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가을 생각나면 찾게 되는 것 중 하나는 고구마. 겨울철 드럼통에서 파는 찐득한 군고구마부터 빠스, 맛탕, 스틱, 그리고 케이크나 만주 등을 포함해 다양하게 사용되는 훌륭한 재료이다.  또한 다이어트에 좋다고 해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음식이기도 하고.



재배되는 고구마는 주로 소주의 원료인 주정(식용알코올)을 만드는데 쓰이는 공업용과 우리가 마트에서 쉽게 접하는 식용고구마가 있다. 식용고구마의 주된 두가지 종류는 바로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 바슬바슬한 밤고구마와 달리 최근에 개발되어 부드러움과 달콤함으로 승부하는 호박고구마가 큰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고, 우리집에서도 밤고구마는 외면을 당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들리신 외할머니 손에는 밤고구마 한봉다리가 들려있지 않은가.

"에이 할머니 이거보다 호박고구마가 더 맛있는데요!"
"녀석아, 그건 질척하기만 하고 요게 더 맛있는겨. 쪄서 김치랑 먹어봐라."

할머니가 가신 후 고구마는 냉장고로 직행. 

얼마가 지났을까, 냉장고 정리를 하다가 야채칸에 처박아두었던 고구마 봉다리를 발견했다. 약간 마르기도 했고, 심이 많아보이는 고구마들. 그냥 먹기는 맛없을 것 같고, 버릴수도 없고 해서 요리책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중에서 한복려 선생님의 고구마조림 레시피가 눈에 들어왔다. 간장, 참기름과 설탕 등에 조린 반찬. 오호...

사실 요리가 너무하고 싶어 아침 여섯시에 눈이 떠졌는데, 그 에너지로 내친 김에 맛탕도 해버렸다. 덕분에 아침부터 온 집에 기름냄새가 진동. 

밤고구마는 호박고구마보다 수분과 당분이 적은만큼 전분량이 높다. 호박고구마의 전분량은 5-8%에 불과한데 밤고구마는 무려 18-20%. 수분이 적은 만큼 그 조직도 더 단단하며 길게 늘어지는 섬유질도 덜해 조리하기 훨씬 더 좋은 재료는 밤고구마다. 대신 전분이 많으면 수분을 계속 흡수해 요리가(특히 튀김등) 눅눅해지므로 조리전 물에 담가 전분을 충분히 빼주는 것을 잊지 말기.

그럼 간단한 레시피 두가지로 밤고구마를 더 맛있게 즐겨보자!

짭쪼롬함이 매력인 고구마조림

고구마(손질후) 400g

간장 3큰술
설탕 2큰술
맛술(미림) 1큰술
물 3큰술
참기름 1큰술

통깨 약간

고구마는 깨끗이 손질해 먹기좋은 크기로 손질한다. 손은 조금 가지만 모서리 정리해서 밤톨처럼 손질하면 덜 으깨져서 깔끔하게 조려진다.

조림장 재료를 냄비에 한데 넣고 섞은 후 가열한다. 한번 끓어오르면 중약불에 놓고 고구마를 넣는다. 불조절해가면서 서서히 조려 가끔 살살 뒤적여준다. 너무 약불로 해도 고구마가 으스러질 수 있다. 투명한 빛이 돌때까지 자작하게 조려준다.



달콤바삭한 고구마맛탕

고구마(손질후) 400g
튀김 기름 넉넉히
소금 약간

설탕 5큰술
물 5큰술
물엿 3큰술

통깨 약간

고구마를 손질해 물에 한시간여 담가 전분을 제거한다. 섭씨 180도의 기름에 6-8분여 노릇해질때까지 튀겨낸다. 두번 튀기면 더 바삭.

고구마가 식으면 냄비나 후라이팬에 설탕과 물을 넣고 젓지 말고 끓인다. 설탕이 녹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면 물엿을 넣어 잘 섞는다. 식은 고구마를 넣어 잘 버무려준다. 너무 오래 버무리면 딱딱해질수 있으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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