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 어제 알렉스가 스케줄이 새로 나왔다고 한게 생각나 확인했더니 내 이름 옆에 드디어 "pantry"라고 적혀 있는거다! 우리 식당에서 pantry는 샐러드/애피타이저/디저트를 담당하는, 보통 Garde Manger라 불리는 스테이션을 뜻. 거기다 일요일 하루도 쉰다! 으헤헤헤헤 i'm gonna kill it! 프렙리스트와 메뉴, 그리고 스테이션 셋업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 오늘 일일 스타쥬가 한 명 왔는데 본인도 커리어 전환중이고 소프트 엔지니어였다 해서 혹시, 했더니...알고 보니 같은 구글 출신! ㅋㅋ 
  • 오늘은 덕분에 거의 제 시간에 퇴근.
  • Kampachi 레몬과 민트, 설탕/소금에 절이는 걸 배웠다. (2 lemons' zest and juice, leaves of 5 mint sprigs, and 1 pint of salt and sugar each) Curing을 시작하려는 순간 역시나 저 멀리서 셰프 맷이 말을 건다:
    셰프 : 주원, 생선 curing 할땐 말이지. 머리와 꼬리쪽 중 어디가 더 두껍지? 
    나 : 엄.. 머리쪽이요.
    셰프 : 그럼 어디에 더 많은 설탕과 소금을 쳐야 되지?
    나 : 엄.. 머리쪽이요.
    셰프 : (완전 만족한 미소로 씩 웃으며) Smart!
    나 : haha thanks 'ㅁ'; (별로 어렵지도 않은 질문이구먼 -_-)
  • 누가 완성된 stock을 위로 가져왔는데 그 많은 걸 깊은 통에 한번에 담아놓는 바람에 좀처럼 온도가 내려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얼음에 완전히 잠길 수 있게 두 통으로 나눠서 얼음 꽉꽉 채우고 있는데, 셰프 맷의 여자친구인 셰프 캣이 보더니 Great idea! 라네. 맨날 지적만 하는 이 무서운 셰프한테 좋은 소리 들으니 적응이...
  • 오늘 프로젝트들은 다 익숙한거라 쉽게쉽게 마무리. 아침에 마신 Red Bull도 상당한 효과가 있었던 듯 ㅋㅋ
  • 콜린이 SPQR에 남아 계속 일하라고 끊임없는 러브콜을; 아 나도 비자 나왔음 좋겠다고!


  • 3일간 일을 쉰 후 복귀하는 목요일은 아무래도 컨디션이 백프로가 아니다. 그런데 어제는 특히 더 아침에 피곤하고 몸도 찌뿌둥한데다가, 손과 머리가 따로 노는 느낌. 결국 왼손이 좀 수모를 당햇다 -_-; 검지손가락은 서랍에 낑기고 가운데 손가락은 베이는 사고를 ㅠ_ㅠ 가뜩이나 오른손을 많이 쓰는데 왼손이 불편하니 오른손에 과부하가 걸려 욱신욱신하고.. 여튼 어제 집에 오는 길은 참 힘들었다 ㅋㅋ 
  • 알렉스가 일하는 속도가 참 많이 빨라졌다 ㅋㅋㅋ
  • 어제 손 다치기 전 칼질할 프로젝트가 무지 많았는데, 로마노 줄기콩 다지는데 걸리는 시간을 완전 잘못 잡아서 11:30pm이 되서야 겨우 퇴근했다. 다 다지고 정리하고 치우고 있는데 셰프 맷이 올라와서 아직도 있냐며 산더미 같은 다진 로마노 콩을 보더니... "로마노 헬!" 이러면서 웃는다. ㅋㅋㅋ 어쨌든 다 끝냈다니 또 "굿잡!!!!!" 이러고 악수하고 퇴근하심. :)
    • 근데 콩 한 80% 다졌을때 정말 토할것 같았음 -,.-
    • 그래도 G가 많이 도와줘서 많은 일을 끝내고 퇴근했다.


일하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은 일요일이다. 다른날보다 손님이 적어 차근차근 배워가며 라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상대적으로 일하는 사람도 적어 일할 공간도 넓어져 능률도 오른다. 이번주도 어김없이 일요일이 돌아왔고, 평소보다 조금 더 머리도 신경써 땋고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 완료! 


