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 오늘 셰프 맷은 정말 무서웠다;
    • 오늘 출근해 옷 갈아입고 내려가니 chef 맷이 sous chef 셰리와 저스틴과 뭔가 심각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우선 덱스터와 일하고 있으라는 셰프 말에 올라가서 잡다한 일 하고 있는데, 셰프가 밑으로 부르더니 오늘 나는 chef 셰리와 일할거란다. 덱스터를 직접 잡기로 각오하신 모양; 아직 해체도 안한 랍스터에 들어갈 허브는 왜 다지게 하고 있냐며 한참 나무라더니 같이 작업 시작.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및 시간분배를 잘 못해 거의 매일 혼나는 중)
    • 완두콩을 콩깍지에서 분리하는 작업하고 있는데 비닐봉지째 작업하지 말고 (it's unprofessional!) 통에 옮겨 담아 하라. 그리고 팍팍팍 스피드 있게 5분 안에 끝내자! YES CHEF @_@ 외치고 미친듯이 손을 부렸다. 5분에는 못했지만 10분엔 한 듯? ㅠ_ㅠ
    • 오후에 이런저런 작업을 하고 있으면 덱스터는 보통 냉장고 정리를 한두번씩 한다. 공간확보를 위해 여분이 있는 통에 담겨있는 모든 것들을 작은 통으로 옮겨담는 등 끊임없이 청소/정리를 해야하는데, 분명 오전에 널널널널널 하던 워크인이 오후에 이상하게 자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네시쯤 갑자기 뛰쳐 올라온 셰프가 워크인에 들어가더니 냉장고가 엉망이라며 다시 덱스터를 잡기 시작 -_-;;;; 나도 워크인에 빠짝빠짝 공간땡겨서 정리안해놓은 몇가지가 있어서 움찔하던차, 워낙 목소리를 높여 야단치는 타입이 아닌 셰프지만 나름 격양된 목소리를 덱스터를 마구 혼내기 시작했다...헐. 셰프 셰리는 중간에서 한숨 푹푹 쉬고 있고.
    • 결국 프렙작업 하던 세사람이 뛰어들어 급 냉장고 정리를 했다. 끝내고 들어가보니 아니 세상에 공간이 두배는 넓어졌다 +_+...우왕 신기.
    • 나도 내일부터는 눈여겨보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정리에 참여해야겠다. 

  • 손이 빨라졌다!
    • 파스타 10분만에 끝냄. 덱스터가 놀램. ㅋㅋㅋ
    • 비트 20개 다지는데 15분 걸렸나? 저번에 G는 거의 한시간 붙잡고 있던 프로젝트를 30분만에 바닥에 하나도 안 흘리고 끝냈다. 으히히!!!
    • 옥수수는 이제 진짜 퀄리티와 스피드 둘다 백프로 자신있다. 3통은 힘들이지도 않고 슉슉.  
    • 오늘 마지막으로 작업한 건 파슬리 이파리 뜯기. 콜린이랑 둘이 미친듯이 손놀리니 30분도 안되어 거대한 파슬리 한박스를 다 끝냈다. 우오오!! 이건 셰프 셰리도 진짜 놀램 ㅋㅋ 
    • 셰프 맷이 언제나 강조하는 것이 바로 스피드. 물론 그렇다고 퀄리티가 희생되서도 안되지만 -_-; 뭐 가끔 더 빨리해야 한다고 채근받는 일은 있지만 마들렌이나 알렉스처럼 전체적으로 항상 너무 느리다고 구박받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어휴 -_-
      • 셰프 맷이 그래도 경험많고 더 큰 그릇의 윗 사람이라 생각되는 이유는, 아랫사람의 limit을 잘 파악하고 적당하게 자극될 정도로만 push를 하기 때문이다. 오늘 처음 손질해보는 chicken liver를 다루고 있는데 단순히 속도가 느린게 아니라 너무 익숙하지 않은 재료라 힘들어하고 있는데, 아침부터 셰프 맷이 끝없이 잔소리하는 통에 덩달아 신경이 곤두선 셰프 셰리가 무턱대고 빨리빨리를 외치는 바람에 팍! 짜증과 억울함 지수 급상승. 결국 분노와 칭얼거림을 반 섞어 대꾸하니 셰리도 측은했나보다. 다시 자상모드로 ㅋㅋㅋ

