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저번주에는 계속 마감 시프트가 걸렸다. 마감 후에 얻는 와인 한 잔 마시고 집에 오면 새벽 한시가 넘기 일쑤. 피곤한데 와인까지 마시고 집에 오면 거의 픽픽 쓰러져서 계속 일지를 못썼다 ㅠ_ㅠ 덕분에 집에서 걱정되서 전화까지 ㅋㅋ


여튼, 지난 한 주는 풀서비스 기간 내내 라인에 내려가 있는 첫 주였다. 상대적으로 한가한 일요일날 몇시간씩 내려가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긴장을 조금 하고 있는데, 첫 날인 목요일, 안 그래도 느리고 우왕좌왕 좌충우돌인 마델린과 같은 조인 것이 아닌가. 스케줄을 본 담당 라인쿡인 조던은 벌써부터 스트레스 왕창 받아있고 ㅋㅋ 


아니나 다를까, 어찌어찌 훌쩍 시간이 흘러 서비스가 시작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아무래도 옆에서 지켜보며 배우며 도우는 입장이라 뭔가 능동적으로 셋업에 참여하는 입장도 아니고, 뭘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옆에서 되는대로 돕고 있었다. 조던과 마델린도 정신없이 음식을 플레이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울 셰프 맷이 등장; 셰프가 라인으로 넘어온 건 처음 본거라 완전 당황중에, 셰프는 마델린의 셋업을 보고 한창 지적을 하기 시작했다. 난 옆에서 눈 똥그랗게 뜨고 열심히 듣고 있고. 그러더니 셰프는 스테이션 셋업을 하나하나 바꾸며 설명을 시작했다. 메뉴를 들고는 각각이 맡은 아이템을 확실히 나눠주고는, 그에 최대한 옵티마이즈한 스테이션 셋업을 완성시켰다. 그리고서는 마델린과 조던은 한쪽으로 보내고, 갑자기 내 등을 두드리며..."오늘 우리는 한팀이다잉?" 하시며 내가 플레이팅 임무를 맡은 아이템 오더가 들어올때마다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플레이팅 하는 걸 손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ㅁ'.............


여태까지 가끔 내려갔지만, 한번도 누가 전체 스테이션 셋업이나 흐름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준적이 없었고, 메뉴 몇가지의 플레이팅을 본 후 그에 맞춰 하기 바쁘기에 그쳤었다. 아무래도 다들 배우는 중이고, 같은 또래거나 어린 친구들이기 때문에 헤드셰프처럼 찬찬히 여유있게 효과적인 가르침을 줄거라 기대하진 않았었지만, 조금 답답함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런데 셰프 맷이 라인에 같이 서서 가르쳐 준 목요일은 훨씬 더 많은 것이 갑자기 눈과 머리에 확 들어오는 신세계의 날이었고, 넘쳐흐르는 감사함과 감동에 어쩔 줄 몰랐다. 


셰프가 한창 같이 플레이팅 한 후 다시 위쪽으로 올라갔는데, 뒤에서 누가 나를 툭툭 쳐서 돌아봤더니 토니 아저씨가 "이젠 니가 베스트다!" 하며 씩 웃는다. ㅋㅋㅋㅋㅋㅋ 


여튼, 그런 하루를 겪고 나서 더욱 더 열심히 해야겠다, 라는 전투의 자세를 가지고 다음날 출근했는데...정말 미친듯이 손님들이 몰린 날이었다. 게다가 요새 무기력에 빠진 콜린 덕분인지, 허술한 셋업 때문에 계속해서 재료와 음식이 동이 나 나는 계속해서 윗층을 오르락내리락 해야했다. 거기다 나에게 플레이팅 할 거리를 더 많이 맡겨보겠거니, 라는 내 기대와는 정반대로, 상대적으로 손이 느리고 가끔씩 실수도 하는 나에게 조던은 당황했고, 할 수없이 원래 팀인 조던과 콜린이 계속 플레이팅을 해댔다. 옆에서 조금씩 도와줄 기회를 노려봤지만, 정신없이 바쁜 조던은 계속 알아서 하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 사태를 보고 있던 부셰프 셰리가 라인이 좀 진정될때까지 위에서 프렙 프로젝트 좀 하고 있으라고 올려보내니, 속이 확 상했다.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한 탓이지, 하며 다른 일들을 하고 있는데, 더 나아질 배움의 기회를 주질 않는 조던이 자꾸 원망스러워졌다. 그렇지만 바쁜 토요일 저녁, 아직 나에게 맡기기엔 nervous한 마음이 백번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라인 뒤에서 찬찬히 가르쳐줬던 셰프 맷에 대한 고마움이 다시 한번 밀려왔다. 


분명 나도 한창 일하고 바쁜 도중에는 누군가에게 좀 더 침착하게 가르쳐 줄 아량이 많이 부족하겠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생각을 좀 해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믿음과 기회를 주고, 옆에서 적절한 도움과 조언을 주는 것, 참 중요한 덕목이다. 


