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1. 어린이 시절, 명절날 식구들과 모여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동생이 갑자기 물었다. 

"누나, 깻잎은 깨의 잎이라서 깻잎이야?" 
"바보, 당연하지."

툭 답해놓긴 했는데 뭔가 찜찜했다. 깨는 눈꼽만치 작은데 그에 비해 이파리가 너무 크잖아? 비율이 맞질 않는데? 게다가 깻잎은 향긋한데 깨는 고소하고. 너무 다른데? 머릿속으로 깨와 깻잎이 달려있는 식물을 상상해 보려 했지만 좀처럼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다. 

향긋하고 담백한 깻잎찜


2.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깻잎요리는 매운맛이 없는 향긋하고 담백한 깻잎찜이다. 몇년전 우연히 한 블로그를 발견했는데 기억에 남은 두 레시피가 바로 이 깻잎찜과 오븐에 살짝 구운 자몽이다. 간장 한두큰술을 물 두세큰술에 탄 후 마늘과 파 다진 것, 양파 가늘게 채썬것을 섞어 만든 양념장을 깻잎 스무장 정도에 겹겹이 잘 뿌린 후 5분 정도만 중불에 익히면 끝나는 정말 간단한 반찬. 짜지도 않고 익힐 동안의 향이 참 좋아 자주 해먹고 있다. 

그나저나 그 블로그는 차분하고 아늑한 느낌에 음식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엮어내는 글들이 좋아서 자주 들렸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자주 들리던 안식처 같았던 카페가 사라져버린 듯한 아쉬움.

3. 어제도 깻잎찜을 하려고 깻잎 한단을 사왔는데 갑자기 이십여년 전의 미스테리가 떠올랐다. 열심히 리서치를 해 본 결과 역시 깻잎은 깨의 잎이 맞았다 -_-. 깻잎은 높은 수요덕분에 따로 재배해서 파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물론 깨를 수확하기 전 따는 이파리들이 바로 깻잎. 이파리를 수확한 "깻단"은 베어서 잘 말린 후 깨를 털어 수확한다. 깨를 "찐다"고 한단다.

말린 깻단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깨. 출처는 아래 링크된 기사.


가톨릭뉴스 사이트에서 발견한 한 취재글(가을은 '참깨수확'의 현장에서 - 가을들녘을 담는다), 아름다운 깨 수확 풍경을 훌륭히 담아내었다. 강력추천! 

추가정보 : 우리가 먹는 깻잎은 들깻잎. 참깻잎은 모양이나 향이 식용으로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단다. 그러나 들깻잎도 깨의 수확용으로 농작하는 밭에서 따는 것으로는 수요가 부족하므로 깻잎용 따로 재배하는 경우가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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