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내 생애 첫 기억은 만 세살때의 생일. 

현관문을 향해 엄마가 걸어가고 있다. 1미터도 채 안되는 키의 나는 몇 걸음 뒤에 쳐져 설레임에 동동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손을 내밀어 엄마가 문을 활짝 열어제친다. 열려지는 문 뒤로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오는 아버지가 보인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빛이 날 정도로 예쁘고 환상적인 2단 생일 케익. 사람이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강렬한 감정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어린 그 나이에 너무나도 큰 감동을 받았나보다. 첫 기억으로 생생히 각인된 걸 보면 말이다. 

문제의 케익. 정말 뻑, 갈만하지 않는가?


그 후로 아직도 빨간모자에 흰점들이 땡땡 박힌 버섯을 보면 이 케익이 생각난다. 그리고 머릿속에 계속해서 리플레이 되는 위 장면. 아주 어렴풋이 느껴지는 왁자지껄함과 분홍색의 따스함. 케익은 피스타치오와 호두가 박힌 러프한 느낌의 계피맛 스펀지와 부드러운 크림의 조화....는 기억 안나고.

음악이나 영화도 그렇듯이, 음식은 단순히 그 맛을 기억하다기 보단 함께 했던 사람, 분위기, 사건 등을 패키지로 생생하게 떠올리게 해 주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그 중 몇몇 강한 기억들은 남은 삶에 꽤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만 시키던 남자를 오래 만나다 헤어진 후 절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시키지 못하는 청승을 떤다던가, 어렸을 때 상한 우유를 마시고 식중독 걸렸다가 그 후부터는 절대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던가, 혹은 미스터 초밥왕에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인 돌아가신 어머니가 해 주시던 계란말이 맛을 잊지 못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계란말이만 먹어본다던가(이건 좀 오버). 인기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도 우리 탁구는 빵과 얽힌 아버지의 추억때문에 십몇년동안 구르고 패고 맞고 살아도 아직 빵을 사랑하지 않는가? 

나도 마찬가지로, 세 살의 첫 기억을 시작으로 좋던 나쁘건, 음식들에 얽힌 추억들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소보로 크림빵

십몇년전 붕괴되버린 삼풍백화점에는 빵집이 하나 있었다. 그 근처에 살던 초등학생의 나는 엄마를 따라 빵집에 가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공기를 가득 채우는 빵의 향긋하고 구수한 냄새와 선반을 가득채운 너무나 예쁜 빵들.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했었던 아이템은 소보로 빵에 커스터드 크림을 채우고 위에 살짝 파우더 슈거를 뿌린 빵. 하나에 무려 천오백원이나 하는 무서운(?) 녀석이었는데, 항상 미리 포장이 되어 있지 않고 나의 키높이와 비슷한 진열대에 올려져 있었다. 그 앞을 지나면 달콤하고 부드러운 바닐라향과 빵냄새가 나를 황홀하게 했는데, 너무 달다라는 이유로 그 빵을 사는 것은 자주 허락되지 않았고 나는 냄새로 만족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 빵집에서 일하던 한 직원 언니는 갈때마다 샘플을 하나씩 주면서 참 나에게 친절히 대해줬었는데, 백화점이 없어진 후로는 그 언니도, 그 빵도 더 이상 만나볼 수 없게 되었다.

대충 이렇게 생겼었음.
http://blog.naver.com/kdw0313/20087708853

몇 년이 지나도 그 빵맛이 계속 생각이 나 파리크라상(따위)에서 비슷한 빵이 보이면 얼른 사서 먹어보았으나 실패를 거듭하기 일쑤. 그러다 얼마 전 뉴욕에 있을 때 무심코 한 카페를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갑자기 추억의 그 달콤한 향기가 어디선가 풍겨왔다. 정말 뭔가 번쩍하고 뇌리를 스친 느낌. 휙 돌아보니 한 점원이 갓 만들어져 나온 페이스트리를 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3.99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내고 한입크기의 녀석을 입에 넣으니...눈앞에 스쳐지나가는 언니 얼굴, 가계 가득한 빵들, 계산하던 엄마 모습, 삼풍백화점 붕괴장면...미스터 초밥왕의 레퍼토리의 현실성을 믿게 되버린 경험이었다.

