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Day 18 - 나만의 패

인턴일지 l 2012. 7. 3. 06:59

미친 척 하고 일 끝나고 살사추러 갔더니 너무 피곤해서 일지 제때 못썼다...

  • 셰프 셰리가 잠깐의 휴가에서 돌아오니 확실히 분위기가 급 좋아진다. 역시 주방에 여자가 있어야? ㅋㅋ
        - 생일이라고 다들 카드며 케익이며 챙겨주는 모습이 역시 훈훈
        - LA 차이나타운에서 먹을 거 이거저거 사다줬는데 흐물흐물한 피의 딤섬이 있었다. 근데 먹이려 드니 억지로 먹으면서 짓는 셰프 맷의 표정이 아주 그냥 ㅋㅋㅋ 셰프 맞음? 프하하

  • 레스토랑 운영하는 일이 힘든 이유 중 하나.. 음식이 맛있으면 장사 된다, 라는 말도 있지만 요리는 전체 레스토랑 운영의 일부분일 뿐이고, 재료 주문이며 관리며 냉장고 및 스토리지 공간 정리, 인벤토리 등등등등등등 챙겨야 할 것이 참 많다. 그리고 거의 매일/매주 이런 작업들을 끊임없이 해야 하니... @_@ SPQR을 인턴 장소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좋다는 여러 레스토랑에서 하루씩 일해봤지만 이 곳이 제일 철저하고 확실하게 organized 되어 있어서였다. 언제 냉장고 사진 한 번 찍어 올려야겠오.
  • 요새 여름이라고 옥수수 이용한 요리가 정말 많은데, 배럴 컷(barrel cut)이라고 옥수수 알 분리하는 테크닉이 있다. 그냥 옥수수를 돌려가며 칼로 넓게넓게 베어내는 방법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알 모양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옥수수에 붙어 버려지는 양도 훨씬 적어진다. 그런데 옥수수가 많을때는 이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어느 날 옥수수 50개를 주길래 반 포기하고 스피드에 집중했는데, 서비스 바로 직전에 셰프 데니스가 오늘 누가 배럴 컷 했냐며 옥수수 상태를 보더니 난감해 하는 모습을 보고 창피해졌다. 그래서 데니스가 어제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집중해서 찬찬히 한줄 한줄 베어내고 있더라. 칼날이 들어가는 각도나 깊이를 열심히 봐 두었다가 나중에 하니 정말 훨씬 더 이쁘게 잘 되고, 익숙해지니 이전과 스피드도 거의 차이가 없었다. (시작한지도 얼마 안되었지만) 초심을 절대 잊지 말고 아무리 자잘한 일이라도 기술을 다듬고 최선을 다하자!

  • 이 날 또 그렇게 느낀 이유는... 그 때 한바가지 썰고 좀 질려버린 줄기콩을 이날은 셰프 맷이 일일이 다듬고 썰고 있더라. 정말 기본 중 기본의 프렙일을 맷이 하고 있는 걸 보고 다시 겸허해짐.
    - 내가 그동안 줄기콩 제대로 썰고 있었나 확인할 겸 셰프가 썰고 있는 콩을 들여다 보니 셰프가 쳐다보길래, 아 제가 그동안 잘못 썰고 있진 않았었나 해서요, 했다. 그러자 셰프 왈, 이제 넌 뭔가 잘못하는 단계는 훨씬 넘었다고, 카드게임에 비유하자면 예전에는 다른 사람 패 구경하며 게임을 배웠지만 이제는 너만의 패를 들고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고. 비유가 참 ㅋㅋㅋㅋ
  •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얼마전 5mm로 재단한 감자가 알고 보니 브런치 메뉴에 사용되는 거였다. 정말 눈에서 레이저 쏘며 열심히 했는데, 어제 어떤 브런치쿡이 서비스 마치고 올라오면서 왈, 네가 썬 감자, 플레이팅 됐을 때 진짜 이쁘다고. Absolutely gorgeous..looks fantastic on the plate. 으헹헹 ^__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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