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단상


이 동네는 new american 말고는 맛있는 식당이 참 없다. 특히 한국식당은 두군데 있는데 돈이 아깝다. 반찬은 전부 소금/설탕 맛이고 마른 밥에다 시켜본 찌개류도 별로. 그래도 구정이라 떡국이 먹고 싶었는데 떡을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기분인데 떡만두국이라도 시켜먹을까, 하다가 팁까지 하면 12불이 너무 아깝고 속도 안 좋을 것 같아 다운타운의 한식당 근처에서 한참 서성이다 그냥 집에 왔다.

요새 최대한 원재료로 모든걸 해 먹으려 노력중이다. 제일 큰 이유는 가공제품의 깊이없는 맛에 미각이 길들여질까봐이다. 그리고 원재료 자체의 맛을 좀 더 제대로 알기 위해서. 

당근과 양배추를 썰면서 한입씩 먹어봤다. 당근 하나는 굉장히 달달한데, 다른 하나는 푸릇한 풀 맛이 더 강했다. 양배추는 씹으면 씹을수록 생고구마를 연상시키는 달짝함이 배어나왔다. 냉장고 제일 찬 구석에 박혀있다가 저절로 건조되버린 타임과 월계수잎도 꺼내고, 마늘과 양파도 다졌다. 

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한큰술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볶기 시작했다. 통후추와 월계수잎을 넣으니 향이 너무나 좋다. 남은 야채들을 한데 넣고 마저 볶은 후 farmer's market에서 사 본 약간의 계피와 함께 보관된 토마토절임을 넣어보았다. 와인도 넣고 싶은데 남은걸 어제 감기기운 있다는 핑계로 홀짝홀짝 마셔버려 남은게 없다. 쩝, 아쉽지만 할수 없이 그냥 마무리. 팔팔 끓고 있는 파스타를 건져 소스에 투하.

면을 볶고 있는데 냉동고에 있는 전이 생각나 얼른 몇개 꺼내 해동을 시켰다. 그래도 명절인데 ㅎㅎ

젠장...전 해동시키다가 면이 오버쿠킹되어 굵기나 면상태나 소면이 되어버렸다. 너무 익은 면이라 먹다보니 불어서 소스도 좀 부족하고 밑에는 붙어버렸다. 근데 오히려 그 상태가 한국에서 만들던 비빔면 같아 친근함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꾸역꾸역 다 먹고 아까 낮에 사놓았던 좀 비싼 현미녹차를 꺼내서 정확히 섭씨 70도의 물에 4분을 우렸다. 물론 컵도 데워놓았고. 색이 너무나 예쁜데 형광등 + 아이폰 조합의 사진으로는 이 아름다운 색을 절대 잡아낼 수 없어 안타깝다.

비록 떡국은 못 먹었지만 하루종일 좋은 음식들만 먹으며 나에게 소중한 가치관들을 다진, 의외로 뜻깊은 설날이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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