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지난 3월, 인턴쉽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왔을때 마지막 저녁식사를 한 곳은 Bar Tartine이라는 곳이었다. 이 식당은 2002년에 개업후 줄줄이 상도 타고 책도 낸, 아직까지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Tartine Bakery의 조인트 레스토랑인데, 음식이 매우 특별하다.


Tartine Bakery의 훌륭한 빵들을 장점으로 십분 활용하는 메뉴 아이템들도 좋지만, Nick Balla라는 이름의 셰프의 음식이 참 인상적이다. 셰프는 헝가리 출신이지만 일본에서도 오래 살고 정통 일식당까지 운영한 경험도 있다. 때문에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알고 사용하는데, 한 그릇안에 너무나 맛있고,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음식을 담아낸다. 3월에 저녁을 먹으며 이미 SPQR과 계약을 한 후 이곳을 알게 된것이 좀 후회가 될 정도로 음식들이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주방을 구경할 기회가 잠깐 있었는데, 특히 나의 눈길을 확 잡아끈 건 찬장을 빼곡히 메운 직접 말려 만든 각종 향신료 및 피클들이었다. 지금도 관심이 많지만, 한창 말리고 절이는 테크닉에 매료되어 있었던 나는 이곳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때문에 SPQR에서의 인턴쉽이 끝난 후 바로 스타쥬를 위해 문을 두드린 곳이 바로 여기였다. 셰프 Nick과 그의 파트너 Cortney가 이끄는 이 주방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가족적이었다. 여름내내 내가 그토록 목 아프게 외쳐되던 Yes chef는 한번도 듣지 못했고, 모두가 서로의 이름만을 부르며, hon, sweetheart, baby같은 호칭이 대신 들려왔다. 그날그날 라인에 서는 사람들만 하얀 셔츠를 입고,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냥 티셔츠에 아무 앞치마나 두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적응이 빨리 되지 않았던 건 칼질부터 플레이팅까지 fine dining에서 rustic한 모양새로 가는 것이었다. 감자던 당근이던 dice로 썰때 여섯면이 모두 정확히 같은 정육면체로 재단하는 데 온전히 집중했어야 했던 터라, 그냥 대강 비슷한 크기로 썰어도 된다는 사실이 처음에 잘 와닿지 않았다. ㅋㅋ

그만큼 위생이나 정리하고 치우면서 일하는 방식도 여기는 상대적으로 꽤 느슨했다. 때문에 3일간 일을 하면서 크게 배운것이 있다고 말하기는 참 어렵다. 3일은 조리법이나 레시피를 배우기는 사실 너무나 짧은 기간이라 어차피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내가 SPQR에서 훈련받은 위생 및 일하는 방식의 습관이 상당히 높은 기준이라는 것만 새삼 느꼈을 뿐.



그렇지만 3일이라는 짧은 시간 후 떠날때 모두가 악수대신 허그를 해주고, 일하고 나면 너무나 고마웠다며 와인에다 음식도 한 상 차려주며,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가족같이 서로를 대해주는 곳. 그리고 정말 맛있고 완성도 높은 음식들. 그 퀄리티를 계속 유지하고 손님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과연 퍼펙트한 칼질과 똑 떨어지게 정리된 찬장들이 필요한 것일까? 내 생각을 넓힐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8월 31일자로 SPQR에서의 인턴쉽을 마치고 쉬는 와중 간간히 이곳저곳에서 일해보는 중이다. 그 중 처음으로 일하게 된 곳은 Iron Chef에도 출연했던 프랑스 출신 Dominique Crenn 셰프가 운영하는 미셸린 1 star인 Atelier Crenn.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며 제일 인상깊었던 건 얼마나 위생을 철저하게 관리하는지였다. 처음 주방을 구경했는데 벌써 심상치 않았던 것이, 모든 사람이 분명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각자의 스테이션이 정말 눈부시게 깨끗한 것이다 -_-; 그리고 4시와 5시에 정확히 벽까지 비누칠을 박박해서 닦아내고 polishing까지 하는 것; 서비스가 다 끝나고는 일/월에 쉰다고 deep cleaning까지 하는데 아주 대단했다. 


