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그동안 블로그에 쓰고 싶은 얘기들이 많았다. 특히 학교 시작하고 요리에 흠뻑 빠져 지내며 하루종일 랜덤하게 여기저기서 솟아오르는 질문들. 생각들. 근데 다시 블로그 쓰기 시작하면 자주, 뭔가 내용이 충실한 글을 올려야 된다는 압박감에 매여 지내기 싫어서 그냥 미뤘다. 근데 공유하고 끄적거리고 싶은 잡생각들이 너무 많아 안되겠다.

1. 요새 학교서 너무 잘 먹여줘서 저녁은 뭔가 가벼운 걸 먹고 싶었다. 학교서 맨날 먹고 남은 거 싸오다보니 냉장고에 딱히 먹을 것도 없다. 처치곤란한 샐러리가 한봉다리나 있고. 샐러리는 생으로 먹으면 첫 몇입은 몸이 가벼워진다는 최면에 먹히나 두번 세번 씹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아리한 풀맛에 찡그리게 된다. 버터를 쓰자니 가벼운 걸 먹자는 취지에 어긋나는 것 같고. 며칠전 브런치 파티에서 세이브 해뒀던 베이컨 기름이 냉장고 한 구석에 있다. 질 좋은 훈제향 베이컨이었는데 왠지 샐러리랑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래 요리 배우는 입장에서 칼로리 때문에 실험을 포기하면 안되지, 생각하며 소심하게 반스푼을 썼다. 근데 볶다보니 부족해서 반스푼 더 썼다. 베이컨 기름까지 썼는데 뭔가 더 완성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양파도 넣고 메이플 시럽도 넣고 쌀도 넣고 잣도 넣었다. 레몬즙까지 넣으니 맛이 상당히 좋다. 메이플 시럽 + 쌀 + 잣 조합에 약과 생각이 난다. 갑자기 입맛이 확 돈다. 다 먹고 나니 완전 더부룩하다. -_-

2. 가수 알리가 불후의 명곡으로 뜨고 있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나 매니저?) 오지랖 팬심으로 관련 블로그들 보고 있다가 누가 알리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무대에 대해 극찬해 놓은 글을 읽게 되었다. 그는 조용필의 곡에 대한 알리의 재해석에 감탄하고 있었다. 근데 그가 정리한 재해석의 정의가 팍 와 닿았다. 대강 정리하면:

재해석: [원곡의] 질감과 그 안에 담긴 철학/감성의 이해. 그 [노래]가 히트했던 당시의 시대정신과 대중들의 감성을 알아야 함. 그런 다음에 현대석 감성과 [부르는 가수]의 [음악]적 철학과 감성을 [노래]에 담아내서 대중들에게 전달함.

[괄호]안의 단어를 음식/요리사로 대체하니 딱 들어맞는다. 한식의 세계화를 열심히 외치고 있지만 마스코트를 내세운 정부의 떡볶이 홍보노력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_-, 유행타는 프렌치/이탈리안/퓨전 레스토랑들의 "서구화" 한식은 과연 제대로 된 재해석일까? 현재 고민해보고 싶은 음식들은 잡채/냉면/동치미/순두부 정도. 

3. 예상했지만 미국와서 제일 짜증나는 건 한식 = 바베큐 + 매운 음식으로 단순화 되는 것과 두부가 히피/채식주의자들의 전유물로 치부되는 것이다. 특히 두부. 콩에 대한 별 생각 없이 만든 두부를 단순히 고기의 대체식품으로 야채들과 후루룩 볶아버리거나 삶아버리니 맛이 있을 수가 있나?!??!?!? 응?!?!? 그리고 크리미한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크림치즈 대신에 두부를 갈아넣는다. 아...두부에 대한 모욕이다. 

4. 글쓰다 보니 배가 좀 꺼졌다 휴 다행이다. 근데 있다 숙제하다 보면 분명 배고파질텐데? 저번에 밤 열두시 다 되서 메뉴플래닝 프로젝트 하느라 레스토랑들 웹사이트와 사진들 뒤지다 배고파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5. 학교에 젊고 잘생긴 셰프 교수님들 완전 많다 *-_-*
 
6. 사는 곳 바로 옆에 Seven Stars라는 카페/베이커리가 있는데 몇몇 아이템들이 눈 튀어나오게 맛있다. 특히 비스킷/스콘의 텍스쳐!!! 그리고 태어나서 먹어본 중에 최고로 부드럽고 고소한 옥수수빵. 그리고 체다치즈 바게트. 커피도 훌륭해서 거의 매일 마신다. 드립도 나쁘지 않은데 탄맛이 가끔 오락가락하고,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가 아주 훌륭. 특히 라이언과 에릭(으로 추정되는)이라는 이름의 바리스타 둘이 내려주는 카푸치노는 실크같이 부드러우면서 가벼운 우유거품으로 시작해 커피가 조금 식으면 느껴지는 과일류의 단맛신맛과 우유의 고소함의 조화가 눈을 감게 한다. 다만 2%, 1%, 무지방 따위의 우유로써는 절대 불가능. 한번 1% 카푸치노 시도후 나는 언제나 whole milk please일세.(어차피 대개 4%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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