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내심 백만컵과 노력 백만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가능은 없다는 걸 기억하며 동기부여용으로 돌덩이빵으로 시작해 제빵기능사 자격증까지 따게 된 필자의 일화를 잠시 감상하자. 지루하신 분은 바로 스킵해주시면 되겠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가 케익과 파이 등을 구우실 때마다 동경의 눈빛으로 쳐다봤던 나는 재료비를 충당할 재정적 능력이 생기면서 부엌을 밀가루 천지로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해 보이는 쿠키류부터 머핀, 스펀지 케익 등등. 레시피를 하나하나 시도해 볼 때마다 모양과 맛이 그런대로 괜찮게 나왔고, 베이킹 좀 한다, 라는 자만심이 약간씩 붙어갈 때쯤, 나를 좌절시킨 것이란 발로 발효빵.

파운드 케익이나 초콜렛칩 쿠키는 너무 쉬워서 재미없다, 라며 일부러 복잡한 레시피를 고르던 철없는 대학생이었던 난, 발효빵도 일부러 뭔가 더 있어보이는 베이글을 만들어보기로 결정했다.(지금 생각하면 참...) 열심히 레시피대로 치대고 둥글리고 구멍뚫고...그런데 하면서 잘 되고 있다, 라는 감이 통 오질 않는 것이다. 발효를 한시간 했는데 부풀지도 않고, 말랑한 느낌도 없고. 불안했지만 무식한 자신감으로 결국 오븐까지 골인. 오븐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버텨봤지만 허연 반죽덩이들은 베이글보다는 말라빠진 프렛즐에 더 가까운 모양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오븐에서 나온 녀석들은 밀가루 돌덩이라는 표현이 딱 적합했다. 얼굴을 붉히며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투하. 

그뒤로 대여섯번을 더 시도했지만 뽀송뽀송한 빵은 절대 나와주지 않았다. 돌덩이 같은 빵 두세번 굽고나니 이제는 약간 부풀어 오르긴 했는데 여전히 뻑뻑. 블로그들에 올라온 닭살같이 쭉쭉 찢어지는 빵결은 아예 꿈도 꾸지 못했다. 열심히 손으로 반죽을 치대느라 팔만 굵어질 뿐. 그 후 나는 아예 발효빵 자체를 포기하기로 생각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난 작년 여름, 불현듯 다시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는 모르겠고 그냥 막연히. 열씸히 반죽을 치대고 공을 들여 발효를 시키고...오호라, 감이 괜찮았다. 오븐에 넣고 몇 년전과 마찬가지로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어, 그런데 조금 지나니 뭔가 부풀어오르면서 빵빵해진다. 오호, 색깔도 노르스름 나름 빵스럽게 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20여분이 지난 후 두근두근 설레임을 안고 조심스럽게 꺼내 급한 마음에 얼른 빵을 썰어보았다. 오오, 빵스럽지 아니한가. 치아바타를 구웠는데 구멍 숭숭에 뽀송뽀송. 물론 간도 좀 안맞고 질긴 껍질에 빵결도 거칠었지만 나에게는 감동의 날이었다. 

<감격스런 첫 성공>

그 후 엄청난 탄력을 받은 나는 식빵에 베이글에 닥치는대로 시도하기 시작헀고, 곧 나름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오븐질>

그러나 계속되는 동생의 정직한 피드백. "그냥 먹을만 해." 

먹을만 해...먹을만 해...먹을만 해...먹을만 해...

내친김에 제대로 배워보자 생각을 하고 날씨가 선선해지기 시작한 늦여름, 집근처 제빵학원에 등록했다. 그것도 무려 자격증반. 토요일마다 대여섯시간씩 온갖 빵들을 구워보면서 혼자 인터넷 뒤져가며 할때는 상상도 못했던 소중한 노하우들과 팁들을 배우게 되었고, 결국 올해 2월, 감격스런 제빵기능사 자격증 시험에까지 합격했다. 이제 빵을 구워 먹이면 동생은 "아 또 먹으래!" 하면서도 "오 맛있네~"를 연발해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결국 결론은 하면 된다, 이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매뉴얼을 시작해보자. (백만년 걸려주시고)

버터와 설탕을 섞다가, 흰자 거품을 냈다가, 재료와 방법이 휙휙 바뀌는 머핀, 케익 등의 제과와 달리 제빵은 어떤 레시피던 대부분의 기본 절차가 똑같다. 그 절차는 크게 다음과 같다.

