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재료의 계절

요리단상 l 2012.01.14 14:37
Seasonality라는 컨셉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건데, 계절성, 하니 어감이 좀 이상해서...

여튼 요새 미국에서 큰 유행중인 컨셉중 하나는 seasonal ingredients, 즉 계절음식, 계절재료이다. 재배와 저장 기술, 그리고 나라간의 수출입으로 인해 일년내내 볼 수 있는 농산물이 참으로 많아졌는데, 계절을 거슬러 재배한 과채소 대신 제철농산물만을 사용하는 아이디어다. 이 시스템에는 여러 장점들이 있다.


1. 우선 추운 날씨에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토마토보다는 뜨거운 한여름에 수확한 제철토마토가 값이 더 저렴하다. 수확량도 많고, 재배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적다.

2. "계절"이라는 것은 특정지역에만 적용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계절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은 바로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보통 얘기한다. 즉 운반하는데 사용되는 에너지가 훨씬 적다 = 환경적으로 더 이롭다.

3. 많은 농산물들은 재료들이 제대로 익기 전에 수확이 된다. 제일 큰 이유 중 하나는 잘 익은 과채소들은 장거리여행중 생채기가 나거나 썩을 확률이 매우 높아지며, 이는 바로 손실이기 때문. 그래서 나중에 인위적인 방법으로 익히거나......아니면 덜 익은 상태로 그냥 판매가 된다. 자고로 맛이 없다. 반대로 짧은 거리만을 이동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을 생산하는 근처 농장들은 억지로 미리 수확할 필요가 없다. 


리옹 지역의 계절재료 가이드 <출처 - http://www.guardian.co.uk/>

무엇보다 이 계절재료의 컨셉은 음식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삶의 리듬에 들어맞는다. 유명하디 유명한 셰프 Daniel Boulud는 Letters to A Young Chef라는 그의 책에서 이렇게 저술한다:

"Although we live in an age when you can pretty much get any ingredient you want each year round, for most of our history on this planet we have evolved to be hungry for foods in their season."

"Spring is the wakening earth, summer its sweet season, fall a time of ripeness. All of us, not just chefs, can't help but think this way. Seen in this light, ingredients connect us in the most basic way of the rhythm of the planet."


간략히 번역하자면, 요즘엔 웬만한 재료는 계절과 상관없이 365일 구할 수 있지만 인류 대부분의 역사를 보면 우리는 항상 제철음식을 원해왔으며, 봄은 생명이 깨어나는 계절, 여름은 성장의 계절, 가을은 여무는 계절이라는 것은 요리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다.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일수록 더하겠지만)

보스턴의 로컬 마켓. 겨울시즌이다. <출처 - http://www.boston.com/>

나는 이 문구를 읽고 무릎을 탁 쳤다. 요새야 일년내내 원하는 반찬을 먹기가 쉽지만, 길고 추운 겨울이후에 봄날씨와 벛꽃이 더 향긋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제철음식도 제철에 먹어야 더욱 더 그 기쁨과 맛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재료의 "철"에 둔감한 시대에 태어나고 살아온 나는 아직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여름의 복숭아, 봄나물 몇가지 정도가 거의 다라 공부중이다. 그리고 슈퍼에 가기보다는 근처 로컬 farmers 마켓을 이용중. 한달에 한번만 가도 매달 바뀌는 농산물들을 보며 공부가 된다. 

가장 큰 어려움은... 항상 원하는 재료를 구하는 편리함에 길들여지고 제한된 재료를 가지고 질리지 않게 다양한 요리를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 저번에는 근처 농장 구경갔다가 당근, 고구마, 파스닙(parsnip), 감자를 왕창 가지고 와서 구워먹고 튀겨먹고 볶아먹고 삶아먹고 아주 난리를 치는 중 ㅋㅋ






 최근 제일 맛있게 먹은 건 오븐에 구워먹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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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들의 궁합을 맛과 전통/문화면에서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한데, Flavor Bible이나 Culinary Artistry란 책을 보다 보면 "Match made in heaven"이란 표현을 쓴다. 천생연분이란 얘기.

