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부페 디자인 하기

JWU 생활 l 2012. 3. 19. 09:35
내일이면 끝나는 Garde Manger(가드 멍줴-_-) 수업. 샐러드나 애피타이저 등 상대적으로 찬 음식을 담당하는 파트이다.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커버하는데, 레스토랑이나 호텔에 따라 디저트며 수제소세지까지 담당한다. 

이번 수업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두 번 할 기회가 생겼는데, 할당받은 특정 단백질을 가지고 다양한 소세지며 샐러드 등의 가드 멍줴류 음식을 만들어서 각자 구상한 디자인대로 디스플레이를 해야 한다. 

첫번째 과제는 소고기 안심. 우선 디자인 부터.

실물. 가운데는 안심을 겨자크러스트로 감싼후 미디엄레어로 익혔더니 저렇게 예쁜 색이 *-_-*

나름 완벽주의로 우리그룹 세명이 열심히 했으나 15점 만점에 14점.

그 다음 주제는 연어. 실기시험이기도 했다. 
교수가 연어 포뜨는 시범을 보여주면서 머리를 버린 것에 대해 격분한 것도 있고, 여러모로 자극을 받아서 이틀연속 거의 밤 새가며 디자인도 하고, 주어진 과제의 200%를 했다. 머리부터 껍질까지 다 쓰고, 4가지를 과제로 받았는데 6가지 음식을 했다. 해놓고 너무 뿌듯. 

결과는 15점 만점에 15점!!!!!!

나머지 사진은 그냥 자세한 구성샷. 미친척하고 카메라 들고 갔다;

데리야끼 식의 달달한 간장소스 발라 구운 훈제 연어.


관자를 살짝 훈연한 후 바질과 함께 갈아만든 무스. 관자조각과 샬롯을 살짝 튀겨 장식.


층으로 된 연어 파떼(Pate)는 감자와 딜이라는 허브, 생크림과 레몬을 첨가해 같이 레이어드했다. 따로 무스처럼 만든 후 틀안에 층층히 짜넣은 후 찐다. 아 중간에 박혀있는 건 아스파라거스 줄기.

네모난 녀석은 그 아까운 연어머리!!!!의 볼따구 살과 목(?)살 및 자투리 살을 벅벅긁어 네모난 틀안에 넣고 쪄냈다. 만든 여섯가지 중에서 최고였다. 역시 생선은 머리...
위에 올라간 장식은 부추 한가닥과 연어껍질튀김. 


ps. 요샌 카메라 한달에 한번 잡으니 사진 퀄리티가 영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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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제, 하면 생각나는 건 훈제연어밖에 없었는데, 작년과 올해 미국에서 식당을 가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바로 "smoked"였다. 그런데 흔히 보던 고기나 생선이 아니라, 훈제달걀(생각해 보니 이건 찜질방에? -_-), 치즈나 야채, 요구르트 등 다양한 재료가 꽤 연기의 힘을 빌리고 있었다. 

마침 이번에 듣는 수업에서 Smoking, 훈연처리에 대해 리서치페이퍼를 쓸 기회가 있어서 상당히 많은 자료를 들여다보았다. 결론 : 나무를 요리한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지식과 훈련이 요구되고, 무궁무진한 응용방법이 가능한 아주 매력적인 작업이다.

보통 나무를 가열하기 시작하면 연기가 나는데, 이 연기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함유되어있다. 이 물질들이 기체화되며 위에 매달려 있는 음식의 표면과 반응하며 맛과 색, 텍스쳐에 영향을 주는 것. 근데 나무의 온도에 따라 기체화되는 물질들이 달라지면서 다른 맛이 나고, 나무마다 물질들이 조금씩 다르니 그 특유의 향과 맛이 배게 됨. 거기다 음식의 상태에 따라서 또 반응의 성질과 정도가 달라진다.