 타코야끼 

어릴 적부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유학생활을 한 나로써는 계속되는 문화적 차이의 경험이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특히 미국친구들 사이에 끼어들고 싶었던 나로썬 기숙사에서 가끔 꺼내 먹는 김치의 냄새에 그들이 보이는 역한 반응이나, 내가 좋아하는 한국 가요가 우습다는 반응 등 때문에 점점 한국적인 면들을 숨겨갔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가 다른 나라에 살아본 적이 없는 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한참 장거리연애를 하는 도중, 이 친구가 한국에 놀러오게 되었다. 대학은 물론 더 다양성이 인정받고 관심받는 성숙한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나 자신이 좀 더 편해졌고, 이 친구도 순두부와 불고기 등 한식을 매우 좋아해서 음식에 대해 별 걱정이 없었다.

Google 이미지 검색

그런데...이 친구가 먹고 표정이 조금만 이상해보여도 불쑥 얼굴이 낯뜨거워지고 챙피함을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다가 타코야끼에서 일이 터짐. 강남역 지하에 한창 인기가 많았던 타코야끼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였고, 나는 무의식 중에 이 친구도 이걸 좋아하면 우리가 가진 문화적 갭이 그만큼 없다는 것, 이라며 그걸 증명하는데에 급급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게 왠일, 한 입 먹더니 아 난 별로다, 하면서 내 앞으로 밀어놓는 것이다. 그 순간 목이 꽉 막히더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펑펑 우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란 그 친구는 도대체 왜 그러냐며 물어왔다. 결국 잠깐 쉬러 들렸던 타코야끼집에서 나는 그에게 몇년동안 꾹꾹 눌러왔던 얘기를 털어놨다. 다 듣고 난 그는, 내가 단지 너무 민감할 뿐이라며, 네가 가진 한국적인 면은 특별하고 아름다운 것이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이상하게 생각한다면 신경쓸 필요 없는 사람이라며 다독여줬다. 

그 이후로 난 당당하게 미국 친구들 앞에서 된장찌개도 끓이고, 멸치볶음도 만들고, 젓갈과 김치에 대해서 자신있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타코야끼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음식이다. 깊이 뿌리박힌, 오랜 이슈에 대해 내가 한단계 성숙하고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스페인 산 와인 한 병

대학 마지막 학년, 우리들은 학교에서 제일 인기가 좋았던 와인 수업을 다 같이 듣기로 했다. 그리고 매주 주말, 우리는 공부를 해야한다는 핑계로 와인 여러병을 사놓고 왁자지껄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 주말, 한 친구가 자기가 매우 좋아하는 와인 한 병이 있다며 소개했다. 다름 아닌 Marqués de Riscal Rioja Reserva 2003. Tempranillo 품종의 스페인산 와인. 금빛의 그물(?)에 싸인 이 신비한 와인을 우리는 한모금씩 따라 마셔봤다. 

"올레!"

그 후 가격대비 매우 훌륭한 이 와인은 자리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꼭 챙기는 소중한 와인이 되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어느 평일 저녁, 가로수길의 한 레스토랑에서 2003년 빈티지가 있길래 들뜬 마음으로 서버를 불렀다. 사실 그 전에도 와인바나 다른 레스토랑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항상 재고가 없다는 슬픈소식만 전해들어 마실 기회가 없었음. 다행이도 한 병이 남아있다는 반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테이스팅을 위한 와인 한 모금이 잔에 부어지고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잔을 코에 갖다대었다. 그리고 가볍게 잔을 기울여 와인을 입에 머금었다......아, 여전히 훌륭한 산도와 바디감, 과실향, 타닌의 발란스. 그렇지만 몇년이 지나 좀 더 무르익은 부드러움.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친구들과 언덕에 앉아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와인을 마시던 저녁무렵의 산뜻한 바람과 맘껏 웃어제끼던 즐거운 추억들이 생각났다. 같이 밥먹고 있는 친구는 잠시 잊은 채 혼자 기분좋은 추억에 빠져 실실댐.