그 중 하나는 돼지와 김치 아닐까?(김치를 하나의 재료로 볼 순 없지만) 난 삼겹살보다 같은 불판에 굽는 김치와 마늘이 더 별미라 생각한다. 가끔 고깃집에서 종업원분이 불판 갈아주면서 애써 정성스레 구워놓은 마늘편이나 김치를 훅 가져가버릴때가 있는데 그럴때마다 가슴이 찢어짐.

오늘 저녁은 남은 김치 쫑쫑 썰어서 마늘편이랑 돼지기름에 슉 볶아 찬밥 투하. 돼지기름은 예전에 베이컨 구우며 남겨두었던 것. 여기에 진짜 삼겹살 몇 점과 참기름 살짝만 있었다면... 깻잎도... 


ps. 계란후라이 실력 좀 늘었다고 방심하다 노른자가 터졌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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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였나, 친구와 친구 부모님과 스키장을 가던 어느 겨울날, 스키장 근처 한 밥집에 들어갔다. 나로썬 처음 접해보는 우거지국. 그 구수한 된장과 은은하게 느껴지는 배춧잎의 달달함이란...

이제 영하권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한 주, 우거지국 생각에 눈물지새다 갑자기 우거지와 시래기의 차이점이 궁금해졌다. 우선 사전적 의미부터.(출처는 네이트 국어사전)

우거지
[명사]
1. 푸성귀를 다듬을 때에 골라 놓은 겉대. 
2. 김장이나 젓갈 따위의 맨 위에 덮여 있는 품질이 낮은 부분. 

시래기
[명사]무청이나 배추의 잎을 말린 것. 새끼 따위로 엮어 말려서 보관하다가 볶거나 국을 끓이는 데 쓴다.

우거지와 시래기 둘 다 김장할 때 나오는 여분의 이파리들을 사용하는 것. 시래기를 말리기 전 삶는지 않는지는 좀 더 알아봐야 하겠고... 우거지는 2번 정의에 나오듯이 염장된 배춧잎인데, 냉장기술이 없던 옛날, 김치를 독에 보관했고, 추가적인 보관효과를 위해 소금을 두둑히 덮어두었다. 그런데 김치 바로 위에 소금을 얹으면 수분이 많은 김치에 그대로 일부 녹아내리고 염도가 컨트롤이 안되니 배추 겉잎으로 먼저 덮고 그 위에 소금을 올렸단다. 근데 김장 다 먹고 다면 이 겉잎들만 남는데, 소금으로 인해 자연히 염장이 되고 이를 물에 헹궈 요리에 사용.

요새처럼 딤채까지 있는 시대에는 굳이 우거지가 필요없기에 일부러 겉잎을 따로 모아 데치고 염장해서 우거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버리는 이파리 하나 없이 몽땅 유용하게 쓰는 선조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감탄 'ㅁ' 

ps. 관련해서 에피소드 하나. 얼마전 수업에서 한 셰프가 데쳐 벗긴 토마토의 껍질을 멋진 가니쉬로 변신시키는 팁을 알려줬다. 왕짠돌이 프랑스 셰프가 가르쳐 준거라며 ㅋㅋㅋ 벗긴 토마토 껍질을 섭씨 120-30도의 아주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말리면 투명한 다홍 유리조각처럼 멋드러지게 된다 :) "쓰레기"를 예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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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현상이지만, 요새처럼 인생 통틀어 이렇게 음식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먹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재밌는 게, 더 많이 알게 되면 될수록 한식에 대한 탐구심과 향수병이 커지는 거다. 

딱 1년전(신기하다 -ㅁ-) 내가 하고 싶은 요리는? 이란 포스팅을 올렸었다. 문화에 너무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조리기법과 재료사용을 하고 싶으며, 그렇지만 퓨전음식이란 간판을 달기는 싫은 그런 요리. 그렇지만 요새 슬슬 한식의 발전에 이바지해보자, 라는 무모한(?) 도전정신이 들고 있다. 

