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벌써 5월. 2주 후면 졸업. 믿기지가 않는다.


요새 매일매일 벅차는 나날들이다. 곧 졸업하고 앞으로 해나가고 싶은 일들에 대한 생각으로 매일매일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그러던 와중, 오늘 수업시간에 며칠 전 제출했던 에세이를 돌려받았는데, 맨 뒷장 구석에 셰프교수가 짤막한 메모를 남겨주었다. 


Joowon,


You are truly an amazing, smart, talented and creative new chef! It was a great pleasure and honor having you in my class.


Happy Cooking,

Chef Rainer


여태껏 강의들은 셰프들 중 제일 존경하는 셰프이자 전세계적으로 200명도 안되는 master chef들 중 한명인 우리 Rainer 셰프가 이런 말을 해 주다니...읽고 울 뻔했다. ㅠㅠ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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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덧칠하기

JWU 생활 l 2012.03.21 15:13
오늘 클래식 프렌치 수업을 시작했다. 첫 메뉴는 당근스프. 프랑스어로 Crème Crécy라고 하는데 Crécy가 워낙 당근으로 유명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스프에 이름까지 들어갔다.


주재료는 버터, 당근, 양파 조금, 그리고 소금과 후추. 거기에 닭육수.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보면 셰프들이 자주 쓰는 말이 Building up flavors이다. 재료를 하나씩 조리하면서 맛을 겹겹이 쌓는다는 걸 얘기하는 건데, 재료 자체에 있는 맛을 어떻게 하면 더 보충하고 강조하고 끌어내는 데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1. 우선 버터를 녹여 갈색이 나지 않게 양파를 익힌다. 버터 특유의 고소함과 양파의 달달한 맛이 만나서 훌륭한 베이스를 이루게 된다. 양파의 매운맛은 날아가고.
2. 여기에 당근을 더해서 버터와 당근의 맛을 조화시키기 시작. 역시 당근의 풋내도 날아가면서 달달함이 더해진다. 당근의 주황색을 이루는 베타케로틴이 버터에 녹아나오며(지용성) 버터도 더 샛노랗게 되는 것은 덤.
3. 닭육수를 부어서 끓이기 시작하는데, 이 닭육수에도 다양한 맛이 존재한다. 우선 닭뼈와 온갖 부위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 거기에 생양파/당근/샐러리/허브가 육수에서 오랜시간 동안 서서히 익으면서 우러나오는 향들. 그냥 물이나 조미료에서는 절대 얻어낼 수 없는 효과이다.
4. 바글바글 끓인 후 푹 익으면 곱게 갈아준다. 이때 모든 맛들이 더욱 골고루 섞이며 육수에 떠다니는 당근과 양파가 아닌 하나의 완전한 스프로 탄생.
5. 간을 맞추고 마무리. 슴슴한데 소금을 딱 적당량 더해주면 갑자기 확!!! 살아나는 온갖 맛들...

오늘 정말 정성을 다해서 매스텝마다 정확히, 마음을 담아 조리했더니 정말 결과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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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페 디자인 하기

JWU 생활 l 2012.03.19 09:35
내일이면 끝나는 Garde Manger(가드 멍줴-_-) 수업. 샐러드나 애피타이저 등 상대적으로 찬 음식을 담당하는 파트이다.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커버하는데, 레스토랑이나 호텔에 따라 디저트며 수제소세지까지 담당한다. 

이번 수업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두 번 할 기회가 생겼는데, 할당받은 특정 단백질을 가지고 다양한 소세지며 샐러드 등의 가드 멍줴류 음식을 만들어서 각자 구상한 디자인대로 디스플레이를 해야 한다. 

첫번째 과제는 소고기 안심. 우선 디자인 부터.

실물. 가운데는 안심을 겨자크러스트로 감싼후 미디엄레어로 익혔더니 저렇게 예쁜 색이 *-_-*

나름 완벽주의로 우리그룹 세명이 열심히 했으나 15점 만점에 14점.