  • 기타 등등
    • 상대방을 위해서 1%라도 더 해주는 것, 참 중요한 것 같다. 나에겐 1%이지만 상대에겐 정말 큰 도움과 기쁨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오고가는 와중에 쌓이는 정이란! 
    • 오늘 셰프 캔달 일하는 날인줄 알았는데 안 옴 ㅠ_ㅠ 
    • 일하다 오후 5시쯤 홀짝거리는 커피 한잔의 맛은 참...캬아!!!
    • 그래도 집에 갈때 셰프맷과 악수하고 갔다. 예전부터 Thank you, chef라 해 줬었나? 급 민감 -_- 


  • 오늘은 미스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힘들었던 날
    • 주7일 매일 오픈 하던 식당이 3일 4일 연달아 쉬다보니 다들 좀 정신이 없었다. 다음날을 위해 무얼 준비해야 할지 확인하는데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많아 오늘 할 필요없는 일들을 하느라 시간 허비.. 그리고 사실상 내일전에 했어야 할일들을 마저 끝내느라 퇴근시간이 두시간이 늦어졌다. 덴장 -_-
    • 일차적으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은 있을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려려니, 하면서 넘어가지만 혹시나 해서 확인까지 재차 했는데 확인해주는 사람이 건성으로 재확인해줘서 다시 해야하는 건 정말 열받는다. 오늘 분명히 carrot puree대신 carrot hummus 재료 준비하는 거 맞냐고 재차 확인했는데, 아니라더니 결국 해야 된단다. 그러나 어쩌겠나...@#$^$^@$%$^
  • 오늘 셰프 맷한테 지적당한 점
    • 바 근처에 있는 (손님들 앉는) 의자에 올라가 작업을 할때가 많은데, 오늘 아무 생각없이 그 의자에 그릇을 받쳐놓고 클램 끓인 육수를 붓고 있었다. 셰프 지나가며 비싼 가죽의자에는 클램 쥬스 묻히지 말자! 으헝헝 이렇게 바보같을 수가 -_-
    • 프로슈토 슬라이스 하고 있는데 좀 더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와서 알려주었다. 그런데 덱스터가 일러준 모든 포인트랑 어쩜 그렇게 반대이지? 분명 덱스터도 셰프맷이나 셰프한테 바로 전수받은 셰프 셰리한테 배웠을텐데.... 여튼
      - 꼼꼼히 네모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
      - 프로슈토를 슬라이서날에 바짝 붙혀 (push into) 슬라이스 한다 (이게 완전 반대;;)
      - 무엇보다 비싼 프로슈토, 최대한 아껴 작업하자
    • 조개가 완전히 익으면 관자부위까지 말끔히 떨어지는데, 덜 익은 상태에서 살을 분리하려니 조금씩 짜개지고 찢어지고 있었다. 어느 새 셰프, 20미터 밖에서 보고는 와서 덜 익었다고 마저 익히라고... 우선 분명히 그렇게 살이 분리되고 찢어지는 게 옳지 않았다는 걸 알았으면서 왜 물어보지 않았니 난!!! 그리고 그걸 그 멀리서 보고 다가온 셰프도 새삼스럽지만 참 대단....
