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열을 가했을 때 가장 경이로운 변신을 하는 요리 재료 중 하나는 바로 양파가 아닌가 싶다. 알싸하고 매운 단단한 하얀 조직이 달달하고 녹진한 갈색 잼으로 변하니... 단점이라면 볼륨이 20%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에 웬만한 양을 만들려면 양파 대여섯개는 볶아야 하느니. 

여튼 색변화를 캡쳐해보고 싶어 볶으면서 사진을 찍어봤다.




이렇게 달달 볶아준 양파는.. 요렇게 햄버거에도 올려먹고. 파스타에도 넣어 먹고. 피자에도 올려먹고. 감자랑도 잘 어울리고. 좀 변형해서 밥에 볶아먹어도 좋을 듯.
 


카라멜화에 대해 얘기하자면 끝이 없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오늘은 사진 투척만 -_-
 


집에서 보통 고구마를 먹을 경우에 삶거나 쪄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겨울철엔 뭐니뭐니에도 꺼멓게 그슬린 달콤한 군고구마가 최고. 그렇지만 집에서 후라이팬에 구워봐도 가스불에 구워봐도 영 시원찮다. 결국 직화냄비라는 것까지 등장해 대히트를 쳤고, 잡지나 신문에는 온갖 방법을 테스트 한 후 어떤 것이 제일 길거리 군고구맛에 가까운 결과를 내는지에 대한 리서치 기사까지 볼 수 있었다. 


고구마는 익히면 왜 달아지나?

우선 고구마의 조리를 논하기 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로 고구마의 화학적인(...쿨럭) 이해이다.

고구마는 전분 함유량이 매우 높다. 전분도 당의 한 종류이지만 전분만 직접 먹게 될 경우 단맛을 느낄 수가 없다(응? 하시는 분들은 옥수수전분 한숟갈 먹어보길). 그러나 전분이 특정 효소에 의해 맥아당이라는 '설탕'으로 분해가 될 경우 확 달게 느껴진다. 고구마의 경우 이 특정 효소를 가지고 있고, 계속해서 효소는 활동을 하며 고구마의 전분을 분해한다. 이 효소는 온도가 올라가면서 더욱 활발해져 60도 가량에서 최고조를 보인다. 때문에 저온에서 서서히 오래 익히는 것이 고구마의 속살을 더 달게 바꿔준다. 

굳이 더 파고 들어가자면 전분을 맥아당으로 분해하는 효소는 아밀라아제(Amlyase)인데, 고구마에는 베타-아밀라아제가 들어가 있다. 그런데 맥아당은 또 포도당으로 분해가 될 수 있고, 포도당은 맥아당보다 더 달다. 그렇지만 역시 열을 가한다고 무조건 분해가 되는 것이 아니고 또 다른 효소인 말타아제(Maltase)가 필요한데 고구마 자체에 말타아제가 있는지는 없는지는 확인을 못했다. 인터넷 눈 빠지게 돌아다녔는데 못 찾겠다 -_- 


고구마, 제대로 보관해 봤니?

고구마는 살아 숨쉬는 생물이다. 저 위에 얘기한 전분을 당분으로 분해하는 과정은 바로 고구마 자신이 그 당분을 영양소 삼아 싹을 틔우고 자라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효소가 활발해지는 실온 이상의 온도에 고구마를 오래 두게 되면 막 싹이 나고 고구마 덩쿨밭...... 뭐 여튼 대부분의 먹을 거리들이 실온에서는 오래 보관을 못하기 때문에 고구마도 대부분 아무 생각없이 냉장고에 넣어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고구마는 냉장온도에서는 가운데 심이 생기고 단단해지며 쓴맛도 발생한다. 적정한 온도는 섭씨 13-14도.

무엇보다 고구마의 보관이 중요한 이유는 저 위에 얘기한 전분 분해 작업을 조리하기 전에 미리 하는 것이 단맛을 끓어올리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아궁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60도 가량의 온도를 유지한 채 수분을 날리지 않고 고구마를 오래 익히는 것은 집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평소에 서늘한 곳에서 보관해 고구마를 전분이 많은 상태로 잘 보관했다가, 조금 높은 온도에서 며칠 숙성을 시켜 설탕화를 시킨 후 익히면 더 단 고구마를 맛볼수 있다.

