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오늘 고기외길30년의 @JBooom님과 셰프 에드워드 권의 두번째 서울 작품 더 스파이스를 다녀왔다. 큰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화이트/레드/블랙의 인테리어. 생김새는 화려한데 플라스틱을 많이 쓴 것이 약간 고급스레 보이려는 영화장 세트같은 느낌. 

약간은 적응 안되는 분위기에서 메뉴를 보고 에피타이저 두가지 + 메인 + 디저트 코스인 프레스티지 점심 메뉴를 선택했다. 우선 식전빵 매우 좋았고, 같이 나온 오일도 좋았다. 구운 푸아그라가 메인인 애피타이저도 괜찮았고, 직접 만든 듯한 베이컨이 들어간 샐러드도 좋았고, 스프도 아주 깔끔한 식감으로 나쁘지 않았고. 메인 중 농어는 껍질이 없고 좀 퍽퍽한 것이 에러였지만, 오리와 생선 둘 다 괜찮았다. 디저트는 시나몬이 뿌려진 초콜렛 케익이 제일 먹을만 했고, 파인애플 얇게 절여 올라간 바닐라푸딩 + 크런치 디저트도 뭐, 깔끔하고 라이트했다. 그런데...남겼다. 


사실 블로그들을 어느 정도 읽고 간 터라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식전빵의 포카치아와 푸아그라, 그리고 베이컨 정도 외에는 무덤덤했다. 뭐 나오는 요리 모두다 감동을 받을 수는 없고, 분명 입맛은 주관적인 것이지만, 메인에 가서는 별 감흥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 권이 하는 곳이기 때문에 맛있어야 한다고 스스로 세뇌를 하고 있는 것이 느껴짐. 

결국 그 식당이 그만큼 값어치를 하고 맛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다시 갈 것인가 말 것인가로 결정된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더 스파이스는 전혀 다시 가 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 집에 와 앉아서 글을 쓰면서도 별로 생각나지도 않고. 요새 나의 favorites인 레스쁘아와 정식당은 다른 요리를 먹어보려 최대한 빨리 돈모아 다시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말이다. 

밥먹고 산책을 하며 둘다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는데, 흠 잡을점이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조리상태들도 다 괜찮았고, 농어요리 소스의 바닐라향도 신선한 맛의 조화였고. 내가 낸 비유는, 누가봐도 참 깔끔하고 멋있게 잘생긴 이성을 만났으나 전혀 끌리지 않는다, 정도. 

근데 왜 끌리지 않았을까?


결론은 깊은 맛의 원천인, 음식을 제일 중요시하고 사랑하는 장인정신 부재.

음식을 압도하는 미스매칭의 인테리어는 편하게 음식을 즐기기 어렵게 해 주었다. 조금은 촌스런 허연 플라스틱 샹들리에나, 커튼 장식이나, 너무나 모던한 빨간색 원형 소파, 높이 탑을 쌓고 이는 보드카 병, 디스코볼 등은 우아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먹어야 하는 음식보다는 추구하는 '힙'한 분위기와 매칭이 되는 gourmet 피자나 프라이 등 핑거푸드 종류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모던함을 추구하는 접시들은 먹다가 중간중간 포크나 나이프를 걸쳐놓기가 매우 어려웠고, 의자는 끌 때 큰 소리가 나고 테이블에 잘 맞지 않는 등 먹으면서 자세가 약간 경직되는 분위기였다. 평소에 이런 거 잘 신경 안쓰지만, 이 곳은 점차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 불편했다. 포크와 칼을 쓰면 한입 썰고 먹고 내려놓고 들고 썰고 먹고 들고를 반복해야 하는데, 특히 메인이 이런 접시에 나온거, 진짜 거슬렸다. 


그리고 천장에 걸려있는 권셰프의 큼직한 사진들은 마치, 나 이렇게 힙하고 쿨한 멋진 셰프다, 라고 얘기하는 듯해 거부감 플러스. 키친에서 막상 직접 요리를 하는 분들도 요리 자체에 대한 사랑보다는 셰프라는 타이틀의 트렌디함을 쫒고 있다면...결국 음식과 요리보다는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듯한 곳에서 먹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깊은 맛의 음식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 멋진 남자가 내면의 미가 부족했던 것처럼.

ps.  오늘의 사진 크레딧은 @JBooom님, 그리고 그의 알파550과 매크로 렌즈 :) 
pps. 한번쯤은 가보시길! 


내 생애 첫 기억은 만 세살때의 생일. 

현관문을 향해 엄마가 걸어가고 있다. 1미터도 채 안되는 키의 나는 몇 걸음 뒤에 쳐져 설레임에 동동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손을 내밀어 엄마가 문을 활짝 열어제친다. 열려지는 문 뒤로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오는 아버지가 보인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빛이 날 정도로 예쁘고 환상적인 2단 생일 케익. 사람이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강렬한 감정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어린 그 나이에 너무나도 큰 감동을 받았나보다. 첫 기억으로 생생히 각인된 걸 보면 말이다. 

문제의 케익. 정말 뻑, 갈만하지 않는가?