바로 그 계기는 맨하탄에서 시작.

크리스마스라 친구네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했는데 정신없어서 가져갈 파이도 못 만들었고, 에라 뉴욕 들렸다 가니 그냥 사가자는 계획. 이왕이면 한국적인 걸 사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한인타운(정확히 하면 한인거리;)에 들렸는데.................참 암담했다. 뭐 완전 전통화과나 떡은 어차피 서울에도 때깔만 좋은 녀석들이 많으니 녹차롤케잌정도에서 쇼부를 볼 예정이었다. 그런데 차마 "PARIS BAGUETTE"가 찍혀있는 녹차롤을 사갈 수는 없었다.(이건 나중에 별개 포스팅으로 분개할 예정이지만 파리바게트 뉴욕점의 존재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그들은 크리스마스라고 미리 주문받아 전날 열심히 대량생산한 케잌들을 번호표 받고 배분하는 중이었음) 

랩 씌운 스티로폼 포장의 떡(쌀 성분도 의심)을 사갈수도 없고, 그나마 한국스러운 이름의 고려당에서 파는 빵들은.....................................

누가 가스불과 후라이팬만 빌려줘도 깨강정스러운 것이라도 만들어 갔을터인데 ㅜㅜ

여튼 그때 랩포장떡과 전통화과 사이의 갭을 절실히 깨닫고 미국에서 뭐 해볼까, 하는 중, 한국정부의 진부하고도 진부한 한심한 한식 세계화 관련 글들을 읽으며 깨달았다. 한국에도 맛있는 한국음식이 없는 걸 말이다. 뭐 널리고 널린 백반집과 고깃집들, 비싼 고급한정식 집들은 많아도 정작 정말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한식의 발전을 도모하는 음식점이 몇군데나 있던가? 

이태원에서 이스트빌리지 운영하고 계신 권셰프님의 블로그를 읽다보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절히 느껴진다. 점점 빠른 서비스와 자극적인 맛을 찾고, 건조면+캔토마토+냉동해산물+조미료는 거뜬히 2만원 이상 지불하면서 칼국수가 만원이라면 생난리를 칠 소비자들과 기반이 흔들리고 계속 악재가 겹치는 한국 농업. 깔끔한 인테리어에 들어왔다가 메뉴가 한식인 걸 보고 나가는 손님들이 있는 문화에서 요리사들 몇명이 혼자 아둥바둥하며 발전을 도모하기에는 역부족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문화에는 혁명이 있었고 그걸 이끈 사람은 항상 소수의 개개인이었지 않은가? 우후훗 

전체적인 한식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의식과 서포트, 요리사들의 현대적인 식재료와 조리법 연구, 정부의 식재료 유통과 개선에 대한 노력과 서포트(요새는 거꾸로 가지만 ㅜㅜ)가 모두 맞물려야겠지만... 한국에도 코리안버전 모더니스트 쿠진과(번역말고) 딘앤딜루카 대신 한국식재료로 꽉꽉 채운 이탤리(Eataly)같은 곳이 생기는 그날까지!!!

ps. 이 자리를 빌어 내 인생 평생 미원 한 톨 없이 밥해주신 우리 엄마와 생전 손수 순대를 빚어주신 함경도 출신 우리 노할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를. 덕분에 제 입맛은 썩지 않았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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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12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보통 이맘때쯤이면 "한것도 별로 없는데 벌써 연말이야~" 하는데, 2011년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정말 바쁘게 지내왔기 때문에 끝자락에 얻은 짧은 겨울방학의 휴식이 얼마나 달콤한지! *-_-*

한가지 크게 아쉬운 점은 참 많은 얘깃거리들에도 불구하고 블로그/트위터 등으로 제대로 공유 못한 것. 한번 글 올릴때마다 줄 띄우기까지 디테일하게 챙겨야하는 이놈의 성격때문에 캐주얼하게 올리는데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주방에서도 이런 성격이 항상 도움이 되진 않는다. 고로 내년의 목표는 블로그도 요리도 좀 더 가벼운 마인드로!

