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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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같은 휴일인 어린이날이 지나가고 나니 꽃집은 물론이고 편의점, 길거리까지 카네이션 화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변변하게 챙겨드리지 못했는데 이번 어버이날에는 무언가 독특한 걸 해드리고 싶어서(물론 부모님께 최고의 선물은 현금이라는 진리) 고민고민하다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식용카네이션을 발견했다. 얼마 전 배운 화전 만들기가 번뜩 생각나며 식품 코너 한가운데서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고 난리난리.

사실 제일 어려운 건 화전에 쓸 찹쌀가루를 찾는 거였다. 생찹쌀가루여야 화전이 나오고 보통 파는 일반 찹쌀가루는 찹쌀을 한 번 쪄낸 후 빻은 거라 화전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데 생찹쌀가루는 도대체 파는 곳이 없고, 온라인 주문은 이미 너무 늦었고. 그러다 농협마트에 가니 "화전용" 찹쌀가루를 팔더이다. 역시 신토불이...응?


사실 먹을 것을 해 드리고 싶었던 이유는 단지 특별한 것을 드리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요새 한창 딸이 요리에 올인하면서 걱정되실 법도 한데, 좋아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요리로 표현해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놓고 어버이날 전날밤에 술마시다가 웬지 불안해서 집에 들어오기 전 꽃집에서 카네이션 바구니 하나 챙겨놓는 꼬라지...(첫번째 사진에 찬조출현)  

여튼, 부모님께 조금은 특별한 어버이날이 되셨길 바란다. 다른 분들도 좋은 시간 보내셨길. :)


화전 만들기

지름 5cm로 빚을 경우 12개

설탕 0.5컵
물 0.5컵

찹쌀가루 1.5컵
뜨거운물 두세큰술
소금 약간

올릴 고명 준비(식용 꽃잎, 돌려깎기 해 썬 대추, 쑥갓 등)
식용유 넉넉히

시럽만들기 설탕과 물을 냄비에 붓고 저어줄 필요없이 그냥 중불에서 가열하기 시작한다.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서 농도를 낸다. 이 때 절대로 젓지 않는다. 찰랑찰랑한 기운이 약간 없어지면 바로 불을 끄고 식힌다. 이 때 조금만 오버해서 끓여도 나중에 물엿처럼 되어 부어낼 수가 없다. 차라리 농도가 묽은 것이 좋다.

반죽하기 찹쌀가루와 소금을 체친 후 뜨거운 물을 조금씩 섞어주며 손으로 반죽한다. 어느정도 고슬고슬하게 되면 손으로 꽉꽉 반죽하면서 끊었을 때 약간 늘어지는 정도로 말랑말랑하게 반죽한다.(두세큰술 부족하면 물 약간씩 더 추가해본다). 반죽이 다 되면 비닐봉지에 넣어 잠시 내버려둔다(숙성작업)

고명 준비하기 원하는 재료를 갯수에 맞춰 다듬어 놓는다. 식용 꽃을 살 수 있는 사이트는 엔젤농장허브아이가 있으며, 백화점 식품 코너에도 꽤 있다. 가격은 2-3천원이면 충분.

화전 빚기 밤톨만한 경단으로 빚어 갯수를 나눈다. 접시나 쟁반에 식용유를 두른 후 납작하게 눌러주며 동그랗게 빚는다. 
 
화전 지지기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닦아낸 후(코팅작업) 아주 약불에서 반투명해질때까지 지져준다. 이 녀석들은 한 번 붙어버리면 헤어질 생각을 하지 않으니 사이사이 공간확보한다. 다 익었으면 고명을 재빠르게 올려준 후 불을 꺼준다. 꽃잎 같은 경우는 올록볼록 하면 잘 붙지 않는다. 꽃잎을 팬에 잠시 따로 가열하면 약간 오그라들면서 납작해져 올리기 편하다.

마무리 화전을 접시에 담고 찰랑찰랑한 시럽을 위에 부어준다. 




오븐을 좀 더 이해하고 잘 다루는 것이 왜 중요한지는 얼마 전 올린 머릿말 포스팅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오늘은 실제 팁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다 읽기 귀찮음 소제목밑줄부분만 읽으시고.