그 후로 아직도 빨간모자에 흰점들이 땡땡 박힌 버섯을 보면 이 케익이 생각난다. 그리고 머릿속에 계속해서 리플레이 되는 위 장면. 아주 어렴풋이 느껴지는 왁자지껄함과 분홍색의 따스함. 케익은 피스타치오와 호두가 박힌 러프한 느낌의 계피맛 스펀지와 부드러운 크림의 조화....는 기억 안나고.

음악이나 영화도 그렇듯이, 음식은 단순히 그 맛을 기억하다기 보단 함께 했던 사람, 분위기, 사건 등을 패키지로 생생하게 떠올리게 해 주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그 중 몇몇 강한 기억들은 남은 삶에 꽤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만 시키던 남자를 오래 만나다 헤어진 후 절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시키지 못하는 청승을 떤다던가, 어렸을 때 상한 우유를 마시고 식중독 걸렸다가 그 후부터는 절대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던가, 혹은 미스터 초밥왕에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인 돌아가신 어머니가 해 주시던 계란말이 맛을 잊지 못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계란말이만 먹어본다던가(이건 좀 오버). 인기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도 우리 탁구는 빵과 얽힌 아버지의 추억때문에 십몇년동안 구르고 패고 맞고 살아도 아직 빵을 사랑하지 않는가? 

나도 마찬가지로, 세 살의 첫 기억을 시작으로 좋던 나쁘건, 음식들에 얽힌 추억들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소보로 크림빵

십몇년전 붕괴되버린 삼풍백화점에는 빵집이 하나 있었다. 그 근처에 살던 초등학생의 나는 엄마를 따라 빵집에 가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공기를 가득 채우는 빵의 향긋하고 구수한 냄새와 선반을 가득채운 너무나 예쁜 빵들.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했었던 아이템은 소보로 빵에 커스터드 크림을 채우고 위에 살짝 파우더 슈거를 뿌린 빵. 하나에 무려 천오백원이나 하는 무서운(?) 녀석이었는데, 항상 미리 포장이 되어 있지 않고 나의 키높이와 비슷한 진열대에 올려져 있었다. 그 앞을 지나면 달콤하고 부드러운 바닐라향과 빵냄새가 나를 황홀하게 했는데, 너무 달다라는 이유로 그 빵을 사는 것은 자주 허락되지 않았고 나는 냄새로 만족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 빵집에서 일하던 한 직원 언니는 갈때마다 샘플을 하나씩 주면서 참 나에게 친절히 대해줬었는데, 백화점이 없어진 후로는 그 언니도, 그 빵도 더 이상 만나볼 수 없게 되었다.

대충 이렇게 생겼었음.
http://blog.naver.com/kdw0313/20087708853

몇 년이 지나도 그 빵맛이 계속 생각이 나 파리크라상(따위)에서 비슷한 빵이 보이면 얼른 사서 먹어보았으나 실패를 거듭하기 일쑤. 그러다 얼마 전 뉴욕에 있을 때 무심코 한 카페를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갑자기 추억의 그 달콤한 향기가 어디선가 풍겨왔다. 정말 뭔가 번쩍하고 뇌리를 스친 느낌. 휙 돌아보니 한 점원이 갓 만들어져 나온 페이스트리를 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3.99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내고 한입크기의 녀석을 입에 넣으니...눈앞에 스쳐지나가는 언니 얼굴, 가계 가득한 빵들, 계산하던 엄마 모습, 삼풍백화점 붕괴장면...미스터 초밥왕의 레퍼토리의 현실성을 믿게 되버린 경험이었다.

 타코야끼 

어릴 적부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유학생활을 한 나로써는 계속되는 문화적 차이의 경험이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특히 미국친구들 사이에 끼어들고 싶었던 나로썬 기숙사에서 가끔 꺼내 먹는 김치의 냄새에 그들이 보이는 역한 반응이나, 내가 좋아하는 한국 가요가 우습다는 반응 등 때문에 점점 한국적인 면들을 숨겨갔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가 다른 나라에 살아본 적이 없는 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한참 장거리연애를 하는 도중, 이 친구가 한국에 놀러오게 되었다. 대학은 물론 더 다양성이 인정받고 관심받는 성숙한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나 자신이 좀 더 편해졌고, 이 친구도 순두부와 불고기 등 한식을 매우 좋아해서 음식에 대해 별 걱정이 없었다.

Google 이미지 검색

그런데...이 친구가 먹고 표정이 조금만 이상해보여도 불쑥 얼굴이 낯뜨거워지고 챙피함을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다가 타코야끼에서 일이 터짐. 강남역 지하에 한창 인기가 많았던 타코야끼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였고, 나는 무의식 중에 이 친구도 이걸 좋아하면 우리가 가진 문화적 갭이 그만큼 없다는 것, 이라며 그걸 증명하는데에 급급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게 왠일, 한 입 먹더니 아 난 별로다, 하면서 내 앞으로 밀어놓는 것이다. 그 순간 목이 꽉 막히더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펑펑 우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란 그 친구는 도대체 왜 그러냐며 물어왔다. 결국 잠깐 쉬러 들렸던 타코야끼집에서 나는 그에게 몇년동안 꾹꾹 눌러왔던 얘기를 털어놨다. 다 듣고 난 그는, 내가 단지 너무 민감할 뿐이라며, 네가 가진 한국적인 면은 특별하고 아름다운 것이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이상하게 생각한다면 신경쓸 필요 없는 사람이라며 다독여줬다. 