그렇지만 역시 한국에선 너무 비싸다. 으흐흐흑.

여러분의 추억이 담긴 음식은? :)
ps. 어제 생일이었어요!
퇴근길에 배가 고픈데, 약속은 깨졌고 연락되는 친구도 없고, 집에는 라면밖에 없으며, 장어덮밥이 무지 땡긴다. 내가 좋아하는 돈부리 집도 집에 가는 길이다. 그렇지만 혼자 들어갈 용기가 없다. 그래도 그 앞을 슬슬 지나가 본다. 안은 전부 삼삼오오 모임과 연인들 투성이다. 문앞까지 다가가보나 역시 망설여진다. 그러나 문틈사이로 흘러나오는 덮밥냄새에 문을 열고 슬며시 들어간다. 

"몇분이신가요?"

"아, 저기 그냥 저..."

"혼자 오셨나요?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눈치없는 종업원이 대빡 큰 목소리로 비수를 꽂는다. 사람들이 어휴 저 루저하고 쳐다보는 것 같다. 자리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어 열심히 메일을 보며 바쁜 척을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없고 달아오른 얼굴에 굳어지는 어깨에 빨리 먹고 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하다.

이제 스마트폰으로도 할 게 없다. 게임을 하면 너무 없어보인다. 읽은 메일 또 읽고 또 읽고. 친구녀석들은 답문자도 없다. 아 장어덮밥은 장어를 잡으러 갔는지 아직 냄새도 풍기질 않는다. 괜시리 사색에 잠긴 척 포스를 잡아본다. 옆에 앉은 커플을 슬쩍 보는데 오호, 남자가 훈훈하게 생겼다. 그런데 밥 열심히 먹고 있던 여친의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진다. 다시 폰을 꺼내 열심히 문자보는 척 한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밥이 나왔다. 이런 자태만 아니었음 그냥...
<출처 - http://dasu7422.egloos.com>

근데 시킨 장어덮밥에 딸려나온 새우튀김 몇 개. 으잉, 안 시켰는데요, 하는 눈빛으로 서빙해준 조리사를 쳐다보니 서비스란다. 한 입 베어물었는데 와사삭, 너무 맛있다. 보통 빵가루 튀김과는 좀 다른 느낌. 튀김을 물끄러니 보고 있자니 조리사 아저씨, 맥주를 좀 섞어 튀기면 더 바삭하단다. 물론 반죽은 차게. 새우는 사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전부 다 먹어야 더 맛있다는 말씀꺼정. 요새 새우들이 좀 비실비실 했는데 모처럼 좋은 놈들이 들어와 신난다며 새우 싱싱한 거 고르는 것에 대한 노하우, 어디서 사면 좋고 등 얘기를 듣다보니 아까의 조급함과 멋쩍스러움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나도 모르게 열심히 아저씨와 새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저씨가 슬쩍 건네준 녹차 아이스크림 한 입으로 입가심을 하고 집에 오는 길, 바에 앉아서 혼자 먹는 경험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날 이후, 나는 식당이던 카페던 바가 있으면 일부러 혼자 찾아가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출장에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바에 앉아 미국으로 이민온 느끼한 이탈리안 아저씨랑 와인 한 잔 쨍하며 파스타와 와인에 대해 한 수다를 떨고, 한 술집에서는 역시 바에 앉아 잘생긴 바텐더와 여자들의 추근댐을 받는 잘생긴 바텐더의 숨겨진 애환에 대해서 깊은(?) 얘기를 나누고, 서울의 한 카페에서는 바에 앉아 바리스타분과 필리핀/태국 여행 경험담 공유를 하다 드립커피까지 배우게 되었다. 

