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미국과 친하신 분들은 미국 50개 주의 하나인 알라스카를 생각하셨을지도...

여튼, 이 블로그에서 처음으로 소개드리고자 하는 곳은 신사동 작은 골목에 살포시 숨겨진 르 알라스카(Le Alaska)라는 빵집이다. 내가 빵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회사 지인분이 작년 말에 소개시켜 준 곳인데, 빵이 그렇게 맛있다는 것이다. 서울에 넘치고 넘치는 파리 크라상 등의 대형 브랜드 빵집들이 날마다 어마어마한 양의 빵들을 생산해 내고는 있지만, 대부분 보기에만 좋고 막상 먹으면 밀가루와 설탕 맛 이외에 별로 느껴지는 것이 없는 無맛이라 느끼는 나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압구정동의 화려한 부티크샵들과 으리번쩍한 카페들을 한참 지나면서 도대체 말로 들었던 아담하고 소박한 빵집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빨간색 벽돌빌딩 일층에 자리잡고 있는 화사한 노란색의 알라스카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복작거리는 서울을 떠나 완전히 다른 곳으로 온 느낌. 


알라스카의 로고는 빵이 꽃인 왕관 아니면 빵을 들고 있는 쿠키얼굴의 사나이...정도로 보인다. 바게트부터 샌드위치까지 리스트가 되어 있네. 

 
들어가기 전 가게를 지키고 있는 앙증맞은 바다사자와 맞닥뜨려야 한다. 어흥....음.


들어가니 햇살로 가득한 아늑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편에는 열심히 반죽을 하시는 남자분과
 뭔가를 재빨리 휘핑하는 한 여자분, 그리고 칙 하며 내려지는 에스프레소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오픈키친이었다. 손으로 쓴 메뉴판과 안이 훤히 보이는 뒷편에 자리한 큼지막한 오븐들도 보였다. 

그 바로 옆에, 정말 먹음직스러우면서 섬세함과 정성, 독창성이 돋보이는 빵들이 주우우우우욱 놓여 있었다. 


구스띠모를 처음 들렸을 때처럼 다 섭렵해보고 싶은 욕심을 꾹 누르고 한참을 고심한 끝에 결국 파이널 초이스로 가득찬 종이백을 들고 가게를 나섰다. 집에 가기 전 참지 못하고 카페에 들려 시식.

크로와상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정말 겹겹이 잘 부풀어 올라 있었다. 또 야들야들한 겹마다 사르르 골고루 배어있는 버터. 그 옆의 반짝거리는 브리오슈 풍의 트위스트 빵은 솜사탕 같이 보드라웠다. 거기에 콕콕 박혀있는 보석같은 새콤달콤한 크렌베리와 달달한 글레이즈가 어우러져 쉽사리 질리지 않는 맛을 만들어내는데 감동. 


무엇보다 둘 다 너무나도 '신선한' 맛이었다. 설탕 등의 첨가물 외에 뭔가 아른한 단 맛. 마치 수돗물과 정수된 물에서 느껴지는 차이점, 혹은 매연 가득한 강남 한복판에 있다가 시골로 벗어나서 느끼는 공기의 차이와 같았달까. 

집에 와서도 빵 먹기는 계속되었다......


으아아앗 아름다워라


제일 맘에 들었던 두 가지는 아래 견과류 한움큼과 카라멜을 올려준 브리오슈 종류의 빵과 시금치 종류로 보이는 꽈배기 빵. 견과류, 특히 헤이즐넛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는데 마치 찰리의 초콜렛 공장에 등장하는 절대 물빠지지 않는 껌이 생각났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할깝숑.


이 곳은 르 꼬르동 블루와 동경제과 출신들이 차린 곳으로, 이미 윙버스(알라스카 링크) 등에 널리 알려져 있다. 정확한 주소는 강남구 신사동 653-9(지도 링크)이며, 압구정동 씨네씨티 골목에서 크라제 옆골목인 미니스탑이 있는 골목으로 꺾어들어가면 왼편에 있다.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나, 내 경험상 여섯시를 넘기면 남아있는 빵이 별로 없다. 열심히 찾아갔는데 정말 빵이 하나도 없이 텅텅 비어있을 수도 있으니 가급적이면 첫 방문은 낮에 해 보시길. 가격은 대개 개당 천원에서 삼천원 사이. 여기 좀 무뚝뚝해 보이시는 쥔장 느낌의 아저씨 계신데 나 약간 팬이다, 으하하.

ps. 그날 바로 끝내버린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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