그 다음 주제는 연어. 실기시험이기도 했다. 
교수가 연어 포뜨는 시범을 보여주면서 머리를 버린 것에 대해 격분한 것도 있고, 여러모로 자극을 받아서 이틀연속 거의 밤 새가며 디자인도 하고, 주어진 과제의 200%를 했다. 머리부터 껍질까지 다 쓰고, 4가지를 과제로 받았는데 6가지 음식을 했다. 해놓고 너무 뿌듯. 

결과는 15점 만점에 15점!!!!!!

나머지 사진은 그냥 자세한 구성샷. 미친척하고 카메라 들고 갔다;

데리야끼 식의 달달한 간장소스 발라 구운 훈제 연어.


관자를 살짝 훈연한 후 바질과 함께 갈아만든 무스. 관자조각과 샬롯을 살짝 튀겨 장식.


층으로 된 연어 파떼(Pate)는 감자와 딜이라는 허브, 생크림과 레몬을 첨가해 같이 레이어드했다. 따로 무스처럼 만든 후 틀안에 층층히 짜넣은 후 찐다. 아 중간에 박혀있는 건 아스파라거스 줄기.

네모난 녀석은 그 아까운 연어머리!!!!의 볼따구 살과 목(?)살 및 자투리 살을 벅벅긁어 네모난 틀안에 넣고 쪄냈다. 만든 여섯가지 중에서 최고였다. 역시 생선은 머리...
위에 올라간 장식은 부추 한가닥과 연어껍질튀김. 


ps. 요샌 카메라 한달에 한번 잡으니 사진 퀄리티가 영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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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지 만들기

JWU 생활 l 2012.03.09 13:04

어렸을 때 소세지에 대한 기억은 에센뽀득밖에 없었는데, 학교와서 수세 소세지를 만들 기회가 참 많다. 역시 직접 만드는 것이 모든 면에서 훨씬 즐겁고 자유자재로 응용이 가능.

오늘 수업은 동물 내장의 점막인 caul fat을 사용해 만들어봤다. 내용물은 무려 소고기와 돼지 안심부위;; 로스팅한 피망들과 할라피뇨, 파, 고수 등의 허브와 간장으로 간 ㅋㅋ 


진짜 내츄럴해보인다 -,.-


내부 온도가 섭씨 65도가 될때까지 오븐에서 구운 후 팬에서 지져줌. 아 근데 완성샷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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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Meat Cutting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 오늘은 양고기를 다루는 날이었다. 여태까지 닭과 소를 배웠는데, 오전에 키친에 들어가니 이렇게 양 한마리가 통째로 비닐에 배달되어 있었다. 우오...


보통 미국에서 도살되는 양의 나이는 만 한살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배달 온 녀석의 덩치는 평균에 비해 상당히 큰 편. 

그 전까지는 그냥 막연하게 양갈비, 등심, 안심, 양지, 필레미뇽 등 주변에서 주워들은 용어만 알았지 정확히 어떤 부위가 어디에서 나오고 어떻게 요리되는지 전혀 몰랐는데, 이번 수업을 통해 정말 많은 지식을 얻고 있다. 5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제 어떤 부위를 얘기하면 머릿속에 비주얼화가 될 정도니...
 


양고기 부위 중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양갈비. 오른쪽이 척추와 갈빗대 일부를 잘라낸 손질 전의 갈비고, 왼쪽이 뼈의 일부와 지방을 정리해 요리할 수 있는 상태로 다듬은 상태이다. 일명 "Frenching" 작업.


요리하는 동물의 근육과 뼈 구조에 대해 더 이해할수록 더 많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듯 하다. 제일 경험이 부족하고 (거의 없었던) 배우고 싶었던 과목이라 아주 신나게 배우는 중. 단지 몇시간동안 은근한 피냄새를 맡는 것과 천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디찬 공기를 견디는 게 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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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의 코네티컷 주에 위치한 모히간 썬(Mohegan Sun)이란 카지노에서 와인페스티벌이 열렸었다. 존슨앤웨일즈에서 한시간여 정도 떨어진 위치 덕분에 학생들 몇명이 봉사하러 가게 되었는데, 워낙 유명한 셰프들이 많이 참여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다들 며칠전부터 붕붕 떠다녔다.