한국에서도 얘기가 자주 나오지만, 미국에서도 육류에 대한 섭취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오고가고 있고, 전체적으로 고기소비량은 하향세. 예전처럼 스테이크 크게 구워주고 야채랑 감자 조금 올려서는 외면당하기 쉽고(물론 아직 이런 식당들도 나름 꾸준한 수요가 있고 영업은 되지만), 특히 다수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은 요새 안심스테이크를 떠나 offal(살코기외 내장부위)과 자투리고기나 저렴한 부위로 직접 소세지 등을 만들어 메리트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다시마나 메추리알 등 익숙치 않은 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당근이나 버섯 등 기본적인 재료를 새롭게 살리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바로 이렇게 기본적인 재료를 새롭게 살리는데 훈제가 큰 몫을 한다. 

한국의 숯불구이도 나름 연기맛(?)의 장점을 살리는 요리법인데, 요리시간이 너무 짧아 낮은 온도에서장기적으로 훈연하는 cold smoking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요리 바베큐도 고기를 익히긴 하지만 숯불구이보다는 훨씬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조리하는 것이라 훈연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몇몇 셰프들은 연기에 음식을 노출시키는 것으로 모자라 무려 재를 음식에 얹어낸다고 한다-_- 그런데 나무의 재가 아니라 버섯이나 가지 등의 음식으로 재를 만들어 특유의 탄맛을 더 극대화 시킨다. 한국음식에서도 응용해서 맛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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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지 만들기

JWU 생활 l 2012. 3. 9. 13:04

어렸을 때 소세지에 대한 기억은 에센뽀득밖에 없었는데, 학교와서 수세 소세지를 만들 기회가 참 많다. 역시 직접 만드는 것이 모든 면에서 훨씬 즐겁고 자유자재로 응용이 가능.

오늘 수업은 동물 내장의 점막인 caul fat을 사용해 만들어봤다. 내용물은 무려 소고기와 돼지 안심부위;; 로스팅한 피망들과 할라피뇨, 파, 고수 등의 허브와 간장으로 간 ㅋㅋ 


진짜 내츄럴해보인다 -,.-


내부 온도가 섭씨 65도가 될때까지 오븐에서 구운 후 팬에서 지져줌. 아 근데 완성샷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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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Meat Cutting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 오늘은 양고기를 다루는 날이었다. 여태까지 닭과 소를 배웠는데, 오전에 키친에 들어가니 이렇게 양 한마리가 통째로 비닐에 배달되어 있었다. 우오...


보통 미국에서 도살되는 양의 나이는 만 한살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배달 온 녀석의 덩치는 평균에 비해 상당히 큰 편. 

그 전까지는 그냥 막연하게 양갈비, 등심, 안심, 양지, 필레미뇽 등 주변에서 주워들은 용어만 알았지 정확히 어떤 부위가 어디에서 나오고 어떻게 요리되는지 전혀 몰랐는데, 이번 수업을 통해 정말 많은 지식을 얻고 있다. 5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제 어떤 부위를 얘기하면 머릿속에 비주얼화가 될 정도니...
 


양고기 부위 중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양갈비. 오른쪽이 척추와 갈빗대 일부를 잘라낸 손질 전의 갈비고, 왼쪽이 뼈의 일부와 지방을 정리해 요리할 수 있는 상태로 다듬은 상태이다. 일명 "Frenching" 작업.


요리하는 동물의 근육과 뼈 구조에 대해 더 이해할수록 더 많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듯 하다. 제일 경험이 부족하고 (거의 없었던) 배우고 싶었던 과목이라 아주 신나게 배우는 중. 단지 몇시간동안 은근한 피냄새를 맡는 것과 천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디찬 공기를 견디는 게 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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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만큼의 드라마틱한 변신은 아니지만 피망을 그을리면 풍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밥과 누룽지의 차이 정도랄까? 

우선 피망을 씻어 가스불에서 직화로 굽기 시작한다.
곧 타닥타닥 물집 잡히고 터지는 소리가 나며 까맣게 그을리기 시작한다.
돌려가면서 전면을 골고루 그을린다. 울퉁불퉁한 표면의 파인 공간을 특히 신경써서...

완전히 타서 아직 뜨거울 때 미리 준비해 놓은 비닐봉지나 그릇+랩 조합에 넣어 식힌다.

식힌 후 껍질 벗겨낸 피망. 


이렇게 그을려 껍질을 제거한 빨간 피망은 샐러드 드레싱부터 토핑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데, 오늘 저녁은 스프를 만들어보았다.