좋아하는 곳에 아래와 같은 바가 마련되어있다면, 혼자 찾아가 자신에게 특별하고 멋진 경험을 선사해보길 바란다. 물론 오픈마인드와 약간의 철판은 필수!
<출처 - http://goodiesfirst.typepad.com>

물론 좀 더 즐겁고 풍부한 경험을 하려면 체인점들보다는 뭔가 해당분야에 대한 내공과 열정이 느껴지는 곳이 좋겠다. 아무래도 돈 벌기위해 겉핥기 식으로 에스프레소 기계 사용 배워서 내리는 아르바이트생 바리스타와 정말 커피를 사랑해 오랫동안 시간을 투자하고 커피농장도 다녀와 본 고수 바리스타와는 나눌 수 있는 정보의 차이가 있으므로. duh.

내가 저번달에 gYul님의 포스팅을 읽고 감동받아서 바로 찾아간 커피킹도 바로 그런 곳이다. 커피에 대한 열정과 포스를 느낄 수 있고, 바에 앉아 바리스타 분과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눌 수 있는 곳.

어느 카페보다 맘에 들었던 메뉴.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객관적이고 자세한 맛의 기준.

바로 앞에서 내 커피 한 잔이 내려지는 광경을 경험하며

커피 한 잔을 통해 오가는 인연과 이야기들. 단순히 커피 한 잔 이상의 값어치.

벽에서 떼오고 싶었던 액자. 별 의미없는 화려한 미술작품보다 커피에 관한 신기하고 재밌는 포스터들. 

자세한 위치는 gYul님 포스팅 참조. 커피 향기뿐만 아니라 가게에 흘러넘치는 훈훈한 사람 향기와 정성, 그리고 열정을 느껴보고 오시길!
업데이트 (2010년 10월 28일) : 팻투바하님 블로그에서 접한 소식인데 봉에보가 문을 닫는답니다 엉엉...참고하세요.

요리에 좀 더 관심을 가지면서 관련 서적을 접할때마다 골치아픈 한 가지가 생겼다. 서양요리의 역사와 기술 전반에 깊고 넓게 깔려있는 프랑스요리 덕분에 바로 불어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것. 마구 읽어내려가다가 불어 한 마디 튀어나오면 딱 막히고. 제대로 된 발음은 전혀 모르는데 미국식 발음으로 읽어주자니 안타까워하다 못해 분노할 프랑스인들이 생각나 입안에서 대충 샹숑섕거리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예전 대학때도 와인 테이스팅 수업을 들으면서 불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공부하고 외우느라 쫌 고생을 했었다. 와인 가게에 가서도 프랑스 와인 뭐 있냐고 물어볼 때 대충 얼버무리면서 샤또...거시기...뭐 있잖아요 하기가 일쑤. 

그래서 결심했다!

불어 공부하기로. 음하하.

여튼 몽환적인 불어발음을 익히는데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주말브런치에 프렌치를 먹어주기로 했다. 이태원에서 작년부터 자자히 들어왔던 봉에보(Bon et Beau)로 예약. 

여기서 불어 한마디!

Bon = Good, 좋다
et = and, 그리고
Beau = Beautiful, 아름답다.
합치면 좋고 아름답다는 뜻.
구뗴라 뀌진 블로그의 클라크님 한마디 : 진선미 중에 진이라는 뜻이랍니다!

