 지나가며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그 만큼 더 깊어지는 그 음식의 가치와 맛. 

요리를 하는 건 물론 재미도 있고 어쩔 땐 절약도 된다. 물론 더 맛있을 수도 있고 원하는 재료를 좀 더 풍성히 넣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요리를 즐겨하는 이유는 바로 그 음식에 대한 나의 이해와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ps. 그러나 내 동생은 휴가나와서 부치기가 무섭게 우적우적 먹기만 할 것이 뻔하고, 녹두껍질을 까봐야, 아 이래서 우리 어무이가 빈대떡 먹고 싶다면 한숨부터 쉬시는구나,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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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부모님이랑 얘기할 때마다 요리요리요리요리거리고 있는데, 어느 날 집에 오니 어머니가 보여줄 것이 있다면서 작은 봉투 하나를 건네주셨다. 꺼내어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쯤 그렸던 레시피 만화였다. 한장한장 넘겨보면서 마구 오그라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정말 어릴때부터 이걸 좋아했었구나, 라는 안도감과 희열이 느껴지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보면 끼워맞추는 걸수도 있겠지만, 요새 한창 꿈과 현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였는데, 근래 제일 결정적인 동기부여가 되었던 듯 싶다. 

여튼, 너무나 웃겨서 스캔해 공유해 드린다. 고구마치즈튀김 레시피 카툰 즐감상!


그런데 이 정체불명의 레시피는 도대체 어디서 본거지? 
and thanks to m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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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은 맛있는 만큼 참 다루기가 까다로운 존재다. 달걀로 부엌에서 하는 작업들을 생각해보자. 우선 껍질 들어가지 않게 잘 깨뜨리기, 노른자 터트리지 않고 예쁘게 후라이 부치기, 각잡아서 반듯한 계란말이 만들기, 노른자가 가운데 오고 푸른끼 없이 달걀 삶기, 원하는 정도로 알맞게 반숙하기, 흰자거품 단단하게 내기, 얄팍하게 지단 부치기 등등 좀체 수월한 것이 없다. 게다가 흰자라도 바닥에 흘렸을 경우 박박 문질러 비누칠해서 닦지 않는 이상 계속 미끄덩 미끄덩. (좋은 팁 있음 공유좀 플리즈)

달걀이 이렇게 다루기가 어려운 이유는 힘과 열에 매우 예민하기 때문이다. 계란 후라이를 예로 들어보자. 어느 저녁, 별다른 반찬이 없어 후라이나 해먹으려고 달걀을 하나 꺼내고 팬을 불에 올려놓는다. 기름을 휘 둘러주고 잠깐 핸드폰이랑 놀다가 손을 올려보니 뜨겁게 달궈졌다. 의기양양하게 후라이팬 가장자리에 달걀을 터프하게 탁탁 두드려 깬다. 달걀이 팬위로 퍼지며 뜨거운 기름에 흰자가 치직거리며 하얗게 익는다. 엇 껍질이 들어갔다. 손가락으로 빼내려는데 미끄덩거리기만 하고 자꾸 빠져나간다. 그러다보니 흰자는 다 익어버려 껍질이 보이질 않는다. 에잇, 모르겠다. 포기하고 윗면을 슬쩍 익혀주려 뒤집으려는 찰나, 어라, 흰자가 바닥에 붙었다. 뒤집개로 밑면을 몇번 퍽퍽 긁어주니 떨어진다. 그런데 너무 터프하게 긁었는지 노른자가 다 터져서 마구 흐른다. 대충 벅벅 긁어서 익혀준 다음에 얼른 그릇에 담고 누가 내 처참한 요리감각을 눈치챌까봐 두입에 끝내버린다. 