씨와 껍질 제거 후 다져서 준비한 그을린 피망.


그 후 올리브오일, 마늘, 양파, 흰 강낭콩, 토마토, 후추 조합을 끓인 후 체에 받쳐
크리미한 스프로 완성. 약간의 그러나 치즈를 곁들였다.
간만에 정말 정말 맘에 들었던 집밥!


그 유명한 초코파이에 샌드된 주인공인 마시멜로. 미국에서도 코코아에 띄워먹고 살짝 그을려 녹인 후 쿠키랑 초콜렛과 샌드해서도 먹는 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캔디 종류이다. 그런데 파는 종류는 대부분 텁텁하고 너무 단데다가 가열하지 않는 이상 입에서 사르르 녹지 않고 물컹한 고무 씹는 느낌이다. 

특히 한국에서 유일하게 유통되는 아래 마시멜로는 색소까지 들어간 조악한 조합 -_- 
(요새는 costco 덕분에 좀 다양해졌을라나)



그렇지만 이게 집에서 만들어보면 완전 별미다. 다양한 과일 맛이나 초콜렛 등을 접목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부들부들하며 입에서도 사르르 녹는다. 그리고 초코파이 하나 분량의 마시멜로를 먹으면 지구를 한바퀴 뛰어야 연소가 된다는 둥의 말도 안되는 루머가 많은데, 대부분의 마시멜로 주재료는 단순히 당분과 달걀 흰자, 그리고 젤라틴이다.  

그나저나 예전 마시멜로가 처음 발명되었을때는 Marsh-Mallow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로 굳혔다는 사실! 고로 마시멜로라는 이름 탄생.

여튼 친구와 마시멜로 얘기하다가 몇년전 초코파이를 사랑하는 동료분에게 대형 초코파이를 만들어드렸던 생각이 나 사진 올려본다. 중간에 두툼한 지름 25cm짜리 마시멜로 레이어가 필요해 이 때 마시멜로 만드는 걸 배웠던 기억이...


그리고 마시멜로 레시피. (영문 원레시피 출처는 smittenkitchen.com)

재료

 

파우더 슈거 1컵 정도

젤라틴 가루 2 TBS + 2 1/2 TSP (판젤라틴은 한 열장정도)

찬물 1컵 (1/2컵씩 나눠놓음)

백설탕 1컵

물엿(or corn syrup) 1/2컵

소금 1/4 TSP

흰자 달걀 2개 분량

바닐라 1 TBSP

 

방법
(과정샷은 http://smittenkitchen.com/2009/06/springy-fluffy-marshmallows/에 멋진 사진들 참조부탁) 

 

1. 팬에 골고루 버터나 기름을 얇게 발라준 후 파우더 슈거를 골고루 뿌려준다

팬 사이즈는 13 X 9 inch (30 X 20 cm 정도 팬이나 그 정도 면적)

 

2. 1/2 컵의 찬물에 젤라틴 가루를 뿌려놓는다 (판젤라틴 사용할 경우는 불렸다가 꼭 짜서 그 정도양의 물에 중탕시켜 녹여놓는다). 스탠딩 믹서 사용할 경우 믹싱용기에다 직접 하고 핸드 믹서를 사용할 경우 넉넉한 크기의 믹싱보울에 작업한다.
 
 

3. 넉넉한 냄비/팬에 백설탕 + 물엿 + 1/2컵 물 + 소금을 넣고 녹을 때까지 약한 불에 저어주다가 설탕이 다 녹으면 젓지 말고 중간불에 끓인다. 온도가 섭씨 115도가 되면 불을 끄고 2번의 젤라틴 녹은 물에 부어주어 잘 섞는다 (10-12분 정도 걸리는데 시간보다는 온도가 중요!!!!)

 

4. 믹서 스피드를 높게 올려 3배 가량의 양으로 휘핑한다. (이때 하얗게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완전 뷰티풀~)

 

5. 4번 작업을 마친 후 다른 그릇에 흰자와 바닐라를 휘핑한다. 너무 뻑뻑하게 낼 필요없고 부드럽게만 올리면 된다.