1. 내 오븐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두자

나같이 나중에 집을 사면 80%는 부엌에 투자하자, 라는 신념으로 오븐을 두 달동안 고르고 고르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보통 본인의 오븐에 그렇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을 것이다. 사실 매뉴얼을 특별히 읽지 않아도 쓰기에는 엄청 간단하지 않은가? 온도 맞추고, 열고, 넣고, 닫고...땡. 그렇지만 모든 오븐이 똑같이 작동하지는 않는다. 옷을 살 때 항상 내가 미디엄 사이즈가 아니라 어떤 곳에서는 라지가 맞다가 어떤 가게에서는 스몰이 맞는 것처럼(괜히 기분 좋음) 같은 오븐이라도 오븐에 따라 열이 가해지는 방법이나 정도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레시피에서 20분 예열하라 했는데, 내 오븐은 좀 큰 편이라 30분이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보통 한국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븐의 종류는 미니오븐(오븐토스터기), 가스오븐, 그리고 전기오븐이다. 미니오븐은 작아 휴대성은 좋으나 내부 공간이 적어 윗면이 금세 색이 나는 경향이 있으며, 조금만 열어도 열기를 쉽게 잃어 온도가 불안정하다는 점이 있다.(베이킹을 정말 제대로 하시고 싶으시면 일반 오븐에 투자하는 걸 권장드린다.) 가스오븐과 전기오븐은 결국 가스를 사용하냐, 전기를 사용하냐의 차이이며 둘 다 큰 차이 없이 훌륭한 베이킹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통상적으로 비교되는 다른 점은 가스 오븐이 약간 더 공기 순환이 덜 되고, 온도 유지가 살짝 더 불안정하며, 좀 더 습도가 높다. 그에 비해 전기 오븐은 좀 더 고르게 열 전달이 되며, 온도가 좀 더 안정적이고, 바싹한 열을 사용한다. 물론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기 오븐을 선호하는 편이다.

결론 : 그대의 오븐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고, 그것이 베이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및 적절한 리액션을 취해주시라. 예를 들어보자. 구울 때 뒷면에 있는 쿠키들은 진한데 앞에 있는 녀석들은 연한가? 열 전달이 좀 골고루 안된다는 얘기다. 중간에 한 번 팬을 돌려줘라. 항상 레시피에 나와 있는 시간보다 오래 걸린다고? 예열이 충분히 안되었거나 문짝에 틈새가........내 오븐이 원하는 온도로 예열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숙지해둬라.(자 다음 포인트로 고고)

2. 부엌에 들어서자마자 예열부터 하자 

나도 한동안 예열하는 거 만날 잊었다가 낭패본 경험이 많다. 머핀 반죽이 예열 기다리는 동안 너무 묽어져서 굽고 나니 팍 퍼져있다던지, 발효빵 2차 발효 다 시켜놓고 차가운 오븐 앞에서 좌절했다던지 등등. 예열은 반드시 미리 하자. 케익 종류의 반죽이라면 반죽 시작하기 전에, 발효빵이라면 2차 발효 들어가기 전에 등의 규칙을 만들어놔 잊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예열은 충분히 한다. 충분히가 도대체 언제니 근데? 이래서 오븐 전용 온도계가 꼭 필요한 것이다. 가격도 만원 안팎으로 살 수 있다. 오븐 자체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정확히 맞는 경우가 잘 없다. 내 오븐 조절계는 실제 온도와 10도에서 15도 가량 차이가 난다. 



그리고 온도가 딱 되지마자 예열 끝이 아니라, 온도에 다다른 후 추가로 몇분더 오븐을 후끈하게 달궈준다. 이래야 반죽이 들어갔을 때 예열 온도가 최대한으로 유지가 되기 때문이다. 초반에 온도가 너무 떨어지게 되면 쿠키가 너무 푹 퍼지거나 머핀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는 등 불상사가 발생한다.

3. 유리팬과 금속팬은 각자 적합한 용도가 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팬의 재질에 대해서 전혀 고려해 본 적이 없었다. 대학생 때 재래 시장에서 파이렉스 유리팬들을 싸게 사고 나서는, 구워졌을 때 투명하게 비치는 게 너무 예뻐서 줄창 그걸로만 베이킹을 했다. 그러나 브라우니나 파이가 이상하게 오래 걸리고, 질감이 뭔가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중에서 파는 베이킹 팬 종류중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 유리, 어두운 금속 재질, 그리고 밝고 반짝이는 금속 재질. 유리는 금속에 비해 열을 전달하는 속도가 느리지만, 한 번 열이 가해지면 좀 더 고르고 안정되게 온도를 유지한다. 때문에 설정된 온도를 맞추려고 오븐은 계속 불이 들어왔다 꺼졌다 하지만, 군데 군데 갑자기 온도가 높아지는 "핫 스팟"이 생길 수 있는 금속에 비해 유리는 더 안정적이다. 그렇지만 초반에 달궈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쿠키나 스콘 등 고온에서 잠깐 굽는 녀석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구조가 잡히기 전 반죽이 녹아 퍼져버리기 때문) 유리팬은 저온에서 오래 굽는 케이크나 브라우니류에 적합하다.

