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초등학생 때였나, 친구와 친구 부모님과 스키장을 가던 어느 겨울날, 스키장 근처 한 밥집에 들어갔다. 나로썬 처음 접해보는 우거지국. 그 구수한 된장과 은은하게 느껴지는 배춧잎의 달달함이란...

이제 영하권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한 주, 우거지국 생각에 눈물지새다 갑자기 우거지와 시래기의 차이점이 궁금해졌다. 우선 사전적 의미부터.(출처는 네이트 국어사전)

우거지
[명사]
1. 푸성귀를 다듬을 때에 골라 놓은 겉대. 
2. 김장이나 젓갈 따위의 맨 위에 덮여 있는 품질이 낮은 부분. 

시래기
[명사]무청이나 배추의 잎을 말린 것. 새끼 따위로 엮어 말려서 보관하다가 볶거나 국을 끓이는 데 쓴다.

우거지와 시래기 둘 다 김장할 때 나오는 여분의 이파리들을 사용하는 것. 시래기를 말리기 전 삶는지 않는지는 좀 더 알아봐야 하겠고... 우거지는 2번 정의에 나오듯이 염장된 배춧잎인데, 냉장기술이 없던 옛날, 김치를 독에 보관했고, 추가적인 보관효과를 위해 소금을 두둑히 덮어두었다. 그런데 김치 바로 위에 소금을 얹으면 수분이 많은 김치에 그대로 일부 녹아내리고 염도가 컨트롤이 안되니 배추 겉잎으로 먼저 덮고 그 위에 소금을 올렸단다. 근데 김장 다 먹고 다면 이 겉잎들만 남는데, 소금으로 인해 자연히 염장이 되고 이를 물에 헹궈 요리에 사용.

요새처럼 딤채까지 있는 시대에는 굳이 우거지가 필요없기에 일부러 겉잎을 따로 모아 데치고 염장해서 우거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버리는 이파리 하나 없이 몽땅 유용하게 쓰는 선조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감탄 'ㅁ' 

ps. 관련해서 에피소드 하나. 얼마전 수업에서 한 셰프가 데쳐 벗긴 토마토의 껍질을 멋진 가니쉬로 변신시키는 팁을 알려줬다. 왕짠돌이 프랑스 셰프가 가르쳐 준거라며 ㅋㅋㅋ 벗긴 토마토 껍질을 섭씨 120-30도의 아주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말리면 투명한 다홍 유리조각처럼 멋드러지게 된다 :) "쓰레기"를 예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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