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 오늘 라인에 내려가는 줄 알고 좀 긴장하고 갔는데 다행히(?) 위에서 프렙. 안 그래도 아침에 이상한 꿈을 잔뜩 꾸고 집에 가고 싶기도 해 기분이 좀 울적했는데 양파 좀 썰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으니 마음이 잔잔해졌다.

- 칼이 좀 이상하다. 이렇게 날이 빨리 무뎌지지가 않았는데, 뭐 하나 좀 썰고 나면 매번 새로 날 갈아야 할 판. 기분인가;

-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위층에서 프렙하는 사람이 많았다. 원래 있는 알렉스에 데니스와 나타샤까지 북적북적...아 너무나 좁은 공간 ;ㅁ;

- 저녁 서비스 한창 도중 파스타 오더가 미어터지자 캔들과 데니스가 교대했다. 우리 캔들 자존심 좀 상했을 듯 ㅜㅜ 

- 여기다 일일이 나열하기는 좀 그렇지만, 요새 부쩍 SPQR 사람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웃을 일이 더 많아졌다. 라인에 몇 번 선 이후로 콜린은 나를 정말 친동생처럼 아껴주기 시작했고, 캔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정신없는 성격에 좀 밉상인 벤도 내 이름으로 랩을 만들어 맨날 불러대고 ㅋㅋ 집에 가는 길에 셰프셰리에게 비자관련 업데이트를 주며 잠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엿듣고 있던 콜린이 자기가 남자 소개시켜주겠다며 난리난리. 벤은 어때, 캔들은 어때, 막 이러면서 밀어주고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 쳐 주며 장난치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이젠 일이 끝나도 집에 가기가 싫다 ㅋㅋ

- 장난치고 웃고 떠드는 것도 즐겁지만, 내일 라인에 서는 걸 본인일처럼 기뻐해주는 콜린과 캔들 덕분에 마음이 뭉클. 한창 떠들다 집에 간다고 손 흔들며 주방을 나서는데, "You'll be great tomorrow!"라고 뒤에서 외치는 둘. 화이팅! :)

  • 22일은 마델린 생일이고 23일은 내 생일이어서 일이 끝난 후 다같이 노래방을 가려는 계획이 잡혀 있어서 아침부터 들썩들썩. 게다가 셰프 맷과 셰프 셰리 두사람 다 없고 셰프 저스틴만 있는 날이라... 분위기가 어느때보다 가벼움.
  • 무슨 일을 했는지는 거의 기억이 안나고; 다만 프로젝트들 마저 마무리하고 있는데 콜린이 올라와서 자꾸 내려가서 배우라고 떠밀어줘서 역시나 이 날도 고마웠다. 라인에서도 별 일 없이 잘 마무리. 
  • 한가지 인상깊었던 일: 마델린이 계속 비스킷을 태우는 바람에 완전 급급급급조해서 새로 만들어야했다. 위층에서 같이 이런저런 프렙하고 있던 나랑 데니스가 정신없이 재료 계량을 시작했는데, 버터를 얇게 썰라길래, 속으로 아니 나도 그 정도는 알지.. 나름 베이킹 하던 가닥이 있는걸, 등등 생각하면서 별 생각없이 그냥 하던대로 작게 깍둑썰기 할 예정이었다. 그러다 다른 일을 잠깐 하느라 데니스가 버터를 썰었는데 정말 보통 사람들이 자르듯 정사각형이 아니라 얇게 베어내듯한 모양새.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예전 그 유명한 gary danko에서 일할때 매일매일매일 비스킷을 만들었다고. 아까 나름 나 베이킹 좀 했는데, 라는 말이 쑥 들어갔다 -_-; 여튼 그렇게 해서 비스킷을 만들었는데............아니 이건 같은 레시피라고 전혀 믿을 수 없을만큼 완전 고급 비스킷이 탄생한거다. 그리 급히 해서 반죽 숙성도 못 시켰는데. 평소 마델린이 만드는 비스킷이 너무 드라이해서 레시피가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하니 이건 뭐 완벽 그 자체.
  • 마지막 오더가 기적같이 10시에 딱 끝나고 청소 다 하니 11시; 왠 기적인가. 생일이라고 바 매니저가 로제 스파클링 한 병을 땄다. 유후! 
  • 빈속에 와인 두잔 마시고 알딸딸해지고 있는데 컨디션 안 좋아보이던 캔들이 갑자기 고민상담요청. 표정관리하느라 힘들었다;
  • 마감하고 우르르 노래방 몰려가서 광란의 밤을...Everyday I'm shuffling 부르며 열심히 춤추고.......그 다음은 잘 기억이 -_-


일한지 어느덧 만 7주가 지났다. 수치로만 보면 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아직도 참 많이 배우고 느끼는 중. 인턴 시작 전에 가장 우려했던 건 내가 과연 잘할수 있을까, 라는 내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어찌보면 유일하게) 스트레스 받는 점은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혼이 나는 억울함, 그리고 아무래도 어느정도의 특별대우를 받는 G를 보며 느끼는 속상함, 뭐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식사하러 근처 중국집에 들렀다 얻은 fortune cookie의 덕담에는 "힘들어도 최선을 다하면 복이 온다"라고 써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큰 위안을 얻어 (ㅋㅋㅋ) 지난 일하는 매일매일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아주 가끔은 누가 알아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얼른 라인에 내려가고 싶어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콩 한자루 다지고 있으면 현기증이 나며 불쑥 짜증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99%에서 멈추고 싶은 마음을 추스려 100%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오늘, 셰프부터 훌리오 아저씨까지 내가 한 일을 칭찬해주고 열심히 하는 태도를 인정해주는 고무적인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밀린 일기를 쓰는중이라 -_-) 디테일한건 기억이 안나지만 전날까지는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느낌이라면 이 날은 내가 좀 더 많은 부분을 능동적으로 해 내었고 나만의 체계가 조금 생기는 느낌이랄까. 근데 그런 것들에 대한 반응이 좋으니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람이 마구 느껴지는 하루였다. (아 횡설수설 -_- 다음엔 피곤해도 바로바로 쓰자...)
  • Stonefruit vinaigrette: stonefruit vinegar, some champagne vinegar, oil, salt, xanthan (little at a time)
  • Parm dressing: make sure to pour in the oil into the vortex
  • Head cheese: once i learn this, i can be the chef de pork!
  • Mushroom trays: was able to get this down to one tray! so proud haha
  • Pistachio crumble: 집에 갈려고 셰프한테 인사하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만드는 거 가르쳐주심-_-; 설탕은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액상류와 타피오카 전분을 섞을때 설탕을 먼저 넣으면 크럼블이 되지 않고 시럽같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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