브런치 타임 요리사들과 저녁 타임 요리사들이 바톤 터치를 하는 걸 도우며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해치우고 있는데,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후 다섯시다. 오늘 내가 일요일마다 라인에 선다는 얘기를 전해들으신 blueprint님이 다섯시반 예약이라는데, 아무래도 서비스 시작에 맞춰서 내려가진 못할 눈치. 도착하신 걸 보고 짧게 인사를 드리고 다시 윗층에서 프로젝트를 마저 하고 있는데, 로드리고 아저씨가 헐레벌떡 뛰어 올라오더니 셰프 셰리가 부른단다. 



얼른 달려 내려가니 셰리가 정색한 척 하며 나에게 조용히 지인에게 무얼 서비스로 드리고 싶냐고 물어본다. 요새 네가 한창 만들고 있는 pork leg dish 어떠냐고 추천하는데, 아쉽게도 내가 아직 플레이팅을 할 줄 모르는거라 담당쿡인 조던과 콜린한테 지나가며 부탁했다. 그런데 조던이 갑자기 잡더니, 지금 가르쳐줄테니 내 손님들 오더를 직접 플레이팅 해 보는게 어떠냐며 씩 웃는다. 어차피 지금 같은 메뉴 오더가 두 개 들어와 있으니, 하나는 조던이 하는 걸 보고 배우고, 하나는 연습용(?)으로 해 보란다. 그래서 얼떨결에 플레이팅을 하고 있는데, 카운터 자리에서 잘 보이게 계속 옆자리를 치워준다. 너무 고맙고 너무 떨리는 마음으로 조금은 정신없이 플레이팅을 해서 넘기고 다시 이층으로 올라왔다. 


생각해 보니 pork leg는 이제 첫 curing 스텝부터 플레이팅까지 전과정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된거다. 학교에서 수업듣던 시절 매우 따르던 셰프님이 한 분 있었는데, 제일 좋았던 점 하나는 내가 그 날 맡은 주재료가 있으면 손질부터 플레이팅까지 맡기던 시스템이었다. 좀 더 책임감도 생기고, 결과물을 이해하니 그만큼 손질과 요리과정도 더 이해가 잘되는 효과가 났다. 그렇지만 SPQR에서는 과정들도 훨씬 더 복잡하고 긴데다, 아직 요리를 직접 할 일이 많지 않으니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드디어!!!


Thanks to Ms. Blueprint for sharing the awesome photo :)


하루 나머지 일들 정리:

  •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레스토랑 Fleur de Lys이자 미국 마스터셰프 출연했던 Hubert Keller가 밥을 먹으러 왔다. 저녁시간에 플레이팅 하는데 카운터 자리에 앉아 바로 코 앞에서 쳐다보니 손이 막 떨림 ㅋㅋ 백발의 포니테일 아우라가 와우...
  • 처음으로 조던이 플레이팅 칭찬을 했다. "Nice looking tomato dish!"
  • 이제 좀 많이 친해지니 어찌나 장난들을 치는지 -,.- 특히 워크인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캔들이 놀래켜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기절하게 놀래니 어찌나 꺽꺽대며 좋아하는지. 아놔!! ㅎㅎ
  • 본인이 라인일이 좀 지겹고 스트레스 받아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나를 좀 더 오래 라인에 서게 해주려고 신경써준게 정말 고마웠다. 파스타 쪽 가서도 계속 배우라고 떠미는 것도 그렇고. 
  • 이 날 패밀리밀에 잡채를 만들었다. 간장도 거의 없고 파도 없었는데 당면을 이미 불려놔서 할 수 없이 어찌저찌 만들어봤다. 근데 맛이 괘, 괜찮다 ㅋㅋ 지단까지 부쳤는데도 30분만에 완성했다는. 게다가 요새 계속 멕시칸 먹다 잡채가 등장하니 인기 폭발!! 사진 못 찍었다 근데 ㅠ_ㅠ
  • 마감하고 캔들이랑 조던이랑 와인 한잔씩 하며 꽤 오랜 수다를 떨었다. 아 이런 게 정말정말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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