  • 오늘 좋았던 점
    • 토끼 butchering 하는 거 더 연습할 기회가 생겼다. 근데 칼 오늘 새로 갈아 가져갔는데 갈빗대 frenching 하다보니 날 다시 다 나갔다 -_-
    • 오늘 셰프맷이 기분 상당히 안 좋아 보였는데 그래도 집에 가기 전 2층에 올라와서 악수하고 Good night, Chef라고 하고 갔다. 리코타 치즈도 작은 통으로 옮겨담아야 하는데 대신 해주고. 인내심과 포용력에 감사할 따름. ㅠㅠ 
  • 궁금한 점
    • 물론 그때그때 고칠점이나 등등은 잘 설명해주고 지적해주는 셰프이지만.. 덱스터가 실수했을 때처럼 잡지 않는 이유는...1. 인턴이라서 봐주기 때문? 2. 그래도 내가 대체적으로 일 괜찮게 하고 있기 때문? -_-;
    • G는 생각보다 은근 관심병이 있는 듯? 게다가 본인이 정말 마른 것에 대해 거식증 같은 eating disorder가 아니라고 부정하는데 은근 신경이 쓰이는지... 아니 오늘 자기가 항생제 먹고 있다고 아무것도 하루종일 못먹고 무릎 다쳤다는 얘기를 몇번을 하는겨;;
  • 기타 등등
    • 정신 바짝 차리자! 
    • 내일은 아침에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길. 피로함이 약간 쌓인듯.
    • 잔근육이 점점 발달해간다; 특히 오른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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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플레이팅!!! 살짝 기대하고 가긴 했지만,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마치고 5시 좀 넘으니 셰프 셰리가 밑에 내려가서 샐러드/애피타이저 스테이션 도와주라는 거다. 으헤헤헤헤헤 하고 바로 달려내려감. 
    • 우선 제일 간단한 샐러드 두가지부터 시작했는데, 역시 직접 해보는 것이 백만배 빨리 배운다. 말로 이리저리 설명해도 절대 기억 다 못하고 엥? 하게 되는데 한 번 만들어보면 세번째부터는 자동으로 손이 움직이게 된다. 
    • 그러다가 셰프 조던이 아티쵸크 애피타이저 도와달라며 믹싱보울을 하나 던져줬는데, 복잡해 보이는 이것도 막상 몇번해보니 할만했다. 가니쉬로 반죽옷 입혀 튀긴 자그마하고 살짝 달달한 고추 몇 개가 올라가는데 이것만 타이밍 잘 맞추면 혼자 가능.
    • 그 다음 혼자하게 된 건 돼지머리고기 메뉴. 돼지볼살등 여러부위를 모아 소세지처럼 만들고 얇게 썰어 허니머스터드비네그렛과 돼지 귀 가늘게 썰어 튀긴거랑 피클링한 셀러리, 순무 같은 것이 올라가는데 재밌다. 돼지 귀 남은 조각 조금씩 먹는데 왜 이리 맛있는거임!! 
