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재료의 계절

요리단상 l 2012. 1. 14. 14:37
Seasonality라는 컨셉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건데, 계절성, 하니 어감이 좀 이상해서...

여튼 요새 미국에서 큰 유행중인 컨셉중 하나는 seasonal ingredients, 즉 계절음식, 계절재료이다. 재배와 저장 기술, 그리고 나라간의 수출입으로 인해 일년내내 볼 수 있는 농산물이 참으로 많아졌는데, 계절을 거슬러 재배한 과채소 대신 제철농산물만을 사용하는 아이디어다. 이 시스템에는 여러 장점들이 있다.


1. 우선 추운 날씨에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토마토보다는 뜨거운 한여름에 수확한 제철토마토가 값이 더 저렴하다. 수확량도 많고, 재배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적다.

2. "계절"이라는 것은 특정지역에만 적용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계절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은 바로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보통 얘기한다. 즉 운반하는데 사용되는 에너지가 훨씬 적다 = 환경적으로 더 이롭다.

3. 많은 농산물들은 재료들이 제대로 익기 전에 수확이 된다. 제일 큰 이유 중 하나는 잘 익은 과채소들은 장거리여행중 생채기가 나거나 썩을 확률이 매우 높아지며, 이는 바로 손실이기 때문. 그래서 나중에 인위적인 방법으로 익히거나......아니면 덜 익은 상태로 그냥 판매가 된다. 자고로 맛이 없다. 반대로 짧은 거리만을 이동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을 생산하는 근처 농장들은 억지로 미리 수확할 필요가 없다. 


리옹 지역의 계절재료 가이드 <출처 - http://www.guardian.co.uk/>

무엇보다 이 계절재료의 컨셉은 음식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삶의 리듬에 들어맞는다. 유명하디 유명한 셰프 Daniel Boulud는 Letters to A Young Chef라는 그의 책에서 이렇게 저술한다:

"Although we live in an age when you can pretty much get any ingredient you want each year round, for most of our history on this planet we have evolved to be hungry for foods in their season."

"Spring is the wakening earth, summer its sweet season, fall a time of ripeness. All of us, not just chefs, can't help but think this way. Seen in this light, ingredients connect us in the most basic way of the rhythm of the planet."


간략히 번역하자면, 요즘엔 웬만한 재료는 계절과 상관없이 365일 구할 수 있지만 인류 대부분의 역사를 보면 우리는 항상 제철음식을 원해왔으며, 봄은 생명이 깨어나는 계절, 여름은 성장의 계절, 가을은 여무는 계절이라는 것은 요리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다.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일수록 더하겠지만)

보스턴의 로컬 마켓. 겨울시즌이다. <출처 - http://www.boston.com/>

나는 이 문구를 읽고 무릎을 탁 쳤다. 요새야 일년내내 원하는 반찬을 먹기가 쉽지만, 길고 추운 겨울이후에 봄날씨와 벛꽃이 더 향긋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제철음식도 제철에 먹어야 더욱 더 그 기쁨과 맛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재료의 "철"에 둔감한 시대에 태어나고 살아온 나는 아직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여름의 복숭아, 봄나물 몇가지 정도가 거의 다라 공부중이다. 그리고 슈퍼에 가기보다는 근처 로컬 farmers 마켓을 이용중. 한달에 한번만 가도 매달 바뀌는 농산물들을 보며 공부가 된다. 

가장 큰 어려움은... 항상 원하는 재료를 구하는 편리함에 길들여지고 제한된 재료를 가지고 질리지 않게 다양한 요리를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 저번에는 근처 농장 구경갔다가 당근, 고구마, 파스닙(parsnip), 감자를 왕창 가지고 와서 구워먹고 튀겨먹고 볶아먹고 삶아먹고 아주 난리를 치는 중 ㅋㅋ






 최근 제일 맛있게 먹은 건 오븐에 구워먹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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