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1. 예상했지만 학교 다니면서 좋은 점은 여태까지 알음알음 주워들은 정보들의 갭이 싹 메꿔지는 거다. 여태까지 녹차와 홍차에 대해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같은 식물의 잎이고 녹차에서 홍차잎이 되려면 좀 더 오래 발효를 시킨다는 것. 그리고 순수 "차"만을 고집하는 purist의 입장에서는 카모마일, 장미차등은 차가 아님. 

2. 그저께부터 베이킹 수업을 듣고 있는데 드디어 베이킹 소다와 파우더에 대한 정리가 완벽히 되었다. 인터넷에 보면 소다는 옆으로 부풀고 파우더는 위로 부푼다는 등 별 가지가지 썰이 돌아다니는데 결국 베이킹 소다는 알칼리성이라 산(acid)성 물질이 반죽에 있어야만 반응해 부풀고, 베이킹 파우더는 베이킹 소다에 acid를 따로 첨가해 반죽하면서 액체에 섞이면 반응하는 것. 첨가되는 acid 종류와 갯수 등에 따라 베이킹 파우더도 종류별로 나뉨. 간단히 정리하면 베이킹 파우더는 재료에 상관없이 편하게 쓸수 있는 베이킹 소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3. 수업 강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는 학생들이 생긴다. 근데 왜 이 학교는 처음부터 학생들을 전혀 걸러내질 않을까? 현장경험과 에세이 등을 요구하는 다른 많은 요리학교들과 달리 딸랑 성적과 점수만 챙기는 모습이 사실 탐탁치 않았는데, 역시나 별 생각없이 그냥 한번 요리학교에 와 본 학생들이 많다. 어제 한 선배가 말하길 50%만 전공에 남는다는데, 진짜일까? -_-

4. 먹고 싶은 한국 음식(순서 상관없음): 순두부, 곱창 + 간 + 구운 마늘 + 부추 + 소주 한잔, 엄마표 고등어조림(무 필수!), 순대볶음, 명이나물에 보리밥(꺄으), 닭강정, 인절미, 적절히 달달한 비빔냉면 + 반숙달걀 + 육수 + 절인 오이무침. 덴장! ㅜㅜ

5. 구운 마늘 (생마늘 껍질채로 분리해서 + 올리브 오일 @ 섭씨 180도 3-40분) 너무 좋다. 한자리에서 스무알도 먹을 수 있음.

6. 요새 너무 잘 먹어서 오늘 한 7-8km 뛰어줬다. 살 것 같다. 
그동안 블로그에 쓰고 싶은 얘기들이 많았다. 특히 학교 시작하고 요리에 흠뻑 빠져 지내며 하루종일 랜덤하게 여기저기서 솟아오르는 질문들. 생각들. 근데 다시 블로그 쓰기 시작하면 자주, 뭔가 내용이 충실한 글을 올려야 된다는 압박감에 매여 지내기 싫어서 그냥 미뤘다. 근데 공유하고 끄적거리고 싶은 잡생각들이 너무 많아 안되겠다.

1. 요새 학교서 너무 잘 먹여줘서 저녁은 뭔가 가벼운 걸 먹고 싶었다. 학교서 맨날 먹고 남은 거 싸오다보니 냉장고에 딱히 먹을 것도 없다. 처치곤란한 샐러리가 한봉다리나 있고. 샐러리는 생으로 먹으면 첫 몇입은 몸이 가벼워진다는 최면에 먹히나 두번 세번 씹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아리한 풀맛에 찡그리게 된다. 버터를 쓰자니 가벼운 걸 먹자는 취지에 어긋나는 것 같고. 며칠전 브런치 파티에서 세이브 해뒀던 베이컨 기름이 냉장고 한 구석에 있다. 질 좋은 훈제향 베이컨이었는데 왠지 샐러리랑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래 요리 배우는 입장에서 칼로리 때문에 실험을 포기하면 안되지, 생각하며 소심하게 반스푼을 썼다. 근데 볶다보니 부족해서 반스푼 더 썼다. 베이컨 기름까지 썼는데 뭔가 더 완성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양파도 넣고 메이플 시럽도 넣고 쌀도 넣고 잣도 넣었다. 레몬즙까지 넣으니 맛이 상당히 좋다. 메이플 시럽 + 쌀 + 잣 조합에 약과 생각이 난다. 갑자기 입맛이 확 돈다. 다 먹고 나니 완전 더부룩하다. -_-

