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임시저장해 놓은 사진들과 글들은 몇 개 있는데, 계속 프로젝트와 시험, 수업 준비가 쌓이고 쌓여서 잠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블로그에 끄적거릴 시간이 부족하다. 근데 이미 잠은 하루에 4-5시간밖에 못 자고 있어서 더 이상 포기 못하겠고...

그렇지만 막상 책상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자니 오늘 하루는 마음이 영 무겁다. 우선 주방 분위기가 상당히 날카로웠고, 같은 반 학생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며 투닥거린지가 어인 한달이 넘는데 아직도 서로 서먹하다. 대화 나누는 게 서먹한 것이 아니라, 조리하고 서빙할 때 눈치가 보여진다는 얘기다. 점심 오프닝 시간이 다가올수록 시간은 점점 빨리가고 할일은 늘어만 갈때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은 점점 사라진다. 급해질수록 말은 직설적이 되고 때로 원하지 않게 감정이 묻어나올 때도 있다. 그렇지만 서로 같이 일을 한 날이 쌓여갈수록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수업후 서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잊어버린다. 그러다 보면 내가 실수를 하거나 말을 툭 던져도 한번 씩 웃고 넘어갈 수 있는데, 이번 우리반은 그런 경우에 앙금이 쌓여간다. 계속해서 싸해지는 분위기에 불편함까지 가배해 집중력 100%가 발휘되지 못한다. 어째 수업일수가 늘어갈수록 서로 더 분위기가 좋지가 않다. 

문득 작년 여름, 카페에서 일한 기억들이 그리워진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제일 좋았던 건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의 팀워크. 마음이 맞고 대화가 통하니 빨리 친해지고, 그러다 보니 일할때 팀워크도 점점 훌륭해지고, 계속 반복되는 무한 시너지 사이클이었다. 그 기간동안 확실하게 배운 것은, 주방에서 최고의 마음가짐은 내가 필요한 걸 먼저 챙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무엇을 필요로 하나 우선시하고 그를 살피는 것이었다. 

내일은 좀 더 돈독한 분위기의 주방을 기대하며... 

이 동네는 new american 말고는 맛있는 식당이 참 없다. 특히 한국식당은 두군데 있는데 돈이 아깝다. 반찬은 전부 소금/설탕 맛이고 마른 밥에다 시켜본 찌개류도 별로. 그래도 구정이라 떡국이 먹고 싶었는데 떡을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기분인데 떡만두국이라도 시켜먹을까, 하다가 팁까지 하면 12불이 너무 아깝고 속도 안 좋을 것 같아 다운타운의 한식당 근처에서 한참 서성이다 그냥 집에 왔다.

요새 최대한 원재료로 모든걸 해 먹으려 노력중이다. 제일 큰 이유는 가공제품의 깊이없는 맛에 미각이 길들여질까봐이다. 그리고 원재료 자체의 맛을 좀 더 제대로 알기 위해서. 

당근과 양배추를 썰면서 한입씩 먹어봤다. 당근 하나는 굉장히 달달한데, 다른 하나는 푸릇한 풀 맛이 더 강했다. 양배추는 씹으면 씹을수록 생고구마를 연상시키는 달짝함이 배어나왔다. 냉장고 제일 찬 구석에 박혀있다가 저절로 건조되버린 타임과 월계수잎도 꺼내고, 마늘과 양파도 다졌다. 

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한큰술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볶기 시작했다. 통후추와 월계수잎을 넣으니 향이 너무나 좋다. 남은 야채들을 한데 넣고 마저 볶은 후 farmer's market에서 사 본 약간의 계피와 함께 보관된 토마토절임을 넣어보았다. 와인도 넣고 싶은데 남은걸 어제 감기기운 있다는 핑계로 홀짝홀짝 마셔버려 남은게 없다. 쩝, 아쉽지만 할수 없이 그냥 마무리. 팔팔 끓고 있는 파스타를 건져 소스에 투하.

면을 볶고 있는데 냉동고에 있는 전이 생각나 얼른 몇개 꺼내 해동을 시켰다. 그래도 명절인데 ㅎㅎ

젠장...전 해동시키다가 면이 오버쿠킹되어 굵기나 면상태나 소면이 되어버렸다. 너무 익은 면이라 먹다보니 불어서 소스도 좀 부족하고 밑에는 붙어버렸다. 근데 오히려 그 상태가 한국에서 만들던 비빔면 같아 친근함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꾸역꾸역 다 먹고 아까 낮에 사놓았던 좀 비싼 현미녹차를 꺼내서 정확히 섭씨 70도의 물에 4분을 우렸다. 물론 컵도 데워놓았고. 색이 너무나 예쁜데 형광등 + 아이폰 조합의 사진으로는 이 아름다운 색을 절대 잡아낼 수 없어 안타깝다.

비록 떡국은 못 먹었지만 하루종일 좋은 음식들만 먹으며 나에게 소중한 가치관들을 다진, 의외로 뜻깊은 설날이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배운 것만 해도 수두룩.

- 새우 껍질 2초만에 벗기는 기술 (엄지손톱을 한 쪽 껍질 밑에 넣고 긁어내려준 후 꼬리쪽에서 트위스트. 글로 설명하려니 영...)
- 스프를 뜰 때 전혀 흘리지 않고 담는 법 (가장자리에 한번 긁어(?)주는 것이 아님. 그냥 뜨고 나서 국자 밑면을 스프/국 위에 한번 찍어주고 들어올리면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는다)
- 스테인리스 스틸이 열 전도율이 제일 떨어지는 금속 중 하나라는 것(무려 15%)
- 전자렌지에 금속 넣어도 아무 상관없다는 것 (단 날카롭거나 뾰족한 부분 없을시)
- 달걀 흰자에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이 있는데 상당히 큰 차이로 서로 다른 온도에서 응고된다는 것. (63도 vs. 85도) 때문에 달걀은 시간보다 온도의 문제. 온도를 잘 조절하면 굉장히 다양한 텍스쳐가 가능하다.
- 달걀 삶을때 끓는 물에 넣어도 상관없음. 달걀 크기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투하후 6분 10초면 딱 반숙과 완숙 중간.

물론 수업 커리큘럼과 그날그날의 과정은 따로 있으나 이건 추가로 쏟아져 나오는 팁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조금씩 쌓아온 지식과 와서 배운 것도 참 많은데 배우다 보면 너무나 방대하고 새로운 지식들이 많아 여태까지 배운 게 전혀 없는 느낌을 받는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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