그 이후로 난 당당하게 미국 친구들 앞에서 된장찌개도 끓이고, 멸치볶음도 만들고, 젓갈과 김치에 대해서 자신있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타코야끼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음식이다. 깊이 뿌리박힌, 오랜 이슈에 대해 내가 한단계 성숙하고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스페인 산 와인 한 병

대학 마지막 학년, 우리들은 학교에서 제일 인기가 좋았던 와인 수업을 다 같이 듣기로 했다. 그리고 매주 주말, 우리는 공부를 해야한다는 핑계로 와인 여러병을 사놓고 왁자지껄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 주말, 한 친구가 자기가 매우 좋아하는 와인 한 병이 있다며 소개했다. 다름 아닌 Marqués de Riscal Rioja Reserva 2003. Tempranillo 품종의 스페인산 와인. 금빛의 그물(?)에 싸인 이 신비한 와인을 우리는 한모금씩 따라 마셔봤다. 

"올레!"

그 후 가격대비 매우 훌륭한 이 와인은 자리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꼭 챙기는 소중한 와인이 되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어느 평일 저녁, 가로수길의 한 레스토랑에서 2003년 빈티지가 있길래 들뜬 마음으로 서버를 불렀다. 사실 그 전에도 와인바나 다른 레스토랑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항상 재고가 없다는 슬픈소식만 전해들어 마실 기회가 없었음. 다행이도 한 병이 남아있다는 반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테이스팅을 위한 와인 한 모금이 잔에 부어지고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잔을 코에 갖다대었다. 그리고 가볍게 잔을 기울여 와인을 입에 머금었다......아, 여전히 훌륭한 산도와 바디감, 과실향, 타닌의 발란스. 그렇지만 몇년이 지나 좀 더 무르익은 부드러움.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친구들과 언덕에 앉아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와인을 마시던 저녁무렵의 산뜻한 바람과 맘껏 웃어제끼던 즐거운 추억들이 생각났다. 같이 밥먹고 있는 친구는 잠시 잊은 채 혼자 기분좋은 추억에 빠져 실실댐.

그렇지만 역시 한국에선 너무 비싸다. 으흐흐흑.

여러분의 추억이 담긴 음식은? :)
ps. 어제 생일이었어요!
퇴근길에 배가 고픈데, 약속은 깨졌고 연락되는 친구도 없고, 집에는 라면밖에 없으며, 장어덮밥이 무지 땡긴다. 내가 좋아하는 돈부리 집도 집에 가는 길이다. 그렇지만 혼자 들어갈 용기가 없다. 그래도 그 앞을 슬슬 지나가 본다. 안은 전부 삼삼오오 모임과 연인들 투성이다. 문앞까지 다가가보나 역시 망설여진다. 그러나 문틈사이로 흘러나오는 덮밥냄새에 문을 열고 슬며시 들어간다. 

"몇분이신가요?"

"아, 저기 그냥 저..."

"혼자 오셨나요?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눈치없는 종업원이 대빡 큰 목소리로 비수를 꽂는다. 사람들이 어휴 저 루저하고 쳐다보는 것 같다. 자리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어 열심히 메일을 보며 바쁜 척을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없고 달아오른 얼굴에 굳어지는 어깨에 빨리 먹고 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하다.

이제 스마트폰으로도 할 게 없다. 게임을 하면 너무 없어보인다. 읽은 메일 또 읽고 또 읽고. 친구녀석들은 답문자도 없다. 아 장어덮밥은 장어를 잡으러 갔는지 아직 냄새도 풍기질 않는다. 괜시리 사색에 잠긴 척 포스를 잡아본다. 옆에 앉은 커플을 슬쩍 보는데 오호, 남자가 훈훈하게 생겼다. 그런데 밥 열심히 먹고 있던 여친의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진다. 다시 폰을 꺼내 열심히 문자보는 척 한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밥이 나왔다. 이런 자태만 아니었음 그냥...
<출처 - http://dasu7422.egloos.com>

근데 시킨 장어덮밥에 딸려나온 새우튀김 몇 개. 으잉, 안 시켰는데요, 하는 눈빛으로 서빙해준 조리사를 쳐다보니 서비스란다. 한 입 베어물었는데 와사삭, 너무 맛있다. 보통 빵가루 튀김과는 좀 다른 느낌. 튀김을 물끄러니 보고 있자니 조리사 아저씨, 맥주를 좀 섞어 튀기면 더 바삭하단다. 물론 반죽은 차게. 새우는 사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전부 다 먹어야 더 맛있다는 말씀꺼정. 요새 새우들이 좀 비실비실 했는데 모처럼 좋은 놈들이 들어와 신난다며 새우 싱싱한 거 고르는 것에 대한 노하우, 어디서 사면 좋고 등 얘기를 듣다보니 아까의 조급함과 멋쩍스러움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나도 모르게 열심히 아저씨와 새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저씨가 슬쩍 건네준 녹차 아이스크림 한 입으로 입가심을 하고 집에 오는 길, 바에 앉아서 혼자 먹는 경험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날 이후, 나는 식당이던 카페던 바가 있으면 일부러 혼자 찾아가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출장에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바에 앉아 미국으로 이민온 느끼한 이탈리안 아저씨랑 와인 한 잔 쨍하며 파스타와 와인에 대해 한 수다를 떨고, 한 술집에서는 역시 바에 앉아 잘생긴 바텐더와 여자들의 추근댐을 받는 잘생긴 바텐더의 숨겨진 애환에 대해서 깊은(?) 얘기를 나누고, 서울의 한 카페에서는 바에 앉아 바리스타분과 필리핀/태국 여행 경험담 공유를 하다 드립커피까지 배우게 되었다. 