반대로 금속은 빠르게 가열이 되므로 쿠키나 스콘 등에 적합하다.  여기서 어둡고 매트한 코팅의 금속은 열을 반사시키는 반짝거리는 밝은 금속에 비해 더 빨리 가열된다. 때문에 쿠키를 어두운 금속팬에서 구우면 다 익기 전 바닥이 타버릴 수 있다. 여기서 유리팬을 다시 언급하자면, 유리팬은 반대로 위가 다 익었는데 밑이 아직 안 익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유리팬 사용의 경우는 15-20도 정도 온도를 낮추고 10분 정도 더 오래 구워주는 방법도 있다. 

몇년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실리콘 재질의 팬들도 시중에 많이 판매하고 있다. 다 구워진 녀석들을 빼내거나 설겆이 하기가 편해 인기인데, 실리콘 재질도 열 전도나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너무 장난감 같은 느낌이고 손에 익지 않은 재질이라 잘 쓰지는 않는다.

4. 오븐에 넣을 때 팬의 높낮이에도 신경을 쓴다

제일 무난한 위치는 아래서 1/3과 1/2높이 중간이다. 보통 위보다 밑이 익는데 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데, 레시피에 보면 가끔 특정 높이를 명시해 주기도 한다. 쿠키 등을 굽느라 한 번의 여러개의 팬을 넣는다면, 중간에 꼭 위치를 한 번 바꿔주길 바란다. 밑에 있는 녀석들은 제대로 색이 나질 않는다.

5. 오븐을 열어야 할 때는 무조건 눈썹이 휘날리게 한다

오븐을 연다는 것은 내부 열기가 빠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온도 유지를 하려면 열고 닫는 시간을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반죽을 넣을때도, 팬을 돌릴때도, 빨리빨리!

6. 도대체 다 익은건지 만건지...확실한 테스트 방법을 익혀두자 

"먹음직스럽게 고루 갈색으로 익을 때 까지 굽는다." 흔히 보이는 말이다. 근데 이 말이 참 애매하다. 누구는 진한 갈색이 먹음직스러울수도 있고, 누구는 좀 연한 보리차 색이 좋을 수도 있고. 누구는 부드러운 쿠키가 좋을테고, 누구는 바삭한 쿠키가 좋을테고. 때문에 본인의 기준이 장떙이다. 근데 도대체 언제 꺼내야 되냐고.



케익류는 팬을 살짝 흔들어봤을 때 반죽이 출렁대지 않고 색이 일정하게 노릇하게 나게 시작하면 거의 된 것이다. 가장자리가 팬에서 떨어져 올라오기 시작하기도 한다. 여기서 제일 유옹한 테스트 방법은 바로 꼬치 테스트. 이쑤시개로 정 가운데 깊숙히 찔러봤을 때 반죽이 묻어나오지 않으면 오케이. 단 브라우니류를 촉촉하게 먹고 싶으면 약간 축축하게 묻어나올 때 빼야 한다. 쿠키도 마찬가지. 좀 물렁하다 싶을 때 꺼내지 않으면 팬의 열기로 1-2분간 더 구워지기 때문에 너무 바삭해진다.

발효빵은 온도계로 찔러봐 내부 온도를 직접 재는 것이 진리다. 물론 겉이 갈색으로 고루 잘 익고, 밑면을 살짝 두드려봤을 때 둔탁하지 않고 가볍게 통통 소리가 나던지 등의 방법등이 있으나, 겉에서 보기에는 완벽히 익어보여도 중앙은 아직 떡져있을 가능성이 높다. 온도계를 푹 꽂아 95도 전후로 나오면 다 익은 것이다. 



머핀이던 빵이던 이미 색이 진하게 났는데 속이 익지 않았을 경우라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다 : 위에 호일을 한 겹 씌우거나, 좀 더 낮은 높이로 옮기거나, 혹은 온도를 20도 정도 낮추고 조금 더 오래 구워준다. 반대로 위가 색이 덜 났을 경우에는 높이를 올려주거나, 팬을 두겹으로 겹쳐주거나, 온도를 조금 올려 단시간 내에 구워주는 방법이 있다. 

여기서 다시 복습 : 다 될때까지 오븐은 열어보지 않는다. 테스트도 웬간해서는 한 번으로 족하다.

7. 일이 커지기 전에 제 때 제 때 청소해 주자

오븐을 쓰다 보면 끈적한 파이 필링이 넘칠 때도 있고 부스러기가 바닥에 떨어질 때도 많다. 이걸 그대로 두고 계속 오븐을 쓰다 보면 계속 타들어 가면서 지저분해지겠지? 액체 같은 경우는 특히 까맣게 눌어붙어 몇시간을 벅벅 땀흘리며 긁지 않는 이상 닦아내기가 정말 불가능해진다. 