(얼마나 사람들이 고구마 보관을 제대로 안했으면 무려 1918년에도 이런 기사가 - 뉴욕타임즈 영문)


고온의 마법, 카라멜화

그럼 똑같이 열을 가한 찐고구마와 군고구마, 도대체 왜 그렇게 맛이 다른걸까?


물을 이용한 요리법은 끓어올릴 수 있는 온도에 한계가 있다. 보통 압력과 물을 생각했을 때 섭씨 100도인데, 설탕이 갈색으로 녹으면서 '카라멜화'가 되는 과정은 보통 섭씨 160도 이상의 고온에서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여러 화학물들이 좀 더 복잡하고 미묘한 맛과 냄새를 추가하게 된다(단순히 달기만 한 일반 흰설탕과 좀 씁쓰름하며 깊은 단맛의 '뽑기'의 차이를 떠올려 보면 된다). 카라멜화의 과정에서는 또한 설탕이 녹아 끈적한 시럽으로 바뀌고 어떤 당분은 더 단맛이 나는 다른 당분으로 분해되기도 한다. 군고구마도 바로 고온에서 이런 카라멜화를 거치기 때문에 더욱 더 달아지고 깊은 맛으로 탄생하게 된다. 

다른 대표적인 예로는 약불에 슬슬 볶으면 달짝지근해지는 양파나 사과파이의 사과 등이 있다.

설탕이 카라멜화를 거치는 과정샷 <출처 - http://ceramiccanvas.com>


카라멜화는 아직까지 정확히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현상이나, 요리에서는 매우 중요한 갈(색으로)(하는)작용 중 하나이다. 그런데 요리에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갈변작용이 있다. 바로 메일라드(Maillard) 반응인데, 육안으로 구분하기는 상당히 어려워 '고기 겉면의 카라멜화'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도 심심찮게 보인다. 카라멜화는 설탕만의 화학작용이고, 메일라드는 단백질과 설탕의 화학작용이며 둘은 완전히 다른 과정이다. 이것까지 커버하려면 머리 터질 것 같으니 메일라드는 다음 시간에 -_-;

반죽 → 1차발효 → 휴지&성형 → 2차발효 → 굽기

2차발효 포스팅 후 마지막 포스팅은 완전 미루고 미루고...죄송합니다 꾸벅 !

자, 2차발효까지 완료했다면 이제 잘 달구어진 오븐에서 멋지게 구워내는 일만 남았다. 벌써부터 구수한 빵냄새에 탁구가 빵을 구울때마다 등장하는 수중기 모락모락 나는 장면이 상상되지 않는가(그러나 사실 여태까지 백번넘게 빵 구우면서 수증기 저렇게 나는 적 한번도 없었음...)?

오븐에서 빵이 구워지는 동안, 빵의 맛과 구조를 좌우하는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나니 그것은 바로 오븐 스프링이라는 것과 빵의 구수한 갈색과 맛을 만들어내는 갈변화 현상! 

1. 오븐 스프링

이스트는 섭씨 60도에서 죽는다(흑). 죽기 전까지는 온도가 높아질 수록 점점 가스분출활동이 거세지는데, 오븐안에 들어가 반죽의 온도가 서서히 가열되면서 이스트들의 죽기 전 마지막 발악에 의해 빵이 좀 더 부푸는데, 이를 오븐 스프링이라 한다. 식빵 옆면이 살튼 것처럼 툭툭 찢어진 자국이 바로 이 오븐 스프링에 의한 것.

<출처 - adahlmo4.tistory.com>

2. 갈변화 현상

당과 아미노산이(당분과 단백질의 주요성분) 열에 의해 반응해 갈색이 되는 것을 갈변화 현상, 영어로는 The Maillard reaction이라 하는데, 식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설탕이 가열되어 카라멜화가 된다던지, 

고기를 구우면 갈색으로 변한다던지. 
......덴장 이 사진은 밤에 괜히 찾아봤다.