좋아하는 곳에 아래와 같은 바가 마련되어있다면, 혼자 찾아가 자신에게 특별하고 멋진 경험을 선사해보길 바란다. 물론 오픈마인드와 약간의 철판은 필수!
<출처 - http://goodiesfirst.typepad.com>

물론 좀 더 즐겁고 풍부한 경험을 하려면 체인점들보다는 뭔가 해당분야에 대한 내공과 열정이 느껴지는 곳이 좋겠다. 아무래도 돈 벌기위해 겉핥기 식으로 에스프레소 기계 사용 배워서 내리는 아르바이트생 바리스타와 정말 커피를 사랑해 오랫동안 시간을 투자하고 커피농장도 다녀와 본 고수 바리스타와는 나눌 수 있는 정보의 차이가 있으므로. duh.

내가 저번달에 gYul님의 포스팅을 읽고 감동받아서 바로 찾아간 커피킹도 바로 그런 곳이다. 커피에 대한 열정과 포스를 느낄 수 있고, 바에 앉아 바리스타 분과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눌 수 있는 곳.

어느 카페보다 맘에 들었던 메뉴.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객관적이고 자세한 맛의 기준.

바로 앞에서 내 커피 한 잔이 내려지는 광경을 경험하며

커피 한 잔을 통해 오가는 인연과 이야기들. 단순히 커피 한 잔 이상의 값어치.

벽에서 떼오고 싶었던 액자. 별 의미없는 화려한 미술작품보다 커피에 관한 신기하고 재밌는 포스터들. 

자세한 위치는 gYul님 포스팅 참조. 커피 향기뿐만 아니라 가게에 흘러넘치는 훈훈한 사람 향기와 정성, 그리고 열정을 느껴보고 오시길!
요새 부모님이랑 얘기할 때마다 요리요리요리요리거리고 있는데, 어느 날 집에 오니 어머니가 보여줄 것이 있다면서 작은 봉투 하나를 건네주셨다. 꺼내어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쯤 그렸던 레시피 만화였다. 한장한장 넘겨보면서 마구 오그라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정말 어릴때부터 이걸 좋아했었구나, 라는 안도감과 희열이 느껴지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보면 끼워맞추는 걸수도 있겠지만, 요새 한창 꿈과 현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였는데, 근래 제일 결정적인 동기부여가 되었던 듯 싶다. 

여튼, 너무나 웃겨서 스캔해 공유해 드린다. 고구마치즈튀김 레시피 카툰 즐감상!


그런데 이 정체불명의 레시피는 도대체 어디서 본거지? 
and thanks to mom :)

<영화 '오만과 편견'의 포스터. 출처 : http://layoutsparks.com>

날이 점점 더워지던 어느 초여름날 주말 저녁. 느지막히 낮잠을 자고 일어나 저녁거리를 생각하며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여느때처럼 그득한 한상차림이 되버려 마침 문자를 주고 받던 동네친구녀석을 불렀다. 어슬렁어슬렁 나타난 친구의 손에는 화이트 와인이 한 병 들려있었다.

"웬 와인? 뭐냐?"
"아 이거 저번 와인세일때 만원 주고 산건데...아르헨티나 산이던가."

뭐야, 저가 신대륙 와인이잖아. 시큰둥한 표정으로 병을 건네받아 코르크를 따려고 보니 무려 돌려따는 스크류탑이 아닌가. 풋, 뭐 대충 파스타랑 먹긴 나쁘지 않겠군. 막(아무거나따라마시는)잔을 꺼내 두 잔을 넉넉히 따랐다. 

"역시 와인은 유럽이랑 미국쪽이 좋은 거 같아."
"그래도 싼 값에 마시는 게 있잖아. 자 짠!"

아무 생각 없이 잔을 입에 갔다대었는데 어라, 냄새가 향기롭다. 한모금을 벌컥 마시니 새콤상콤 향기롭게 은은하게 이어지는 맛.

언제부터 와인이 이리 좋아졌나. 분명히 요 애기만할때는 냄새만 맡고도 웩! 거렸는데
(그나저나 얘는 누구지......)
<출처 - http://www.gamitian.com>

한병을 싹 비우고 알딸딸하니 앉아있는데, 아까 원산지랑 가격, 코르크만 보고 피식거렸던 내 자신이 참 우스웠다. 언제부터 얼마나 와인에 대해 잘 안다고 그런 편견들이 생긴건지. 아니, 어쩌면 아는 것이 오히려 없고 어느정도 마셔봤다, 라는데서 오는 오만까지 겹쳐 와인에 대한 정직한 지식과 경험을 쌓는 대신 편견만 굳혀왔구나, 싶었다.

