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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2 안효주 셰프님이 선사한 스시효 다찌에서의 환상적인 저녁 (2)
*사진은 다찌에서가 아닌 7월달 서초점 테이블에서의 정식 식사

미식가인 아버지 덕분에 난 어릴적부터 꽤 비싼 일식집에서 초밥과 회를 접할 기회가 잦았다. 게다가 계란찜이나 튀김 등 다른 주전부리들로 배를 채우면 낭비라는 그 잔소리란...먹고 싶은 거 먹으면 어때, 라는 반발심은 아직도 남아있으나 결국 회전초밥집을 가도 먹고 싶은 생선 탑10으로만 깔끔히 먹고 나오는 내 모습은 정말 세뇌교육이 무섭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고.



가세가 슬쩍 기울면서(엉엉) 고급 일식집을 가는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그래도 스시히로바 등 회전초밥집은 가끔씩 들러주던 때,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읽으면서 이런 초밥들이 정말 있기나 한걸까 너무 궁금했다. 아마 전시리즈를 세번 이상 정독한 듯 한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 갈망은 더해갔다. 그러다가 안효주 셰프님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고 스시효라는 곳도 알게 된 후, 언젠가 가보야 할 곳으로 머릿속에 등극.

그러다 두달전, 친구들과 축하할 일이 있어 식당을 고르던 중, 바로 그 스시효가 강남역 부근에 서초점을 내었다는 얘길 들었다. 네명이 테이블로 예약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리뷰들을 읽어보고 있는데, 가끔가다 너무 평범했어요, 다른데서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수 있는 초밥이에요, 이런 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8만원 이상의 고가의 저녁인지라 내가 과연 그만큼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약간 긴장하고 방문했는데, 무릎을 탁 칠만큼 맛있는 초밥들도 몇개 있었지만 솔직히 나머지는 몇년간 기대한 그런 맛은 아니었다.



다시 갈일은 없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실망감과 미련에 여전히 블로그들을 돌아보던 중, 다찌에 앉아 주문해 보면 혹시 그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 들었다(다찌에 앉으면 기본적으로 가격 1.5배). 그러나 역시 같이 갈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가 않고 금전적인 부담도 그렇고 해서 그냥 막연히 언젠가는 가봐야겠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제 갑자기 그 기회가 찾아온 것! 

자리를 잡고 앉으니 훤히 들어오는 반듯하고 깨끗한 도마들과 멋진 사시미 칼들. 가슴이 두근두근대기 시작했다. 역시나 내 눈길은 안효주 셰프님에게로! 여러분들이 계셨는데.......어라 사장님이 직접 집어주시는 분위기. 으하하하 이런 기회가!


자리가 세팅이 되고 광어로 스타트! 그 후 이어지는 내 사랑 방어, 도미, 오도로(참치뱃살), 아부리 오도로, 타코(문어), 즈케 마구로(붉은살 참치), 가이바시(관자), 아나고(장어), 청어/시사모알, 에비(단새우), 아부리 엔가와(광어 지느러미살), 신코(전어), 가리비, 전복, 우니, 도미 더 하나, 한치도 먹은 것 같고. 아 갈빗살 군함말이도 있었고. 잠깐, 게살에 사바(고등어) 두가지도 있었는데. 으아, 어쩐지 좀 심각하게 배부르더라. 너무 힘들어서 사장님 스탑! 을 외치고 깔끔하게 계란말이로 마무리. 사장님 왈, "진정한 미식가시군요." 응? 어렸을 땐 먹으면 혼났는데 이런 칭찬을.

마...많이 먹긴 많이 먹었다. 먹었을 때는 15개 정도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무려 스무개가 넘다니. 어떻게 다 들어간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이렇게 먹고 내 앞으로 15만원 찍었다. 다찌에 앉으면 보통 11만원 플러스 나오는 듯. 근데 어떻게 다 기억하고 단가 책정하시는거지 그것이 미스테리.



사실 서초점에서 먹고 실망한 피스들 몇가지는 제외해달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먹어보자, 하고 셰프님 해 주시는대로 올인했는데 다 대박이었다 진심으로. 마약이 든걸까 생각이 들 정도로 먹고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먹어도 먹어도 점점 더 맛있엇지는 스시마라톤. 방어/아부리 오도로/아나고/엔가와 이렇게 네가지는 진짜 일시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짐. 옆에 아저씨분들은 왁자지껄 술 드셔가며 얘기하느라 정신없는데 우리는 침묵속에 다소곳이 정자세로 앉아 하나 먹고 정신 못차리고, 또 하나 먹고 베시시거리고. 사장님 보시기에 완전 웃겼을 듯.

서초점서 먹은 후식 흑미 아이스크림. 참 맛있게 먹었는데
청담점에서 나온 흑깨아이스크림이 더 부드러운 별미!

일본 가면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스시를 먹을 수 있다느니 유명세만큼 말들이 많은 곳이지만 나에게는 2010년 최고의 식사이자 최고의 초밥 경험이었다. 게다가 정말 티끌하나 없어보이는 주방과 정갈한 흰색의 조리복을 입고 물흐르듯 움직이는 안효주 셰프님의 장인정신을 느끼는 경험이란. 스시효 관련 정보는 워낙 온라인에 많으나 주소는 영동고등학교 바로 근처인 강남구 청담동 21-16이고 전화번호는 (02) 545-0023. 물론 예약 필수! 어차피 가실 분들은 몇만원 더 투자하시고 카운터에 앉아 보시길.

ps. 앞으로 당분간 저녁은 라면?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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