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언제부턴가 햄버거는 패스트푸드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햄버거, 하면 바로 맥도날드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 않는가. 빅맥을 앞세워 유명해진 이 대표적인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은 침투력도 무섭다. 파리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었던 패스트푸드 로고는 바로 맥도날드의 골든아치였을 정도로 말이다. 

맥도날드 외에도 버거킹, 웬디스 등 햄버거를 전세계로 공급시키는데 일조를 한 패스트푸드 체인들 덕분에 햄버거는 몸에 좋지 않은 음식으로 낙인이 찍혔다. 게다가 Fast Food Nation, Supersize Me 등의 패스트푸드 때려잡기 책과 영화들이 크게 번지면서 햄버거 먹을 때 "그래도 땡길 땐 먹어야 해"라는 합리화를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현상까지. 


패스트푸드로 팔리는 햄버거들은 퀄리티 유지/관리와 조리시간 단축을 위해 고도의 가공을 거치는데다가, 지방과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고, 보통 고칼로리에 가공된 감자튀김과 탄산음료로 묶어 판매가 되기 때문에 이리저리 봐도 몸에 좋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햄버거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야채 등이 골고루 조합된 꽤 이상적인 한 끼이다. 물론 크라제의 양상추 토마토 가득의 햄버거와 베이컨, 치즈, 어니언링, 심지어 도너츠를 일반 빵대신 사용하는 폭탄 버거등을 같은 음식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햄버거"라는 이름은 독일의 함부르크(Hamburg)라는 도시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런던에 사는 사람들을 런던에 er을 붙여 런더너(London > Londoner)로 부르는 것처럼 Hamburg에 er이 붙어 Hamberger라는 명칭 도래. 15세기부터 유럽에서는 다진 고기를 이용한 요리가 매우 인기였는데, 18세기 무렵 함부르크를 드나들던 선원들이 독일에서 가져온 다진 고기 스테이크를 "Hamburg Steak"(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함박 스테이크)라고 부르며 그 이름이 퍼진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유럽과 미국 사이에서 많은 이민자들이 생겨나며 햄버거는 본격적으로 미국에서도 그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 미국 레스토랑 메뉴에 햄버거가 등장했던 기록은 1826년이며, 1921년과 1940년 화이트캐슬과 맥도날드가 각각 문을 열며 햄버거의 대중화를 시작한 후 지난 몇십년간 수많은 햄버거 체인이 그 뒤를 따랐다.


우리나라에도 롯데리아가 등장하며 불고기 버거, (실패했지만) 라이스 버거등으로 눈길을 끌었으며, 요새 몇년간은 크라제버거가 상한가를 치며 소위 말하는 '수제버거'의 유행을 주도했다. 개인적으로도 말도 안되게 느끼한 스모키살룬 등의 (그런 것들이 사실 꼭 미국식 버거도 아니다) 버거보다는 크라제의 신선한 맛이 낫긴 하지만, 수제버거라 해서 10%까지 붙여가며 햄버거 하나에 만원이라는 한마디로 미친 가격에 판매되는 현상은 납득불가능.

오븐에 구운 감자. 튀긴 것과 큰 차이 없다. 감자를 원하는 크기로 썰어서 식용유나 올리브유 등에 골고루 버무린 후 소금/후추 뿌려 190도에 굽는다. 카레가루나 파슬리를 섞어도 훌륭.