    • 옥수수 스프도 쉽다. 양만 잘 맞추고 그릇 미리 데우는 걸 잊지 않으면 오케이. 근데 그릇 데울때 브로일러 바로 밑에서 펄펄 데워서 좀 무섭다 -_-...
    • 마지막으로 셰프 조던이 갑자기 당근 애피타이저 플레이팅 해 보겠냐고 해서 헉... 워낙 이것저것 올라가는 것도 많고 해서 좀 겁먹었었는데 막상 해 보니 감이 좀 온다. 다만 당근 익히는 걸 배워야 할 듯. 꿀과 로즈마리와 미리 반 익혀놓은 당근을 마저 팬로스팅하는데.. 참고로 우리 레스토랑 당근 에피타이저는 아래 사진 같은 플레이팅. 조금 스타일이 바뀌고 이건 사진빨도 좀 있지만 ㅋㅋ 
    • 제일 중요한 건 모든 재료에 드레싱이나 간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것.
    • 소스 스푼과 스패츌라 쓰는 거 꾸준한 연습요.
    • 밑에서 정신없이 배우다 보니 셰프들이 시키는 몇가지를 제 때 못챙겨서 좀 마음에 걸렸다. 쟤 플레이팅 좀 시켜줬더니 건방져짐? 이런 소리 듣기 싫어서 말이지. 계속 열심히 공손한 태도로~
  • 셰프 캔들이랑 계속 친해지고 있다. 진짜 성격좋고 너무 잘해줌 ㅠㅠ 
    • Bibb Salad라는 완전 간단한 샐러드 딱 한가지 배웠을 때 계속 그것만 두세번 내고 있었는데, 뭐 가지러 우리쪽 스테이션 오더니 나한테 the bibb salad is looking great, chef! 한다. 이제 첫걸음 띠는 나에게 저런 응원 한마디는 진짜 백만배 효과.
    • 나중에 우리쪽 스테이션 정리하고 파스타 스테이션 가서 정리하는 거 좀 도와주고 있는데, 또 이런거 저런거 가르쳐 준다. 나와있는 치즈를 다시 통에 담아 보관해야 하는데, 두가지 비슷한 치즈가루가 있어서 다른 거냐고 물어보니, 그 두가지를 시각과 냄새로 정확히 구분하는 방법을 찬찬히 알려줌. 다른 사람들 같았음 어 하난 뭐고 다른 건 뭐야, 에서 끝났을 텐데.
    • 클램차우더 같은 향의 크리미한 육수가 있는데, 제대로 거품내는 것도 보여줌.
    • 오리 라비올리가 떨어지는 바람에 2층 올라가서 한 통 새로 갖고 내려왔다. 건네주며 이거 진짜 맛있어 보인다고 했더니, 오더 들어와 있지도 않은데 언제 또 라비올리 하나를 따로 삶아 소스까지 만들어서 슬쩍 건네주는 거다. 진짜 감동의 쓰나미가 미친 듯이 몰려왔다 ㅠㅠㅠㅠㅠㅠㅠㅠ 
  • 다른 사람들과도 많이 친해지고 있다. 셰프 저스틴도 이제는 그 특유의 시크함으로 농담도 자주 하고, 특히 멕시칸 아저씨들한테 완전 사랑받고 있음 ㅋㅋㅋㅋ 며칠전에 셰프 맷이 슬쩍 지나가면서 you're so popular among them 하길래 내가 잘못 들었나 했더니... 어제는 일 마치고 조던이랑 나타샤랑 술도 한잔 하러 갔다. 아 13시간 넘게 일했지만 정말 즐거웠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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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8 - 나만의 패