간혹 가다 오븐 중에는 셀프 클리닝 기능이 있는 모델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직접 청소해 주어야 한다. 제일 좋은 습관은 닦아내기가 수월할 때인 오븐 사용 직후 약간의 미열이 남아있을 때 청소해 주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수세미로 벅벅 닦아내지 않는 것. 부드러운 면소재의 행주 등으로 한다. 세제 등을 쓸 경우에는 중성 세제로. 오븐 내부 표면이 상하게 되면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묵은때를 제거할 경우에는 베이킹소다를 푼 물을 고루 뿌려준 후 살짝 오븐을 가열했다가 식으면 닦아낸다. 

바닥에 알루미늄 호일을 깔고 쓰는 분들도 있는데, 이럴 경우 통풍로등이 막히지 않는지 잘 확인해보시길.

추가하거나 수정할 내용이 보이시면 언제든지 덧글 부탁드리는 바이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길 바란다. :)


읽기 전 다음 리스트를 훑어보며 내게 해당되는 사항이 몇 개나 되나 확인해보자.


• 원하는 온도로 예열 세팅 해 놓고 그 후 정말 제대로 예열이 되었는지 따로 확인하지 않는다

• 유리팬이던 철로 된 팬이던 베이킹 자체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믿는다

• 오븐에 반죽을 넣을 때 특별히 어느 높이에 넣어야 할지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구울 것들이 많을 경우에는 그냥 파이랑 케익 등 여러가지를 한 번에 오븐에 넣어서 구워버린다

 오븐에 넣은 후에는 팬을 돌려주지 않는다

 언제 될까, 혹시 타지는 않을까, 끊임없이 오븐을 열어보며 확인한다

 대충 먹음직스럽게 익고 다 된 것 같으면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꺼낸다

 오븐을 사고 나서 청소해 본 적이 없다


0-2개 : 이미 대체적으로 오븐을 잘 사용하고 있으나, 혹시 유용한 팁이 있을지 모르니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3-6개 : 머핀 속이 제대로 익지 않은 것, 도구나 재료 탓이 아니다. 다음 글을 읽으시고 오븐과 좀 더 친해져 보자.

7-8개 : 반드시 읽으실 것을 권장한다. 


요리는 열이 없으면 대부분 불가능하다. 아니, 어쩌면 요리 자체가 열에 관한 것일 수도. (갑자기 철학 모드) 좀 더 과학적으로 얘기를 해 보자면, 요리의 대부분 과정은 열에 인한 재료들의 물리적 변화이다. 달걀 흰자가 투명한 액체에서 단단한 흰색으로 굳어진다던지, 고기가 갈색으로 변하며 맛이 변한다던지 하는 것 말이다. 베이킹도 마찬가지. 열심히 반죽 다 해 놓고 그냥 상온에 두면 질척한 반죽이 갑자기 뽀송한 머핀으로 변신하지 않는다. 반드시 열을 가해야만 온갖 화학/물리 작용으로 인해 변신한다. 


여기서 얘기는 더 복잡해진다. 무조건 열을 가한다고 머핀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제때 적절한 온도로 적당한 시간동안 열을 가해줘야만 제대로 봉긋하게 완성이 된다. 때문에 베이킹에서 유일한 열의 원천인 오븐을 잘 알고 다루면 그 만큼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맛볼수 있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오븐을 다룰 때 크고 작은 실수를 범한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런 실수들을 짚어보며 도움이 되실만한 팁들을 다루기로 하겠다. 기대해 주씨고! 자 다음 포스팅이 왔어요 왔어!X2v4,

미국과 친하신 분들은 미국 50개 주의 하나인 알라스카를 생각하셨을지도...

여튼, 이 블로그에서 처음으로 소개드리고자 하는 곳은 신사동 작은 골목에 살포시 숨겨진 르 알라스카(Le Alaska)라는 빵집이다. 내가 빵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회사 지인분이 작년 말에 소개시켜 준 곳인데, 빵이 그렇게 맛있다는 것이다. 서울에 넘치고 넘치는 파리 크라상 등의 대형 브랜드 빵집들이 날마다 어마어마한 양의 빵들을 생산해 내고는 있지만, 대부분 보기에만 좋고 막상 먹으면 밀가루와 설탕 맛 이외에 별로 느껴지는 것이 없는 無맛이라 느끼는 나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압구정동의 화려한 부티크샵들과 으리번쩍한 카페들을 한참 지나면서 도대체 말로 들었던 아담하고 소박한 빵집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빨간색 벽돌빌딩 일층에 자리잡고 있는 화사한 노란색의 알라스카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복작거리는 서울을 떠나 완전히 다른 곳으로 온 느낌. 