와인병을 갖다가 다시 찬찬히 보고 있는데, 문득 뉴욕에서 만났던 한 친구가 생각났다.

뉴욕에서 이벤트 플래닝 인턴쉽을 하고 있을 무렵, 우리 팀에 제시카라는 이름의 또 한명의 인턴이 들어왔다. 나보다 나이는 조금 더 많아 보이고, 학력은 전문대 중퇴에 인상은 금발에 소위 완전노는애, 옷도 좀 촌스러운 야시시한 스타일. 난 그 여자를 '그러그러한' 부류로 확 찍어버리고 처음부터 오만과 편견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이런 스타일. 내 블로그 정지먹진 않겠지 -ㅅ-
<출처 - http://s.bebo.com>

우리가 세달을 꼬박 일한 큰 펀드레이저가 열리던 당일, 해당모금의 수혜를 받는 몇명의 지체장애인들이 초대가 되었다. 그들을 보는 순간, 난 좀 불편해졌고 어떻게 그들을 '다뤄야' 할지 몰라 그냥 조용히 옆에 서 있었다. 그 때 제시카가 도착했다. 휴, 역시 평소와 다름없는 차림. 

그런데 제시카는 그 장애인들을 만나본 적도 없으면서 너무나 환한 미소로 그들을 대하고 저녁을 챙겨주며 조곤조곤 성심성의껏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그들은 그녀와 너무 친해져 있었으며 마지막에 헤어질때는 진심어린 포옹과 함께 불분명한 발음이었지만 찬찬히 "Thank you, Jessica"라고 인사를 했다.

그 때 내가 느낀 창피함과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녀를 완전히 다시 보게 되었으며, 겉모습과 조건만으로 확고한 편견을 가진 것, 내가 좀 더 '좋은' 교육을 받고 '고상한' 옷차림이라 해서 오만을 품은 것에 대해 크게 느끼게 되었다. 물론 그 뒤로 나는 그녀와 아직도 연락하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던, 처음 보는 와인을 접하던, 겉으로 보이는 라벨과 조건에 막혀 그에 대해 제대로 알 기회를 가져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너무 잦았던 것은 아닌지. 그 후 새로운 와인을 접할 때면 그 날 저녁이 생각나 겸허해진다. 필요이상 잔돌리기, 마실때 므흣한 표정짓기, 고상한 포즈 취해주기 등 와인마시면서 들었던 부르주아 겉멋들도 버리고.

그래도 가끔은? 으흐흐...
<출처 - http://www.seriouseats.com>

결국 와인은 술이다. 그 깊은 역사와 장인정신, 다양한 버라이어티가 맛보고 공부하기에 너무나도 흥미로운 토픽이지만, 와인 관련해 가장 즐거운 기억은 대학교 마지막 학년에 매주말 친구들과 왁자지껄 모여 이것저것 맛을 보고, 마치 우리가 와인에 대해서 잘 아는양 한껏 떠들어대다 결국엔 겔겔 취해서 다음날 베트남 쌀국수로 같이 해장하던 기억. 영화 Sideways를 보면서 고상함과 오만을 떨어대는 코믹한 주인공들을 보며 놀려대던 기억. 그런 기억들이지 않나 싶다.

영화 Sideways의 한 장면. 무려 껌 씹으며 와인테이스팅을 아하하.
<출처 - http://static.guim.co.uk/>

ps. 나중에 알게 된 아르헨티나 대표 품종인 Torrontes란 그 와인은 그 후 나의 사랑을 듬뿍 받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친구와 가로수길에서 브런치를 먹고 친구가 꽃꽃이를 배우는 꽃집에 잠깐 들렸다. 오랜만에 구경하는 꽃들과 향기에 취해 열심히 둘러보고 있는데, 한켠에 바질 묘종들이 주욱 진열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에선 백화점 지하마트 아니면 쉽사리 찾아보기 힘든 녀석이라 너무 반가운 마음에...무려 다섯송이나 질러버림. 그것도 두팔로 안고 낑낑대야 하는 사이즈의 화분에다가. 

꽃집을 나서는데 주인장 언니 왈, "잘 키워서 맛있게 드세요!". 누가 들으면 강아지 사다가 복날에 잡아먹는 줄.

바질을 비롯한 식용허브는 키우기 나름 수월해서 선인장도 말라죽이는 정도의 원예솜씨를 가지신 분이 아닌 이상 적극 추천한다. 말린 허브가루와 신선한(그것도 직접 키워 막 잎을 딴) 허브의 차이는 음...모토로라 흑백 스타텍과 새로나온 아이폰 4 정도? 