발음은 입을 한껏 오무려주고 약간 뽕- 하는 느낌으로 통 튀게
한국어 '에' 처럼, 그러나 약간 입을 덜 벌리고 짧고 에로틱하게
그리고 입술 오무리고 약간 섹시하게 내밀어주면서

Bon et Beau에서 내놓는 음식들은 느끼함과 짭짤함, 감칠맛이 풍만한 프랑스 요리다. 어떤 분들은 처음엔 약간 거부감이 느껴지실지도. 우리가 이 날 주문한 메뉴는 35,000원 브런치 코스메뉴. 예전엔 2만원 브런치 메뉴있었는데 이제 하지 않는다 함.

우선 아주 따끈한 프렌치롤과 또띠아와 함께 아래 스프가 나왔다. 스페인 스타일인 가즈파쵸(Gazpacho)로써, 토마토 베이스며 차게 서빙된다. 위에 아보카도 크림과 양파 등의 살사토핑. 아주 상콤하며 전체적으로 식감이 다양하게 잘 살아있어서 더운 여름날에 에피타이저로 그만!

그 다음 등장한 오징어 리조또. 보통 오징어가 큼직큼직하게 썰어들어가는데 여기는 밥알과 양파와 전체적인 크기가 비슷하게 손질되어 좀 더 조화로운 맛이 났다. 사각함이 살아있는 양파와 쫄깃한 오징어의 식감 역시 굳. 

짭쪼롬한 연어와 감자요리, 그리고 내가 싸랑하는 수란과 홀렌데이즈 소스. 홀렌데이즈 소스는 버터와 달걀 노른자가 주재료인데 마요네즈 만드는 것처럼 휘핑을 매우 열심히 잘해줘야 한다. 내가 만든 것은 뭔가 뻑뻑했는데 요기는 참으로 부드러움(다, 당연한 건가). 신선한 통후추도 플러스. 

이 아름다운 작품은 닭모래집 보리 리조또. 각 재료가 너무 조리가 적당히 잘 되었고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그러나 전체적인 느끼함과 생소한 소스맛이 약간의 호불호가 갈리는 메뉴였었음. 개인적으로 먹으면 먹을수록 약간의 새큼함과 짭짤함, 버섯향이 어우러져 중독되는 맛. 

리조또 말고도 자몽 스파게티와 오리요리를 시켰는데, 자몽 스파게티 완전 강추. 토마토 소스와 쌉싸르달콤한 자몽이 그렇게 잘 어울릴 줄은 정말 몰랐다. 사진이 완전 흔들려 못 올리는 것이 아쉽...

그리고 이 날의 베스트, 디저트. 

토마토 샤베트가 나왔는데, 사실 메뉴에서 봤을 땐 어떤 맛인지 상상이 잘 가질 않았다. 토마토쥬스 얼린 정도밖의 상상력의 한계. -ㅅ- 옆 테이블에 앉아계시던 분이 "으와 완전 맛있어!" 하시길래 좀 기대하긴 했는데, 진짜 일행 모두 한스쿱으로는 너무 아쉬웠을 뿐이다. 정말 통으로 포장해서 파시면 사왔을텐데.

밑에는 알로에스러운 느낌의 바질씨앗이고, 그 위에 부드럽고 새콤하고 상큼하고 은은한 단맛의 토마토 샤베트. 위에는 상큼함을 배가시켜주는 레몬 슬라이스 살짝. 아, 아침으로 먹고 싶다. 츄릅...........


전체적으로 훌륭한 조리에 섬세함과 창의성이 팍팍 느껴지는 정직한 요리. 저녁으로 한 번 먹으러 가야겠다. 햇살은 너무너무 좋았지만 역시 프렌치는 확 땡기지 않을때 가면 브런치로는 좀 무거운 감이...셋이 각각 코스요리 시켰는데 배불러서 다 못먹었다.

위치는 아래 지도 참고. 이태원로에서 오른쪽으로 꺾었을 때 오르막길이 있고 한남제일교회가 보이는데, 그 왼쪽에 있는 오르막길 샛길로 가야한다. 엥 맞게 가고 있나 싶을때 10미터만 내려가면 바로 식당이 보임. 예약은 02-3785-3330으로.


Bon appé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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