평소 학교에서 쓰는 납작한 천쪼가리 모자대신
조금 더 폼나는 요리사 모자를 나눠줬다 오홍홍 
 

행사가 한참 진행중. 러쉬가 잠깐 끊긴 틈을 타 사진 한장. 수백명의 게스트들이 스타셰프들이 준비한 음식과 페어링한 협찬 와인을 맛보려 분주히 걸어다니는 동안 우리는 정신없이 음식을 나르고 플레이팅했다;


각 셰프당 두세명의 학생이 배정되어 일을 했는데, 나는 뉴욕주에서 Hudson Valley Foie Gras라는 푸아그라(거위간) 농장 및 레스토랑 운영을 하는 마이클 지노(Michael Ginor)와 함께 일을 했다. 푸아그라 현대적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고 발전한 영향력있는 셰프로 많은 어워드도 수상했으며, 글로벌하게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사인도 ♡까지 너무 귀여우심.

셰프 Ginor가 이날 준비한 맛보기 음식은 푸아그라 푸딩과 볶은 버섯, 오리껍질강정이었다. 푸아그라와 커스터드의 깊은 맛의 푸딩은 전혀 묵직하지 않았고 부드럽게 사르르 녹았고, 뒷맛이 깔끔했다. 거기에 오리껍질강정은... 그냥 한바가지 하룻밤에 다 먹을 수 있을듯 -_-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시티즌케이크(Citizen Cake)라는 곳으로 유명한 Chef Elizabeth Faulkner(엘리자베스 포크너). 제과와 요리 둘다 잘하는 셰프로 티비 출연도 굉장히 잦다. 이분과는 벌써 세번째 안면이 있는 걸 보아하니 뭔가 인연이 ㅋㅋ



그리고 긴머리를 휘날리는 이분은... Susur Lee(수서-_-? 리). 홍콩출신으로 캐나다로 이민해서 여러개의 레스토랑 운영 및 티비에도 자주 등장한다.
슬픈 얘기지만.. 이분 첫 와이프는 대한항공 007 격추사건으로 사망 ㅜㅜ 
 

사진 찍기전 내 명찰에 적혀있는 Seoul, South Korea를 보고는
들고 있던 물잔을 가리키며 "This is 쏘주!" 해서 완전 웃음.


그리고 토드 잉글리쉬(Todd English). 보스턴과 라스베가스 등지에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으며, 포브스 매거진에도 등장하고 티비쇼도 있으며 수많은 여성팬들을 거느림.  눈빛이 정말 대단했다 -ㅁ-  카리스마 완전 압도.

이분의 테마는 I'M SEXY AND I KNOW IT ㅋㅋ

그리고 미스터 초콜렛으로 정말 유명한 자크토레스!!!(Jauques Torres)
사진이 흔들린 것이 너무 아쉽다 ㅜㅜ
토레스 셰프는 이날 정말 다양한 초콜렛들을 선보였는데 무엇보다 최고였던 건 계속해서 신선한 우유를 스팀해 만들어 준 코코아. 한입 마시고 쓰러짐. 적당한 무게감에 과일향과 꽃향기가 확 풍겨오는 초콜렛. 마무리는 살짝 씁쓸하고 달콤한 카라멜의 향기. 그리고 네슬레 핫초코를 타 먹고 나면 입에 남는 그 시큼한 맛(웩-_-)따위는 절대절대절대 없다. 단지 은은한 초콜렛의 향만.... 


이 분은 영화배우 해리슨포드의 아들인 벤 포드(Ben Ford) 셰프. 프랑스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캘리포니아에서 레스토랑 운영 포함 요리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Ginor 셰프 스테이션에서 함께 일한 모히간 카지노 스태프인 카일과 한 컷. 수고하셨습니다!


