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뿌리를 찾아

요리단상 l 2012. 9. 22. 22:29

외국에 나오면 우리것이 더 좋아지고 한국인임을 절감하게 되고 애국자가 되고...


이보다 상투적이고 뻔한 말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진짜다 -_-;

오늘 또 한건의 스타쥬를 마치고 돌아와 새벽 내내 한식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뒤지느라 잠을 못 잤다. 사실 한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이전부터 슬슬 들기 시작해 어느정도 마음을 먹었었는데, 요 그래 관련 다큐멘터리며 기사며 많이 접하며 확고한 결심이 들어섰다. 이미 한국에서 열심히 꾸준히 그 길을 걸어가고 계신 분들도 예상보다 많고, 어려운 길이라 포기한다는 건 용납이 안되므로.....


미쳐보자! 달려보자! 으히히!


ps. 오늘 보고 열광했던 성북동 이종국 선생님의 요리 : http://pat2bach.blog.me/60146976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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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제, 하면 생각나는 건 훈제연어밖에 없었는데, 작년과 올해 미국에서 식당을 가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바로 "smoked"였다. 그런데 흔히 보던 고기나 생선이 아니라, 훈제달걀(생각해 보니 이건 찜질방에? -_-), 치즈나 야채, 요구르트 등 다양한 재료가 꽤 연기의 힘을 빌리고 있었다. 

마침 이번에 듣는 수업에서 Smoking, 훈연처리에 대해 리서치페이퍼를 쓸 기회가 있어서 상당히 많은 자료를 들여다보았다. 결론 : 나무를 요리한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지식과 훈련이 요구되고, 무궁무진한 응용방법이 가능한 아주 매력적인 작업이다.

보통 나무를 가열하기 시작하면 연기가 나는데, 이 연기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함유되어있다. 이 물질들이 기체화되며 위에 매달려 있는 음식의 표면과 반응하며 맛과 색, 텍스쳐에 영향을 주는 것. 근데 나무의 온도에 따라 기체화되는 물질들이 달라지면서 다른 맛이 나고, 나무마다 물질들이 조금씩 다르니 그 특유의 향과 맛이 배게 됨. 거기다 음식의 상태에 따라서 또 반응의 성질과 정도가 달라진다.

한국에서도 얘기가 자주 나오지만, 미국에서도 육류에 대한 섭취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오고가고 있고, 전체적으로 고기소비량은 하향세. 예전처럼 스테이크 크게 구워주고 야채랑 감자 조금 올려서는 외면당하기 쉽고(물론 아직 이런 식당들도 나름 꾸준한 수요가 있고 영업은 되지만), 특히 다수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은 요새 안심스테이크를 떠나 offal(살코기외 내장부위)과 자투리고기나 저렴한 부위로 직접 소세지 등을 만들어 메리트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다시마나 메추리알 등 익숙치 않은 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당근이나 버섯 등 기본적인 재료를 새롭게 살리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바로 이렇게 기본적인 재료를 새롭게 살리는데 훈제가 큰 몫을 한다. 

한국의 숯불구이도 나름 연기맛(?)의 장점을 살리는 요리법인데, 요리시간이 너무 짧아 낮은 온도에서장기적으로 훈연하는 cold smoking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요리 바베큐도 고기를 익히긴 하지만 숯불구이보다는 훨씬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조리하는 것이라 훈연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몇몇 셰프들은 연기에 음식을 노출시키는 것으로 모자라 무려 재를 음식에 얹어낸다고 한다-_- 그런데 나무의 재가 아니라 버섯이나 가지 등의 음식으로 재를 만들어 특유의 탄맛을 더 극대화 시킨다. 한국음식에서도 응용해서 맛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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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재료구입 및 비용 컨트롤 관한 수업을 듣는데, 이탈리아에서 치즈와 햄을 수입해 미국내 레스토랑들에 납품하는 판매자가 와서 특별 세션이 있었다. 190이 넘는 키와 팔 전체 문신한 덩치좋은 이탈리안 아저씨가 무기를 연상시키는 치즈 연장들을 들고 앞에서 왔다갔다 하니 순간 위축;

여튼 이 분이 주로 수입하는 상품들은 아무래도 파마지아노 치즈와 프로슈토 햄인데, 등급과 맛, 가격이 무척 다양하다. 그 자리에서 치즈 휠(wheel)을 잘라 여러 가지 맛도 보고 가짜 판별법, 대강의 역사와 지리에 관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그 중 가장 놀라웠던 건 바로 프로슈토 파마(Proscuitto Parma)ㅡParma지역에서 생산되는 프로슈토ㅡ의 원재료 라벨이었다:

INGREDIENTS: PORK, SALT. -_-;



어떻게 보면 원래 햄이란 것의 원재료는 딱 이 두가지이지만, 첨가물이 넘쳐나는 요새 참 신선한 충격이었다. (모든 프로슈토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건 아니고)

박찬일 셰프님의 '보통날의 파스타'를 읽다 보면 프로슈토에 관한 대목이 나온다.