그래서 햄버거가 땡기는 날은 웬만해선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빵 반죽도 너무나 간단하고, 야채도 먹고 싶은 거 몇가지만 사면 되고, 다진 고기 사서 대강 빚어 고온에 활활 구워주면 완성. 밖에서 먹는 햄버거 맛을 위한 몇가지 팁과 다른 토핑들을 공개하자면 :
  • 양파는 기름코팅만 한 후라이팬을 중불에 놓고 겉면을 바싹 구워준다. 매운 맛을 좀 날리기 위해서.
  • 아니면 잘게 채를 썬 후 마른 후라이팬에 물을 부어가며 볶아 갈색으로 달달하게 카라멜화 시킨다. 마지막에 소금과 약간의 브랜디(없어도 그만)로 마무리. 다른 술도 잘 어울리겠지? 화이트 와인. 복분자도 나쁘지 않을 듯. 버번. 쓰읍...
  • 토마토는 잘 익은 것을 슬라이스해 소금을 슬쩍 뿌려놓는다. 토마토는 반드시 반드시 실온 보관한다. 냉장보관 절대 금지. 질겨지고 맛도 들지 않는다. 
  • 양상추는 손으로 뜯어 물기제거를 확실히 한다.
  • 마늘을 얇게 슬라이스 해 기름에 옅은 갈색으로 바삭하게 가볍게 튀겨낸다. 
  • 양송이를 슬라이스 해 약한 불에 버터 좀 넣고 촉촉하게 볶는다. 저 위에 카라멜화 시킨 양파와 섞어도 맛있다.
  • 다진 고기만으로 패티를 빚지 말고 반죽에 다진 마늘/양파를 살짝 볶아 넣어 같이 빛는다.
  • 피자집에서 나눠주는 달달한 싸구려 피클 말고 좀 시큼한 피클을 썰어 몇개 끼워 넣는다.
  • 마요네즈와 케찹이 기본 소스이긴 하지만, 싸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결국 마요네즈와 케찹에 피클 섞은 것 -_-;)도 잘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빵. 한국에서는 맛있는 햄버거빵만을 따로 잘 팔지도 않고 말이지. 그래서 레시피 공유한다. 정윤정님의 싸이월드 클럽에서 발췌, 살짝 수정. 물론 귀찮으신 분들은 사 드셔야겠지만, 집에서 갓 구운 빵에 만들어 먹으면 진짜 맛있다구. 

슬로우버거의 필수아이템, 집에서 굽는 햄버거빵

12개 분량

강력분 400g
박력분 100g
설탕 50g
소금 8g
인스턴트 이스트 6g
버터 25g
우유 350ml

1 이스트와 설탕/소금이 직접 닿지 않게 가루류를 훌훌 섞은 후 40-50도로 데운 우유와 잘 섞어준다. 어느정도 반죽이 되었으면 실온의 버터를 마저 함께 매끈하게 반죽을 한다. 
2 두배로 1차발효 후 70-75g으로 분할해 둥글리기/휴지 
3 넙대대하게 성형해 팬닝한다(빵 반죽은 위로는 발효를 하지만 옆으로는 안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지름을 원하는 너비로 만들어야 한다). 원하면 윗면에 달걀물이나 우유 살짝 발라준 후 깨 등을 묻혀준다. 
4 봉곳이 올라오게 2차발효 후 섭씨 200도에서(미리 오븐 예열은 필수) 갈색이 나도록 15분 가까이 구워준다. 


ps. 내일은 남은 빵으로 새우버거 해 먹어야지 으히히히 

며칠전 마트에 장을 보러갔다가 방울토마토가 반값 할인중이길래 큼지막한 팩을 두개나 집어왔다. 토마토 먹은지 오래되어 욕심을 부렸으나 막상 몇 개 집어먹어보니 맛도 좀 맹맹하니 별로라 처치곤란 상태. 뭘 해먹을까 생각하다 귀찮아서 그냥 올리브 오일 좀 두르고 따끈하게 오븐에 구우려는데 좀체 적절한 온도가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대충 해 버리자의 유혹이 몰려왔으나 애써 물리치고 구글링 시도.

그러다가 내가 사모하는 스미튼키친 아줌마네 블로그에서 "slow-roasted tomatoes"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발견했다. 오잉 이게 뭐지?

재료도 너무나 간단.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 마늘 몇 쪽. 으왕굳.

포스팅에서 아줌마 왈, 처음 입에 넣었을 때 깜짝 놀라 쓰러질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뭐 이리 맹숭맹숭한 토마토가 구운다고 그렇게 크게 달라질까? 여튼 토마토를 씻어 반을 가르고, 올리브오일을 대강 치고 후추 살짝. 엥, 근데 소금이 없는 것이 미심쩍다. 요리를 잘하려면 소금을 잘 쓸 줄 알아야 한다는 둥, 소금을 적절히 쓰면 그 재료가 가진 맛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믿음에 세뇌당한 탓일까? 쓰지 않으려니 불안하다. 