알라스카의 로고는 빵이 꽃인 왕관 아니면 빵을 들고 있는 쿠키얼굴의 사나이...정도로 보인다. 바게트부터 샌드위치까지 리스트가 되어 있네. 

 
들어가기 전 가게를 지키고 있는 앙증맞은 바다사자와 맞닥뜨려야 한다. 어흥....음.


들어가니 햇살로 가득한 아늑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편에는 열심히 반죽을 하시는 남자분과
 뭔가를 재빨리 휘핑하는 한 여자분, 그리고 칙 하며 내려지는 에스프레소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오픈키친이었다. 손으로 쓴 메뉴판과 안이 훤히 보이는 뒷편에 자리한 큼지막한 오븐들도 보였다. 

그 바로 옆에, 정말 먹음직스러우면서 섬세함과 정성, 독창성이 돋보이는 빵들이 주우우우우욱 놓여 있었다. 


구스띠모를 처음 들렸을 때처럼 다 섭렵해보고 싶은 욕심을 꾹 누르고 한참을 고심한 끝에 결국 파이널 초이스로 가득찬 종이백을 들고 가게를 나섰다. 집에 가기 전 참지 못하고 카페에 들려 시식.

크로와상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정말 겹겹이 잘 부풀어 올라 있었다. 또 야들야들한 겹마다 사르르 골고루 배어있는 버터. 그 옆의 반짝거리는 브리오슈 풍의 트위스트 빵은 솜사탕 같이 보드라웠다. 거기에 콕콕 박혀있는 보석같은 새콤달콤한 크렌베리와 달달한 글레이즈가 어우러져 쉽사리 질리지 않는 맛을 만들어내는데 감동. 


무엇보다 둘 다 너무나도 '신선한' 맛이었다. 설탕 등의 첨가물 외에 뭔가 아른한 단 맛. 마치 수돗물과 정수된 물에서 느껴지는 차이점, 혹은 매연 가득한 강남 한복판에 있다가 시골로 벗어나서 느끼는 공기의 차이와 같았달까. 

집에 와서도 빵 먹기는 계속되었다......


으아아앗 아름다워라


제일 맘에 들었던 두 가지는 아래 견과류 한움큼과 카라멜을 올려준 브리오슈 종류의 빵과 시금치 종류로 보이는 꽈배기 빵. 견과류, 특히 헤이즐넛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는데 마치 찰리의 초콜렛 공장에 등장하는 절대 물빠지지 않는 껌이 생각났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할깝숑.


이 곳은 르 꼬르동 블루와 동경제과 출신들이 차린 곳으로, 이미 윙버스(알라스카 링크) 등에 널리 알려져 있다. 정확한 주소는 강남구 신사동 653-9(지도 링크)이며, 압구정동 씨네씨티 골목에서 크라제 옆골목인 미니스탑이 있는 골목으로 꺾어들어가면 왼편에 있다.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나, 내 경험상 여섯시를 넘기면 남아있는 빵이 별로 없다. 열심히 찾아갔는데 정말 빵이 하나도 없이 텅텅 비어있을 수도 있으니 가급적이면 첫 방문은 낮에 해 보시길. 가격은 대개 개당 천원에서 삼천원 사이. 여기 좀 무뚝뚝해 보이시는 쥔장 느낌의 아저씨 계신데 나 약간 팬이다, 으하하.

ps. 그날 바로 끝내버린 흔적.
나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며 (맛집이라는 단어는 너무 유행어 같아 잘 안쓰게 됨) 밖에서 먹을 기회를 그저그런 음식으로 낭비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어제 저녁은 너무 익힌 펜네 면에다가 밍밍한 토마토 소스, 거기다 몇 개 보이지도 않는 대충 익힌 가지 슬라이스들. 게다가 가격은 무려 이만천원. 음식 남기는 것이 너무 아까워 다 먹긴 했다만.