인턴일지 l 2012. 7. 3. 06:59

미친 척 하고 일 끝나고 살사추러 갔더니 너무 피곤해서 일지 제때 못썼다...

  • 셰프 셰리가 잠깐의 휴가에서 돌아오니 확실히 분위기가 급 좋아진다. 역시 주방에 여자가 있어야? ㅋㅋ
        - 생일이라고 다들 카드며 케익이며 챙겨주는 모습이 역시 훈훈
        - LA 차이나타운에서 먹을 거 이거저거 사다줬는데 흐물흐물한 피의 딤섬이 있었다. 근데 먹이려 드니 억지로 먹으면서 짓는 셰프 맷의 표정이 아주 그냥 ㅋㅋㅋ 셰프 맞음? 프하하

  • 레스토랑 운영하는 일이 힘든 이유 중 하나.. 음식이 맛있으면 장사 된다, 라는 말도 있지만 요리는 전체 레스토랑 운영의 일부분일 뿐이고, 재료 주문이며 관리며 냉장고 및 스토리지 공간 정리, 인벤토리 등등등등등등 챙겨야 할 것이 참 많다. 그리고 거의 매일/매주 이런 작업들을 끊임없이 해야 하니... @_@ SPQR을 인턴 장소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좋다는 여러 레스토랑에서 하루씩 일해봤지만 이 곳이 제일 철저하고 확실하게 organized 되어 있어서였다. 언제 냉장고 사진 한 번 찍어 올려야겠오.
  • 요새 여름이라고 옥수수 이용한 요리가 정말 많은데, 배럴 컷(barrel cut)이라고 옥수수 알 분리하는 테크닉이 있다. 그냥 옥수수를 돌려가며 칼로 넓게넓게 베어내는 방법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알 모양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옥수수에 붙어 버려지는 양도 훨씬 적어진다. 그런데 옥수수가 많을때는 이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어느 날 옥수수 50개를 주길래 반 포기하고 스피드에 집중했는데, 서비스 바로 직전에 셰프 데니스가 오늘 누가 배럴 컷 했냐며 옥수수 상태를 보더니 난감해 하는 모습을 보고 창피해졌다. 그래서 데니스가 어제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집중해서 찬찬히 한줄 한줄 베어내고 있더라. 칼날이 들어가는 각도나 깊이를 열심히 봐 두었다가 나중에 하니 정말 훨씬 더 이쁘게 잘 되고, 익숙해지니 이전과 스피드도 거의 차이가 없었다. (시작한지도 얼마 안되었지만) 초심을 절대 잊지 말고 아무리 자잘한 일이라도 기술을 다듬고 최선을 다하자!

  • 이 날 또 그렇게 느낀 이유는... 그 때 한바가지 썰고 좀 질려버린 줄기콩을 이날은 셰프 맷이 일일이 다듬고 썰고 있더라. 정말 기본 중 기본의 프렙일을 맷이 하고 있는 걸 보고 다시 겸허해짐.
    - 내가 그동안 줄기콩 제대로 썰고 있었나 확인할 겸 셰프가 썰고 있는 콩을 들여다 보니 셰프가 쳐다보길래, 아 제가 그동안 잘못 썰고 있진 않았었나 해서요, 했다. 그러자 셰프 왈, 이제 넌 뭔가 잘못하는 단계는 훨씬 넘었다고, 카드게임에 비유하자면 예전에는 다른 사람 패 구경하며 게임을 배웠지만 이제는 너만의 패를 들고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고. 비유가 참 ㅋㅋㅋㅋ
  •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얼마전 5mm로 재단한 감자가 알고 보니 브런치 메뉴에 사용되는 거였다. 정말 눈에서 레이저 쏘며 열심히 했는데, 어제 어떤 브런치쿡이 서비스 마치고 올라오면서 왈, 네가 썬 감자, 플레이팅 됐을 때 진짜 이쁘다고. Absolutely gorgeous..looks fantastic on the plate. 으헹헹 ^______________________^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무차별적으로 순서없이...

  • 하나하나씩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가는 건 참 신난다~ 

    - 우선 돼지고기 뒷다리 살을 손으로 찢어 간을 한 후 틀에 꽉꽉 채워 퍼즐처럼 맞춰 넣는 프로젝트가 있다. 저번주에는 돼지고기를 셰프가 이미 시즈닝을 완료한 후 데모를 해 주고 내가 틀을 마저 채웠는데, 오늘은 내가 돼지고기 찢는 것부터 시즈닝에 틀에 넣는 모든 작업을 했다. 셰프 왈, "다음번에는 내가 간도 확인 안 할 것이니 완전 믿어보겠어!" ㅋㅋ

    - 저번주에 셰프 Matt이 가르쳐 준 크루통을 오늘은 혼자 만들었다. 바로 옆에서 셰프가 지켜보고 있는데 진땀이 'ㅁ' ;; 다행히 바삭바삭 잘 만들어졌다.