 

6. 4번과 5번을 슥슥 주걱 날 세워 섞은 후, 1번에서 준비해 놓은 팬에 붓는다. 주의!!! 이때 절대 욕심내서 반죽을 다 긁으려 하지 않는다. 굳으면서 끈적끈적해지면서 여기저기 들러붙는 참사가. 물론 쉽게 씻기지도 않는다. -_-
 

8. 위에 솔솔 파우더 슈거를 뿌리시고 랩을 씌운 후 3시간 이상 실온에서 굳힌다. 냉장고도 오케이.

 

9. 다 굳은 후에는 가장자리를 칼로 한번씩 긁어서 떼어낸 다음 도마위에서 원하는 모양으로

썰거나 찍어준다. 다만 자른 단면은 끈적끈적하니 파우더 슈거 준비하셨다가 굴려주시고.. 
요새 재료구입 및 비용 컨트롤 관한 수업을 듣는데, 이탈리아에서 치즈와 햄을 수입해 미국내 레스토랑들에 납품하는 판매자가 와서 특별 세션이 있었다. 190이 넘는 키와 팔 전체 문신한 덩치좋은 이탈리안 아저씨가 무기를 연상시키는 치즈 연장들을 들고 앞에서 왔다갔다 하니 순간 위축;

여튼 이 분이 주로 수입하는 상품들은 아무래도 파마지아노 치즈와 프로슈토 햄인데, 등급과 맛, 가격이 무척 다양하다. 그 자리에서 치즈 휠(wheel)을 잘라 여러 가지 맛도 보고 가짜 판별법, 대강의 역사와 지리에 관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그 중 가장 놀라웠던 건 바로 프로슈토 파마(Proscuitto Parma)ㅡParma지역에서 생산되는 프로슈토ㅡ의 원재료 라벨이었다:

INGREDIENTS: PORK, SALT. -_-;



어떻게 보면 원래 햄이란 것의 원재료는 딱 이 두가지이지만, 첨가물이 넘쳐나는 요새 참 신선한 충격이었다. (모든 프로슈토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건 아니고)

박찬일 셰프님의 '보통날의 파스타'를 읽다 보면 프로슈토에 관한 대목이 나온다.

프로슈토는 소금을 쳐서 시원하고 바람이 잘 부는 곳에서 천천히 맛이 든다. 
돼지 뒷다리에서 은은한 향이 난다면 믿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잘 마른 프로슈토 한 점을 입에 넣어보시라. 그 맛은 신의 솜씨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 프로슈토는 인간의 솜씨가 아니다. 소금을 치고 그늘에 거는 건 인간의 몫이지만, 프로슈토의 맛을 결정하는 건 신이다.

첨가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맛'도 있지만, "아니 어떻게 이런 맛이" 하고 무릎치게 만드는 오묘하고 깊은 센세이션은 바로 시간과 단순함에 맡기는 이런 것들이 아닐까.

ps. 추가사진들.

매달기 시작하면 정확한 날짜와 라벨을 위해 이렇게 징을 박는다.

Parmigiano Reggiano (파미지아노 레지아노). Grana Padano (그라나 파다노).
그라나는 좀 더 크리미하고 살짝 더 달달했다.

이날의 시식 플레이트. 빵은 옆 베이킹 수업에서 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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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을 가했을 때 가장 경이로운 변신을 하는 요리 재료 중 하나는 바로 양파가 아닌가 싶다. 알싸하고 매운 단단한 하얀 조직이 달달하고 녹진한 갈색 잼으로 변하니... 단점이라면 볼륨이 20%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에 웬만한 양을 만들려면 양파 대여섯개는 볶아야 하느니. 

여튼 색변화를 캡쳐해보고 싶어 볶으면서 사진을 찍어봤다.




이렇게 달달 볶아준 양파는.. 요렇게 햄버거에도 올려먹고. 파스타에도 넣어 먹고. 피자에도 올려먹고. 감자랑도 잘 어울리고. 좀 변형해서 밥에 볶아먹어도 좋을 듯.
 


카라멜화에 대해 얘기하자면 끝이 없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오늘은 사진 투척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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