만석이었던 그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같이 간 데이트남이 리뷰사이트에서 자신있게 골라온 곳이었다. 몇십 명의 사람들이 다 좋은 평점을 줬고 사진들도 맛있어 보인다고. 겨우 두번째 데이트인지라 통후추니 정제후추니 따지는, 음식에 관한 나의 초울트라까다로움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오우, 여기 파스타 정말 맛있죠?" 하면서 씩 웃는 그의 얼굴에 그냥 미소를 띄우며 끄덕거렸다. 식사 후 사람 와글와글한 카페에서 탄맛나는 밍밍한 커피 한 잔과 뻑뻑한 티라미수 한 조각을 먹고 나니 그저그런 음식으로 배만 채운 듯한 느낌에 기분 다운. 물론 그 카페도 소위 맛집매니아라 지칭하는 그분의 추천이었고. (바이바이)

집에 와서 궁금한 마음에 검색을 해 봤다. 레스토랑과 카페 두 곳 다 별 다섯개 만점에 평균 네개로 선방, 거기다가 각각 백여개에 달하는 댓글들. 대충 훑어보니 "여기 진짜 친절해요", "양 많아서 좋아요", "사장분이신 거 같던데 인상 되게 좋으시더라구요", "인테리어가 너무 아기자기 하고 이뻐요"라는 멘트로 가득했다. 어떤 사람은 빵 리필이 안되서 별 하나 뺐댄다. 어떤 사람은 사람 수대로 안 시켜도 된다 해서 별 하나 추가. 누구는 자기 카드가 결제가 안되서 결제 하는데 오래 걸렸다 해서 별 하나 빼고. 잠깐, 도대체 음식에 관한 얘기는 어디있는 거지? 아 밑에 하나 있네. "여기 파스타도 맛있고 피자도 맛있어요!" ......이보다 더 막연할 수는 없을 뿐이고.

나도 윙버스 같은 리뷰 사이트들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맛집 블로그들도 종종 돌아본다. 그렇지만 넘쳐나는 글들과 사진들 중, 정말 도움이 되는 정보는 얼마나 될까? 한참 보다가 좀 괜찮은 곳을 찾았다 생각이 되면, 어김없이 별 한 개 줘 놓고 식당 내부가 너무 춥고 웨이터가 불친절했다는 혹평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곳을 봐도 양이 너무 적거나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불평불만. 음식 자체와는 별 상관없는 멘트들과 별점 외에, 이제는 돈을 받고 작성해주는 리뷰들도 있다. 맛 자체가 워낙 주관적인 것이지만, 아예 거짓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가 잘 들리는 건다운 님의 야후 블로그 관련 포스팅을 보면 좋은 예가 나와 있다. (이 분은 음식 자체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주셔서 좋다)

물론 음식외에 그 곳의 분위기, 가격, 그리고 특히 서비스는 전체적인 인상뿐만 아니라 음식 맛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언가가 특별나게 훌륭하거나 최악인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돈케어. 게다가 종업원이 설사 뜨거운 국을 당신의 무릎에 쏟았다 치더라도, 식당에 별 한 개를 주는 대신 그냥 그날의 운수나쁨을 탓해야 하지 않는가? 그 식당이 오는 손님한테 매번 국을 쏟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물론 서비스가 전체적으로 항상 별로인 곳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곳은 대부분 종업원의 100% 서비스를 기대할 만한 고급 식당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위생이 문제되는 곳은 요리의 기본을 못 지키니만큼 요리 자체도 그냥 그런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내가 그 식당에 다시 들리지 않는 이유는 음식이 별로였기 때문이지, 불친절한 웨이터나 불편한 의자때문에가 아니라는 얘기다. 

감동의 쓰나미를 몰고 오는 음식은 먹는 순간 다른 것들에 대해 잊어버리게 된다. 음식이 그저 그럴때, 다른 것들에 눈길이 가고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이다. 

내가 아끼는 곳들에 대해 블로그에 올릴 때는 그 곳의 음식 자체, 맛, 텍스쳐, 재료, 요리법 등등에 포커스를 맞출 계획이다. 좀 특별한 점이나 들어줄만한 에피소드가 있을 경우에는 함께 소개하겠지만 감동치 상위 20%에 들어가는 곳들만 공유드릴 테니 일단 가보셔도 좋음. 
블로그 링크 및 각종 관련 트윗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소는 twitter.com/foodieinkorea. 팔로우 고고. :)


달걀은 맛있는 만큼 참 다루기가 까다로운 존재다. 달걀로 부엌에서 하는 작업들을 생각해보자. 우선 껍질 들어가지 않게 잘 깨뜨리기, 노른자 터트리지 않고 예쁘게 후라이 부치기, 각잡아서 반듯한 계란말이 만들기, 노른자가 가운데 오고 푸른끼 없이 달걀 삶기, 원하는 정도로 알맞게 반숙하기, 흰자거품 단단하게 내기, 얄팍하게 지단 부치기 등등 좀체 수월한 것이 없다. 게다가 흰자라도 바닥에 흘렸을 경우 박박 문질러 비누칠해서 닦지 않는 이상 계속 미끄덩 미끄덩. (좋은 팁 있음 공유좀 플리즈)

