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나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며 (맛집이라는 단어는 너무 유행어 같아 잘 안쓰게 됨) 밖에서 먹을 기회를 그저그런 음식으로 낭비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어제 저녁은 너무 익힌 펜네 면에다가 밍밍한 토마토 소스, 거기다 몇 개 보이지도 않는 대충 익힌 가지 슬라이스들. 게다가 가격은 무려 이만천원. 음식 남기는 것이 너무 아까워 다 먹긴 했다만.

만석이었던 그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같이 간 데이트남이 리뷰사이트에서 자신있게 골라온 곳이었다. 몇십 명의 사람들이 다 좋은 평점을 줬고 사진들도 맛있어 보인다고. 겨우 두번째 데이트인지라 통후추니 정제후추니 따지는, 음식에 관한 나의 초울트라까다로움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오우, 여기 파스타 정말 맛있죠?" 하면서 씩 웃는 그의 얼굴에 그냥 미소를 띄우며 끄덕거렸다. 식사 후 사람 와글와글한 카페에서 탄맛나는 밍밍한 커피 한 잔과 뻑뻑한 티라미수 한 조각을 먹고 나니 그저그런 음식으로 배만 채운 듯한 느낌에 기분 다운. 물론 그 카페도 소위 맛집매니아라 지칭하는 그분의 추천이었고. (바이바이)

집에 와서 궁금한 마음에 검색을 해 봤다. 레스토랑과 카페 두 곳 다 별 다섯개 만점에 평균 네개로 선방, 거기다가 각각 백여개에 달하는 댓글들. 대충 훑어보니 "여기 진짜 친절해요", "양 많아서 좋아요", "사장분이신 거 같던데 인상 되게 좋으시더라구요", "인테리어가 너무 아기자기 하고 이뻐요"라는 멘트로 가득했다. 어떤 사람은 빵 리필이 안되서 별 하나 뺐댄다. 어떤 사람은 사람 수대로 안 시켜도 된다 해서 별 하나 추가. 누구는 자기 카드가 결제가 안되서 결제 하는데 오래 걸렸다 해서 별 하나 빼고. 잠깐, 도대체 음식에 관한 얘기는 어디있는 거지? 아 밑에 하나 있네. "여기 파스타도 맛있고 피자도 맛있어요!" ......이보다 더 막연할 수는 없을 뿐이고.

나도 윙버스 같은 리뷰 사이트들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맛집 블로그들도 종종 돌아본다. 그렇지만 넘쳐나는 글들과 사진들 중, 정말 도움이 되는 정보는 얼마나 될까? 한참 보다가 좀 괜찮은 곳을 찾았다 생각이 되면, 어김없이 별 한 개 줘 놓고 식당 내부가 너무 춥고 웨이터가 불친절했다는 혹평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곳을 봐도 양이 너무 적거나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불평불만. 음식 자체와는 별 상관없는 멘트들과 별점 외에, 이제는 돈을 받고 작성해주는 리뷰들도 있다. 맛 자체가 워낙 주관적인 것이지만, 아예 거짓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가 잘 들리는 건다운 님의 야후 블로그 관련 포스팅을 보면 좋은 예가 나와 있다. (이 분은 음식 자체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주셔서 좋다)

물론 음식외에 그 곳의 분위기, 가격, 그리고 특히 서비스는 전체적인 인상뿐만 아니라 음식 맛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언가가 특별나게 훌륭하거나 최악인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돈케어. 게다가 종업원이 설사 뜨거운 국을 당신의 무릎에 쏟았다 치더라도, 식당에 별 한 개를 주는 대신 그냥 그날의 운수나쁨을 탓해야 하지 않는가? 그 식당이 오는 손님한테 매번 국을 쏟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물론 서비스가 전체적으로 항상 별로인 곳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곳은 대부분 종업원의 100% 서비스를 기대할 만한 고급 식당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위생이 문제되는 곳은 요리의 기본을 못 지키니만큼 요리 자체도 그냥 그런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내가 그 식당에 다시 들리지 않는 이유는 음식이 별로였기 때문이지, 불친절한 웨이터나 불편한 의자때문에가 아니라는 얘기다. 

감동의 쓰나미를 몰고 오는 음식은 먹는 순간 다른 것들에 대해 잊어버리게 된다. 음식이 그저 그럴때, 다른 것들에 눈길이 가고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이다. 

내가 아끼는 곳들에 대해 블로그에 올릴 때는 그 곳의 음식 자체, 맛, 텍스쳐, 재료, 요리법 등등에 포커스를 맞출 계획이다. 좀 특별한 점이나 들어줄만한 에피소드가 있을 경우에는 함께 소개하겠지만 감동치 상위 20%에 들어가는 곳들만 공유드릴 테니 일단 가보셔도 좋음. 
  1. SA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터넷 맛집의 신뢰성은 역시 꾸준한 블로그질로 내공을 쌓아야 할것 같더군요.
    일단 맛집소개보다 블로그 주인장의 음식에 대한 철학과 평가포인트를 주목해야 하니...