  • 파스타 중 pappardelle 포장하는 것이 제일 좋다. 아마 면을 제일 소중히 다뤄야 하는 파스타라서? 넓은 리본 7개를 곱게 겹쳐서 예쁘게 말아 비닐에 개별포장하고 있으면 실크를 다루는 느낌...
  • 오늘 오랜만에 칼질 좀 신경써서 했다. 여름철이라 맨날 옥수수 가지고 신메뉴를 만들고 있는데 이번에는 감자와 칠리페퍼를 가지고 뭘 하시려나 보다. 감자는 옥수수알 사이즈로, 페퍼는 2mm -_-로 썰으라는데, 그냥 다지지 말고 네모인 것이 보이게 재단하라는 셰프 말씀... 흐엉 ;ㅁ;
문제의 2mm 네모 칠리페퍼.



  • 이틀 연짱 덱스터가 내 칼을 너무 함부로 다뤄 오늘 진짜 열받았다. 어제는 심지어 진이 잔뜩 묻어나는 오크라를 썰어놓고 씻지도 않고서는 서랍에 처박아 놓더니, 오늘은 밑에 내려갔더니 세...세상에 식기세척기에서 칼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진짜 살기를 느꼈다 쿠오오오.... 심지어 셰프 Matt도 내 칼을 쓰고는 깨끗이 씻어주시는데 이놈이!!!! 퇴근할 때 사과 제대로 안 했음 진짜 크게 뭐라 할 생각이었는데 눈치는 빨라서 -_-
  • 칼 얘기가 나왔으므로... 그 동안 손목에 너무 수직으로 힘을 주고 칼질을 했었다. 이제 좀 더 부드러운 수평 모션을 쓰자. 잘못함 팔목 나갈뻔 했다. Thanks Chef Jordan!
  • 확실히 사람들이 라인에 서면 살벌해지고 팍팍해진다. 대신 좀 더 여유가 있는 프렙키친 2층으로 올라오면 수다수다에 활발해지고 착해짐. ㅋㅋㅋㅋ
  • 거의 매일 느끼는 거지만, 정말 SPQR은 사람들이 서로서로 잘 도와주고 정이 쌓여서 좋다. 특히 나를 너무 아껴주시는 우리 로드리고 아저씨.. 맨날 카푸치노 챙겨주는데 오늘은 물까지 챙겨줘서 감동감동 ㅠㅁ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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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크게 새로운 걸 배운 것도 없고, 여태까지 했던 여러 프로젝트들이 쌓여 반복되는 날이었다. 게다가 이번주 월화수를 쉬고 목금토일 열두시간씩 일하는 스케줄에, 어제 잠을 제대로 못자서 왕창 피곤. 추가로 알렉스랑 일하는데 웰케 느려 ㅠㅠ 내가 프로젝트 다섯개 하면 하나반 정도 하시려나... 오늘 저녁 내내 내가 혼자 다 한거 같았다. -_-


그래도 맛있는 거 좋은 거 이거저거 먹고.. 열심히 일한 날. 그리고 무슨일을 하던간에 주방일 하고 있으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즐겁고 행복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금토일은 좀 더 활기찬 3일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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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피용 마늘 다듬기로 하루 시작. 

  • 상대적으로 브런치 시간은 저녁에 비해 많이 한가한 편이라 일층 바 근처 스테이션에서 프렙을 했다. 나는 근데 정말 무대체질인가보다. 손님들이 근처에서 다 보고 있으니 거기서 작업하는 게 사실 제일 좋다. ㅋㅋㅋ
  • 눈에서 레이저 쏘며 폭풍집중 했더니 수솁이 벌써 끝냈냐고 놀램. 앗싸!

양파 20개 채썰기. 

  • 오늘은 눈물이 하나도 안 났다. 칼날 때문인가? 그냥 순한 양파였나? -_-
  • 역시 칼도 잘 들고 계속 썰다보니 속도가 무지 빨라졌다. 2주전이었으면 아주 죽을 쒔을텐데..
  • 여기서 양파 채써는 방법은: 양파 머리부분 꼭지부분 일정하게 다듬기 >> 4등분 >> 코어(가운데 부분) 제거 >> 1.5-2mm 채썰기
  • 채썰기 전에 다듬는 게 살짝 귀찮긴 하지만 채가 참 일정하고 이쁘게 썰어진다. 나중에 양파쨈 만들어진 걸 보니 표시가 확 난다. 


