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비오는 날은 유난히 더 생각나는 음식이 많다. 동동주에 부침개부터 더 향이 깊게 느껴지는 커피 한잔, 오뎅국물에 사케 한잔, 달콤하고 찐한 초콜렛 케익 한 조각까지. 특히 비오는 토요일 아침은 뭔가 폭신하고 따끈한 것이 생각나는데, 오늘도 역시나 비. 평소에는 침대에서 딩굴딩굴 하다가 대충 씻고 빵 한조각이나 밥에 달걀, 김 등의 '때우는' 메뉴지만 오늘은 어제 산 원두도 있겠다, 커피도 내리고 팬케이크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모처럼의 결심.


밀가루, 달걀, 우유 등의 간단한 재료를 섞어 부쳐내는 팬케이크는 쉬워 보이지만 막상 맛있게 만들기가 그리 쉽지 않다. 팬케이크의 생명은 바로 촉촉하고 폭신한 살결 때문인데, 집에서 부쳐낼 경우 뻑뻑하고 질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맛있는 팬케이크를 위한 두가지 포인트는 바로 훌훌섞기와 불 조절. 


팬케이크에는 다른 제과 레시피와 마찬가지로 젖은재료와 마른재료가 있는데, 마른재료와 젖은재료를 각각 따로 잘 섞어놓았다가 마지막에 합할 때 아주 성의없게 훌훌 섞어주어야 한다. 날가루가 보이고 멍울멍울할테지만 구우면 다 괜찮아진다. 여기서 너무 매끄럽게 반죽을 섞는답시고 저어주면 팬케이크는 그만큼 질겨진다. 

이보다 더 폭신한 질감을 원한다면 달걀을 한번에 풀어서 사용하지 말고 노른자와 흰자를 구분하는 수고를 거치면 된다. 흰자거품을 따로 내어 섞어주면 그만큼 더 보드라운 반죽이 된다. 흰자거품 제대로 쉽게 내는 방법은 이전 이 포스팅에서 다룬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반죽 외에 또 중요한 한가지는 바로 불 조절. 태우지 않고 촉촉히 익혀내려면 무조건 불을 중약불로 한다. 처음 한 면을 익히는데에 2-3분 정도 걸리는데, 이때 인내심을 가지고 불을 약하게 둔다. 물 한방울 떨어트렸을때 은근하게 칙- 소리가 나면 준비가 된 것. 

한 국자 정도 부어 편편히 펴준후 익히기 시작한다. 이 때 후라이팬에 적절량의 녹인 버터를 계속 조금씩 발라가면서 구워준다. 너무 버터가 많아도 발연점이 낮기 때문에 타기가 쉬우니, 양을 잘 조절하고 탄 버터찌꺼기는 키친타월로 제거해가면서 사용한다. 카탈로그에 나오는 아주 매끈한 갈색 단면을 원한다면 코팅처리가 굉장히 잘 된 후라이팬을 사용하고 버터를 칠한 후에 한번 키친타월로 닦아내고 부친다.


요렇게 버블버블 구멍이 숭숭 올라오고 가장자리가 익었다면 뒤집을 타이밍이 온 것이다. 뒤집은 후에는 익는 시간이 1분도 채 안 걸린다. 전이나 고기와 마찬가지로 뒤적뒤적하지 말고 딱 한번만 뒤집는 것이 좋으니 아래 사진처럼 버블이 풍성하게 올라올 때까지 반드시 기다리기!


팬케이크는 매우 다양한 모양과 맛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진다. 보통 이런 방식으로 도톰히 부쳐내어 시럽과 먹는 것은 미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달걀, 베이킹 파우더 등을 사용해 부풀린다. 약간 걸쭉한 반죽이 대부분. 영국 버전은 프랑스의 크레이프와 마찬가지로 더 묽은 반죽이며 단 토핑뿐 아니라 짭짤하게 먹기도 한다. 브라질에서도 비슷한 크레이프 류의 음식이 있고, 유럽 전반에 걸쳐 밀가루, 달걀, 우유를 기반으로 한 팬케이크/크레이프가 퍼져 있다.


그 밖에도 '팬케이크'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의 전 등을 포함한 단 맛, 짭짤한 맛을 포함해 반죽을 만들어 기름을 두른 팬에 지져내는 음식에 전반적으로 쓰인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해물파전이나 감자전은 'Seafood Pancake'과 'Potato Pancake"으로 두루 알려져 있으며, 인도의 Dosa라는 쌀/두류로 만들어진 넓은 지짐도 설명할 때에는 팬케이크류로 통한다. 물론 각 나라 고유의 음식에 대한 정확한 명칭을 사용해 주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여튼 뜨거운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뭔가 지져먹는 것, 만국에서 통하는 맛의 진리인가보다. 

촉촉하고 뽀송한 미국식 팬케이크

지름 10cm 정도로 약 16장 

박력분 240g (중력분도 오케이)
베이킹파우더 2작은술
소금 1/2작은술
설탕 3큰술
달걀 2개
우유 1컵
녹인 버터 3큰술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과 설탕을 체친다.걀, 우유, 버터를 따로 잘 섞은 후 미리 체쳐놓은 가루류를 넣어 훌훌 섞어준다. 

중약불에 후라이팬을 달구어 버터칠을 해 가면서 노릇하게 구워낸다. 

버터, 잼, 시럽, 파우더 슈거를 곁들여 먹는다. (물론 오밤중에 그냥 삼삼하게 하나 손으로 들고 먹는 재미도...)


블루베리나 초콜렛칩, 바나나를 넣어서 구워도 별미! 너무 많이 넣으면 팬케이크가 고르게 지져지지 않으니 적당량만. 시나몬, 레몬 제스트 등을 넣어도 아주 고급스런 맛이 탄생한다. 참고로 여러장을 부쳐야 하는데 따뜻하게 보관하고 싶을 경우 오븐온도를 75도 정도로 맞춰놓고 그 안에 넣어놓으면 한두시간 정도는 마르지 않고 촉촉하게 유지 가능하다.


ps. 어제는 전에 막걸리에, 오늘은 팬케이크에. 비 핑계대고 8월은 주구장창 과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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