그 동안 사진을 너무 못 올려서.. 오늘 몇 장 투척.

존슨웨일즈는 1년 3학기 제도인데, 한학기당 5개의 수업을 듣는다. 그러나 동시에 5개가 아니라 시리즈식으로 한번에 하나씩. 그래서 9일마다 새로운 수업을 듣는데 매일 퀴즈에 요리실습에 과제에 기말 실기필기까지. 그렇게 9일을 마치고 나면 완전히 기어를 바꿔 새로운 수업과 새로운 셰프와 또 9일을 보낸다. 요리 > 제빵 > 요리나 음료 > 요리 > 서비스 뭐 이런 식으로 수업이 나가면 정신이 진짜 없다. 유니폼도 다른 거 입어줘야 하고. 참, 상당히 엄격한 유니폼 규정때문에 다림질의 고수가 되어가고 있다 푸훗 -_- 

여튼 잡설이 길었고, 아래는 실기 시험의 예. 9일간 배운 주 요리방법(튀기거나 볶거나 굽거나 등등)중 셰프가 정해주는 아이템으로 메인을 요리하고 탄수화물, 야채, 소스 등은 알아서 플레이팅 한 다음에 심사를 받는다. 로드아일랜드의 법에 따라 아무리 손을 열심히 씻어도 마지막에는 장갑을 끼고 작업을 해야 하는 덕분에 적응하느라 애먹었다.

로스팅한 양고기와 민트/고수/아보카도 소스 + 레드와인 jus + 스페니쉬밥/들러리 야채


머릿속의 비주얼은 정말 고상했는데 반의반만큼도 생각만큼 나와주지 않은...
삶고 팬에 구운 돼지고기와 콘/망고/토마토 샐러드 + 그린빈 


간장양념에 재웠다가 튀겨낸 두부와 볶음밥/야채 + 생강citrus glaze


집에서 펌킨 브레드푸딩 해 먹다가 갑자기 삘 받아서 -_-;


몇가지 기본 칵테일 만드는 것도 배운다. 외워서 12분내에 12가지 만들기가 기말실기시험. 

바게트와 다른 기본 빵 몇가지도 배우는데 정말 물+밀가루+소금+이스트로
얼마나 맛있는 빵이 만들어지는지!?!? 깜짝 

위생시험도 무사히 통과해서 앞으로 3년간은 유효한 자격증. 
 공부하는데 외울게 너무 많아 머리 터지는 줄. 


그리고 로컬 신문에도 빼꼼 등장했다 으흐흐...
가운데는 우리 잘생기고 젊은 셰프님. 나보다 고작 4살 위지만 경력은 15년 -_- 


 내년에는 짦막하지만 더 자주 다양한 얘기 들려드리도록 노력하겠다. 따뜻한 시간들과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찬 연말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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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Culinary Artistry라는 책을 읽다 인상깊은 차트를 발견했다. 단순히 생업인지, 숙련된 기술자인지, 혹은 예술가인지로 요리사들을 세 부류로 나눠 비교하는 차트였다. 각 부류의 목적, 가격, 요리하는 주된 재료 등등으로 비교하고 있었는데, 그 중 제일 와닿는 항목은 자극되는 감각의 가짓수였다. 첫번째와 두번째 부류는 오감에 그치는데 반해, 세번째 부류인 예술가들은 그 이상의 식스센스를 자극한다는 의견. 먹었을 때 그 음식의 비주얼, 촉감, 맛 등을 뛰어넘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는 그런 요리 말이다. 

미국 동부는 며칠전부터 날카로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나무들도 불긋게 물들기 시작했고. 안 그래도 요새 자주드는 집생각에 한국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날씨가 추워지니 순두부 생각이 간절해졌다. 근처 한식당에서 부들부들하고 얼큰한 순두부 한숟갈을 입에 떠넣는 순간, 따뜻한 스프나 커피로는 절대 풀리지 않던 추위가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서울에 대한 그리움도 따뜻하게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 

미국에서 소울푸드(Soul Food)의 사전적/공식적인 의미는 남부 흑인 커뮤니티의 특정 음식들을 아우르는 요리이다. 그렇지만 속어로 순두부처럼 마음을 달래주는 음식들을 소울푸드라고 통칭해서 부르기도 한다. Comfort Food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고.