브런치 새로 투입된 셰프가 계속 좌충우돌해서 옆에서 계속 도왔다. 

  • foie 무스용 빵은 2cm 두께로 재단해 양면 올리브오일과 소금간
  • baby lettuce 다듬기

레몬케이크와 에스프레소케이크 만듬. 

  • 둘다 제누아즈 방식이라 레시피 재료며 만드는 방법이 거의 같음
  • 달걀과 설탕 거품 올리는 걸 보고 있자니 새삼 드는 생각...달걀은 참 위대한 재료.
  • 달걀 거품 스피드 10으로 올리기 시작하면서 버터 녹임 + glucose 추가. 달걀 거품 다 올라오면 가루류 체쳐서 넣으며 섞는다. 중간에 액체류 가장자리로 돌려서 붓고 버터 믹스쳐 부어가며 다시 섞는다. 바로 실크팻 깔리고 기름칠한 1/2 sheet pan에 부어 굽는다.

주방에서 중요한 덕목이자 감동 - 서로 챙겨주기 

  • 오늘 프렙이 일찍 끝나 서비스 한시간 정도 라인에 내려와 있었다. 우선 지켜보면서 라인의 흐름도와 간단한 아이템 플레이팅을 배우고 있는데, 아무래도 옆에서 있으니 계속 자잘하게 도와주게 된다. 그런데 정신없는 와중, 갑자기 수솁이 플라스틱 병을 하나 던져주면서 올리브 오일 채워달란다. 오일이 어딨는지도 모르고 깔대기도 필요할 것 같은데 안 보이고 급 당황중, 디시워셔 아저씨 한 분이 잽싸게 오일이랑 깔대기를 챙겨주는 거다. 그 멕시코 아저씨는 영어를 거의 못하고, 나도 스페인어는 거의 바닥인지라 평소에 말로는 잘 교류가 없었는데.. 설거지 거리 넘겨드릴 때마다 Gracias라고 매번 열심히 인사한 게 돌아오는 건지. 여튼 감동의 눈물 주르륵.
  • 라인에 서는 요리사가 여러명 있지만 확실히 실력이 좋고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욱 여유도 있고 차분히 잘 가르쳐 준다. 특히 캔델이라는 솁, 바쁜 와중에도 제때제때 요리 다 해내면서 옆에서 하나씩 가르쳐 줌. 그런데 어제는 샐러드 스테이션 쪽에 서 있는데, 갑자기 설거지 거리 작은 그릇을 하나 넘겨주면서 dish pit으로 가져다 달란다. 근데 안을 보니 뇨끼랑 미트볼이 하나씩 들어있어 엥 하고 쳐다보니 윙크를 날려주심. 그리고 바로 정색하고 다시 요리. ㅋㅋ 나중에도 파스타 소스 조금씩 테이스팅스푼에 떠서 막 넘겨주고.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 밑준비는 많이 하지만 막상 완성된 요리를 맛보긴 참 힘든데, 이렇게 챙겨주고 맛 보여주는 윗사람이 있다는 것이 왕감동이다.
  • 사실 큰 제스쳐는 아닌데, 이렇게 자잘하게 챙겨주고 도와주는 것이 주방에서는 정말 큰 마음의 서포트가 된다. 정말 바쁘고 정신없을 땐 다른 사람이 사소한 한가지라도 도와주면 진짜 고맙고 일이 쉬워지는데, 아무래도 이런 일이 있으면 나도 내가 바쁠지언정 한가지라도 더 도와주고, 더 챙겨주게 되는 법.


덧: 리턴할까 고민하던 빵칼 결국 어제 써 버려서 이제 고민 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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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4 - Rabbits!