이 날 제대로 연습한 건 굴까지. 한 백개 가까이 깐 것 같은데, 그 전에 굴까는 경험은 학교에서 서너개 해본 것이 다였다 ㅋ 여튼 덕분에 이제 자신감 충만~


플레이팅을 하는데 너무나 미세한 디자인이라 모두 핀셋을 놀려대는데 이질감이...모든 플레이팅에 핀셋을 써야 하는 음식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간간히 이것저것 맛보여주는데 정말 맛있고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제일 인상깊었던 것들은 pastry chef가 만들어내는 대단한 퀄리티의 디저트들. 머시맬로 SPQR거랑은 비교도 안되잖아 ㅠㅠ 


여튼 마감하고 데낄라 샷에 맥주를 주는.. 참 남성스러운(?) 키친이었다. 무엇보다 일주일만에 주방에 들어가서 일하니 너무 행복 *^^*


세달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새 흘러 어느덧 SPQR에서의 인턴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단지 56일이라는 기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여름, 그 중 제일 소중한 가르침은 바로 그 어떤 기술이나 지식보다 중요한 건 태도이고, 사람들간의 관계라는 것이었다. 인턴 생활 내내 가장 즐거웠던 기억들도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서로 도와주고 정을 쌓는 과정들이었다. 


항상 침착할 것이며, race라는 생각으로 손을 빠르게 놀릴 것이며,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과 오너쉽을 지닐 것이며, 2%의 게으름을 누르고 항상 100%를 다할 것이며, 팀이 무엇이 필요한지 항상 살필 것이다. 


누가 무언가를 부탁하면 최선을 다해 바로 도와줄 것이며, 부득이한 경우로 도움을 주기 불가능할때는 이해를 구하고 나중에 make up한다. 반대로 내가 무엇이 필요할 때는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만 요청하며, 단순히 무언가가 번거롭다는 이유만으로는 절대 요청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참 잘해주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 중 나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챙겨줬던 훌리오 아저씨, 리카르도 아저씨(파스타맨), 조던, 저스틴, 그리고 콜린에게 각각 카드와 작은 선물을 챙겨줬다. 특히 나를 푸쉬해주고 응원해주고 진심으로 아껴주었던 콜린과 작별인사를 할땐 역시나 눈물이 콱.


마지막으로 누구보다 나에게 많은 가르침과 기회, 그리고 믿음을 준 우리 셰프 맷과 찍은 사진 한 장. Thank you Chef!



저번주에는 계속 마감 시프트가 걸렸다. 마감 후에 얻는 와인 한 잔 마시고 집에 오면 새벽 한시가 넘기 일쑤. 피곤한데 와인까지 마시고 집에 오면 거의 픽픽 쓰러져서 계속 일지를 못썼다 ㅠ_ㅠ 덕분에 집에서 걱정되서 전화까지 ㅋㅋ


여튼, 지난 한 주는 풀서비스 기간 내내 라인에 내려가 있는 첫 주였다. 상대적으로 한가한 일요일날 몇시간씩 내려가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긴장을 조금 하고 있는데, 첫 날인 목요일, 안 그래도 느리고 우왕좌왕 좌충우돌인 마델린과 같은 조인 것이 아닌가. 스케줄을 본 담당 라인쿡인 조던은 벌써부터 스트레스 왕창 받아있고 ㅋㅋ 


아니나 다를까, 어찌어찌 훌쩍 시간이 흘러 서비스가 시작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아무래도 옆에서 지켜보며 배우며 도우는 입장이라 뭔가 능동적으로 셋업에 참여하는 입장도 아니고, 뭘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옆에서 되는대로 돕고 있었다. 조던과 마델린도 정신없이 음식을 플레이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울 셰프 맷이 등장; 셰프가 라인으로 넘어온 건 처음 본거라 완전 당황중에, 셰프는 마델린의 셋업을 보고 한창 지적을 하기 시작했다. 난 옆에서 눈 똥그랗게 뜨고 열심히 듣고 있고. 그러더니 셰프는 스테이션 셋업을 하나하나 바꾸며 설명을 시작했다. 메뉴를 들고는 각각이 맡은 아이템을 확실히 나눠주고는, 그에 최대한 옵티마이즈한 스테이션 셋업을 완성시켰다. 그리고서는 마델린과 조던은 한쪽으로 보내고, 갑자기 내 등을 두드리며..."오늘 우리는 한팀이다잉?" 하시며 내가 플레이팅 임무를 맡은 아이템 오더가 들어올때마다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플레이팅 하는 걸 손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ㅁ'.............