프로슈토는 소금을 쳐서 시원하고 바람이 잘 부는 곳에서 천천히 맛이 든다. 
돼지 뒷다리에서 은은한 향이 난다면 믿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잘 마른 프로슈토 한 점을 입에 넣어보시라. 그 맛은 신의 솜씨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 프로슈토는 인간의 솜씨가 아니다. 소금을 치고 그늘에 거는 건 인간의 몫이지만, 프로슈토의 맛을 결정하는 건 신이다.

첨가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맛'도 있지만, "아니 어떻게 이런 맛이" 하고 무릎치게 만드는 오묘하고 깊은 센세이션은 바로 시간과 단순함에 맡기는 이런 것들이 아닐까.

ps. 추가사진들.

매달기 시작하면 정확한 날짜와 라벨을 위해 이렇게 징을 박는다.

Parmigiano Reggiano (파미지아노 레지아노). Grana Padano (그라나 파다노).
그라나는 좀 더 크리미하고 살짝 더 달달했다.

이날의 시식 플레이트. 빵은 옆 베이킹 수업에서 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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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을 가했을 때 가장 경이로운 변신을 하는 요리 재료 중 하나는 바로 양파가 아닌가 싶다. 알싸하고 매운 단단한 하얀 조직이 달달하고 녹진한 갈색 잼으로 변하니... 단점이라면 볼륨이 20%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에 웬만한 양을 만들려면 양파 대여섯개는 볶아야 하느니. 

여튼 색변화를 캡쳐해보고 싶어 볶으면서 사진을 찍어봤다.




이렇게 달달 볶아준 양파는.. 요렇게 햄버거에도 올려먹고. 파스타에도 넣어 먹고. 피자에도 올려먹고. 감자랑도 잘 어울리고. 좀 변형해서 밥에 볶아먹어도 좋을 듯.
 


카라멜화에 대해 얘기하자면 끝이 없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오늘은 사진 투척만 -_-
 

안목을 기르자.

요리단상 l 2012. 2. 1. 08:15
미국에 있지만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리치몬드 사건'을 접할 수 있었다. 

대기업이라고 미국소라고 무조건 때려잡지 말고, 동네빵집이라고 한우라고 무조건 ♥♥♥하지 말고, 뭐가 왜 좋은지싫은지옳은지그른지 공부하고 생각해보고 말하자. 도대체 어떻게 빵을 먹어보지도 않은 채 한 빵집이 없어진다는 것이 아쉽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요식업의 가장 중요한 미덕 중 한가지는 일관성이다. 프랜차이즈와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장단점이 있는 것이고, 그들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일 큰 장점 한가지는 일관성이다. 그렇지만 대규모의 퀄리티 유지와 유통의 원할함을 위한 첨가물과 시장의 다양성을 때로는 감소시키는 것은 단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동네빵집이 퀄리티가 들쭉날쭉하거나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빵을 찍어내지 않는 것도 아니다. 흑백논리로 접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리치몬드의 빵을 먹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빵집의 가치를 전혀 모르고, 아쉬워하거나 좋아할 일도 없다. 다만 소비자들이 정직함과 정성을 담은 정말 *맛있는* 빵을 구워내는 빵집에게 소비로 응답해주고, 그런 곳들이 계속해서 맛있는 빵으로 답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꿀뿐이다.

ps. 관련주제의 bluexmas님의 좋은 글들:
http://killjoys.egloos.com/tag/%EB%A6%AC%EC%B9%98%EB%AA%AC%EB%93%9C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여러 식구들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함께 만드는 즐거움이 더한 명절음식. 가뜩이나 집 생각이 나던 이번 설, 다들 여유로운 주말을 골라 만두파티를 열었다. 


우선 밀가루 100%와 밀가루반쌀가루반의 반죽 두가지를 만들고 숙성시킨 후 (마구잡이)분할..

밀대와 와인병-_-;;으로 얇게 핀 후 돼지고기/두부/배추/숙주/당면으로 만든 소를 살포시 얹고..

빚기 개시! 검은 셔츠가 나인듯 하다 -_-;

만두빚기 삼매경 ㅎㅎㅎ

모인 인원만큼이나 만두모양들도 다양하다.


반은 삶고, 반은 후라이팬에 튀겨서 군만두로 으흐흐흐

팁: 물과 기름을 반반 섞어 팬 바닥에 자작하게 깔은 후 만두를 넣고 뚜껑을 덮어 조리하면
한쪽은 쫄깃하게 쪄지고 바닥쪽은 바삭하게 튀겨진다.  

