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훈제, 하면 생각나는 건 훈제연어밖에 없었는데, 작년과 올해 미국에서 식당을 가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바로 "smoked"였다. 그런데 흔히 보던 고기나 생선이 아니라, 훈제달걀(생각해 보니 이건 찜질방에? -_-), 치즈나 야채, 요구르트 등 다양한 재료가 꽤 연기의 힘을 빌리고 있었다. 

마침 이번에 듣는 수업에서 Smoking, 훈연처리에 대해 리서치페이퍼를 쓸 기회가 있어서 상당히 많은 자료를 들여다보았다. 결론 : 나무를 요리한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지식과 훈련이 요구되고, 무궁무진한 응용방법이 가능한 아주 매력적인 작업이다.

보통 나무를 가열하기 시작하면 연기가 나는데, 이 연기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함유되어있다. 이 물질들이 기체화되며 위에 매달려 있는 음식의 표면과 반응하며 맛과 색, 텍스쳐에 영향을 주는 것. 근데 나무의 온도에 따라 기체화되는 물질들이 달라지면서 다른 맛이 나고, 나무마다 물질들이 조금씩 다르니 그 특유의 향과 맛이 배게 됨. 거기다 음식의 상태에 따라서 또 반응의 성질과 정도가 달라진다.

한국에서도 얘기가 자주 나오지만, 미국에서도 육류에 대한 섭취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오고가고 있고, 전체적으로 고기소비량은 하향세. 예전처럼 스테이크 크게 구워주고 야채랑 감자 조금 올려서는 외면당하기 쉽고(물론 아직 이런 식당들도 나름 꾸준한 수요가 있고 영업은 되지만), 특히 다수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은 요새 안심스테이크를 떠나 offal(살코기외 내장부위)과 자투리고기나 저렴한 부위로 직접 소세지 등을 만들어 메리트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다시마나 메추리알 등 익숙치 않은 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당근이나 버섯 등 기본적인 재료를 새롭게 살리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바로 이렇게 기본적인 재료를 새롭게 살리는데 훈제가 큰 몫을 한다. 

한국의 숯불구이도 나름 연기맛(?)의 장점을 살리는 요리법인데, 요리시간이 너무 짧아 낮은 온도에서장기적으로 훈연하는 cold smoking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요리 바베큐도 고기를 익히긴 하지만 숯불구이보다는 훨씬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조리하는 것이라 훈연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몇몇 셰프들은 연기에 음식을 노출시키는 것으로 모자라 무려 재를 음식에 얹어낸다고 한다-_- 그런데 나무의 재가 아니라 버섯이나 가지 등의 음식으로 재를 만들어 특유의 탄맛을 더 극대화 시킨다. 한국음식에서도 응용해서 맛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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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지 만들기

JWU 생활 l 2012. 3. 9. 13:04

어렸을 때 소세지에 대한 기억은 에센뽀득밖에 없었는데, 학교와서 수세 소세지를 만들 기회가 참 많다. 역시 직접 만드는 것이 모든 면에서 훨씬 즐겁고 자유자재로 응용이 가능.

오늘 수업은 동물 내장의 점막인 caul fat을 사용해 만들어봤다. 내용물은 무려 소고기와 돼지 안심부위;; 로스팅한 피망들과 할라피뇨, 파, 고수 등의 허브와 간장으로 간 ㅋㅋ 


진짜 내츄럴해보인다 -,.-


내부 온도가 섭씨 65도가 될때까지 오븐에서 구운 후 팬에서 지져줌. 아 근데 완성샷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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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Meat Cutting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 오늘은 양고기를 다루는 날이었다. 여태까지 닭과 소를 배웠는데, 오전에 키친에 들어가니 이렇게 양 한마리가 통째로 비닐에 배달되어 있었다. 우오...


보통 미국에서 도살되는 양의 나이는 만 한살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배달 온 녀석의 덩치는 평균에 비해 상당히 큰 편. 

그 전까지는 그냥 막연하게 양갈비, 등심, 안심, 양지, 필레미뇽 등 주변에서 주워들은 용어만 알았지 정확히 어떤 부위가 어디에서 나오고 어떻게 요리되는지 전혀 몰랐는데, 이번 수업을 통해 정말 많은 지식을 얻고 있다. 5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제 어떤 부위를 얘기하면 머릿속에 비주얼화가 될 정도니...
 


양고기 부위 중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양갈비. 오른쪽이 척추와 갈빗대 일부를 잘라낸 손질 전의 갈비고, 왼쪽이 뼈의 일부와 지방을 정리해 요리할 수 있는 상태로 다듬은 상태이다. 일명 "Frenching" 작업.


요리하는 동물의 근육과 뼈 구조에 대해 더 이해할수록 더 많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듯 하다. 제일 경험이 부족하고 (거의 없었던) 배우고 싶었던 과목이라 아주 신나게 배우는 중. 단지 몇시간동안 은근한 피냄새를 맡는 것과 천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디찬 공기를 견디는 게 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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