아 싱그러 싱그러

바질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단골 아이템인 카프레제부터 파스타, 피자에도 잘 올라가고 페스토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바질 김렛(Basil Gimlet)이라는 칵테일도 강추추추추. 다음에 바질 좀 자라면 사진과 함께 레시피 올려드리겠당 :)

직접 키워보기에 도전할 경우에 기억할 몇가지!
  • 바질은 햇볓이 중요하니 볓이 잘 드는 창가에 놓아둔다.
  • 물은 흙이 마른 듯한 느낌일때 밑면까지 젖어들도록 축축히. 건조함에 따라 4일에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 바질이 자라면 흰 꽃이 피는데 꽃이 피기 시작하면 잎이 굳어버리니(무슨 마술에 걸린 공주같은 느낌 -ㅅ-) 봉우리가 생기려고 하면 얼른 따준다.
  • 모종을 여러개 사서 심어놓고 각 줄기에서 잎을 따준다. 한 줄기에서 다 따버리면 잎이 다시 자라나기가 어렵다.
바질외에도 다양한 로즈마리, 민트 등의 다양한 허브를 모종 및 소량포장으로 파는 인터넷 농가가 몇 군데 있던데 살펴보시고 더욱 즐겁고 향기로운 요리타임 되시길!  

신금쇼핑몰 skfarm.co.kr
엔젤농장 angelfarm.co.kr
허브아이 herbi.co.kr

무럭무럭 잘자라라...어서 먹게 우후후

그나저나 내가 바질을 산 가로수길의 런던플라워앤가든의 실장님은 은행 일 십년하다가 때려치시고(?) 영국으로 건너가 클래스에 전부 투자하셔서 플로리스트로 계심. 또 한번의 동기부여 :D


그동안 너무 뜸했죠잉...샌프란에서 먹고 마시고 노느라(출장 갔는데 일은 안하고) 블로그포스팅 하나 업데이트하는데 백만년 걸리다가 결국 포기. 어제 밤에 귀국해서 정신없이 뻗어자다가 쌀쌀한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너무나 후덥지근한 날씨에 지쳐서 또 뻗어있다가 이제 정신을 좀 차리고 티스토리에 로그인 중.

샌프란에서 제일 자주 한 일은 아무래도 이전 포스팅에서 살짝 보여드린 요리용품가게들에 들락날락한 일. 결국 추가로 몇가지를 더 지르긴 했는데, 큰맘먹고 번쩍거리는 새 식칼을 장만했다. 오사카 현의 남쪽에 있는 사카이라는 도시는 사무라이들이 칼 쇼핑을 할 정도로 칼 제조의 중심지인데, 이곳에서 만들어진 바로 Shun 클래식 시리즈의 20cm짜리 Chef's Knife.

아흐흐 *-_-*


마켓프라이스 155불인데 눈웃음 좀 치고 이런저런 수다떨고 한국서까지 왔다등등 불쌍한 척 해주니 이런저런 세일 적용해서 115불이라는 파격적인 할인해주는 직원(물론 남자)에게 감사를.

어떤 칼을 살지 고민고민하면서 정말 한참동안 리서치를 했는데, 이 기회에 조리칼의 선택과 보관등에 대해 살펴보자.

날카로운 칼일수록 더 안전하다?

날카롭게 잘 드는 칼일수록 더 안전한 이유는 그만큼 적은 힘으로 쉽게 썰리고 미끄러질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물론 손에 닿을 경우 더 쉽게 베일수 있지만, 당근등을 썰어야 할 때 무딘 날로 힘껏 눌러대다 보면 칼이 잘 들어가지 않고 미끄러지거나 엇나가 사고가 날 위험이 훨씬 커진다. 

비싼 칼일수록 그만큼 더 좋다?

우선 가격이 올라갈수록 대체적으로 칼의 퀄리티가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4-5만원대의 칼이라도 꽤 괜찮은 칼들을 구할수있다. 칼을 구입할 때 다음 두가지 사항을 꼭 확인하면 좋은 칼을 구입할 수 있다. 첫째, 단순히 금속을 칼 모양으로 찍어낸(stamped)것이 아니라 금속을 가열하고 두들기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하는 단조(鍛造, forged)과정을 거친 칼이 좋다. 둘째, 칼 전체가 하나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Full Tang 칼이 좋다. 아래 사진을 보면 오른쪽 칼은 손잡이 끝부분까지 금속으로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 눈여겨봐야 할 점들은 칼 잡는 것을 좀 더 안정적으로 해 주는 볼스터(bolster)가 있는지, 핸들을 날에 단단하게 고정시켜주는 리벳(rivet)이 있는지 정도이다. 디자인에 따라 예외도 있음.


쌍둥이표 칼이 무조건 좋다?

한국에서는 쌍둥이표 칼로 잘 알려진 헹켈(Henckels)이 매우 인기가 많지만 사실 굉장히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 주요 브랜드들은 크게 독일제와 일제로 나눠지는데, 헹켈이나 우스토프(Wusthof)라는 브랜드에서 만드는 독일제 칼들은 그야말로 손잡이 리벳 세개 땡땡에 검은색 손잡이, 두툼한 볼스터등 아주 클래식한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들어 날카로움과 가벼움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일제 칼들은 글로벌(Globa), 션(Shun) 등의 주요브랜드가 있으며 조금 더 얄쌉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물론 무게도 좀 더 가볍다. 그 외 주요브랜드는 스위스나이프를 만드는 Victorinox, 미국브랜드인 Dexter-Russell와 Cutco등이 있다.