    누가봐도 자기자랑 or 속보이는 극찬 등으로 가득찬 포스팅이라면 그나마 판단이 편한데
    요즘엔 워낙 블로그 포스팅도 발전했으니 조금 더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야 할것 같습니다.

    2010.05.03 00:33 신고
    • joow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블로그 주인장의 음식에 대한 척학과 평가포인트", 훌륭한 포인트이십니다 :) 요새는 판단하기가 어렵죠. 댓글 감사합니다.

      2010.05.03 20:08 신고
  2. 베가스 그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어떤 기사를 봤더니 맛집 블로거가 뒷돈을 요구했다나? 암튼 뭐 그런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나보더라구요.
    또 입맛이라는게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유명한 집에서 맛없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을 것 같긴 해요. ㅎㅎ

    2010.05.03 05:06 신고
  3. 하늘엔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본인이 먹어 보고 맛있는 집을 소개시켜 드려야지요.
    돈 받고 그런 거 올리는 브로거는 오래 못 가더라고요, ^^

    2010.05.03 06:20 신고
  4. Arkanoid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식이란게 주관적이고 그러한 주관적인 평가 속에서 이뤄지니 그러한 부분은 내가, 아니면 음식을 맛보는 사람들이 다시금 정제를 해야 하는 과정이 분명 존재해야 하죠..

    2010.05.03 09:00 신고
    • joowon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식은 주관적인 잣대가 제일 천차만별인 분야인 것 같아요. 물론 내가 음식을 먹으면서 직접 맛 보는 것이 제일 즐거운 경험이지만 다른 분들의 느낌도 조금 더 알 수 있다면 하는 아쉬움이 가끔 드네요~

      2010.05.03 20:14 신고
  5. 포카치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요. 맛집에 맛이 포인트인데 말이에요.
    정말 사람 입맛이라는데 다 다르지만 객관적으로? 풀어내는 내공이 필요한거 같습니다.^^

    2010.05.03 12:36 신고
    • joow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맛이란 것은 제일 묘사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평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좀 더 맛에 대한 정보가 궁금할 뿐. :D

      2010.05.03 20:19 신고
  6. Naturi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문난 집, 리뷰 좋은 집처럼 맛없는 집도 없더라는 소문이 돌긴 하지요..ㅋㅋ 정말 맛있는 집은 잘 알려지지도 않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0.05.04 02:16 신고
  7. 이치베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음식 리뷰는 하지도 않고(그냥 배만 채우는 스타일이라), 잘 보지도 않지만 엉터리 리뷰가 종종 있긴 하더군요.. 푸디님께서 객관적인 맛집 평가 해주세요.^ ^ㅋ

    2010.05.04 09:06 신고
  8. 까브드맹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다운님 블로그는 저도 RSS 등록을 해놓고 항상 들여다보고 있지요.
    다음 블로그의 맛객님 블로그도 아마 알고 계실 것 같은데, 혹시라도 안가보셨다면 한 번 들어가보세요.
    http://blog.daum.net/cartoonist
    입니다.

    2010.05.06 01:11 신고
  9. 리뷰본능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딴말이지만, 첫만남시 카페에서는 분위기 좋았다가
    맛없는 집에서 분위기가 틀어진 경험도 있죠..
    서로 맛이 너무 어이없어서 말수도 줄어들고 끝난;;
    맛집 리뷰들 실망한 적 많은 저는 공감할수밖에 없네효

    2010.05.06 02:08 신고
    • joowon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 말이에요. 분위기 틀어지기 딱 좋은 것 같아요. 반대로 음식이 정말 맛있는 경우에는 분위기가 좋~아지구요.

      2010.05.06 10:37 신고
  10. 마음의꿀단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식 맛은 서로 다를수가 있는데 , 사람마다 길들여진 미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제 주관적으로 글을 쓰기가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 맛집이라고 다 좋을 수 많은 없다고 봅니다

    2010.05.06 10:50 신고
  11. 콴지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0프로 공감 ㅋㅋ 너 진짜 신경 많이 썼구나 ㅋㅋㅋㅋㅋㅋ
    자주 들어와보마. 너의 맛집 리스트가 기대되는군!!! +_+

    2010.05.07 11:53
  12. 삼류찍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깊이 공감하고 가요 ^^ 저는 그래서 코멘트들은 안본답니다.

    2010.05.18 08:51
  13. 윤화영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

    2010.08.0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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