여태까지 가끔 내려갔지만, 한번도 누가 전체 스테이션 셋업이나 흐름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준적이 없었고, 메뉴 몇가지의 플레이팅을 본 후 그에 맞춰 하기 바쁘기에 그쳤었다. 아무래도 다들 배우는 중이고, 같은 또래거나 어린 친구들이기 때문에 헤드셰프처럼 찬찬히 여유있게 효과적인 가르침을 줄거라 기대하진 않았었지만, 조금 답답함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런데 셰프 맷이 라인에 같이 서서 가르쳐 준 목요일은 훨씬 더 많은 것이 갑자기 눈과 머리에 확 들어오는 신세계의 날이었고, 넘쳐흐르는 감사함과 감동에 어쩔 줄 몰랐다. 


셰프가 한창 같이 플레이팅 한 후 다시 위쪽으로 올라갔는데, 뒤에서 누가 나를 툭툭 쳐서 돌아봤더니 토니 아저씨가 "이젠 니가 베스트다!" 하며 씩 웃는다. ㅋㅋㅋㅋㅋㅋ 


여튼, 그런 하루를 겪고 나서 더욱 더 열심히 해야겠다, 라는 전투의 자세를 가지고 다음날 출근했는데...정말 미친듯이 손님들이 몰린 날이었다. 게다가 요새 무기력에 빠진 콜린 덕분인지, 허술한 셋업 때문에 계속해서 재료와 음식이 동이 나 나는 계속해서 윗층을 오르락내리락 해야했다. 거기다 나에게 플레이팅 할 거리를 더 많이 맡겨보겠거니, 라는 내 기대와는 정반대로, 상대적으로 손이 느리고 가끔씩 실수도 하는 나에게 조던은 당황했고, 할 수없이 원래 팀인 조던과 콜린이 계속 플레이팅을 해댔다. 옆에서 조금씩 도와줄 기회를 노려봤지만, 정신없이 바쁜 조던은 계속 알아서 하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 사태를 보고 있던 부셰프 셰리가 라인이 좀 진정될때까지 위에서 프렙 프로젝트 좀 하고 있으라고 올려보내니, 속이 확 상했다.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한 탓이지, 하며 다른 일들을 하고 있는데, 더 나아질 배움의 기회를 주질 않는 조던이 자꾸 원망스러워졌다. 그렇지만 바쁜 토요일 저녁, 아직 나에게 맡기기엔 nervous한 마음이 백번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라인 뒤에서 찬찬히 가르쳐줬던 셰프 맷에 대한 고마움이 다시 한번 밀려왔다. 


분명 나도 한창 일하고 바쁜 도중에는 누군가에게 좀 더 침착하게 가르쳐 줄 아량이 많이 부족하겠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생각을 좀 해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믿음과 기회를 주고, 옆에서 적절한 도움과 조언을 주는 것, 참 중요한 덕목이다. 


그밖에 다른 주요 포인트:

  • 플레이팅 할 때 라인에서 불 잡는 것에 대해 조금 편해졌다.
  • Cheese bread 급하다 해서 내가 직접 만들었는데 잘 나왔다! ㅎㅎㅎ 
    • cheese bread 오븐에 꺼내서 식힘망으로 옮기는데 나도 모르는 새 행동이 빨라지긴 했나보다; Chef Kat이 "Good hustle!!" 이라고 ㅋㅋㅋ
  • 칼 가는 법. Shun 칼은 숯돌로 아주 날카롭게 갈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셰프 맷이 직접 꼼꼼하게 시범을 보여줬다. 우와우!!! 
  • Raisin caper escabeche: 
    • heat oil
    • add onions (2 1/2 setting on slicer) and sweat. add salt.
    • add sugar to caramelize and maintain the texture. Add a couple pinches of saffron.
    • Add golden raisins (make sure they are replumped by heating in sufficient water)
    • Add white wine and white wine vinegar and reduce until all alcohol is evaporated
    • Add capers and finish cooking by adjusting seasoning (a good balance of salt/sweet/sour)
  • 그나저나 이제 다음 목적지를 고민해 봐야 할 시기. 친한 사람들과 얘기를 하며 생각이 많이 정리되긴 했다. 우선 미국은 아웃인듯.


- 오늘 라인에 내려가는 줄 알고 좀 긴장하고 갔는데 다행히(?) 위에서 프렙. 안 그래도 아침에 이상한 꿈을 잔뜩 꾸고 집에 가고 싶기도 해 기분이 좀 울적했는데 양파 좀 썰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으니 마음이 잔잔해졌다.

