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 오늘은 미스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힘들었던 날
    • 주7일 매일 오픈 하던 식당이 3일 4일 연달아 쉬다보니 다들 좀 정신이 없었다. 다음날을 위해 무얼 준비해야 할지 확인하는데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많아 오늘 할 필요없는 일들을 하느라 시간 허비.. 그리고 사실상 내일전에 했어야 할일들을 마저 끝내느라 퇴근시간이 두시간이 늦어졌다. 덴장 -_-
    • 일차적으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은 있을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려려니, 하면서 넘어가지만 혹시나 해서 확인까지 재차 했는데 확인해주는 사람이 건성으로 재확인해줘서 다시 해야하는 건 정말 열받는다. 오늘 분명히 carrot puree대신 carrot hummus 재료 준비하는 거 맞냐고 재차 확인했는데, 아니라더니 결국 해야 된단다. 그러나 어쩌겠나...@#$^$^@$%$^
  • 오늘 셰프 맷한테 지적당한 점
    • 바 근처에 있는 (손님들 앉는) 의자에 올라가 작업을 할때가 많은데, 오늘 아무 생각없이 그 의자에 그릇을 받쳐놓고 클램 끓인 육수를 붓고 있었다. 셰프 지나가며 비싼 가죽의자에는 클램 쥬스 묻히지 말자! 으헝헝 이렇게 바보같을 수가 -_-
    • 프로슈토 슬라이스 하고 있는데 좀 더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와서 알려주었다. 그런데 덱스터가 일러준 모든 포인트랑 어쩜 그렇게 반대이지? 분명 덱스터도 셰프맷이나 셰프한테 바로 전수받은 셰프 셰리한테 배웠을텐데.... 여튼
      - 꼼꼼히 네모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
      - 프로슈토를 슬라이서날에 바짝 붙혀 (push into) 슬라이스 한다 (이게 완전 반대;;)
      - 무엇보다 비싼 프로슈토, 최대한 아껴 작업하자
    • 조개가 완전히 익으면 관자부위까지 말끔히 떨어지는데, 덜 익은 상태에서 살을 분리하려니 조금씩 짜개지고 찢어지고 있었다. 어느 새 셰프, 20미터 밖에서 보고는 와서 덜 익었다고 마저 익히라고... 우선 분명히 그렇게 살이 분리되고 찢어지는 게 옳지 않았다는 걸 알았으면서 왜 물어보지 않았니 난!!! 그리고 그걸 그 멀리서 보고 다가온 셰프도 새삼스럽지만 참 대단....
  • 오늘 좋았던 점
    • 토끼 butchering 하는 거 더 연습할 기회가 생겼다. 근데 칼 오늘 새로 갈아 가져갔는데 갈빗대 frenching 하다보니 날 다시 다 나갔다 -_-
    • 오늘 셰프맷이 기분 상당히 안 좋아 보였는데 그래도 집에 가기 전 2층에 올라와서 악수하고 Good night, Chef라고 하고 갔다. 리코타 치즈도 작은 통으로 옮겨담아야 하는데 대신 해주고. 인내심과 포용력에 감사할 따름. ㅠㅠ 
  • 궁금한 점
    • 물론 그때그때 고칠점이나 등등은 잘 설명해주고 지적해주는 셰프이지만.. 덱스터가 실수했을 때처럼 잡지 않는 이유는...1. 인턴이라서 봐주기 때문? 2. 그래도 내가 대체적으로 일 괜찮게 하고 있기 때문? -_-;
    • G는 생각보다 은근 관심병이 있는 듯? 게다가 본인이 정말 마른 것에 대해 거식증 같은 eating disorder가 아니라고 부정하는데 은근 신경이 쓰이는지... 아니 오늘 자기가 항생제 먹고 있다고 아무것도 하루종일 못먹고 무릎 다쳤다는 얘기를 몇번을 하는겨;;
  • 기타 등등
    • 정신 바짝 차리자! 
    • 내일은 아침에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길. 피로함이 약간 쌓인듯.