달걀이 이렇게 다루기가 어려운 이유는 힘과 열에 매우 예민하기 때문이다. 계란 후라이를 예로 들어보자. 어느 저녁, 별다른 반찬이 없어 후라이나 해먹으려고 달걀을 하나 꺼내고 팬을 불에 올려놓는다. 기름을 휘 둘러주고 잠깐 핸드폰이랑 놀다가 손을 올려보니 뜨겁게 달궈졌다. 의기양양하게 후라이팬 가장자리에 달걀을 터프하게 탁탁 두드려 깬다. 달걀이 팬위로 퍼지며 뜨거운 기름에 흰자가 치직거리며 하얗게 익는다. 엇 껍질이 들어갔다. 손가락으로 빼내려는데 미끄덩거리기만 하고 자꾸 빠져나간다. 그러다보니 흰자는 다 익어버려 껍질이 보이질 않는다. 에잇, 모르겠다. 포기하고 윗면을 슬쩍 익혀주려 뒤집으려는 찰나, 어라, 흰자가 바닥에 붙었다. 뒤집개로 밑면을 몇번 퍽퍽 긁어주니 떨어진다. 그런데 너무 터프하게 긁었는지 노른자가 다 터져서 마구 흐른다. 대충 벅벅 긁어서 익혀준 다음에 얼른 그릇에 담고 누가 내 처참한 요리감각을 눈치챌까봐 두입에 끝내버린다. 

상상했던 후라이
<출처: http://whatscookingamerica.net>

현실속의 후라이
<출처: http://whatupduck.com>

계란후라이 따위야 컵라면 정도로 쉬운거 아닌가, 하며 좌절한다. 그러나 그럴 필요 없다. 달걀은 절대 다루기 쉬운 존재가 아니기 떄문이다. 위의 예에서 가장 큰 실수 하나, 너무 처음부터 열을 세게 가했다. 여자들도 너무 처음부터 들이대면 호감있다가도 완전 비협조적으로 나오지 않는가. 거기다가 너무 터프하게 다뤘다. 스킨쉽과 똑같단 말이다! (응?)

여튼,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달걀은 삶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지 몇초만에 익어버리기 때문에 원하는 색이나 형태를 살리려면 극도의 정교함과 스피드가 필요하다. 항상 같은 세기의 불이 아니라 세게 할 때와 약하게 할 때를 잘 알아서 불 조절을 하고, 민첩하게 해야 한다. 한마디로 밀당을 잘해야 한다.

그럼 아래와 같은 오믈렛은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냐고?
 


달걀 두세개를 멍울 없이 젓가락으로 잘 풀어준다. 고운 체에 한 번 내려 알끈을 제거한 후, 생크림이나 우유를 한큰술 추가해 약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거기에 소금과 백후추로 간 잊지 마시고.

을 중불 달궈주는데, 약 지름 15-18cm의 둥근 후라이팬이 좋다. 버터 반큰술과 기름 반큰술을 둘러준다. 버터만 하면 발연점(기름이 연기가 나는 온도)이 낮아서 쉽게 타고, 기름만 하면 너무 미끄럽고 버터의 고소한 맛이 없다. 바닥만이 아닌 가장자리도 잘 기름칠을 해주신다. 

을 살짝만 낮추고, 한큰술 정도를 남겨 놓은 나머지 달걀 푼 것을 한번에 스르륵 부어준다. 가장자리가 익는 것이 보일때 바로 빠르게 나무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주며 몽글몽글하게 스크램블을 만든다. 몽글이들이 한 엄지손톱만한 것이 좋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아직 달걀물이 촉촉하고 빤짝이게 고여있는 정도로만 익혀줘야 한다는 것이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몽글몽글 볼륨이 제대로 안나고, 너무 높으면 정말 5초 이내에 다 꾸덕하게 굳어버린다.) 너무 굳지는 않았는데 촉촉한 달걀물이 고인것이 안보이면 아까 남겨뒀단 달걀물을 마저 부어준다.

