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정말 많은 맛집, 요리 블로그들을 돌아보고 있노라면 하루 세끼를 아무리 잘 먹어도 으와 맛있겠네 침 삼키게 된다. 특히 잠자리에 들기 전 웹서핑 잠깐 하다 잘못 걸리면 심각한 어택. 얼마전에도 이메일 잠깐 확인하다 친구가 알려준 링크를 가보니 젠장, 먹으러 여행 다니시는 분의 블로그. 숯불향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길거리 꼬치구이부터 필리핀에서 먹은 온갖 열대과일 사진까지. 한참 모니터에 얼굴박고 있엇다. 나도 요새 종종 지인들에게 듣는 투정, "니 블로그 가면 너무 배고파져. 밤에 절대 안가"

요새 그래서 방문자 수가 떨어졌나? 많이 좀 놀러와 주시고 추천도 꾹꾹 에헴에헴

그러나 사실 좀 더 고문을 당하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가족이다. 요새 영화관에서 찾아볼 수 있는 4D 영화처럼 냄새도 마구 풍기고, 비주얼도 단순히 사진이 아닌 3D. 예전에는 실력이 부족해 집에서의 시식용으로만 이것저것 만들어 봐서 가족들이 먹을 것이 많았는데, 이제는 주로 선물과 판매용만 만들어 아버지 말마따나 "부스러기 떨어지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그렇지만 역시 제일 고통스러운 건 바로 우리집 최고령(?) 주니군. 가족들이야 아무래도 요고조고 시식하게 되지만 평생 사료만 먹고 사람음식은 철저히 배제당해야 하는 주니에게 일부러 제공되는 부스러기는 없다. 그렇지만 큰 눈망울과 애처로운 낑낑댐을 무기로 점점 사람음식에 대한 영역을 넓혀가던 주니군, 이제는 내가 요리를 하고 있으면 뭐 떨어지는 거 없나, 하고 내 발 밑에서 서성거린다.

이번 추석선물용 케이크들을 만드느라 이틀동안 밤새 오븐을 돌려대었더니, 집안에 진동하는 향기들이 내가 맡기에도 대단했다. 바닐라, 바나나, 초콜렛 등 온갖 냄새를 퐁퐁 풍기니 부엌을 떠날 줄 모르는 주니. 나도 "어이 저리가"로 일관하며 팽팽한 신경전.

아버지가 시식하는 걸 물끄러미 쳐다보는 주니군. 애처롭다.


케이크들을 포장할 때 전부 슬라이스해서 넓은 테이블에 놓고 작업을 했는데, 그 앞에 앉아서 떠날 줄을 모르는 거다. 정말 뚫어져라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 그러나 몸매는 슈렉 포에버 꿈속의 고양이 몸매가 되어가고 있고...
 

이렇게 호시탐탐 이틀동안 기회만을 노리던 주니군, 결국 어제 내가 케이크들 늘어놓고 잠시 한눈판 사이에 한건 하셨다. 거실로 돌아오니 식탁위에 두 앞발을 걸치고 서 있는 녀석. "주니야!" 버럭했더니 얼른 꼬리를 내리고 자리를 비킨다. 식탁 위를 보니 윽, 케이크 반조각을 뚝딱. 그것도 어떻게 알고 단가 제일 비싼 단호박 치즈케이크로. 앞으로 점점 더 신경전은 거세지고 이 녀석의 목표는 높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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