 이전 내가 하고 싶은 요리에 관한 포스팅에서 언급했지만, 싱가포르의 한 식당에서 먹은 디저트가 무척이나 감동적이어서 불러달라 한 셰프는 "I'm glad it touched your soul."라는 표현을 썼다. 그 뒤로 나는 이렇게 제 6의 감각, 소울, 감정등을 일깨우는 요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식당을 나서서도, 몇년이 지나도 가끔 한번씩 떠오르는 그런 맛. 이제 나에게 '소울푸드'라는 용어는 그런 모든 음식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내 뇌리에 강렬히 남아있는 소울푸드들(순서는 지금 그냥 떠오르는 대로):

- 파리에서 유명하다는 생 카라멜을 사러 한 캔디샵에 들렀다 샘플로 시식한 초콜렛을 씌운 아몬드. 보통 초콜렛 등을 씌우면 아몬드가 약간 눅눅한 느낌이던데 그 아몬드는 완벽히 바삭했고 입에 잔여물 따위는 남지 않았다. 너무나 가벼우면서도 온갖 다양한 맛의 조화와 고소함.....
- 르 알라스카에 견과류 잔뜩 올라간 브리오슈 종류의 빵을 먹다 씹은 아몬드. 한참 여운에 취했었다. 알맞게 토스팅 된 견과류는 생 견과류에 비할 바가 못된다. 아직 이에 비할 아몬드를 먹은 기억이...
- 안효주 주방장님이 쥐어준 솜사탕 같던 아나고(붕장어) 초밥. 으어어어...
- 파리 길거리를 걷다 사먹은 살짝 차가운 바게트와 브리치즈 샌드위치 한 입. 밀가루/소금/물의 간단하지만 성스러운 조합의 결과물. 완벽한 소금간과 바삭하지만 쫄깃한 크러스트와 부드럽고 달기까지 한 속살..............파리 보내주세요 엉엉
- 파올로데마리아에서 먹은 헤이즐넛 케익과 아직까지 정체를 모르는 달달한 와인향의 소스.
- 레스쁘아의 안심 스테이크를 가르는 순간. 보석같다는 표현 이외에 설명할 길이. 물론 거기에 풍겨오는 향기까지. 추가로 레스쁘아의 어니언슾. 아프거나 춥거나 숙취가 심할 때 만병통치약.
- 샌프란시스코에서 잘 가던 중국베이커리. 바베큐 양념의 돼지고기 들어간 찐빵류의 빵을 자주 사먹었는데 한번은 내가 들린 딱 그 순간 막 구워져 나오고 있었다. 빵집을 나오면서 한입 베어무는 순간 달달한 양념과 함께 풍겨오는 은근한 청주의 향기. 거기에 부드럽게 씹히는 돼지고기. 남자친구 것까지 두개 샀는데 집에 오면서 두개 다 먹어버렸다. -_-
- 샌프란시스코 어딘가에서 먹은 일본된장양념의 생선구이. 겉면은 파삭하고 속살은 정말 부들부들.아주 따끈했던 기억도 강렬하다.
- 인도에서 먹었던 도사(dosa). 커리/감자와 바삭하게 구워진 도사의 조합은 안 먹어본 사람은 절대 알수가 없다.
- 박찬일 셰프님의 홍대 라꼼마에서 먹은 식전빵. 손에서의 온도와 느낌, 맛까지 생생하다 아주 그냥. 
- 지금은 없는 이태원 봉에보의 토마토 샤베트. 토마토의 맛이 완전히 전해지면서도 토마토의 채소스러움을 (뭐 과일이라 따질수도 있겠지만)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훌륭한 저녁 먹고 후식으로 과일 두쪽 나왔을 때의 허무함이나 부족함도 전혀. 완전 충족. 
- 중국에서 먹은 새우볶음. 특히 같이 볶아진 오이. 오이는 생으로 먹는 게 제일 맛있다는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 예전 대학다닐때 근처 사과 농장 갔다가 아무 생각없이 한입 베어문 작은 사과. 그래도 한국사과가 제일 맛있다는 얘길 들으면 난 속으로 그 때 그 사과를 생각하며 혼자 웃는다.