상상했던 후라이
<출처: http://whatscookingamerica.net>

현실속의 후라이
<출처: http://whatupduck.com>

계란후라이 따위야 컵라면 정도로 쉬운거 아닌가, 하며 좌절한다. 그러나 그럴 필요 없다. 달걀은 절대 다루기 쉬운 존재가 아니기 떄문이다. 위의 예에서 가장 큰 실수 하나, 너무 처음부터 열을 세게 가했다. 여자들도 너무 처음부터 들이대면 호감있다가도 완전 비협조적으로 나오지 않는가. 거기다가 너무 터프하게 다뤘다. 스킨쉽과 똑같단 말이다! (응?)

여튼,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달걀은 삶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지 몇초만에 익어버리기 때문에 원하는 색이나 형태를 살리려면 극도의 정교함과 스피드가 필요하다. 항상 같은 세기의 불이 아니라 세게 할 때와 약하게 할 때를 잘 알아서 불 조절을 하고, 민첩하게 해야 한다. 한마디로 밀당을 잘해야 한다.

그럼 아래와 같은 오믈렛은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냐고?
 


달걀 두세개를 멍울 없이 젓가락으로 잘 풀어준다. 고운 체에 한 번 내려 알끈을 제거한 후, 생크림이나 우유를 한큰술 추가해 약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거기에 소금과 백후추로 간 잊지 마시고.

을 중불 달궈주는데, 약 지름 15-18cm의 둥근 후라이팬이 좋다. 버터 반큰술과 기름 반큰술을 둘러준다. 버터만 하면 발연점(기름이 연기가 나는 온도)이 낮아서 쉽게 타고, 기름만 하면 너무 미끄럽고 버터의 고소한 맛이 없다. 바닥만이 아닌 가장자리도 잘 기름칠을 해주신다. 

을 살짝만 낮추고, 한큰술 정도를 남겨 놓은 나머지 달걀 푼 것을 한번에 스르륵 부어준다. 가장자리가 익는 것이 보일때 바로 빠르게 나무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주며 몽글몽글하게 스크램블을 만든다. 몽글이들이 한 엄지손톱만한 것이 좋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아직 달걀물이 촉촉하고 빤짝이게 고여있는 정도로만 익혀줘야 한다는 것이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몽글몽글 볼륨이 제대로 안나고, 너무 높으면 정말 5초 이내에 다 꾸덕하게 굳어버린다.) 너무 굳지는 않았는데 촉촉한 달걀물이 고인것이 안보이면 아까 남겨뒀단 달걀물을 마저 부어준다.

재빨리 을 제일 약하게 줄인다. 이때 팬이 많이 달궈져 있거나 열전도가 오래가는 팬이라면 불에서 바로 띄어준다. 몽글몽글한 스크램블 덩어리들을 납작하게 넓은 타원형으로 모양을 잡아준다. 그 다음에 후라이팬 손잡이의 반대쪽 가장자리로 슬쩍슬쩍 밀어준다. 달걀의 가장자리가 팬의 옆면에 걸쳐질정도로 밀어졌으면 후라이팬을 살짝 기울여 그 가장자리 밑면이 먼저 익도록 해준다. 아랫면이 얇게 굳어졌으면 주걱이나 스패츌라로 가장자리를 접어주며 안으로 만다. 그리고 반대쪽에서 가장자리 쪽으로 한번 더 밀어준 후 다시 안으로 마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다시 밀고 말고 한 후 계속 살짝씩 밀어주면 얘가 저절로 말리기 시작한다. 길쭉한 럭비공 모양으로 다 말아졌으면 여전히 가장자리에 놓고 살살 굴려주며 팬을 기울였다 눕혔다 하면서 전체적으로 고루 노란색으로 예쁘게 익혀준다. 

을 넣고 싶다면 원하는 재로 조금 물기 없이 준비한 후 처음에 스크램블 둥그렇게 펴 준후 약간 바깥쪽 가장자리에 올려놓는다. 이 때 그냥 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약간 박아준다는 느낌으로 눌러준다. 그렇지 않으면 말 때 다 튀어나온다. 

아 저 느글느글한 체다치즈의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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