어느 정도의 가격대를 넘어가면 날은 비슷하니, 반드시 매장에 가서 직접 손에 잡아보고 (가능하다면 당근 정도라도 썰어보고) 결정하는 것은 필수이다. 개인에 따라 더 편한 무게나 디자인이 반드시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유명한 브랜드라는 이유로 손에 쥐어보지도 않고 사는 것은 금물이다.

칼은 용도별로 다양하게 세트로 장만하는 것이 이득이다?


보통 보면 블럭으로 7-8개의 칼 세트를 파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통 홈키친에서 잘 쓰게 되는 칼은 막상 두개 정도밖에 안될 가능성이 높다. 나의 경우는 역시 20cm짜리 식칼을 제일 많이 쓰고, 가끔 매우 섬세한 작업이 필요할 때 과도, 그리고 지그재그 톱날 빵칼을 가끔. 칼 여러개 사는 것보단 차라리 자주 쓰게 될 칼 몇개에 더 투자하는 것이 낫다. 

칼의 종류는 참 다양한데, 주방에서 주로 쓸 셰프칼 하나에 우선 제대로 투자하시고 나머지는 꼭 필요한 용도가 생길 경우 하나씩 장만해 나가도 문제없다. 요새는 산도쿠(sandoku)라는 칼이 나름 인기인데, 날이 끝에서 휘어지지 않고 좀 더 직선인 것이 특징이다. 이것도 물론 개인적인 취향인데 직접 써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좋은 칼은 덜 자주 갈아줘도 된다?

칼날의 재질에 따라서 무뎌지는 속도가 서로 다른데, High Carbon Steel(고탄소 강철) 한번 무뎌지면 갈기가 힘든 대신 쉽게 무뎌지지 않는다. Stainless Steel(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어진 날은 잘 갈리는 대신 그만큼 쉽게 무뎌진다. 요새는 이런 두가지의 장점을 합한 High Carbon Stainless Steel 재질도 많이 쓰이고 있다. 

칼날을 쓰다보면 무뎌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관리를 해 줘야 한다. 여기서 칼을 쓸때마다 사용하면 좋은 것이 Sharpening Steel, 일명 칼갈이라 하는데, 사실 이 도구는 날을 갈아주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않는 정도의 날의 휨을 곧게 다시 정돈해주는 역할을 한다. 날을 더 날카롭게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사용하기전 날의 각 면을 대여섯번씩 다듬어 주면 확실히 더 잘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칼갈이 쓰는 셰프 제이미올리버의 멋진 모습 잠시 감상
@_@ 꺅

칼날 자체를 더 날카롭게 가는 방법은 칼갈이전용 숯돌을 사용하거나 전문으로 칼 가는 업체에 맡기는 것을 권한다. 요새 집에서 손쉽게 집에서 갈 수 있는 기계들이 많이 보이는데, 주변 요리하는 분들은 다 비추. 한국에서는 노량진 시장이나 인터넷에서 택배로 보내주면 한자루에 3,000원 정도의 가격에 갈아주는 곳들이 있다. 내가 얼마전 뒤지다 발견한 곳은 칼이쓰마(ㅋㅋ).

칼은 식기세척기에 돌려도 되나요?

오우노. 정말 오래 잘 쓰고 싶은 칼이라면 쓰고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미지근한 비눗물에 부드러운 재질로 잘 닦아준다. 그리고 다른 수저나 식기류와 같이 겹쳐놓지 말고 마른 천위에 따로 잘 모셔놓고 물기를 말린다. High Carbon Steel 같은 경우에는 특히 녹이 더 잘 스니 부드러운 천으로 물기제거를 빨리 해 준다. 물론 다른 재질의 칼도 그렇게 하면 좋고. 

다른 주의할 점은: 너무 급격한 온도변화나 큰 충격은 삼가고 뼈나 딱딱한 씨 등을 무리해서 자르지 않는다. 그리고 반드시 나무 등의 제대로 된 도마를 사용하고 대리석이나 금속위에서 바로 칼을 사용하는 것을 피해야 칼을 오래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섹쉬한 우리 Shun 식칼 사진 몇 장 더 감사. 참고로 저 위에 소개한 칼이쓰마에 팔고 있는 듯(현재는 품절). 다른 다양한 칼도 많아보이니 한번쯤 둘러보시길.

양파의 매끈!한 단면이 느껴지시는지? (막 강요)

클래식 시리즈의 핸들. 핸드그립에 좀 더 편하도록 오른쪽 옆면이 약간 각이 져있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용을 따로 만드는 배려까지.

ps. 샌프란에서 참 다이나믹한 시간을 보냈는데, 그 중 하이라이트는 blueprint님을 만난 것! 소개해주신 훌륭한 레스토랑들과 즐거운 시간에 너무 감사할 따름. :) 
출장오기 한참 전부터 들떠있던 점은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먹을 것들을 맘껏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금요일 오후에 도착해서 대충 정신차리고 시차적응 한후 주말 내내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이것저것 먹어보고 쿠킹스토어 잔뜩 구경하고 정말 설레는 반나절이었음. 돈도 생각보다 많이 썼다. 그렇지만 아래 사진들을 보시면 구매대행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지실걸 음하하...