2. 가수 알리가 불후의 명곡으로 뜨고 있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나 매니저?) 오지랖 팬심으로 관련 블로그들 보고 있다가 누가 알리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무대에 대해 극찬해 놓은 글을 읽게 되었다. 그는 조용필의 곡에 대한 알리의 재해석에 감탄하고 있었다. 근데 그가 정리한 재해석의 정의가 팍 와 닿았다. 대강 정리하면:

재해석: [원곡의] 질감과 그 안에 담긴 철학/감성의 이해. 그 [노래]가 히트했던 당시의 시대정신과 대중들의 감성을 알아야 함. 그런 다음에 현대석 감성과 [부르는 가수]의 [음악]적 철학과 감성을 [노래]에 담아내서 대중들에게 전달함.

[괄호]안의 단어를 음식/요리사로 대체하니 딱 들어맞는다. 한식의 세계화를 열심히 외치고 있지만 마스코트를 내세운 정부의 떡볶이 홍보노력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_-, 유행타는 프렌치/이탈리안/퓨전 레스토랑들의 "서구화" 한식은 과연 제대로 된 재해석일까? 현재 고민해보고 싶은 음식들은 잡채/냉면/동치미/순두부 정도. 

3. 예상했지만 미국와서 제일 짜증나는 건 한식 = 바베큐 + 매운 음식으로 단순화 되는 것과 두부가 히피/채식주의자들의 전유물로 치부되는 것이다. 특히 두부. 콩에 대한 별 생각 없이 만든 두부를 단순히 고기의 대체식품으로 야채들과 후루룩 볶아버리거나 삶아버리니 맛이 있을 수가 있나?!??!?!? 응?!?!? 그리고 크리미한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크림치즈 대신에 두부를 갈아넣는다. 아...두부에 대한 모욕이다. 

4. 글쓰다 보니 배가 좀 꺼졌다 휴 다행이다. 근데 있다 숙제하다 보면 분명 배고파질텐데? 저번에 밤 열두시 다 되서 메뉴플래닝 프로젝트 하느라 레스토랑들 웹사이트와 사진들 뒤지다 배고파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5. 학교에 젊고 잘생긴 셰프 교수님들 완전 많다 *-_-*
 
6. 사는 곳 바로 옆에 Seven Stars라는 카페/베이커리가 있는데 몇몇 아이템들이 눈 튀어나오게 맛있다. 특히 비스킷/스콘의 텍스쳐!!! 그리고 태어나서 먹어본 중에 최고로 부드럽고 고소한 옥수수빵. 그리고 체다치즈 바게트. 커피도 훌륭해서 거의 매일 마신다. 드립도 나쁘지 않은데 탄맛이 가끔 오락가락하고,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가 아주 훌륭. 특히 라이언과 에릭(으로 추정되는)이라는 이름의 바리스타 둘이 내려주는 카푸치노는 실크같이 부드러우면서 가벼운 우유거품으로 시작해 커피가 조금 식으면 느껴지는 과일류의 단맛신맛과 우유의 고소함의 조화가 눈을 감게 한다. 다만 2%, 1%, 무지방 따위의 우유로써는 절대 불가능. 한번 1% 카푸치노 시도후 나는 언제나 whole milk please일세.(어차피 대개 4% 내외)

며칠전부터 모카빵이 너무나 먹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달콤한 커피향의 쿠키스러운 겉면과 부들부들하고 폭신한 속살. 간간히 씹히는 건포도의 시큼달콤함. 

