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신선함과 심플함이 매력인 서래마을의 PAOLODEMARIA TRATTORIA





















샌프란시스코의 54 Mint에서 먹은 파스타 맛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던 어느날, 서래마을에 새로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생겼다는 소식을 입수했다. 이탈리아에서 날아와 홍대 등지에서 활약하던 Paolo de Maria(파올로데마리아) 셰프가 오너셰프로서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차린 곳.  

한국에는 생소한 컨셉이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스타일과 퀄리티에 따라 카테고리가 나누어진다. 그 분류에 따라서 대강 서빙되는 음식이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제일 캐주얼한 곳은 Osteria(오스떼리아)며, 음식자체의 퀄리티 보다는 끼니를 때우는 곳이 좀 더 주된 목적인 대중적인 식당들. 제일 고급식당은 Ristorante(리스또란떼)라고 불리우며, 서비스와 가격도 그만큼 높다. 그 중간은 Trattoria(뜨라또리아)인데, 파올로데마리아가 바로 이 뜨라또리아.


한국인 아내를 둔 파올로데마리아 셰프는 강의실에서도 활약하며 정통 북부 이탈리안 퀴진을 한국에서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평소 인터뷰를 보면 한국에서 쉽게 접하는 흥건한 소스에 푹 삶아진 면을 예로 들며 좀 더 제대로 된 파스타를 알리고 싶다는 셰프의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 때문에 이곳의 메뉴를 보면 해산물 토마토, 까르보나라 등의 익숙한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살펴보면 파스타의 심오한 세계를 느낄 수 있다.

파스타의 종류는 셀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우리에게 제일 익숙한 종류는 아마도 스파게띠가 아닐까 싶은데, 이는 우리가 파스타 하면 흔히 생각하는 그 가늘고 둥근 면을 지칭한다. 그 외에 링귀니, 딸리아뗄레, 푸실리, 펜네, 리가또니 등등등등등등등 정말 수많은 종류가 있는데, 면의 모양에 따라서 식감도 천차만별이고, 또 각각 잘 어울리는 소스가 있게 마련이다. 때문에 면 종류를 고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써는 일반 식당의 파스타 메뉴에 명확히 표시가 되지 않은 점들이 항상 아쉬웠었다. 파올로데마리아는 그점에서 백점만점!
이곳에서 우리는 세가지 파스타를 시켰는데,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순식간에 흡입하듯이 해치웠다. 면발은 야들야들하면서도 탱탱하고, 소스는 얼마나 향이 풍부하고 신선한지! 특히 삼겹살 부위가 들어간 빨빠델 파스타는 숯불향이 매우 진하게 배어있어 씹으면 씹을수록 그 감칠맛이 최고. 다른 블로그에서 익히 접한 바질 파스타는 정말 멀리서부터 그 향긋한 향기가 진동했으며 감자와 줄기콩이 촉촉한 면과 너무나도 잘 어우러졌다. 토마토 소스는 하나같이 심플하면서도 토마토의 단맛과 약간의 신맛, 그리고 부드러움이 녹진하게 느껴졌고. 각 디쉬마다 마지막 한입이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이곳은 따로 주문할 수 있는 디저트가 있긴 하나, 이렇게 멋드러진 디저트카트가 있다. 그 전날까지 미친듯이 베이킹을 한터이라 단 것이 땡기지 않는다고 조금씩만 담아달라 했지만......이곳에서 직접 만드는 하나같이 정말 훌륭한 맛에 정신줄 놓고 마구 퍼먹음. 개인적으로는 저 뒷편의 푸딩이 최고. 티라미수도 상당히 훌륭했다. 아포가또도 하나 시켰는데(디저트 총량이 거의 식사류와 맞먹을 뻔함)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이 완벽한 마무리를 선사했다.


이탈리안 퀴진의 제일 큰 매력은 접하기 쉬운, 너무 기교를 부리지 않은 심플하고 정직한 음식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더 인상깊게 맛있게 요리해 내기가 힘들기도 하다. 장인정신으로 재료 하나하나를 소중히 챙기고 다루고, 기술 그 이상의 무언가를 쏟아붇지 않고는 도저히 그 맛을 재현해 낼수가 없기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국의 손맛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 듯도 싶다.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 들려 한번쯤 제대로 된 파스타를 맛보시길! 주소는 서초구 반포동 91-3(지도링크)이며, 서래마을 파리크라상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 우회전하면 바로 나온다. 10월에는 가을메뉴로 개편하신다니 그전에 얼른 한번 가서 다른 파스타들 먹어봐야겠다. 월요일은 휴무이며 요새 한창 인기가 높아 점심 저녁 두시간대 모두 예약은 필수! (02) 599-9936.

Grazie Chef Paolo de Maria! 
요새 즐겨보기 시작한 팻투바하님의 맛집 블로그, 역시 배가 고파지는 점심시간 전에 보다가 [커피번개]라는 말머리의 포스팅. 국내에 들어오기 매우 힘들다는 파나마의 에스메랄다산의 "게이샤" 원두를 맛볼 수 있는 기회란다. 늦은 저녁에 시작하는 번개였지만 커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후 늦게 마시고 찾아오는 두통이나 불면증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 자리있다는 말에 냉큼 신청하고 서래마을로 달려갔다. 