그밖에 다른 주요 포인트:

  • 플레이팅 할 때 라인에서 불 잡는 것에 대해 조금 편해졌다.
  • Cheese bread 급하다 해서 내가 직접 만들었는데 잘 나왔다! ㅎㅎㅎ 
    • cheese bread 오븐에 꺼내서 식힘망으로 옮기는데 나도 모르는 새 행동이 빨라지긴 했나보다; Chef Kat이 "Good hustle!!" 이라고 ㅋㅋㅋ
  • 칼 가는 법. Shun 칼은 숯돌로 아주 날카롭게 갈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셰프 맷이 직접 꼼꼼하게 시범을 보여줬다. 우와우!!! 
  • Raisin caper escabeche: 
    • heat oil
    • add onions (2 1/2 setting on slicer) and sweat. add salt.
    • add sugar to caramelize and maintain the texture. Add a couple pinches of saffron.
    • Add golden raisins (make sure they are replumped by heating in sufficient water)
    • Add white wine and white wine vinegar and reduce until all alcohol is evaporated
    • Add capers and finish cooking by adjusting seasoning (a good balance of salt/sweet/sour)
  • 그나저나 이제 다음 목적지를 고민해 봐야 할 시기. 친한 사람들과 얘기를 하며 생각이 많이 정리되긴 했다. 우선 미국은 아웃인듯.


- 오늘 라인에 내려가는 줄 알고 좀 긴장하고 갔는데 다행히(?) 위에서 프렙. 안 그래도 아침에 이상한 꿈을 잔뜩 꾸고 집에 가고 싶기도 해 기분이 좀 울적했는데 양파 좀 썰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으니 마음이 잔잔해졌다.

- 칼이 좀 이상하다. 이렇게 날이 빨리 무뎌지지가 않았는데, 뭐 하나 좀 썰고 나면 매번 새로 날 갈아야 할 판. 기분인가;

-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위층에서 프렙하는 사람이 많았다. 원래 있는 알렉스에 데니스와 나타샤까지 북적북적...아 너무나 좁은 공간 ;ㅁ;

- 저녁 서비스 한창 도중 파스타 오더가 미어터지자 캔들과 데니스가 교대했다. 우리 캔들 자존심 좀 상했을 듯 ㅜㅜ 

- 여기다 일일이 나열하기는 좀 그렇지만, 요새 부쩍 SPQR 사람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웃을 일이 더 많아졌다. 라인에 몇 번 선 이후로 콜린은 나를 정말 친동생처럼 아껴주기 시작했고, 캔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정신없는 성격에 좀 밉상인 벤도 내 이름으로 랩을 만들어 맨날 불러대고 ㅋㅋ 집에 가는 길에 셰프셰리에게 비자관련 업데이트를 주며 잠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엿듣고 있던 콜린이 자기가 남자 소개시켜주겠다며 난리난리. 벤은 어때, 캔들은 어때, 막 이러면서 밀어주고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 쳐 주며 장난치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이젠 일이 끝나도 집에 가기가 싫다 ㅋㅋ

- 장난치고 웃고 떠드는 것도 즐겁지만, 내일 라인에 서는 걸 본인일처럼 기뻐해주는 콜린과 캔들 덕분에 마음이 뭉클. 한창 떠들다 집에 간다고 손 흔들며 주방을 나서는데, "You'll be great tomorrow!"라고 뒤에서 외치는 둘. 화이팅! :)

  • 22일은 마델린 생일이고 23일은 내 생일이어서 일이 끝난 후 다같이 노래방을 가려는 계획이 잡혀 있어서 아침부터 들썩들썩. 게다가 셰프 맷과 셰프 셰리 두사람 다 없고 셰프 저스틴만 있는 날이라... 분위기가 어느때보다 가벼움.
  • 무슨 일을 했는지는 거의 기억이 안나고; 다만 프로젝트들 마저 마무리하고 있는데 콜린이 올라와서 자꾸 내려가서 배우라고 떠밀어줘서 역시나 이 날도 고마웠다. 라인에서도 별 일 없이 잘 마무리. 
  • 한가지 인상깊었던 일: 마델린이 계속 비스킷을 태우는 바람에 완전 급급급급조해서 새로 만들어야했다. 위층에서 같이 이런저런 프렙하고 있던 나랑 데니스가 정신없이 재료 계량을 시작했는데, 버터를 얇게 썰라길래, 속으로 아니 나도 그 정도는 알지.. 나름 베이킹 하던 가닥이 있는걸, 등등 생각하면서 별 생각없이 그냥 하던대로 작게 깍둑썰기 할 예정이었다. 그러다 다른 일을 잠깐 하느라 데니스가 버터를 썰었는데 정말 보통 사람들이 자르듯 정사각형이 아니라 얇게 베어내듯한 모양새.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예전 그 유명한 gary danko에서 일할때 매일매일매일 비스킷을 만들었다고. 아까 나름 나 베이킹 좀 했는데, 라는 말이 쑥 들어갔다 -_-; 여튼 그렇게 해서 비스킷을 만들었는데............아니 이건 같은 레시피라고 전혀 믿을 수 없을만큼 완전 고급 비스킷이 탄생한거다. 그리 급히 해서 반죽 숙성도 못 시켰는데. 평소 마델린이 만드는 비스킷이 너무 드라이해서 레시피가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하니 이건 뭐 완벽 그 자체.
  • 마지막 오더가 기적같이 10시에 딱 끝나고 청소 다 하니 11시; 왠 기적인가. 생일이라고 바 매니저가 로제 스파클링 한 병을 땄다. 유후! 
  • 빈속에 와인 두잔 마시고 알딸딸해지고 있는데 컨디션 안 좋아보이던 캔들이 갑자기 고민상담요청. 표정관리하느라 힘들었다;
  • 마감하고 우르르 노래방 몰려가서 광란의 밤을...Everyday I'm shuffling 부르며 열심히 춤추고.......그 다음은 잘 기억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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