우선 아침 산책나갔다가 샀던 탱글탱글 신선한 블루베리 한 박스. 

생 블루베리를 한국에서 구하긴 너무 힘들다. 미국서도 자그마한 한 박스에 오천원씩 하는지라 자주는 못 쓰지만 파운드케익이나 머핀 등에 가끔 큰맘먹고 넣으면 상큼하니 톡톡 터지는 것이 최고인데, 한국은 냉동 아니면 건조밖에 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도 생과를 재배하는 농가가 생기고 있다고는 하는데 꽤 비싸지 않을까. 여튼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 매일 먹어주겠으!

그 다음 여기서도 유명한 Blue Bottle Coffee에서 라떼 한 잔. 

홍대 커피와 사람들에서 드립커피를 마시고 올레를 외쳐본 적은 있으나 태어나서 라떼를 마시고 이렇게 감동한 적은 처음. 느무나 부드러운 우유거품에 커피의 깊은 향과 맛이 잘 녹아들어있었고, 맛있는 음식들이 그렇듯이 단순히 우유 + 커피 맛이 아니라 고소함부터 은근한 단맛까지 이어지는 3-4초간의 복합적이고 깊은 맛의 향연. 간간히 스타벅스도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이지만 이런 커피정신이 살아있는 로컬 커피샵들이 성업하고 인기가 좋은 것이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참, 우유도 유기농을 쓰고 커피도 공정무역이지만 가격은 사천원도 안한다는 것. 

같이 먹은 시나몬롤도 역시나 오렌지와 사과향까지 배어든 신신한 감동.


그리고 아이언맨2 관람해주고 다운타운 쇼핑 잠깐 시작하려는 찰나, Crate & Barrell 발견해버림. 오노.
<출처 : http://www.crateandbarrel.com>

Crate & Barrell은 미국 전역에 백여개의 브랜치를 두고 있는 생활용품 가게이다. 물론 내가 관심있어하는 키친용품코너로 바로 샤샤샥.  눈돌아가기 시작함.

세트로 마련해 주고 싶은 Wusthof 칼들.

오마이갓. 인터넷에서만 보면서 애태우던 키친에이드 믹서기들이 빤짝빤짝. 제일 오른쪽 빨강이는 한정품 모델로 믹싱보울이 유리다 으헝헝. 지르고 싶으나 도저히 가져갈 수가 없기에...........

이렇게 다양한 부엌용품들이 넘쳐난다. 아래는 사과 등을 한번에 깨끗이 잘라주는 도구들.

한국에서는 줄리&줄리아 영화로 더 잘 알려지게 된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과 거품기 등. 세라믹 파이팬도 너무 이쁘고.

계량스푼 종류도 몇십가지다. 막대사탕모양 쿠키커터 너무 이뻐서 들었다 놨다 백만번.

크렘블레 만들때 필요한 토치. 거기다 너무 깔끔하고 이쁜 레메킨들까지.

뜨거운 냄비손잡이 잡을 때 좋은 실리콘 손잡이. 정말 손에 너무 편하게 잘 맞는다.

무지개색 믹싱보울 세트.

나가는 길에 본 무지막지하게 예쁜 접시들. 세일하는데 몇개 사갈까 완전 고민중.

애써 맘을 달래며 가게를 나서니 얼마 못가서 Williams & Sonoma 발견. 
<출처 : http://sfist.com>

4층까지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부엌용품 백화점.

이 번쩍거리는 냄비들과 팬들..........

컬러풀함과 아름다움의 극치 Le Creuset. 진짜 다 업어가버리고 싶었음.

요런 노르딕 미니 케익팬도 보이고.

하트나 꽃모양의 계란후라이를 만들수 있는 틀. 살까살까말까살까말까?!

이건 부엌용품 최고의 디자인으로 유명한 회사 중 하나인 OXO에서 나온 락앤락 같은 밀폐용기다. 근데 손으로 열 필요가 없이, 가운데 저 버튼만 살짝 누르면 밀폐가 풀리며 저렇게 올라와 잡고 들어올리기만 하면 된다. 닫을때는 그냥 얹어놓고 다시 버튼 누르면 밀폐가 되며 닫힌다. 열고 닫을 때 딱 한손으로만 가볍게. 정말 최고다.

그 후 책방에 가서 천권은 되어 보이는 온갖 요리, 베이킹, 음식, 와인 등에 대한 책을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 눈빛으로 바라봐주며 한참 보다가 결국 한 권 샀다.

저녁은 새로 생긴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핸드메이드 파스타로. 내껀 손으로 직접 뽑은 약간 두툼한 면에 양고기를 오래 푹 익혀 잘게 찢은 후 바삭한 빵가루를 뿌린 것. 

이런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골아떯어짐. 그러나 역시 시차때문에 새벽 다섯시에 눈을 떠버렸다는...

앞으로 종종 샌프란 업데이트 올리도록 하겠다. 혹시 추천하시는 곳 있음 바로 댓글 달아주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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