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양파만큼의 드라마틱한 변신은 아니지만 피망을 그을리면 풍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밥과 누룽지의 차이 정도랄까? 

우선 피망을 씻어 가스불에서 직화로 굽기 시작한다.
곧 타닥타닥 물집 잡히고 터지는 소리가 나며 까맣게 그을리기 시작한다.
돌려가면서 전면을 골고루 그을린다. 울퉁불퉁한 표면의 파인 공간을 특히 신경써서...

완전히 타서 아직 뜨거울 때 미리 준비해 놓은 비닐봉지나 그릇+랩 조합에 넣어 식힌다.

식힌 후 껍질 벗겨낸 피망. 


이렇게 그을려 껍질을 제거한 빨간 피망은 샐러드 드레싱부터 토핑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데, 오늘 저녁은 스프를 만들어보았다.

씨와 껍질 제거 후 다져서 준비한 그을린 피망.


그 후 올리브오일, 마늘, 양파, 흰 강낭콩, 토마토, 후추 조합을 끓인 후 체에 받쳐
크리미한 스프로 완성. 약간의 그러나 치즈를 곁들였다.
간만에 정말 정말 맘에 들었던 집밥!


그 유명한 초코파이에 샌드된 주인공인 마시멜로. 미국에서도 코코아에 띄워먹고 살짝 그을려 녹인 후 쿠키랑 초콜렛과 샌드해서도 먹는 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캔디 종류이다. 그런데 파는 종류는 대부분 텁텁하고 너무 단데다가 가열하지 않는 이상 입에서 사르르 녹지 않고 물컹한 고무 씹는 느낌이다. 

특히 한국에서 유일하게 유통되는 아래 마시멜로는 색소까지 들어간 조악한 조합 -_- 
(요새는 costco 덕분에 좀 다양해졌을라나)



그렇지만 이게 집에서 만들어보면 완전 별미다. 다양한 과일 맛이나 초콜렛 등을 접목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부들부들하며 입에서도 사르르 녹는다. 그리고 초코파이 하나 분량의 마시멜로를 먹으면 지구를 한바퀴 뛰어야 연소가 된다는 둥의 말도 안되는 루머가 많은데, 대부분의 마시멜로 주재료는 단순히 당분과 달걀 흰자, 그리고 젤라틴이다.  

그나저나 예전 마시멜로가 처음 발명되었을때는 Marsh-Mallow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로 굳혔다는 사실! 고로 마시멜로라는 이름 탄생.

여튼 친구와 마시멜로 얘기하다가 몇년전 초코파이를 사랑하는 동료분에게 대형 초코파이를 만들어드렸던 생각이 나 사진 올려본다. 중간에 두툼한 지름 25cm짜리 마시멜로 레이어가 필요해 이 때 마시멜로 만드는 걸 배웠던 기억이...


그리고 마시멜로 레시피. (영문 원레시피 출처는 smittenkitchen.com)

재료

 

파우더 슈거 1컵 정도

젤라틴 가루 2 TBS + 2 1/2 TSP (판젤라틴은 한 열장정도)

찬물 1컵 (1/2컵씩 나눠놓음)

백설탕 1컵

물엿(or corn syrup) 1/2컵

소금 1/4 TSP

흰자 달걀 2개 분량

바닐라 1 TBSP

 

방법
(과정샷은 http://smittenkitchen.com/2009/06/springy-fluffy-marshmallows/에 멋진 사진들 참조부탁) 

 

1. 팬에 골고루 버터나 기름을 얇게 발라준 후 파우더 슈거를 골고루 뿌려준다

팬 사이즈는 13 X 9 inch (30 X 20 cm 정도 팬이나 그 정도 면적)

 

2. 1/2 컵의 찬물에 젤라틴 가루를 뿌려놓는다 (판젤라틴 사용할 경우는 불렸다가 꼭 짜서 그 정도양의 물에 중탕시켜 녹여놓는다). 스탠딩 믹서 사용할 경우 믹싱용기에다 직접 하고 핸드 믹서를 사용할 경우 넉넉한 크기의 믹싱보울에 작업한다.
 
