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요새 일하는 곳 페스츄리 쪽 일손이 모자라 급히 임시 투입되었다. 마지막으로 빵을 잡아본 건 존슨앤 웨일즈 재학중이었던 일년반 전. -_-;

 

청양고추가 들어간 바게트

 

다시 오랜만에 빵 반죽을 잡았을 때 처음 느낀 건 내 마음의 페이스가 상당히 급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 초 단위로 시간싸움을 하는 라인에 본격적으로 선지 어연 일년이 넘어서일까. 그리고 예전만큼 반죽이 손에 착착 달라붙지 않는 느낌. 아아주 오랜만에 자전거에 올라타 마음만 급하고 불안불안 위태위태 바퀴를 굴려가는 기분이라니.

 

그렇지만 혼자 빵을 치기 시작한 이틀째, 빵 반죽하는데 들어가는 덧가루의 양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다시 반죽이 부드럽게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큼지막한 바게트를 여덟개 성형하는데, 마지막 바게트를 접어주는 도중, 갑자기 스르륵 3년 전으로 돌아갔다. 발효가 잘 된 부드럽고 뽀송뽀송한 빵 반죽을 만지며 그 매력에 처음 취했던 그때로.

 

블랙올리브 치아바타

 

빵이 참 만족스럽게 나온 그 날, 퇴근 후 집에 와 바로 컴퓨터를 켰다. 지난 일년이 넘도록 미처 채 정리를 못한 채 폴더에 가득 쌓여있던 제빵 관련 사진들을 들추어 보았다. 참 많기도 많아라. 그렇지만 한 장 한 장 볼 때마다 놀랍게도 그 빵을 구웠던 그날의 느낌, 그날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특히 내가 얼마나 매 순간을 즐기고 설레어 했었는지 말이다.

 

내가 하는 음식은 하루하루의 내 마음과 컨디션을 냉정하리만치 매번 정확하게 담아내어 고단하게 느껴질때도 있지만, 그로 인해 나를 돌아보게 되고 그 과정이 다시 음식에 담겨질 때 참 행복하다.

 

고맙다 빵아.

 

바게트들 2차 발효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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