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banana cake with chocolate buttercream.

예전부터 가족이나 친구의 생일이 다가오면 케이크를 구울 이유가 생겼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처음에야 제대로 된 데코는 커녕 급하게 크림을 바르느라 덜 식은 스펀지의 온기에 줄줄 녹아 질척하기가 일쑤였고, 스펀지는 폭신하기보다는 거칠거칠했지만, 조금씩 수전증이 사라지고 크림이 매끄러워질수록 생각해 두었던 아이디어를 하나씩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회사 동기에게 선물한 두툼한 홈메이드 마시멜로가 깔린 거대한 초코파이.

선물도 단순히 값어치 나가는 아이템보다는 가격과 상관없이 퍼스널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 더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것처럼, 단순히 맛있고 고급스런 케이크보다는 받는 사람에게 좀 더 특별하게 와닿는 그런 케이크가 좋다. 한국에서야 보편적인 케이크들은 그냥 베이커리에서 골라 바로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미국에서는 최소한 이름과 문구와 함께 사이즈를 맞춰 주문하는 것이 매우 흔하다. 심지어 원하는 사진을 식용잉크로 케익 윗면에 인쇄해 주는 서비스도 등장. 가격도 심플한 구성이니만큼 상당히 저렴하다. 보통 이렇게 사각에 넙적한 케이크들을 sheet cake이라고들 많이 한다. 

대학교 시절 친구 생일을 위해 주문한 케이크. 웃긴 사진을 골라 프린팅 주문을 했다.


물론 십만원 한참 이상의 큰 돈을 지불하면 입이 떡 벌어지는 이런 케이크를 주문할 수도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게 정말 케이크인지 믿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증거샷. 베이커는 Mike's Amazing Cakes.

Mike's Amazing Cakes의 Dragon Cake


이렇게 생일날 케이크를 먹는 풍습은 주로 서양문화에서 전파되었으며, 요새 흔히 볼 수 있는 케이크의 형태로 자리잡은 것은 17세기 정도. 초를 꽃는 것은 18세기 무렵에 독일에서의 확실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에 무언가 달달한 빵 종류를 먹는 것은 무려 로마시대때부터. 이때의 소위 "케이크"는 효모로 부풀린 빵에 견과류와 꿀로 맛을 더한 것. 여기서 배울 수 있는 인간사 불변의 진리는 역시 생일은 단 것을 맘껏 팍팍 먹어줘야 하는 스페셜데이라는 것? -_-

여튼 이 날 smittenkitchen 아주머니 아이디어를 빌려 만든 원숭이띠용(?) 케이크는 모든 일행을 즐겁게 했다. 다만 처음 케익을 자를 때 어디부터 어떻게 잘라야 하나 좀 고민했을 뿐. 칼을 대기 전에는 그 잔인함에 굳건해진 친구의 표정이 막상 자르기 시작하니 밝아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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