인턴일지 l 2012. 6. 24. 17:02

- 오늘도 오이피클 만들었다. 근데 오이 한 종류는 아르메니안 오이고 다른 종류 하나는 페르시안 오이 ㅋㅋ 

- 역시 헤드셰프와 유머코드가 잘 통함. "International cucumber party!" ㅋㅋㅋ

- 그러나 역시 나만 웃음 -_-;

- 덱스터가 워크인에서 셰프가 꺼내놓은 오이를 보고 이건 뭐냐 했더니 "they are MY FRIEND Joowon's". 완전 기분 좋음 ㅋ 

- 아 오늘 Romano Beans 다지다가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게다가 사람도 박터지게 많아서 도마도 셰어하고 뒤로옆으로앞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니 계속 멈췄다 썰었다 멈췄다 썰었다...칼질을 하는게 하는게 아니야~ ㅠㅠ 그래도 수솁보다 더 속도가 빠른데 워낙 양이 많아 두시간 걸림. 현재 쳐다보기도 싫다. 컥.

- 프로슈토 슬라이스해서 토끼를 감쌀 레이어를 만드는데 남은 프로슈토 가져왔다 으크크

- 토끼 해체하는 법 배웠다. 

1) 먼저 지방과 막(silver skin) 제거.

2) 골반을 따라 다리 분리. 거의 닭과 흡사한 방법인데 골반에 걸쳐 이어지는 뼈가 좀 더 굴곡이 있다.

3) 다리 양쪽다 분리후 골반뼈위쪽을 따라 칼집 내고 가운데도 칼집 내고 뒤집어 연골 하얗게 보이는 조인트 부분에 칼을 찔러넣어 자른다. 

4) 갈비뼈를 얇은 스킨에서 분리한다. 연골이 굉장히 부드럽기 때문에 자칫 슬라이스하지 않게 살과 잘 분리해서 조심스럽게 재단 필요.

5) 갈비뼈 frenching. 양쪽 각 위 갈비 3대는 할 필요없음.

6) 제일 하단 갈빗대 부근 가위로 척추 절단. V자로 양쪽 재단해 loin 분리.

- loin은 나중에 양쪽 각각 분리. 척추가 십자 구조라 상당한 연습 필요.

7) 갈빗살 조심스럽게 발라내 갈비쪽 loin 살 손가락으로 분리.

8) 3번째 갈빗대 쪽 척추 가위로 절단. 살살 갈빗대 + loin 분리.

- 갈빗대도 나중에 양쪽 rib 두대로 분리

- 다음주에는 혼자 다 해야 함 -_- 칼 열심히 갈자

-작은 레스토랑 오기 참 잘 한 것 같다! 이왕이면 올해 미셸린 스타도 받고 cookbook도 대박나길.

- 덱스터가 생선간을 너무 세게 해서 못팔게 됨. 뿔다구 난 셰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2층으로 올라와서 이것저것 하기 시작. 나랑 덱스터랑 프렙하고 있는데, 갑자기 셰프 왈, "생선 간 세개 했더군. 못팔게 됐어. 넌 지금 20만원 데미지 낸거 알지? But it's ridiculous also to kill an animal, fuck it up, and make nothing out of something." 그러고 다시 무표정으로 내려감. 나까지 같이 쫄았다.

- 셰프가 좀 이뻐해주시는 듯? 성격 앵앵거리지 않고 예스쉡 잘해서 그런 듯. 나도 셰프의 쿨하고 직설적인 성격이 아주 좋다. 

-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불러서 가보니 신메뉴로 나온 생선볼 튀김 샘플로 튀긴거 맛보란다. ㅇㅎㅎㅎㅎㅎㅎㅎㅎ

- 근데 알고보니 그 신메뉴가 급 출시된 이유는 간이 세게 된 생선을 버리긴 아깝고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무스처럼 갈아버려 오뎅반죽처럼 만든 것 -_- food cost는 오히려 낮아지고... 머리 짱 좋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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