    • 잔근육이 점점 발달해간다; 특히 오른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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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플레이팅!!! 살짝 기대하고 가긴 했지만,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마치고 5시 좀 넘으니 셰프 셰리가 밑에 내려가서 샐러드/애피타이저 스테이션 도와주라는 거다. 으헤헤헤헤헤 하고 바로 달려내려감. 
    • 우선 제일 간단한 샐러드 두가지부터 시작했는데, 역시 직접 해보는 것이 백만배 빨리 배운다. 말로 이리저리 설명해도 절대 기억 다 못하고 엥? 하게 되는데 한 번 만들어보면 세번째부터는 자동으로 손이 움직이게 된다. 
    • 그러다가 셰프 조던이 아티쵸크 애피타이저 도와달라며 믹싱보울을 하나 던져줬는데, 복잡해 보이는 이것도 막상 몇번해보니 할만했다. 가니쉬로 반죽옷 입혀 튀긴 자그마하고 살짝 달달한 고추 몇 개가 올라가는데 이것만 타이밍 잘 맞추면 혼자 가능.
    • 그 다음 혼자하게 된 건 돼지머리고기 메뉴. 돼지볼살등 여러부위를 모아 소세지처럼 만들고 얇게 썰어 허니머스터드비네그렛과 돼지 귀 가늘게 썰어 튀긴거랑 피클링한 셀러리, 순무 같은 것이 올라가는데 재밌다. 돼지 귀 남은 조각 조금씩 먹는데 왜 이리 맛있는거임!! 
    • 옥수수 스프도 쉽다. 양만 잘 맞추고 그릇 미리 데우는 걸 잊지 않으면 오케이. 근데 그릇 데울때 브로일러 바로 밑에서 펄펄 데워서 좀 무섭다 -_-...
    • 마지막으로 셰프 조던이 갑자기 당근 애피타이저 플레이팅 해 보겠냐고 해서 헉... 워낙 이것저것 올라가는 것도 많고 해서 좀 겁먹었었는데 막상 해 보니 감이 좀 온다. 다만 당근 익히는 걸 배워야 할 듯. 꿀과 로즈마리와 미리 반 익혀놓은 당근을 마저 팬로스팅하는데.. 참고로 우리 레스토랑 당근 에피타이저는 아래 사진 같은 플레이팅. 조금 스타일이 바뀌고 이건 사진빨도 좀 있지만 ㅋㅋ 
    • 제일 중요한 건 모든 재료에 드레싱이나 간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것.
    • 소스 스푼과 스패츌라 쓰는 거 꾸준한 연습요.
    • 밑에서 정신없이 배우다 보니 셰프들이 시키는 몇가지를 제 때 못챙겨서 좀 마음에 걸렸다. 쟤 플레이팅 좀 시켜줬더니 건방져짐? 이런 소리 듣기 싫어서 말이지. 계속 열심히 공손한 태도로~
  • 셰프 캔들이랑 계속 친해지고 있다. 진짜 성격좋고 너무 잘해줌 ㅠㅠ 
    • Bibb Salad라는 완전 간단한 샐러드 딱 한가지 배웠을 때 계속 그것만 두세번 내고 있었는데, 뭐 가지러 우리쪽 스테이션 오더니 나한테 the bibb salad is looking great, chef! 한다. 이제 첫걸음 띠는 나에게 저런 응원 한마디는 진짜 백만배 효과.
    • 나중에 우리쪽 스테이션 정리하고 파스타 스테이션 가서 정리하는 거 좀 도와주고 있는데, 또 이런거 저런거 가르쳐 준다. 나와있는 치즈를 다시 통에 담아 보관해야 하는데, 두가지 비슷한 치즈가루가 있어서 다른 거냐고 물어보니, 그 두가지를 시각과 냄새로 정확히 구분하는 방법을 찬찬히 알려줌. 다른 사람들 같았음 어 하난 뭐고 다른 건 뭐야, 에서 끝났을 텐데.
    • 클램차우더 같은 향의 크리미한 육수가 있는데, 제대로 거품내는 것도 보여줌.
    • 오리 라비올리가 떨어지는 바람에 2층 올라가서 한 통 새로 갖고 내려왔다. 건네주며 이거 진짜 맛있어 보인다고 했더니, 오더 들어와 있지도 않은데 언제 또 라비올리 하나를 따로 삶아 소스까지 만들어서 슬쩍 건네주는 거다. 진짜 감동의 쓰나미가 미친 듯이 몰려왔다 ㅠㅠㅠㅠㅠㅠㅠㅠ 
  • 다른 사람들과도 많이 친해지고 있다. 셰프 저스틴도 이제는 그 특유의 시크함으로 농담도 자주 하고, 특히 멕시칸 아저씨들한테 완전 사랑받고 있음 ㅋㅋㅋㅋ 며칠전에 셰프 맷이 슬쩍 지나가면서 you're so popular among them 하길래 내가 잘못 들었나 했더니... 어제는 일 마치고 조던이랑 나타샤랑 술도 한잔 하러 갔다. 아 13시간 넘게 일했지만 정말 즐거웠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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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8 - 나만의 패

