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치타마냥 저렇게 진한 갈색의 반점이 다다닥 박힌 바나나를 보면 난 본능적으로 오븐 돌릴 생각을 한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바나나들도 가끔 제때 먹히지 못해 치타로 변신하는데, 항상 쇼핑백에 가득담아 집에 가져오기 일쑤. 지하철을 타고 오는 내내 달콤한 냄새가 날 정도로 강력한 향기의 파워를 자랑하는 바나나, 다양한 영양소에 요리며 베이킹이며 즐거운 응용이 가능한 훌륭한 지구의 선물인데, 주변에 먹기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얼마전 화제가 된 법원 판결이 있었는데, 바나나 등 다양한 과일유통기업인 Dole 회사 소유의 남미 바나나 농장에서 일한 직원 둘이 농장에서 사용되는 농약때문에 불임이 되었다는 2007년 판결을 얼마전 7월 판사가 무효로 하며 뒤엎은 것이다. 서로 증인을 매수했다는 등의 소문과 함께 진상규명에 서로 열을 올리는 상황인데, 이는 그동안 바나나 농장과 농약에 대한 수많은 논란과 소문들이 아직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가끔씩 주변에서 바나나는 수확후 방부제에 담가 놓는다던가, 농약 범벅을 해 수입한다는 등의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 바나나를 먹는데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바나나 뿐 아니라, 세계 농산물 시장이 점점 글로벌화 되면서, 내가 먹고 있는 과일이나 채소가 어느 원산지에서 어떤 농작 및 유통과정을 거치는지 쉽게 알기가 어렵게 되었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상품은 모양과 크기가 동일하고, 상한 구석 절대 없는 완벽한 사과 한 상자이기 때문에 슈퍼나 과일가게에 도착하기 전까지 상당히 많은 '제조'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대부분 무지하며, 사과 한 쪽을 깎아먹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은 나무에 실하게 영글은 큼직하고 빨간 사과, 농협 광고에서나 볼만한 땀방울 쭉 씽긋 미소를 지어주시는 농부 아저씨의 웃는 얼굴 정도가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 농산물을 사랑해요! 라는 구호를 외치는 랜덤한 마스코트 하나와 뒤로 울려퍼지는 신나는 빠밤바 노래 등은 보너스.

농사가 즐거워요 으흐흐
<출처 - http://www.npc.gov.cn>

대신 이런 장면들을 상상해봤나? 고요한 사과나무들 옆으로 가끔 웅웅대며 차들이 왔다갔다 하고, 농약이 칙 뿌려지고, 사과가 나뭇잎과 흙 등 이물질이 뭍은 채로 공장으로 실려가 커다란 물탱크에 담겨 둥실둥실 떠다니고,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차디찬 금속 기계들을 통해 크기가 걸러지고 포장이 된다. 

2005년 Our Daily Bread라는 제목의 독일 영화가 하나 출시되었다. 아무 나레이션 없이 조용히, 말없이 세계 곳곳의 농장, 식품 회사등을 지켜본다. 이 영화가 얘기하려자 하는 포인트는 딱 하나, 이것이 당신이 상상하던 모습인가? 아래 이미지들을 보면 따뜻한 농부의 미소는 커녕 차가움과 이질감만이 가득하다.

<출처 - http://30gms.com>

우리가 이질감을 느끼는 이유는 익숙하지 않고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들이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무럭무럭 노랗게 익은 바나나들이 주렁주렁 달린 울창한 숲과 원숭이들(응?), 그리고 수확된 다음날 한국에 오겠거니, 라는 막연한 컨셉을 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 때문에 바나나가 들어오는데 농약 한 가득 뿌린다더라, 시퍼런 날것 상태로 수확해 나중에 가스로 익힌다더라, 하는 얘기를 들으면 놀라 어머머,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먹으면 안되겠네! 라는 감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터넷이 정보의 주요 유통경로가 되면서 극단적인 정보들이 많이 돌아다니며, 이를 무조건 다 믿어서는 곤란하다. 바나나 농장이 농약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다(많은 농산물처럼). 그리고 15일여간의 기간을 거쳐 수입되면 에틸렌이란 가스로 노랗게 익힌다. 그렇지만 국제기관이나 각 나라에는 계속해서 시정해 나가는 수입 농산물 농약 허용치 등의 법도 엄연히 존재한다. 재배국가에서 농약에 풍덩 담그던 말던 무조건 수입이 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이 기준치들은 대충 때려 적어넣은 숫자들이 아니라 실험과 테스트들이 반영된 수치이다(참고로 에틸렌은 농약이 아니라 일반 과일들이 자연적으로 내뿜는 가스의 하나). 그리고 바나나농장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려는 기관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뭐, 여튼저튼 농약이 조금이라도 사용되는 농산물은 절대 금하고 바나나를 안 먹기로 결심했다 치자.그렇지만 사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살고 있다면 서울 근교로 옮기고 먹거리에 좀 더 의연해지는 것이 그대의 100년살기 목표에 더 좋을 수도 있다. 또한 그대의 육체적 건강 외에도 바나나 한 개와 엮인 '나비효과'는 그 이상이다.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건강. 그들의 경제적 독립. 바나나 농작과 유통이 지구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 

단순히 농약사용이나 유전자조작을 했다는 말에 어머나! 할 것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먹거리 그 이상으로 농작과 유통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뉴스와 관련 기관들의 업데이트에 귀를 기울이고 좀 더 배우려는 이성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나 소비자 한 사람의 선택은 모여모여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론? 바나나농장 근로자들을 위해 농약 사용이 지속적으로 줄었으면 좋겠고 나는 바나나를 너무 사랑하고 이왕이면 제주바나나로 계속 섭취예정. 그대의 선택은?

계속 바나나를 드실 분들은 아래 나의 막강레시피인 설겆이가 필요없는 바나나 브레드 레시피 참고!


사실 뭐 설거지는 나온다만, 믹싱보울 단 한개! 그렇다! 단 한개만 필요하고 크림화나 휘핑도 필요없고 거기다 맛도 포기하지 않은 최고의 레시피! 

바나나 3-4개 
녹인 버터 1/3컵
설탕 3/4컵
달걀 1개
바닐라 1 teaspoon
베이킹소다 1 teaspoon
소금 1/2 teaspoon
시나몬, 넛멕, 클로브 등 약간씩 기호에 맞춰
중력분이나 박력분 180g (1 1/2컵)
  • 섭씨 180도로 예열. 
  • 믹싱보울에 바나나를 으깬다. 여기에 버터를 넣는다. 여기에 설탕, 달걀, 바닐라와 향신료 넣고 섞는다. 여기에 베이킹 소다와 소금을 넣고 섞는다. 마지막으로 밀가루를 넣고 섞어준다. 견과류나 초콜렛칩 넣고 싶으면 마지막에 스르륵. 
    *요약 버전 : 바나나 + 버터 + 설탕/달걀/바닐라/향신료 + 베이킹소다/소금 + 밀가루
  • 원하는 틀에 넣고 찔러봐서 묻어나오지 않을때까지 구워준다.

아 진짜 심각하게 간단하지 않은가?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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