아 밤 열두신데 배고파서 그만 써야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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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상했지만 학교 다니면서 좋은 점은 여태까지 알음알음 주워들은 정보들의 갭이 싹 메꿔지는 거다. 여태까지 녹차와 홍차에 대해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같은 식물의 잎이고 녹차에서 홍차잎이 되려면 좀 더 오래 발효를 시킨다는 것. 그리고 순수 "차"만을 고집하는 purist의 입장에서는 카모마일, 장미차등은 차가 아님. 

2. 그저께부터 베이킹 수업을 듣고 있는데 드디어 베이킹 소다와 파우더에 대한 정리가 완벽히 되었다. 인터넷에 보면 소다는 옆으로 부풀고 파우더는 위로 부푼다는 등 별 가지가지 썰이 돌아다니는데 결국 베이킹 소다는 알칼리성이라 산(acid)성 물질이 반죽에 있어야만 반응해 부풀고, 베이킹 파우더는 베이킹 소다에 acid를 따로 첨가해 반죽하면서 액체에 섞이면 반응하는 것. 첨가되는 acid 종류와 갯수 등에 따라 베이킹 파우더도 종류별로 나뉨. 간단히 정리하면 베이킹 파우더는 재료에 상관없이 편하게 쓸수 있는 베이킹 소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3. 수업 강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는 학생들이 생긴다. 근데 왜 이 학교는 처음부터 학생들을 전혀 걸러내질 않을까? 현장경험과 에세이 등을 요구하는 다른 많은 요리학교들과 달리 딸랑 성적과 점수만 챙기는 모습이 사실 탐탁치 않았는데, 역시나 별 생각없이 그냥 한번 요리학교에 와 본 학생들이 많다. 어제 한 선배가 말하길 50%만 전공에 남는다는데, 진짜일까? -_-

4. 먹고 싶은 한국 음식(순서 상관없음): 순두부, 곱창 + 간 + 구운 마늘 + 부추 + 소주 한잔, 엄마표 고등어조림(무 필수!), 순대볶음, 명이나물에 보리밥(꺄으), 닭강정, 인절미, 적절히 달달한 비빔냉면 + 반숙달걀 + 육수 + 절인 오이무침. 덴장! ㅜㅜ

5. 구운 마늘 (생마늘 껍질채로 분리해서 + 올리브 오일 @ 섭씨 180도 3-40분) 너무 좋다. 한자리에서 스무알도 먹을 수 있음.

6. 요새 너무 잘 먹어서 오늘 한 7-8km 뛰어줬다.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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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블로그에 쓰고 싶은 얘기들이 많았다. 특히 학교 시작하고 요리에 흠뻑 빠져 지내며 하루종일 랜덤하게 여기저기서 솟아오르는 질문들. 생각들. 근데 다시 블로그 쓰기 시작하면 자주, 뭔가 내용이 충실한 글을 올려야 된다는 압박감에 매여 지내기 싫어서 그냥 미뤘다. 근데 공유하고 끄적거리고 싶은 잡생각들이 너무 많아 안되겠다.

