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전날 늦게까지 축구보다 늦잠자는 바람에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묶고 간단한 세수 후에 헐레벌떡 집을 나섰다. 꾸물꾸물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던 몇일이 지나고 화사한 햇살이 내리쬐는 파란 하늘. 여자친구들끼리 만나 브런치 먹으면서 수다떨기 딱 좋은 날씨! 으하하 :D
섹스앤더시티(Sex and the City)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에 단골장면인 분위기 좋은 곳에서 브런치 먹는 씬이 한국에서도 심심찮게 보이기 시작하더니 요새는 아예 일요일 약속의 대세인 듯 하다. 뉴욕에서 학생 신분이었을때는 아침 점심 한방에 해결하는 것이 덜 귀찮고돈도 절약되고 하는 이유가 다였지만 말이다.
여튼 한국에 미국 스타일의 브런치 식당들이 많이 보이는데, 웬만한 미국의 다이너 수준으로는 맛을 내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다. 아니, 프리믹스 반죽에 냉동 소세지/햄 구워주고 오렌지주스와 커피 추가하면 한 사람에 만오천원이 훌쩍이라니. 가끔 브런치 음식 땡길때 가지만 억울한 마음이 그득하다. 그나마 제일 흡족했었던 곳은 버터핑거팬케익스 강남점이었는데, 가격이 어째 계속 오르더니 얼마전에 갔을 때는 실망함. 특히 비싸도 큰맘먹고 시키던 生오렌지주스는 내가 잘못 시킨거 아닌가 오해할 정도로 델몬트 퀄리티였음.
비행기 열여섯시간에 버스 다섯시간 타야 갈 수 있는 대학 근처에 있던 최강 브런치 카페가 가고 싶어 노래를 부르던 중, 친구가 좋은 곳이 있다며 위로. 눈을 반짝거리며 +_+ 바로 일요일에 약속을 잡아버림.
섹스앤더시티의 캐리의 브런치 의상에는 비교도 안되는 거의 츄리닝 차림으로 이태원 부근의 London Tea라는 곳을 찾아나섰다. 크라운호텔에서 조금 내려가니 아주아주 아담한, 그러나 블루와 화이트의 상큼한 조화가 눈에 띄는 가게가 코너에 자리하고 있었다. 들어가니 테이블은 세개 남짓. 가게 안은 햇살이 가득해 하얀 인테리어가 더욱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총 네가지.
.........그러나 사진은 딸랑 두장.
(음식에 정신 팔려)
그날의 최고 아이템이었던 바나나 팬케이크!
먹기 전부터 피어오르는 달콤한 바나나의 향. 상당히 도톰한데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 한입한입 가득한 바나나의 맛과 크런치한 아몬드 슬라이스에, 파우더 슈거와 달달한 메이플 시럽이 어우러져 퍼펙트한 팬케익 한 입을 만들어내었다. 상당히 협소한 공간이라 화력도 그리 세지 않을텐데 우째 이런 텍스쳐를...아 완전 또 먹고 싶음.
두번째 완소 아이템이었던 크랜베리 프렌치 토스트.
단순히 빵 한쪽을 달걀/우유에 적셔 구워내는 것이 아니라 두장이 겹쳐진 stuffed 프렌치토스트. 안에도 크랜베리가 송송 박혀 있으며 입안에서 스르륵 녹아내린다. 베이컨이 있어서 그런지, 달걀의 맛이 좀 더 고소하게 느껴짐. 상큼달콤짭짤함의 조화가 아주 훌륭했다.
여기에 치킨 샌드위치와 오믈렛도 추가. 아이스티도 마셨고. 뉴욕에서 요리공부하고 오신 완전미녀셰프님이 일하시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가격대는 음식 8천에서 만5천원. 음료는 4천에서 8천원정도. 매일 오전10부터 오후9시까지 오픈.
이 날 특히 더 즐거웠던 이유는 함께 한 지인들 덕분. 노력하지 않아도 대화가 즐겁고 맘이 척척 맞는 사람들과 있음 너무 행복하지 않은가. 거기다 맛있는 음식을 같이 나눠먹으며 함께 공감하고 행복해하는 경험이란! 특히 그날은 나의 미래계획에 대해 무궁무진한 긍정에너지와 서포트를 얻는 바람에 나에게는 더욱더 특별한 브런치였다.
항상 나에게 좋은 음식과 좋은 인연을 소개해주는 김모양.
Thanks as always :D
그리고 더 많은 사진들은 다음 블로그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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