결국 소금을 토마토의 반 정도에 살짝 뿌리고 섭씨 100도의 켠듯만듯한 오븐에 투입. 조리시간은 무려 세시간 -_- 


방에 돌아와서 이것저것 하다가 햇살에 좀 나른해져 잠깐 침대에 누웠다(백수의 여유 음하하).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눈을 뜨니 해가 기울어지고 있다...헉 오븐! 화들짝 놀라 부엌으로 달려가니 아까의 탱글탱글한 토마토들이 전부 쪼글쪼글해져 있었다. 


맛보고 싶은 급한 마음에 얼른 한개를 호호 불어 입에 넣었다. 혀에 닿는 따끈하고 부드러운 토마토의 겉면. 입을 다물어 꾹 누르니 서서히 배어 나오는, 살짝 상큼함이 남아 있는 녹진한 약간의 토마토 즙. 육즙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진했다. 천천히 씹으니 보통 토마토 소스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깊은 맛이 계속 배어나왔다. 말린 토마토(sun-dried tomatoes)를 먹어본 적이 있다면 그 맛을 상상하면 된다. 그렇지만 그 깊은 오묘한 맛을 바탕으로, 부드러움과 상큼함, 그리고 촉촉함이 어우려져 한알한알 강렬한 초울트라토마토엑기스 탄생.



그 맛에 취해 계속 몇개를 집어먹고 있다가 이런 것이 바로 재료의 맛을 극대화한다는 것의 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도 토마토를 오븐에 로스팅해서 먹은 적은 많았지만, 그냥 고온에 조금 물러지게 구워 구워진 토마토의 맛을 즐기는 정도였다. 그런데 좀 더 긴 시간동안 차분히 수분을 날리고 나니 베일을 벗은 묻혀있던 이 새로운 맛. 소금으로도, 어떤 향신료로도 첨가할 수 없는, 토마토가 깊은 곳 지니고 있던 토마토 맛.


이렇게 구운 토마토는 올리브 오일을 좀 뿌려 냉장고에 보관하면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마늘 몇쪽 얇게 편썰기 해서 올리브오일에 같이 익혀 간단히 파스타에 버무리면 흥건한 토마토 소스보다 더 진한 맛을 선사한다. 소고기나 닭고기, 연어, 샐러드에도 엑센트를 제공하는 훌륭한 토핑. 


저온에 오래 구운 깊은 맛의
슬로우 로스트 토마토
from smittenkitchen.com

오븐은 섭씨 100도로 예열한다.

방울토마토 서너컵, 반 갈라 준비
올리브오일 두세큰술
까지 않은 통마늘 두세쪽

기름종이/유산지/호일 등을 깔아준 후 토마토를 늘어놓고 올리브 오일을 골고루 뿌려준다. 마늘을 군데군데 올려놓고 예열된 오븐에서 세시간 구워준다. 




토마토에 발갛게 물들은 올리브 오일, 마치 석양을 보는 듯!





집에서 보통 고구마를 먹을 경우에 삶거나 쪄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겨울철엔 뭐니뭐니에도 꺼멓게 그슬린 달콤한 군고구마가 최고. 그렇지만 집에서 후라이팬에 구워봐도 가스불에 구워봐도 영 시원찮다. 결국 직화냄비라는 것까지 등장해 대히트를 쳤고, 잡지나 신문에는 온갖 방법을 테스트 한 후 어떤 것이 제일 길거리 군고구맛에 가까운 결과를 내는지에 대한 리서치 기사까지 볼 수 있었다. 


고구마는 익히면 왜 달아지나?

우선 고구마의 조리를 논하기 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로 고구마의 화학적인(...쿨럭) 이해이다.

고구마는 전분 함유량이 매우 높다. 전분도 당의 한 종류이지만 전분만 직접 먹게 될 경우 단맛을 느낄 수가 없다(응? 하시는 분들은 옥수수전분 한숟갈 먹어보길). 그러나 전분이 특정 효소에 의해 맥아당이라는 '설탕'으로 분해가 될 경우 확 달게 느껴진다. 고구마의 경우 이 특정 효소를 가지고 있고, 계속해서 효소는 활동을 하며 고구마의 전분을 분해한다. 이 효소는 온도가 올라가면서 더욱 활발해져 60도 가량에서 최고조를 보인다. 때문에 저온에서 서서히 오래 익히는 것이 고구마의 속살을 더 달게 바꿔준다. 