반죽 → 1차발효 → 휴지&성형 → 2차발효 → 굽기

그러나 많은 분들이 반죽과 특히 발효를 어려워하시며, 두세번의 실패 후에는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예 포기를 하시는 경우가 많다. 이 빵 반죽이라는 녀석은 민감해 조금이라도 뭔가 부족하면 원하는 퀄리티가 나와주지 않는다. 그러나 각 단계를 마스터해 한 번 성공하고 나면 제과보다 훨씬 덜 복잡하고 재료도 간단하며, 오히려 더 쉽게 느껴질 수 있다.

시리즈로 진행할 이 매뉴얼은 각각의 단계를 좀 더 심도있게 다룰 예정이다. 본인이 조금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면 해당 파트를 골라 정독해주시면 되겠다. 우선 오늘 intro에서는 전체 흐름을 살펴보도록 하자.

반죽 

밀가루, 이스트, 달걀 등 빵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잘 섞어주는 단계이다. 반죽의 주 목적은 이스트가 생성하는 가스가 고루고루 반죽을 팽창시킬 수 있도록 말랑하고 탄탄한 조직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마치 불기 쉽고 튼튼한 풍선을 만드는 것처럼. 아무리 풍선을 열심히 불어도 바람이 샌다던가, 너무 질기다면 잘 부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더 자세히 보기


1차발효 

반죽내의 이스트가 가스생성을 하도록 습하고 따뜻한 환경에 내버려두는 단계이다. 1차발효의 주 목적은 반죽에 공기를 불어넣어 전체적으로 부피감을 늘려주고 조직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주는 단계이다. 풍선을 본격적으로 불기전에 바람을 한 번 불어넣어줘서 워밍업 한다 생각하자. 더 자세히 보기


휴지&성형

휴지는 말 그대로 반죽을 잠시 쉬게 두는 단계이다. 치대고 부풀었다 줄었다 한 반죽은 바로 성형에 들어가면 오그라들어 작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휴지 후에는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을 한다. 성형 후에 그 모양대로 가스를 더 불어넣을 것이기 때문에 완성품의 부피와 모양보다 좀 더 납작하고 얇게 작업이 들어간다. 왼쪽 일러스트레이션은 식빵 성형 예시이다. 더 자세히 보기

2차발효

1차발효와 마찬가지로 반죽내의 이스트가 가스새성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단계이다. 2차발효의 주 목적은 성형한 반죽안에 마지막으로 가스를 불어넣어 최종 부피와 모양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오븐에 넣은 후 열이 오르면서 이스트들이 마지막 발악을 할 때 순간 가스를 확 방출하기 때문에 최종 부피의 80% 정도로 잡는다. 더 자세히 보기


굽기

말 그대로 가열된 오븐에 부풀린 반죽을 넣어 굽는 단계이다. 정성을 들여 치대고 부풀린 반죽을 열을 가해 굳혀주고 먹음직스런 갈색을 내는 것이다. 위에 얘기한대로 이스트들이 죽기 전까지 가스를 생성하므로 최종 반죽보다 좀 더 커져서 구워진다. 풍선으로 말하자면 80% 정도 불어둔 것을 열을 가해 공기를 팽창시키고 마지막으로 꽉 묶어줘서 공기가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더 자세히 보기


이제 차차 각 단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포스팅을 올릴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각 파트의 "더 자세히 보기" 링크를 클릭. 궁금한 점이나 수정/추가해야 할 내용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달아주시고, 다같이 닭살빵결을 위해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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