다음날 새벽 다섯시에 배고파 눈이 떠졌다. 일어날까말까날까말까 하다가 결국 부엌으로 가서 주섬주섬 재료를 꺼냈다. 모카빵 네개는 너무 많을 것 같아 레시피 반으로 줄여서 계량 시작. 헉, 근데 밀가루봉지가 너무 가볍다. 1/3로 다시 계산하니 겨우 딱 맞는다 -_- 

마침 집에 일리 에스프레소 가루가 있다. 럼주에 조금 타서 반죽에 넣어주니 커피향이 은은하게 번진다. 반죽을 치대기 시작하니 부드러운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치대면 치댈수록 계속해서 커피향이 올라온다. 전처리를 해서 부드럽게 불려놓은 건포도를 넣어 반죽 완성. 물을 돌려 뜨뜻하게 덮혀진 전자렌지에 반죽이 담긴 그릇을 넣고 잠시 딴짓..하려다 위에 씌우는 쿠키반죽 만들어야 되는 것이 생각나서 급히 버터와 설탕 크림화.

쿠키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 놓고 신문을 마저 읽다가 전자렌지 문을 열어보니 봉긋하게 반죽이 부풀어 있다. 그 위로 까꿍 보이는 건포도 한 알. 


무게를 재어보니 270g이다. 사이좋게 90g씩 나눠주었다. 여전히 뿅뿅 보이는 건포도알들. 럭비공 모양으로 둥글려서 중간발효 시작.


휴지가 끝나고 바닥이 말랑말랑해진 반죽들을 삼절접기했다. 냉장고에서 휴지된 쿠키반죽을 꺼내 밀어주려는데 아까 반죽할 때 탈탈 털어썼더니 밀가루가 없다 -_- 흐억...될되로 대라는 심정으로 쿠키반죽을 슬슬 밀어보는데 역시나 끈적끈적 들러붙고 난리가 났다. 쓸만한 가루류가 없나 냉동고를 뒤져보니... 부침가루....튀김가루......전분....오 아주 오래된 호밀가루가 좀 있네 -_-

쿠키반죽을 도톰하게 밀어 물칠을 살짝한 후 삼절접기로 길쭉해진 빵반죽을 올렸다. 유후 이제 거의 다 완성!


쿠키반죽을 씌워 2차발효 시작! 근데 시계를 보니 출근전까지 한시간밖에 남질 않았다 -_- 그렇지만 두시간 열심히 했는데 이제 와서 발효를 멈출 순 없지 으하하...

뜨거운 물과 면보로 최대한 온도와 습도를 올려 급발효. 그러나 쿠키반죽이 너무 두꺼웠는지 원하던 크랙은 전혀 보이질 않네 엉엉.......


급히 씌우느라 (아님 실력부족) 울퉁불퉁 난리. 옆면에는 과격하게 온도계를 찔러넣어 테스트 한 자국이 뻥.


그래도 출근길에 뜯어먹는 따끈한 속살의 갓구운 빵의 맛이란!


커피향 폴폴 은은한 단맛의 모카빵

일반 크기 4개 분량

1 빵반죽 재료들[강력분 500g / 소금 8g / 설탕 50g / 버터 50g / 계란 125g (두개) / 커피 8g, 럼주나 물 한큰술에 녹여 / 인스턴트 이스트 15g / 건포도 (옵션) 50g / 물 약 180g]을 잘 섞어 반죽후 1차발효에 들어간다.

2 반죽이 발효될 동안 쿠키반죽을 만든다. 우선 버터 50g과 설탕 100g을 크림화 한 후 계란 50g (한개)를 조금씩 넣어 잘 섞는다. 우유 25g과 커피가루 두작은술을 잘 녹여 섞는다. 마지막으로 중력분이나 박력분 250g을 넣고 쿠키반죽을 완성해 랩을 씌워 냉장고에서 휴지시킨다.

3 럭비공 모양으로 둥글린 후 중간발효 시킨다. 

4 중간발효가 완료되면 쿠키반죽을 얼맞에 등분후 타원형으로 살짝 얇게 밀어준다. 물칠을 살짝 하고 삼절접기 하거나 길쭉하게 성형한 빵반죽을 올려 쿠키반죽으로 감싼다.

5 2차발효 후 180도에서 20-25분간 구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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