인턴일지 l 2012. 7. 3. 06:59

미친 척 하고 일 끝나고 살사추러 갔더니 너무 피곤해서 일지 제때 못썼다...

  • 셰프 셰리가 잠깐의 휴가에서 돌아오니 확실히 분위기가 급 좋아진다. 역시 주방에 여자가 있어야? ㅋㅋ
        - 생일이라고 다들 카드며 케익이며 챙겨주는 모습이 역시 훈훈
        - LA 차이나타운에서 먹을 거 이거저거 사다줬는데 흐물흐물한 피의 딤섬이 있었다. 근데 먹이려 드니 억지로 먹으면서 짓는 셰프 맷의 표정이 아주 그냥 ㅋㅋㅋ 셰프 맞음? 프하하

  • 레스토랑 운영하는 일이 힘든 이유 중 하나.. 음식이 맛있으면 장사 된다, 라는 말도 있지만 요리는 전체 레스토랑 운영의 일부분일 뿐이고, 재료 주문이며 관리며 냉장고 및 스토리지 공간 정리, 인벤토리 등등등등등등 챙겨야 할 것이 참 많다. 그리고 거의 매일/매주 이런 작업들을 끊임없이 해야 하니... @_@ SPQR을 인턴 장소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좋다는 여러 레스토랑에서 하루씩 일해봤지만 이 곳이 제일 철저하고 확실하게 organized 되어 있어서였다. 언제 냉장고 사진 한 번 찍어 올려야겠오.
  • 요새 여름이라고 옥수수 이용한 요리가 정말 많은데, 배럴 컷(barrel cut)이라고 옥수수 알 분리하는 테크닉이 있다. 그냥 옥수수를 돌려가며 칼로 넓게넓게 베어내는 방법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알 모양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옥수수에 붙어 버려지는 양도 훨씬 적어진다. 그런데 옥수수가 많을때는 이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어느 날 옥수수 50개를 주길래 반 포기하고 스피드에 집중했는데, 서비스 바로 직전에 셰프 데니스가 오늘 누가 배럴 컷 했냐며 옥수수 상태를 보더니 난감해 하는 모습을 보고 창피해졌다. 그래서 데니스가 어제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집중해서 찬찬히 한줄 한줄 베어내고 있더라. 칼날이 들어가는 각도나 깊이를 열심히 봐 두었다가 나중에 하니 정말 훨씬 더 이쁘게 잘 되고, 익숙해지니 이전과 스피드도 거의 차이가 없었다. (시작한지도 얼마 안되었지만) 초심을 절대 잊지 말고 아무리 자잘한 일이라도 기술을 다듬고 최선을 다하자!

  • 이 날 또 그렇게 느낀 이유는... 그 때 한바가지 썰고 좀 질려버린 줄기콩을 이날은 셰프 맷이 일일이 다듬고 썰고 있더라. 정말 기본 중 기본의 프렙일을 맷이 하고 있는 걸 보고 다시 겸허해짐.
    - 내가 그동안 줄기콩 제대로 썰고 있었나 확인할 겸 셰프가 썰고 있는 콩을 들여다 보니 셰프가 쳐다보길래, 아 제가 그동안 잘못 썰고 있진 않았었나 해서요, 했다. 그러자 셰프 왈, 이제 넌 뭔가 잘못하는 단계는 훨씬 넘었다고, 카드게임에 비유하자면 예전에는 다른 사람 패 구경하며 게임을 배웠지만 이제는 너만의 패를 들고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고. 비유가 참 ㅋㅋㅋㅋ
  •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얼마전 5mm로 재단한 감자가 알고 보니 브런치 메뉴에 사용되는 거였다. 정말 눈에서 레이저 쏘며 열심히 했는데, 어제 어떤 브런치쿡이 서비스 마치고 올라오면서 왈, 네가 썬 감자, 플레이팅 됐을 때 진짜 이쁘다고. Absolutely gorgeous..looks fantastic on the plate. 으헹헹 ^__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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