- 칼이 좀 이상하다. 이렇게 날이 빨리 무뎌지지가 않았는데, 뭐 하나 좀 썰고 나면 매번 새로 날 갈아야 할 판. 기분인가;

-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위층에서 프렙하는 사람이 많았다. 원래 있는 알렉스에 데니스와 나타샤까지 북적북적...아 너무나 좁은 공간 ;ㅁ;

- 저녁 서비스 한창 도중 파스타 오더가 미어터지자 캔들과 데니스가 교대했다. 우리 캔들 자존심 좀 상했을 듯 ㅜㅜ 

- 여기다 일일이 나열하기는 좀 그렇지만, 요새 부쩍 SPQR 사람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웃을 일이 더 많아졌다. 라인에 몇 번 선 이후로 콜린은 나를 정말 친동생처럼 아껴주기 시작했고, 캔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정신없는 성격에 좀 밉상인 벤도 내 이름으로 랩을 만들어 맨날 불러대고 ㅋㅋ 집에 가는 길에 셰프셰리에게 비자관련 업데이트를 주며 잠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엿듣고 있던 콜린이 자기가 남자 소개시켜주겠다며 난리난리. 벤은 어때, 캔들은 어때, 막 이러면서 밀어주고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 쳐 주며 장난치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이젠 일이 끝나도 집에 가기가 싫다 ㅋㅋ

- 장난치고 웃고 떠드는 것도 즐겁지만, 내일 라인에 서는 걸 본인일처럼 기뻐해주는 콜린과 캔들 덕분에 마음이 뭉클. 한창 떠들다 집에 간다고 손 흔들며 주방을 나서는데, "You'll be great tomorrow!"라고 뒤에서 외치는 둘. 화이팅! :)

  • 22일은 마델린 생일이고 23일은 내 생일이어서 일이 끝난 후 다같이 노래방을 가려는 계획이 잡혀 있어서 아침부터 들썩들썩. 게다가 셰프 맷과 셰프 셰리 두사람 다 없고 셰프 저스틴만 있는 날이라... 분위기가 어느때보다 가벼움.
  • 무슨 일을 했는지는 거의 기억이 안나고; 다만 프로젝트들 마저 마무리하고 있는데 콜린이 올라와서 자꾸 내려가서 배우라고 떠밀어줘서 역시나 이 날도 고마웠다. 라인에서도 별 일 없이 잘 마무리. 
  • 한가지 인상깊었던 일: 마델린이 계속 비스킷을 태우는 바람에 완전 급급급급조해서 새로 만들어야했다. 위층에서 같이 이런저런 프렙하고 있던 나랑 데니스가 정신없이 재료 계량을 시작했는데, 버터를 얇게 썰라길래, 속으로 아니 나도 그 정도는 알지.. 나름 베이킹 하던 가닥이 있는걸, 등등 생각하면서 별 생각없이 그냥 하던대로 작게 깍둑썰기 할 예정이었다. 그러다 다른 일을 잠깐 하느라 데니스가 버터를 썰었는데 정말 보통 사람들이 자르듯 정사각형이 아니라 얇게 베어내듯한 모양새.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예전 그 유명한 gary danko에서 일할때 매일매일매일 비스킷을 만들었다고. 아까 나름 나 베이킹 좀 했는데, 라는 말이 쑥 들어갔다 -_-; 여튼 그렇게 해서 비스킷을 만들었는데............아니 이건 같은 레시피라고 전혀 믿을 수 없을만큼 완전 고급 비스킷이 탄생한거다. 그리 급히 해서 반죽 숙성도 못 시켰는데. 평소 마델린이 만드는 비스킷이 너무 드라이해서 레시피가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하니 이건 뭐 완벽 그 자체.
  • 마지막 오더가 기적같이 10시에 딱 끝나고 청소 다 하니 11시; 왠 기적인가. 생일이라고 바 매니저가 로제 스파클링 한 병을 땄다. 유후! 
  • 빈속에 와인 두잔 마시고 알딸딸해지고 있는데 컨디션 안 좋아보이던 캔들이 갑자기 고민상담요청. 표정관리하느라 힘들었다;
  • 마감하고 우르르 노래방 몰려가서 광란의 밤을...Everyday I'm shuffling 부르며 열심히 춤추고.......그 다음은 잘 기억이 -_-