행사 끝난 후 폼잡고 한 컷 ㅋㅋ


그 밖에 도나텔라, 로버트 얼바인, 바비플레이 등 정말 유명한 셰프들이 눈앞에서 왔다갔다 하고 말하고 소리;;지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건 내가 티비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참 많은 영감과 재미를 선사한 멋진 이벤트였다. 

ps. 여담: 이 날 제일 놀란건 수천명을 먹이는 카지노 직원식당에 엄청나게 맛있는 배추김치가 있었다는 것. 아주 살짝 신 상태였는데 적절한 탄산에 맵지도 않고 아삭하니 저절로 흰쌀밥과 라면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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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 디테일하게 적어가며 플레이팅 아이디어를 구상할 기회는 잘 없다. 보통 메뉴를 아침에 받아서 두세시간 내로 프렙과 조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대부분 10분 내로 머릿속에서 휘리릭 지나간다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저번주에 전날부터 메뉴를 받고 플레이팅을 미리 구상할 기회가 생겨 사진도 찍어가며 더 즐겁게 작업한 결과... 아래와 같이 재밌는 결과물을 얻었다.

우선 메뉴를 보며 어떤 메인과 사이드가 같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브레인스토밍

짝이 지어지면 간단한 스케치로 플레이트 구상. 대부분 여기에서 조리로 바로 넘어간다.
물론 머릿속에는 좀 더 구체적인 비쥬얼들이 있어야...


아이디어를 낸 사람과 조리하는 사람, 플레이팅을 직접 하는 사람이 동일인물일 경우는 거의 없다. 
때문에 좀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디테일한 스케치.


색을 입히고...



.....서비스 개시후 음식 나가기 직전의 모습.


주키니(돼지호박)이 갯수가 모자라 좀 짱뚱하게 재단했다. 감자는 튀기다가 태워진 것이 많아 할 수 없이 조금 적게 쌓고. 그렇지만 높이가 들쑥날쑥한 것이 좀 더 자연스러운 멋을 더했다고 위로하고 싶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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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저장해 놓은 사진들과 글들은 몇 개 있는데, 계속 프로젝트와 시험, 수업 준비가 쌓이고 쌓여서 잠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블로그에 끄적거릴 시간이 부족하다. 근데 이미 잠은 하루에 4-5시간밖에 못 자고 있어서 더 이상 포기 못하겠고...

그렇지만 막상 책상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자니 오늘 하루는 마음이 영 무겁다. 우선 주방 분위기가 상당히 날카로웠고, 같은 반 학생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며 투닥거린지가 어인 한달이 넘는데 아직도 서로 서먹하다. 대화 나누는 게 서먹한 것이 아니라, 조리하고 서빙할 때 눈치가 보여진다는 얘기다. 점심 오프닝 시간이 다가올수록 시간은 점점 빨리가고 할일은 늘어만 갈때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은 점점 사라진다. 급해질수록 말은 직설적이 되고 때로 원하지 않게 감정이 묻어나올 때도 있다. 그렇지만 서로 같이 일을 한 날이 쌓여갈수록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수업후 서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잊어버린다. 그러다 보면 내가 실수를 하거나 말을 툭 던져도 한번 씩 웃고 넘어갈 수 있는데, 이번 우리반은 그런 경우에 앙금이 쌓여간다. 계속해서 싸해지는 분위기에 불편함까지 가배해 집중력 100%가 발휘되지 못한다. 어째 수업일수가 늘어갈수록 서로 더 분위기가 좋지가 않다. 

문득 작년 여름, 카페에서 일한 기억들이 그리워진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제일 좋았던 건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의 팀워크. 마음이 맞고 대화가 통하니 빨리 친해지고, 그러다 보니 일할때 팀워크도 점점 훌륭해지고, 계속 반복되는 무한 시너지 사이클이었다. 그 기간동안 확실하게 배운 것은, 주방에서 최고의 마음가짐은 내가 필요한 걸 먼저 챙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무엇을 필요로 하나 우선시하고 그를 살피는 것이었다. 

내일은 좀 더 돈독한 분위기의 주방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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