굳이 더 파고 들어가자면 전분을 맥아당으로 분해하는 효소는 아밀라아제(Amlyase)인데, 고구마에는 베타-아밀라아제가 들어가 있다. 그런데 맥아당은 또 포도당으로 분해가 될 수 있고, 포도당은 맥아당보다 더 달다. 그렇지만 역시 열을 가한다고 무조건 분해가 되는 것이 아니고 또 다른 효소인 말타아제(Maltase)가 필요한데 고구마 자체에 말타아제가 있는지는 없는지는 확인을 못했다. 인터넷 눈 빠지게 돌아다녔는데 못 찾겠다 -_- 


고구마, 제대로 보관해 봤니?

고구마는 살아 숨쉬는 생물이다. 저 위에 얘기한 전분을 당분으로 분해하는 과정은 바로 고구마 자신이 그 당분을 영양소 삼아 싹을 틔우고 자라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효소가 활발해지는 실온 이상의 온도에 고구마를 오래 두게 되면 막 싹이 나고 고구마 덩쿨밭...... 뭐 여튼 대부분의 먹을 거리들이 실온에서는 오래 보관을 못하기 때문에 고구마도 대부분 아무 생각없이 냉장고에 넣어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고구마는 냉장온도에서는 가운데 심이 생기고 단단해지며 쓴맛도 발생한다. 적정한 온도는 섭씨 13-14도.

무엇보다 고구마의 보관이 중요한 이유는 저 위에 얘기한 전분 분해 작업을 조리하기 전에 미리 하는 것이 단맛을 끓어올리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아궁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60도 가량의 온도를 유지한 채 수분을 날리지 않고 고구마를 오래 익히는 것은 집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평소에 서늘한 곳에서 보관해 고구마를 전분이 많은 상태로 잘 보관했다가, 조금 높은 온도에서 며칠 숙성을 시켜 설탕화를 시킨 후 익히면 더 단 고구마를 맛볼수 있다.

(얼마나 사람들이 고구마 보관을 제대로 안했으면 무려 1918년에도 이런 기사가 - 뉴욕타임즈 영문)


고온의 마법, 카라멜화

그럼 똑같이 열을 가한 찐고구마와 군고구마, 도대체 왜 그렇게 맛이 다른걸까?


물을 이용한 요리법은 끓어올릴 수 있는 온도에 한계가 있다. 보통 압력과 물을 생각했을 때 섭씨 100도인데, 설탕이 갈색으로 녹으면서 '카라멜화'가 되는 과정은 보통 섭씨 160도 이상의 고온에서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여러 화학물들이 좀 더 복잡하고 미묘한 맛과 냄새를 추가하게 된다(단순히 달기만 한 일반 흰설탕과 좀 씁쓰름하며 깊은 단맛의 '뽑기'의 차이를 떠올려 보면 된다). 카라멜화의 과정에서는 또한 설탕이 녹아 끈적한 시럽으로 바뀌고 어떤 당분은 더 단맛이 나는 다른 당분으로 분해되기도 한다. 군고구마도 바로 고온에서 이런 카라멜화를 거치기 때문에 더욱 더 달아지고 깊은 맛으로 탄생하게 된다. 

다른 대표적인 예로는 약불에 슬슬 볶으면 달짝지근해지는 양파나 사과파이의 사과 등이 있다.

설탕이 카라멜화를 거치는 과정샷 <출처 - http://ceramiccanvas.com>


카라멜화는 아직까지 정확히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현상이나, 요리에서는 매우 중요한 갈(색으로)(하는)작용 중 하나이다. 그런데 요리에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갈변작용이 있다. 바로 메일라드(Maillard) 반응인데, 육안으로 구분하기는 상당히 어려워 '고기 겉면의 카라멜화'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도 심심찮게 보인다. 카라멜화는 설탕만의 화학작용이고, 메일라드는 단백질과 설탕의 화학작용이며 둘은 완전히 다른 과정이다. 이것까지 커버하려면 머리 터질 것 같으니 메일라드는 다음 시간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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