아주 예전 파스타를 먹으러 들렸던 기억이 있는 서래마을 시실리, 그동안 파스타와 커피를 같이 한다더라,는 말만 무성히 듣고 다시 찾아볼 기회가 없었다. 회사에서 허둥지둥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30분 가까이 늦는 바람에 민망한 마음으로 얼른 2층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앞에서 강의를 하고 계시던 카리스마 작렬의 한 남성분이 "일부러 아직 안 마시고 기다렸습니다"라는 말에 죄송한 마음이. 


알고보니 그 분은 시실리의 오너 바리스타, 무려 커피 경력 17년이신 권대옥 사장님이셨다. 어쩐지 포스가 정말 강렬하셨단. 내려주실 커피가 더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커피냄새가 아니라 커피이라 조금은 미안해하시면서도 몇번씩이고 강조하시던 사장님. 이런 이유있는 의견과 주장이 있으신 분들 너무 좋다.


이날 시음의 첫 커피는 이티오피아 시다모 네키스 (Ethiopia Sidamo Nikisse). 
이전 커피 관련 포스팅들에서도 언급했지만 커피는 여러 나라에서 재배하고 있으며, 와인과 마찬가지로 원산지와 커피나무, 즉 원두의 종류에 따라 커피의 맛과 향기가 다르다. 때문에 이 커피의 이름은 네키스이지만 앞의 이티오피아 시다모는 이 원두가 재배된 곳을 알려준다. 

한잔한잔 정성으로 내리는 핸드드립 추출을 위해 원두가 갈리자 달콤한 커피향이 순식간에 번져왔다. 그리고 사장님의 입이 떡 벌어지는 드립법. 시작하시기 전에 추출법은 원두에 따라 다르게 결정하시는지 등등 내가 아는 용어를 총동원해 여쭤보니 원추형 동드립퍼를 사용하는 오랜 기간에 거쳐 직접 개발하신 드립법. 아으 난 언제 저런 내공이......

열사람이나 되는 많은 인원이 다 핸드드립으로 마시려니 조금 시간이 걸렸다. 네분이 드시고 드디어 내 차례. 이미 마시기 전에 사장님의 설명과 다른 분들의 소감을 들었지만 내가 과연 이 진하다는 커피에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단순히 그냥 쓰다고만 느끼지 않을까 잠시 걱정이 되었다. 아직은 가벼운 이르가체프가 내 입맛엔 더 맞던데 말이지. 

긴 기다림 후 드디어 내 차례. 잔이 참 은은하니 곱다.

한모금을 입에 머금은 순간, 정말 깜짝. 놀랐다. 순식간이지만 분명하고 화려한 맛의 향연. 자몽, 레몬의 신맛으로 시작해 좀 더 싱그러운 꽃향기로 바뀌고, 마무리는 달콤하고 깔끔한 초콜렛과 약간의 고소한 카라멜향.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다니!

맛있는 커피는 온도변화에 따른 맛의 변화를 느끼는 것도 매우 재밌다. 맛없는 커피는 식어버리면 정말 먹을 수가 없는데, 오히려 맛있는 커피는 약간 미지근하게 즐기는 것이 더 좋을 정도로 달달함과 신맛등이 확 살아난다. 그렇지만 이 커피는 너무 맛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온도가 되기 전에 다 마셔버림 꺄아.

한잔 마시고 가득 취해 있는데 두번째 커피가 있단다. 아 맞다 원래 게이샤 테이스팅 하러 온 것이었지. Duh.

두번째로 맛볼 커피는 파나마 에스마랄다 게이샤 (Panama Esmeralda Geisha).
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즉 스페셜티 커피 위원회에서 무려 백점이란 어마어마한 점수를 받은 "게이샤" 원두는 남미 파나마의 에스마랄다에서 재배되는 원두. 어딘지 전혀 감이 안 오시는 분들을 위해 다시 지도 삽입. 

이번에 권대옥 바리스타의 지인이 경매에 성공한 노고로 한국에 들어온 이 원두는 무려 영국 왕실에까지 납품되었다 한다. 경매에 실패한 왕실 직원들, 짤렸을지도 모르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며 드립 준비. 진짜 우리가 대신 마셔도 되는 건지 약간 미안했음 으흐흐. 

아까보단 좀 더 밝은 원두의 색. 역시 내려지는 커피의 색도 좀 더 연한 붉은 갈색이었다. 역시 침을 삼키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음..................

커피에게 스폿라이트를 내주는 깨끗하고 정갈한 하얀 잔.  

게이샤는 네키스와 완전히 달랐다. 조금 더 차분하고 무게있는, 거기에 쥬스처럼 신맛이 강하면서도 끝에 이어지는 단맛. 커피원두는 보통 로스팅을 진하게 하면 할수록 쓴맛이 진해지는데 이 원두는 연하게 로스팅을 했다고는 믿기 힘들정도로 강했다. 거기에 군고구마 향도 나면서 굉장히 정돈된, 그러나 강하고 깊은 맛을 선사했다. 아까 너무 빨리 마셔버려서 이번에는 일부러 쉬어가며 조금 천천히. 

평소에 가벼운 커피를 즐겨마시던 나로서는 이렇게 강한 커피들을 마지막 한모금까지 즐겁게 마셨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거기다 이날은 커피세계를 비롯해 얼마나 앞으로 배울 것이 많은지, 얼마나 더
겸손해져야 하는지 새삼 느끼게 된 날이다. 주최해 주신 팻투바하님부터 같이 참가하신 다양한 분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주신 권사장님까지, 진심으로 감사한 인연들. 


ps. 전공을 정말 뭘 해야할지 갈팡질팡이다. 아예 커피로 올인? 제빵? 제과? 시작은 그냥 요리?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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