 

3. 넉넉한 냄비/팬에 백설탕 + 물엿 + 1/2컵 물 + 소금을 넣고 녹을 때까지 약한 불에 저어주다가 설탕이 다 녹으면 젓지 말고 중간불에 끓인다. 온도가 섭씨 115도가 되면 불을 끄고 2번의 젤라틴 녹은 물에 부어주어 잘 섞는다 (10-12분 정도 걸리는데 시간보다는 온도가 중요!!!!)

 

4. 믹서 스피드를 높게 올려 3배 가량의 양으로 휘핑한다. (이때 하얗게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완전 뷰티풀~)

 

5. 4번 작업을 마친 후 다른 그릇에 흰자와 바닐라를 휘핑한다. 너무 뻑뻑하게 낼 필요없고 부드럽게만 올리면 된다.

 

6. 4번과 5번을 슥슥 주걱 날 세워 섞은 후, 1번에서 준비해 놓은 팬에 붓는다. 주의!!! 이때 절대 욕심내서 반죽을 다 긁으려 하지 않는다. 굳으면서 끈적끈적해지면서 여기저기 들러붙는 참사가. 물론 쉽게 씻기지도 않는다. -_-
 

8. 위에 솔솔 파우더 슈거를 뿌리시고 랩을 씌운 후 3시간 이상 실온에서 굳힌다. 냉장고도 오케이.

 

9. 다 굳은 후에는 가장자리를 칼로 한번씩 긁어서 떼어낸 다음 도마위에서 원하는 모양으로

썰거나 찍어준다. 다만 자른 단면은 끈적끈적하니 파우더 슈거 준비하셨다가 굴려주시고.. 
요새 재료구입 및 비용 컨트롤 관한 수업을 듣는데, 이탈리아에서 치즈와 햄을 수입해 미국내 레스토랑들에 납품하는 판매자가 와서 특별 세션이 있었다. 190이 넘는 키와 팔 전체 문신한 덩치좋은 이탈리안 아저씨가 무기를 연상시키는 치즈 연장들을 들고 앞에서 왔다갔다 하니 순간 위축;

여튼 이 분이 주로 수입하는 상품들은 아무래도 파마지아노 치즈와 프로슈토 햄인데, 등급과 맛, 가격이 무척 다양하다. 그 자리에서 치즈 휠(wheel)을 잘라 여러 가지 맛도 보고 가짜 판별법, 대강의 역사와 지리에 관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그 중 가장 놀라웠던 건 바로 프로슈토 파마(Proscuitto Parma)ㅡParma지역에서 생산되는 프로슈토ㅡ의 원재료 라벨이었다:

INGREDIENTS: PORK, SALT. -_-;



어떻게 보면 원래 햄이란 것의 원재료는 딱 이 두가지이지만, 첨가물이 넘쳐나는 요새 참 신선한 충격이었다. (모든 프로슈토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건 아니고)

박찬일 셰프님의 '보통날의 파스타'를 읽다 보면 프로슈토에 관한 대목이 나온다.

프로슈토는 소금을 쳐서 시원하고 바람이 잘 부는 곳에서 천천히 맛이 든다. 
돼지 뒷다리에서 은은한 향이 난다면 믿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잘 마른 프로슈토 한 점을 입에 넣어보시라. 그 맛은 신의 솜씨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 프로슈토는 인간의 솜씨가 아니다. 소금을 치고 그늘에 거는 건 인간의 몫이지만, 프로슈토의 맛을 결정하는 건 신이다.

첨가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맛'도 있지만, "아니 어떻게 이런 맛이" 하고 무릎치게 만드는 오묘하고 깊은 센세이션은 바로 시간과 단순함에 맡기는 이런 것들이 아닐까.

ps. 추가사진들.

매달기 시작하면 정확한 날짜와 라벨을 위해 이렇게 징을 박는다.

Parmigiano Reggiano (파미지아노 레지아노). Grana Padano (그라나 파다노).
그라나는 좀 더 크리미하고 살짝 더 달달했다.

이날의 시식 플레이트. 빵은 옆 베이킹 수업에서 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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