다른 친구가 반나절에 걸쳐 푹 고아낸 소꼬리 육수에 끓여낸 만둣국. 요새 이 친구가
소꼬리와 베트남 향신료에 홀릭하는 덕분에 쌀국수국물스러운 육수가 만들어졌다.
(이래서 요리학교가 좋다 ㅋㅋ) 

여기 와서 친해진 친구는 알고보니 한국태생. 미국 사는 중국인 부모님에게 갓난아기적
입양되었단다. 그 부모님이 설날이라고 보내주신 파전믹스에 파와 해산물 추가해서
파전도 부쳐봤다. 근데 가루믹스에 들어간 마늘 맛등의 조미료가 너무 자극적이라 에러;;  

처음 만나는 사이들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만두백여개를;; 함께 빚다보니 어느새 친해짐... 

정말 따스한 금요일 밤이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그리고 유희열의 스케치북. 참 좋아하는 음악 코너인데 금요일 늦은 밤이라 매주 챙겨보지 못했다. 덕분에 요새 짬날때마다 못 봤던 에피소드들을 챙겨보고 있는데, 우연히 100회 특집 제4탄을 보게 되었다.


정말 많은 가수들에 앨범에 참여한 한국 탑 뮤지션들이 거의 처음으로 공중파 방송에서 목소리로 직접 본인 소개를 하고 조명을 받았다. 기타리스트 함춘호씨는 마지막에 벅차서 눈물을 참으며 이런 무대를 만들어주고 보아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해야 했다. 

그리고 유희열씨, 한국 아코디언의 거장이라는 심성락씨부터 코러스 한 사람 한 사람 정말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 인사하는 모습에 내가 다 겸허해졌다. 심성락씨는 이렇게 '젊은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날이 올것이라곤 전혀 상상도 못해봤다며, 음악을 그만두려 했는데, 9달만에 이렇게 악기를 다시 잡고 공연하니 너무 좋다며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참 듣기 좋고 훌륭한 연주자들의 무대였다. 스포트라이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이름과 얼굴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몇십년간 연주를 해온 분들에게 참 감사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겉으로 드러나게 인정받지 않는다고 쉽게 실망하고 욕심을 부리는 마음, 저절로 사그라든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지 않는다고, 쉽게 돈을 벌수 없다고, 대중들이 바로 알아채주지 않더라도 꾸준히 성실히 정직하게 요리하자.

이 동네는 new american 말고는 맛있는 식당이 참 없다. 특히 한국식당은 두군데 있는데 돈이 아깝다. 반찬은 전부 소금/설탕 맛이고 마른 밥에다 시켜본 찌개류도 별로. 그래도 구정이라 떡국이 먹고 싶었는데 떡을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기분인데 떡만두국이라도 시켜먹을까, 하다가 팁까지 하면 12불이 너무 아깝고 속도 안 좋을 것 같아 다운타운의 한식당 근처에서 한참 서성이다 그냥 집에 왔다.

요새 최대한 원재료로 모든걸 해 먹으려 노력중이다. 제일 큰 이유는 가공제품의 깊이없는 맛에 미각이 길들여질까봐이다. 그리고 원재료 자체의 맛을 좀 더 제대로 알기 위해서. 

당근과 양배추를 썰면서 한입씩 먹어봤다. 당근 하나는 굉장히 달달한데, 다른 하나는 푸릇한 풀 맛이 더 강했다. 양배추는 씹으면 씹을수록 생고구마를 연상시키는 달짝함이 배어나왔다. 냉장고 제일 찬 구석에 박혀있다가 저절로 건조되버린 타임과 월계수잎도 꺼내고, 마늘과 양파도 다졌다. 

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한큰술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볶기 시작했다. 통후추와 월계수잎을 넣으니 향이 너무나 좋다. 남은 야채들을 한데 넣고 마저 볶은 후 farmer's market에서 사 본 약간의 계피와 함께 보관된 토마토절임을 넣어보았다. 와인도 넣고 싶은데 남은걸 어제 감기기운 있다는 핑계로 홀짝홀짝 마셔버려 남은게 없다. 쩝, 아쉽지만 할수 없이 그냥 마무리. 팔팔 끓고 있는 파스타를 건져 소스에 투하.

면을 볶고 있는데 냉동고에 있는 전이 생각나 얼른 몇개 꺼내 해동을 시켰다. 그래도 명절인데 ㅎㅎ

젠장...전 해동시키다가 면이 오버쿠킹되어 굵기나 면상태나 소면이 되어버렸다. 너무 익은 면이라 먹다보니 불어서 소스도 좀 부족하고 밑에는 붙어버렸다. 근데 오히려 그 상태가 한국에서 만들던 비빔면 같아 친근함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꾸역꾸역 다 먹고 아까 낮에 사놓았던 좀 비싼 현미녹차를 꺼내서 정확히 섭씨 70도의 물에 4분을 우렸다. 물론 컵도 데워놓았고. 색이 너무나 예쁜데 형광등 + 아이폰 조합의 사진으로는 이 아름다운 색을 절대 잡아낼 수 없어 안타깝다.

비록 떡국은 못 먹었지만 하루종일 좋은 음식들만 먹으며 나에게 소중한 가치관들을 다진, 의외로 뜻깊은 설날이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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