빵도 마찬가지로 반죽에 있는 당분과 단백질의 아미노산이 반응해 갈변화 현상을 일으키며 빵의 색깔과 맛을 더한다. 

그럼 마지막으로 빵을 구워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을 살펴보자. 참고로 오븐 다루기 팁 7가지라는 포스팅에서 이미 전반적인 오븐 사용에 대해서는 다뤘으니 참고해 보시길!


1. 예열은 절대 잊지 말고 미리미리!

제빵이던 제과던 반죽이 구워질 준비가 되면 바로 오븐에 넣을 수 있어야 하지만 발효상태에 정확히 맞춰 구워줘야 하는 발효빵 등은 제 때 예열을 못해 놓으면 낭패다. 낮은 온도에서 빵이 들어가게 되면 제때 제모양으로 부풀어 구워지기가 어렵고, 구워지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수분이 그만큼 더 날라간다. 

때문에 오븐예열은 아무리 늦어도 2차발효 시작할 때 같이 시작한다. 그렇지만 2차발효의 시간이 짧은 경우 부족할 수 있으니 최소한 30분 정도 시간을 두고 넉넉히 예열하도록 한다. 물론 오븐마다 차이는 있지만(온도 맞추면 바로 그 온도로 올라가는 꿈의 오븐은 없나요)...

그리고 누누히 말하지만 오븐 온도계는 필수이다. 내장되어 있는 온도계나 시스템에 의존하거나 대충 되었겠지, 라는 마인드로 예열에 임하시는 분이라면 이번에 삼천원짜리 하나 꼭 마련하시길.


2. 겉은 익었는데 속이 자꾸 덜 익고 떡진다면?

케이크류는 찔러라도 보고 쿠키는 하나 꺼내서 먹어보기라도 한다지만, 발효빵은 다 되었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흔히 일어나는 실수 한 가지가 색으로만 판단해 오븐에서 꺼내는 것인데, 이럴 경우 제일 안쪽은 아직 충분히 구워지지 않아 식으면서 떡져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일 정확한 방법은 찔러넣을 수 있는 온도계를 사용하는 법. 푹 찔러넣어 95도 전후가 된 것을 확인하고 오븐에서 꺼낸다. 아직 속이 덜 익었는데 색깔이 너무 빨리난다 싶으면 호일을 윗면에 씌우거나 오븐 아랫단으로 살짝 내려준다. 


3. 예쁘게 구웠는데 식으니 찌그러지는 옆면은 어떻게?

빠방히 부푼 식빵을 틀에서 꺼내놓고 식힘망에 올려놓았는데, 어라, 옆면이 푹 꺼진 경험이 있으시다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우선 덜 구워진 경우. 조직이 부푼후 완전히 구워지면 빵속의 공기가 식어 수축해도 그대로 있는데 덜 구워지면 같이 주저앉는다. 혹은 빵 반죽이 틀 부피에 비해 부족한 경우. 이런 경우는 빵의 완성부피를 채우기 위해 적은 양의 반죽이 좀 더 팽창해 낮은 밀도로 빵이 완성된다. 이럴 때 크러스트, 즉 식빵 껍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수 있음. 마지막으로 식빵 틀에서 빨리 빼지 않았을 경우. 오븐에서 꺼내자마자 틀을 세게 내리쳐서 빵을 빼면 쇼크에 의해 수분 방출에 의한 찌그러짐을 좀 더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빵의 맛과 질감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보관법!

구운 빵이 너무 양이 많아 유통기한 이상 보관해야 할때는 굽기 후 빵이 완전히 식으면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냉동고에 비닐과 호일로 두겹포장해 넣어주는 것이 수분과 맛의 손실이 제일 적다. 이렇게 빵의 맛과 수분이 손실되는 과정을 '노화'라고 하는데, 이 노화과정이 제일 활발히 진행되는 온도가 바로 냉장실 온도이다. 때문에 절대 유통기한 늘린다고 냉장고에 빵을 보관하지는 말길. 유통기한 안에 다 먹을 빵이라면 실온에 그냥 두는 것이 제일 좋다. 

그럼 오늘도 즐베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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