재빨리 을 제일 약하게 줄인다. 이때 팬이 많이 달궈져 있거나 열전도가 오래가는 팬이라면 불에서 바로 띄어준다. 몽글몽글한 스크램블 덩어리들을 납작하게 넓은 타원형으로 모양을 잡아준다. 그 다음에 후라이팬 손잡이의 반대쪽 가장자리로 슬쩍슬쩍 밀어준다. 달걀의 가장자리가 팬의 옆면에 걸쳐질정도로 밀어졌으면 후라이팬을 살짝 기울여 그 가장자리 밑면이 먼저 익도록 해준다. 아랫면이 얇게 굳어졌으면 주걱이나 스패츌라로 가장자리를 접어주며 안으로 만다. 그리고 반대쪽에서 가장자리 쪽으로 한번 더 밀어준 후 다시 안으로 마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다시 밀고 말고 한 후 계속 살짝씩 밀어주면 얘가 저절로 말리기 시작한다. 길쭉한 럭비공 모양으로 다 말아졌으면 여전히 가장자리에 놓고 살살 굴려주며 팬을 기울였다 눕혔다 하면서 전체적으로 고루 노란색으로 예쁘게 익혀준다. 

을 넣고 싶다면 원하는 재로 조금 물기 없이 준비한 후 처음에 스크램블 둥그렇게 펴 준후 약간 바깥쪽 가장자리에 올려놓는다. 이 때 그냥 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약간 박아준다는 느낌으로 눌러준다. 그렇지 않으면 말 때 다 튀어나온다. 

아 저 느글느글한 체다치즈의 자태...


정확히 몇시간인지는 모르지만, 하루 중 내가 인터넷에서 보내는 시간은 좀 챙피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대게 컴퓨터 앞에 않으면 먼저 이메일 확인으로 워밍업. 메일을 보다보니 트위터에 새로운 팔로워가 생겼다는 반가운 알림메세지. 유후거리며 트위터에 로그인해 프로필을 보려다가 새로 올라온 몇십개 메세지에 잠시 한눈팔림. 읽다가 누가 독일 와인에 관한 질문을 올렸는데 윽, 답해주려니 예전에 다 배운거였는데 기억 하나도 안난다. 당황해서 즉시 독일 와인 검색해 나오는 글들 한 번 섭렵해주고 일시적인 안도감에 잠시 안정을 취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싸이서 방명록 남기고 클럽들 들려서 새글 확인하고 창을 닫으려는데 네이트온에서 친구가 웃긴거라며 동영상 링크를 보내준다. 보면서 한참 키득대다 관련 동영상들 몇 개 클릭클릭. 잠깐, 이메일 확인 아직 다 못했는데.  

이러다 보면 오늘은 11시에 잠들자, 라는 결심은 안드로메다에 가 있기 태반. 그러나 나에게 인터넷만큼 조심해야 할 곳이 있다면 바로 부엌. 한 번 발을 담그기 전에 스스로 정신차리지 못하면 오늘밤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오늘 비도 추적추적 오고, 자격증 시험 공부에 운동도 해야하고 빨래도 밀렸는데 집에 오니 벌써 일곱시반. (마을버스 평소 십분거리 무려 40분걸림 웩.) 대충 씻고 공부할 거리를 뒤적거리다보니 출출해졌다. 오늘은 할일이 많으니 대충 때워야겠군, 하면서 냉장고 앞을 알짱거리다가 라면을 발견했다. 오늘 하루종일 좀 잡스럽게 군것질을 많이해서 약간 건강스럽게 만들어줘야 할 것 같은 압박에 냉장고를 열었다. 흠, 유통기한 3일 지난 우유라, 패스. 곰팡이 핀 치즈(비싼건데 왕짜증)도 패스. 오, 애호박 짜투리와 표고버섯이 있다. 앗싸. 어라, 양파도 있네. 아 맞다, 그제 잡고 얼린 닭도 있지.

주섬주섬 라면토핑(?)을 챙기다보니 어느새 식탁위에는 나름 괜찮은 재료들이 수북히 쌓였다. 갑자기 조미료와 튀긴 면빨따위로 오염시키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며 계획 급수정. (이때 정신차리고 멈춰야하는데 말이다) 간장에 설탕에 파, 마늘, 생강까지 다져주고 레몬즙까지 넣어줬다. 닭과 버섯을 재우고 돌아섰는데...밥이 없다. 국수는 있나? 

동서남북 찬장과 서랍을 다 뒤졌는데 나온건 스파게티면 몇가닥 뿐이었고.  아, 결국 라면에 볶아야 하나 잠시 좌절하다가 순간 (정말 정신이 나갔는지) 저번에 만들었던 칼국수면처럼 수타면으로 만들면 대박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가루랑 물 반죽하다 시계를 보니, 헉, 아홉시...

신나게 볶아서 먹고 소파에 잠시 앉아 정신을 차려보니 설겆이는 한가득에 완전 피곤이 몰려왔다. 

공부해야지...
빨래해야지......

하며 주니를 끼고 티비를 보다가 깜박 졸았는데. 일어나니 이제 정말 잘 시간.

오늘도 이렇게 말렸다. 

ps. 문제의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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