일한지 어느덧 만 7주가 지났다. 수치로만 보면 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아직도 참 많이 배우고 느끼는 중. 인턴 시작 전에 가장 우려했던 건 내가 과연 잘할수 있을까, 라는 내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어찌보면 유일하게) 스트레스 받는 점은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혼이 나는 억울함, 그리고 아무래도 어느정도의 특별대우를 받는 G를 보며 느끼는 속상함, 뭐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식사하러 근처 중국집에 들렀다 얻은 fortune cookie의 덕담에는 "힘들어도 최선을 다하면 복이 온다"라고 써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큰 위안을 얻어 (ㅋㅋㅋ) 지난 일하는 매일매일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아주 가끔은 누가 알아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얼른 라인에 내려가고 싶어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콩 한자루 다지고 있으면 현기증이 나며 불쑥 짜증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99%에서 멈추고 싶은 마음을 추스려 100%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오늘, 셰프부터 훌리오 아저씨까지 내가 한 일을 칭찬해주고 열심히 하는 태도를 인정해주는 고무적인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밀린 일기를 쓰는중이라 -_-) 디테일한건 기억이 안나지만 전날까지는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느낌이라면 이 날은 내가 좀 더 많은 부분을 능동적으로 해 내었고 나만의 체계가 조금 생기는 느낌이랄까. 근데 그런 것들에 대한 반응이 좋으니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람이 마구 느껴지는 하루였다. (아 횡설수설 -_- 다음엔 피곤해도 바로바로 쓰자...)
  • Stonefruit vinaigrette: stonefruit vinegar, some champagne vinegar, oil, salt, xanthan (little at a time)
  • Parm dressing: make sure to pour in the oil into the vortex
  • Head cheese: once i learn this, i can be the chef de pork!
  • Mushroom trays: was able to get this down to one tray! so proud haha
  • Pistachio crumble: 집에 갈려고 셰프한테 인사하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만드는 거 가르쳐주심-_-; 설탕은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액상류와 타피오카 전분을 섞을때 설탕을 먼저 넣으면 크럼블이 되지 않고 시럽같이 되어버린다. 


  • 어제 알렉스가 스케줄이 새로 나왔다고 한게 생각나 확인했더니 내 이름 옆에 드디어 "pantry"라고 적혀 있는거다! 우리 식당에서 pantry는 샐러드/애피타이저/디저트를 담당하는, 보통 Garde Manger라 불리는 스테이션을 뜻. 거기다 일요일 하루도 쉰다! 으헤헤헤헤 i'm gonna kill it! 프렙리스트와 메뉴, 그리고 스테이션 셋업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 오늘 일일 스타쥬가 한 명 왔는데 본인도 커리어 전환중이고 소프트 엔지니어였다 해서 혹시, 했더니...알고 보니 같은 구글 출신! ㅋㅋ 
  • 오늘은 덕분에 거의 제 시간에 퇴근.
  • Kampachi 레몬과 민트, 설탕/소금에 절이는 걸 배웠다. (2 lemons' zest and juice, leaves of 5 mint sprigs, and 1 pint of salt and sugar each) Curing을 시작하려는 순간 역시나 저 멀리서 셰프 맷이 말을 건다:
    셰프 : 주원, 생선 curing 할땐 말이지. 머리와 꼬리쪽 중 어디가 더 두껍지? 
    나 : 엄.. 머리쪽이요.
    셰프 : 그럼 어디에 더 많은 설탕과 소금을 쳐야 되지?
    나 : 엄.. 머리쪽이요.
    셰프 : (완전 만족한 미소로 씩 웃으며) Smart!
    나 : haha thanks 'ㅁ'; (별로 어렵지도 않은 질문이구먼 -_-)
  • 누가 완성된 stock을 위로 가져왔는데 그 많은 걸 깊은 통에 한번에 담아놓는 바람에 좀처럼 온도가 내려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얼음에 완전히 잠길 수 있게 두 통으로 나눠서 얼음 꽉꽉 채우고 있는데, 셰프 맷의 여자친구인 셰프 캣이 보더니 Great idea! 라네. 맨날 지적만 하는 이 무서운 셰프한테 좋은 소리 들으니 적응이...
  • 오늘 프로젝트들은 다 익숙한거라 쉽게쉽게 마무리. 아침에 마신 Red Bull도 상당한 효과가 있었던 듯 ㅋㅋ
  • 콜린이 SPQR에 남아 계속 일하라고 끊임없는 러브콜을; 아 나도 비자 나왔음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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