1. 요새 학교서 너무 잘 먹여줘서 저녁은 뭔가 가벼운 걸 먹고 싶었다. 학교서 맨날 먹고 남은 거 싸오다보니 냉장고에 딱히 먹을 것도 없다. 처치곤란한 샐러리가 한봉다리나 있고. 샐러리는 생으로 먹으면 첫 몇입은 몸이 가벼워진다는 최면에 먹히나 두번 세번 씹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아리한 풀맛에 찡그리게 된다. 버터를 쓰자니 가벼운 걸 먹자는 취지에 어긋나는 것 같고. 며칠전 브런치 파티에서 세이브 해뒀던 베이컨 기름이 냉장고 한 구석에 있다. 질 좋은 훈제향 베이컨이었는데 왠지 샐러리랑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래 요리 배우는 입장에서 칼로리 때문에 실험을 포기하면 안되지, 생각하며 소심하게 반스푼을 썼다. 근데 볶다보니 부족해서 반스푼 더 썼다. 베이컨 기름까지 썼는데 뭔가 더 완성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양파도 넣고 메이플 시럽도 넣고 쌀도 넣고 잣도 넣었다. 레몬즙까지 넣으니 맛이 상당히 좋다. 메이플 시럽 + 쌀 + 잣 조합에 약과 생각이 난다. 갑자기 입맛이 확 돈다. 다 먹고 나니 완전 더부룩하다. -_-

2. 가수 알리가 불후의 명곡으로 뜨고 있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나 매니저?) 오지랖 팬심으로 관련 블로그들 보고 있다가 누가 알리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무대에 대해 극찬해 놓은 글을 읽게 되었다. 그는 조용필의 곡에 대한 알리의 재해석에 감탄하고 있었다. 근데 그가 정리한 재해석의 정의가 팍 와 닿았다. 대강 정리하면:

재해석: [원곡의] 질감과 그 안에 담긴 철학/감성의 이해. 그 [노래]가 히트했던 당시의 시대정신과 대중들의 감성을 알아야 함. 그런 다음에 현대석 감성과 [부르는 가수]의 [음악]적 철학과 감성을 [노래]에 담아내서 대중들에게 전달함.

[괄호]안의 단어를 음식/요리사로 대체하니 딱 들어맞는다. 한식의 세계화를 열심히 외치고 있지만 마스코트를 내세운 정부의 떡볶이 홍보노력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_-, 유행타는 프렌치/이탈리안/퓨전 레스토랑들의 "서구화" 한식은 과연 제대로 된 재해석일까? 현재 고민해보고 싶은 음식들은 잡채/냉면/동치미/순두부 정도. 

3. 예상했지만 미국와서 제일 짜증나는 건 한식 = 바베큐 + 매운 음식으로 단순화 되는 것과 두부가 히피/채식주의자들의 전유물로 치부되는 것이다. 특히 두부. 콩에 대한 별 생각 없이 만든 두부를 단순히 고기의 대체식품으로 야채들과 후루룩 볶아버리거나 삶아버리니 맛이 있을 수가 있나?!??!?!? 응?!?!? 그리고 크리미한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크림치즈 대신에 두부를 갈아넣는다. 아...두부에 대한 모욕이다. 

4. 글쓰다 보니 배가 좀 꺼졌다 휴 다행이다. 근데 있다 숙제하다 보면 분명 배고파질텐데? 저번에 밤 열두시 다 되서 메뉴플래닝 프로젝트 하느라 레스토랑들 웹사이트와 사진들 뒤지다 배고파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5. 학교에 젊고 잘생긴 셰프 교수님들 완전 많다 *-_-*
 
6. 사는 곳 바로 옆에 Seven Stars라는 카페/베이커리가 있는데 몇몇 아이템들이 눈 튀어나오게 맛있다. 특히 비스킷/스콘의 텍스쳐!!! 그리고 태어나서 먹어본 중에 최고로 부드럽고 고소한 옥수수빵. 그리고 체다치즈 바게트. 커피도 훌륭해서 거의 매일 마신다. 드립도 나쁘지 않은데 탄맛이 가끔 오락가락하고,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가 아주 훌륭. 특히 라이언과 에릭(으로 추정되는)이라는 이름의 바리스타 둘이 내려주는 카푸치노는 실크같이 부드러우면서 가벼운 우유거품으로 시작해 커피가 조금 식으면 느껴지는 과일류의 단맛신맛과 우유의 고소함의 조화가 눈을 감게 한다. 다만 2%, 1%, 무지방 따위의 우유로써는 절대 불가능. 한번 1% 카푸치노 시도후 나는 언제나 whole milk please일세.(어차피 대개 4%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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